AbstractThis study examined the moderated mediating impact of entrapment and emotional support from peers in the relationship between academic stress and suicidal ideation among middle-school students. The participants consisted of 214 middle-school students in the first to third grades from four middle schools located in Seoul, Gyeong-gi, Chun-cheon, and Jeonnam. The data were analyzed using descriptive statistics, Pearson’s correlation coefficients, and the Process Macro Model versions 4, 1, and 14. The results of this study were as follows. First, academic stress did not directly influence suicidal ideation; however, entrapment mediated the relationship between academic stress and suicidal ideation. Second, emotional support from peers moderated the mediating effect of entrapment in the aforementioned relationship. This means that if students perceived emotional support from peers, then academic stress had a smaller impact on suicidal ideation through entrapment. These findings highlight the importance of decreasing levels of academic stress and entrapment to prevent suicidal ideation among middle-school students. They also suggest that enhancing students’ emotional support networks with their peers could be an effective way of reducing suicidal ideation when students feel high levels of entrapment and academic stress.
서론청소년기의 자살생각은 보편적 현상으로 보고되나(Evans et al., 2005) 우리나라 청소년의 자살생각률은 꾸준한 증가 추세여서 보다 적극적인 예방의 필요성이 있다(Ministry of Education et al., 2018). 자살생각(suicidal ideation)은 자기 죽음에 대해 상상하는 막연한 생각부터 고의로 자기 신체에 치명적인 상해를 입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생각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Reynolds, 1988), 자살행동의 선행 단계로 간주된다(Cole et al., 1992). 주목할 만한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된 사망원인은 자살이며(Statistics Korea, 2021), 국내 13∼19세 청소년의 13.1%가 자살생각을 한 경험이 있을 뿐더러 중학생의 자살생각률이 14.0%로 고등학생의 12.2%보다 1.8% 높은 비율로 나타난 것이다(Korea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21). 이와 같은 조사 결과는 중학생 시기의 자살생각 발생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 시기의 자살생각은 점차 실제적인 자살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Simons & Murphy, 1985)에서 초기 청소년 시기에 발현된 자살생각의 위험 요인을 규명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의 자살생각을 예측하는 주요 요인으로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Ang & Huan, 2006; Kandel et al., 1991; Töero et al., 2001). 이는 개인이 스트레스를 지각할 때 하나의 심리적 고통 해결방안으로서 자살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Williams, 1997). 특히 한국 사회의 경쟁적인 학업 문화를 고려해 보았을 때, 청소년이 경험하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 중에서도 학업스트레스가 자살생각을 예측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Ang & Huan, 2006). 학업스트레스란 부과되는 학업성취도 요구나 기대 등과 개인의 능력 간의 차이로 인해 긴장, 공포, 초조감이나 압박감 등의 심리를 경험하는 부정적 심리 상태를 뜻한다(Oh & Cheon, 1994). 실제로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청소년들에게 가해지는 학업성취 압박, 성적에 대한 기대 등이 높기 때문에 학업은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가장 큰 고민으로 보고되고 있다(Kim et al., 2016). Williams (1997)에 따르면, 개인이 반복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지각하고 심리적으로 패배감과 같은 취약성을 경험하게 된다면 삶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됨으로써 자살생각이나 자살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 더욱이 시험 기간일수록 스트레스를 더 부정적으로 지각하게 되며 스스로 능력의 한계에 대해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살생각을 하게 된다는 결과에 기초해 보자면(Bonner & Rich, 1987), 청소년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적응적 자원이 적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고통으로서 지각하여 자살을 통해 고통을 피하려는 비합리적 생각에 이르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선행연구결과 학업스트레스가 높은 학생일수록 자살에 대해 생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Kim et al., 2016; Nakano et al., 2022; Song, 2014). 그러나 학업스트레스가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청소년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경험적 검증이 필요한 실정이다. 일부 선행연구들은 학업스트레스가 낮은 자아존중감이나 자아통제, 인지적 능력 등과 같은 특성을 매개로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밝힘으로써 구체적으로 간접적 영향의 가능성을 검증하였다(Barzilay et al., 2015; Jung, 2011; Nho & Kim, 2012; Park, 2013). 이렇 듯 매개요인을 규명하는 것은 더욱 명확히 학업스트레스와 자살생각의 관계 검증을 통해 이해하도록 하고, 더 나아가 청소년의 자살생각의 개입방안을 고안하는 데에 주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속박감(entrapment)이 자살생각의 예측요인이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학업스트레스와 자살생각 간의 관계에서 속박감은 매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속박감은 지속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극복하려는 동기와 시도가 있으나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벗어날 수도 없고 갇혀버린 느낌으로 지각하는 것을 의미한다(Gilbert & Allan, 1998). Gilbert 등(2002)은 인간이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 또는 피하고 싶은 사건을 마주할 때 ‘투쟁과 도피(fight-flight)’ 반응을 취한다고 하였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고통호소모델을 제시한 Williams (1997)에 따르면 인간은 살아가며 불가피하게 패배감과 속박감을 경험하는 순간을 마주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도피하지 못하게 될 경우 자살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중학생은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전이되는 발달적 과도기로서 초등학교보다 중압된 분위기와 부모와 교사의 요구가 증가하며, 고등학교 진학 및 진로에 대한 고민이 증가하게 되기 때문에 학업스트레스는 이전보다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학업스트레스가 증가한 가운데 학업 성취에 대한 기대와 요구에 비해 스스로 인지하는 역량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상황을 부정적으로 왜곡하여 해석하게 된다(Kwon & Song, 2011). 이에 따라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야기되어 벗어나고 싶은 동기가 생기지만 피할 수 없다고 지각하는 속박감을 느끼고, 결과 적으로 자살생각을 할 수 있음을 예측해 볼 수 있다.
한편, 학업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속박감이 자살생각으로 이어지는 영향은 정서적 지지의 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정서적 지지란 사회적 지지의 하위요인으로서 개인이 의미 있는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제공받게 되는 타인의 걱정, 애정, 존경, 동정을 지각하게 함으로써 힘든 상황에서 보호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Cohen & Hoberman, 1983; Cohen & Wills, 1985; Cutrona & Russell, 1990). 자살행동의 대인 관계적 심리 이론을 설명한 Joiner (2005)는 개인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충분한 애정과 승인을 받음에 따라 소속감을 지각하게 되며 이와 같은 소속감은 자살생각을 줄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보임을 주장하였고, 이를 뒷받침 하는 선행연구들은 정서적 지지가 자살생각을 낮출 수 있는 주요한 요인임을 밝히고 있다(Horwitz et al., 2011; Lee, 2017). 인간은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부정적인 신념 또는 심리상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주변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지각할수록 부정적 정서나 생각이 완화되고 안정감을 느끼게 되어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이 작아지게 된다(Fergusson et al., 2000; Weinberger, 1990; Yoo, 2014). 청소년들의 경우,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부모와 자녀 관계보다 더 자유롭고 동등한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또래를 통해 얻게 되는 정서적 지지는 더 깊은 친밀감과 공감의 강력한 자원이 될 수 있다(Granovetter, 1973; Jang & Lee, 2010; Laursen & Collins, 1994; Woo et al., 2010). 따라서 중학생이 스스로 속박되었다고 지각하여 부정적인 생각과 상황에 얽매여 이로부터 도피하고자 자살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때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는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이에 중학생이 학업스트레스로 인해 속박감을 겪게 되어도 또래가 주는 정서적 지지가 충분하다면 자살생각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선행연구들은 학업스트레스와 속박감이 각각 자살생각에 독립적으로 미치는 직접 경로에 초점을 맞추었거나(Höller et al., 2022; O’Connor & Portzky, 2018; Taylor et al., 2011a) 대부분 노인이나 대학생과 고등학생 등 청소년기 이후에 초점을 두어 수행되어왔다(Kim & Bae, 2017; Kim & Hong, 2016; Yang & Oh, 2017). 더불어 정서적 지지가 청소년의 자살생각을 감소시키는 보호요인이 된다는 주장(Joiner, 2005; Kim, 2018; Prinstein et al., 2000)에도 불구하고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거쳐 자살생각에 미치는 인과적 관계가 정서적 지지의 수준에 따라서는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파악한 연구는 아직 수행되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매개하여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과 그 영향이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에 의해 조절되는지를 검증하고자 한다. 본 연구결과는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가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의 인과구조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가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매개하여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할 수 있는지 여부를 밝힘으로써 자살생각을 감소시키는 효과적인 개입방법을 고안하는 데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때 여학생이 남학생보다(Jiang et al., 2010), 학년이 높을수록(Kim & Hong, 2012), 경제 수준이 낮을수록(Gould et al., 2003), 그리고 성적이 낮을수록(Jiang et al., 2010)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되고 있어 청소년의 성별과 학년, 주관적 경제수준, 학업 성적을 통제변인으로 포함하였다. 이상의 연구 목적을 위한 본 연구의 연구문제 및 연구모형(Figure 1)은 다음과 같다.
연구 문제 1.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는 속박감을 매개로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 문제 2.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는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매개로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가?
연구방법1. 연구대상본 연구는 서울시와 경기, 충청도, 전북에 소재한 4개 중학교에 재학 중인 1∼3학년 학생 214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대상의 선정은 편의표집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연구대상의 인구학적 특성은 Table 1에 제시된 것과 같다. 연구대상 중 남학생이 116명, 여학생이 98명으로 남학생 수가 다소 많았으며, 학년별 구성에 있어서는 1학년이 30.4%, 2학년이 24.8%, 3학년이 44.9%로 3학년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연구대상이 지각한 가족의 경제 수준은 중위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3.9%로 다수를 차지하였으며, 학업 성적 수준은 중위권이라 응답한 비율이 38.3%로 가장 많았다.
2. 연구도구1) 자살생각중학생의 자살생각을 측정하기 위해 Reynolds (1988)가 개발하고 Shin (1992)이 청소년에 알맞게 번안 및 타당화 한 자살생각 척도(Suicidal Ideation Questionnaires)를 사용하였다. 본 척도는 지난 한 달 동안 자살생각을 한 정도를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척도이며 총 30개 문항으로 보고된다. 문항의 예로는 ‘만일 내가 자살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까 생각했다’ 등이 있다. 각 문항은 ‘전혀 생각한 적이 없다(1점)’부터 ‘거의 매일 생각한다(7점)’까지 7점 척도로 평정하게 되어있다. 가능한 총점의 범위는 30점∼210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자살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된 전체 문항에 대한 내적합치도 계수는 Cronbach’s a는 .94로 나타났다.
2) 학업스트레스연구대상의 학업스트레스를 측정하기 위해 Bak & Park (2012)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개발한 학업스트레스 척도(Scale of Academic Stress)를 사용하였다. 본 척도는 청소년이 지각하는 학업스트레스의 정도를 측정하도록 개발된 것으로서 총 45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척도의 전체문항은 공부, 수업, 성적에 관한 스트레스와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다시 부모, 교사, 자신과 관련된 3개의 하위요인으로 세부화되어있다. 문항의 예는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괴롭다’ 등이 있다. 각 문항은 ‘확실히 아님(1점)’부터 ‘확실히 그러함(6점)’으로 평정하게 되어 있다. 가능한 총점의 범위는 45점∼270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평소에 성적, 수업, 공부에 대해 지각하는 학업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학업스트레스 척도의 총점을 분석하였으며, 본 연구에서 산출된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s a는 .98이었다.
3) 속박감연구대상의 속박감을 측정하기 위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Gilbert & Allan (1998)이 개발하고 Lee & Cho (2012)가 한국어로 번안·타당화 한 것을 사용하였다. 이 도구는 현재 자신이 처한 부정적 상황이나 감정,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다고 지각하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전체 척도는 총 16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외적속박감과 내적속박감을 측정하는 문항이 각각 10개와 6개이다. 외적속박감을 측정하는 문항의 예는 “나는 갇힌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 속에 있다”, 내적속박감을 측정하는 문항의 예는 “내 생각과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다”이다. 각 문항은 ‘전혀 아니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5점)의 5점 척도로 평정하게 되어 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자신이 처한 부정적 생각, 상황, 감정에 속박되어 벗어날 수 없다고 지각하는 속박감이 높음을 나타낸다. 전체 문항에 대한 총점의 가능 범위는 16점∼80점이며, 본 연구에서 산출된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s a는 .98이였다.
4) 정서적 지지중학생이 지각하는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를 측정하기 위해 Park (1985)이 개발하고 Hwang (1996)이 수정한 척도를 사용하였다. 본 척도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개인이 주변의 부모, 교사, 또래 등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지지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사회적 지지의 하위요인으로는 총 4가지로 정서적 지지(7문항), 평가적 지지(6문항), 정보적 지지(6문항), 물질적 지지(5문항)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 중 정서적 지지의 7개 문항을 사용하여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수준을 살펴보았다. 문항의 예시로는 ‘내가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등이 있다. 각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5점)’까지 5점 척도로 평정하게 되어 있다. 본 척도의 가능한 총점 범위는 7점∼35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자신이 지각하는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된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s a는 .95였다.
3. 연구절차본 연구를 위한 조사는 2022년 4월 8일부터 4월 12일까지 이루어졌다. 현재 COVID-19로 중학교로 직접 방문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연구자가 편의표집을 한 서울, 경기, 충청도, 전북 지역의 4개 중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자기 보고식 질문지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본 조사에 앞서 연구배경 및 목적, 절차, 소요시간, 개인정보 보호사항, 참여 철회 및 중지에 대한 안내를 하였다. 총 216부의 온라인 설문지가 회수되었으며, 전체 문항 중 2개 이상의 척도에서 동일한 번호로 응답하여 불성실한 답변으로 간주한 2부를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 뒤 총 214부의 자료를 최종분석에 사용하였다.
4. 자료분석이 연구에서는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SPSS ver 26.0 (IBM Co., Armonk, NY, USA) 프로그램과 PROCESS MACRO v. 3.6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라 분석을 실시하였다. 첫째, 연구대상의 자살생각과 학업스트레스, 속박감, 또래로 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일반적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각 측정 변인별로 평균과 표준편차, Pearson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하여 변인 간 상관관계를 확인하였다. 둘째, 측정도구의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하여 내적 신뢰도 계수(Cronbach’s a)를 산출하였다. 셋째, 조절된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매개모형과 조절모형이 유의하다는 선행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므로 Process Macro의 Model 4와 1을 사용하여 단순매개효과와 단순조절효과를 차례로 검증하였다. 다음으로는 Hayes (2013)가 제시한 Model 14를 사용하여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조절된 매개효과를 검증하였으며,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을 사용하여 매개효과와 조절효과, 조절된 매개효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정하였다. 부트스트래핑 시 재추출한 표본 수는 5,000개였으며 신뢰구간은 95%로 설정하였다. 만일 상한값과 하한값 사이에 0이 미포함될 경우 그 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추론하였다. 또한 독립변인과 조절변인을 평 균중심화(mean-centering)하여 분석함으로써 조절효과와 조절된 매개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중공선성의 문제를 감소시켰다. 이때 통제변인으로 분석에 포함한 것은 성별, 학년, 주관적 경제 수준, 학업 성적이였다.
연구결과1. 연구 변인들의 일반적 경향본 연구에서 측정한 중학생의 자살생각, 학업스트레스, 속박감과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가능한 점수 범위와 평균, 표준편차, 왜도와 첨도는 Table 2에 제시된 바와 같다. 먼저 연구대상의 자살생각 평균 점수는 69.51점으로, 이를 7점 척도의 문항 평균값으로 환산한 점수는 2.31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동안 자살생각을 한 경험이 ‘지난달에는 없음(2점)’과 ‘한 달에 1번(3점)’의 중간값보다 약간 낮은 점수에 해당한다. 따라서 본 연구의 참여 대상자들이 보고한 자살생각의 빈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학업스트레스의 평균 점수는 151.20점으로, 총점을 6점 척도의 문항 평균값으로 환산한 점수는 3.36점이었다. 평소에 지각하는 학업스트레스 경험이 ‘약간 아님(3점)’과 ‘약간 그러함(4점)’의 중간값에 못 미치는 점수에 해당한다. 이는 본 연구에 참여한 중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 수준이 평균보다 다소 높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성적, 수업, 공부 등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편임을 알 수 있다. 이어서 속박감의 평균은 43.28점으로, 총점을 5점 척도의 문항 평균값으로 환산하였을 때 2.20점이었다. 이는 평소에 속박되었다고 지각하는 경험이 ‘아니다(2점)’와 ‘보통이다(3점)의 사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평균은 25.70점으로, 이를 5점 척도의 문항 평균값으로 환산한 점수는 3.67점으로 나타났으며, ‘보통이다(3점)’와 ‘약간 그렇다(4점)’의 사이에 위치한 값이다. 이는 본 연구에 참여한 중학생들이 지각하는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 수준이 다소 높은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또래가 평소에 애정, 신뢰, 관심 등을 충분히 준다고 지각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본 연구에서 측정 변인들의 정상분포의 가정을 충족하였는지의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왜도와 첨도를 산출한 결과, 주요 변인들의 왜도는 2보다 작고, 첨도는 7보다 작게 나타나 정규성 가정을 충족하였다(Finch & West, 1997).
다음으로 변인들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Pearson의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해 본 결과, Table 3에 제시된 바와 같이 중학생의 자살생각은 학업스트레스(r=.41, p<.01)와 속박감(r=.77, p<.01)과 유의한 정적 상관을 가지며 정서적 지지와는 부적 상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제변인 중에서는 성별(r=.79, p<.01), 주관적 경제 수준(r=.39, p<.01), 학업 성적(r=.48, p<.01)은 중학생의 자살생각과 유의한 정적 상관을 가졌고, 학년은 유의한 부적 상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와 자살생각 간의 관계에서 속박감의 매개효과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가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에서 속박감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Process Macro의 모형 4를 적용하였다. 분석 결과는 Table 4에 제시된 바와 같다. 우선 학업스트레스가 자살생각에 미치는 직접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반면 학업스트레스는 속박감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며(B=.69, p<.001), 속박감은 자살생각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B=1.03, p<.001) 학업스트레스와 자살생각 간 관계를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속박감의 매개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을 나타내는지 확인하고자 부트스트래핑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는 Table 5에 제시하였다. 검증 결과 하한값(.58)과 상한값(.84) 신뢰구간 내에 0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매개로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함을 보여주었다.
3. 중학생의 속박감과 자살생각 간의 관계에서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조절효과중학생의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에서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Process Macro의 모형 1을 적용하였다. 분석 결과는 Table 6에 제시된 바와 같다. 속박감과 정서적 지지의 상호작용항은 자살생각에 부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쳐 조절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B=-.15, p<.01). 또한 상호작용항의 추가로 인한 R2 증가분은 .02 (p<.01)로 나타났다. 즉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이 지각하는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수준에 따라 달라짐을 의미한다.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의 조건부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속박감과 자살생각 간 단순회귀선 기울기의 유의성을 검증한 결과,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모든 수준에서 속박감의 조건부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속박감의 조건부효과가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연구대상이 또래로부터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지각할수록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짐을 의미한다.
4.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와 자살생각 간의 관계에서 정서적 지지에 의해 조절된 속박감의 매개효과마지막으로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매개로 하여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가 조절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Process Macro의 모형 14를 적용하여 분석하였고, 그 결과는 Table 7에 제시된 바와 같다. 연구 결과,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는 속박감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며(B=.69, p<.001), 속박감과 정서적 지지의 상호작용 항은 자살생각에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B=-.14, p<.01).
다음으로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수준에 따른 학업스트레스의 간접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부트스트래핑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는 Table 8에 제시된 바와 같다. 그 결과,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수준이 낮을 때(-1SD) 간접효과 계수는 1.11, 평균일 때의 간접효과 계수는 .96, 가장 높은 수준일 때(+1SD) 간접효과 계수는 .81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모든 조건에서 95% 신뢰구간 내에 하한값과 상한값 사이에 0이 포함되지 않아 정서적 지지의 모든 수준에서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매개로 하여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효과가 유의한 것을 입증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또래가 정서적 지지를 적게 해준다고 느끼는 경우(B=1.11, 95% CI {.93, 1.28})보다 또래가 정서적 지지를 많이 해준다고 느끼는 경우(B=.81, 95% CI {.63, .99})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통해 자살생각에 미치는 간접효과 영향의 크기가 더 작게 나타났다. 즉, 연구대상이 또래가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많이 해준다고 지각할 경우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이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또래가 정서적 지지를 적게 해준다고 지각하는 경우에는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검증한 조절된 매개모형은 Figure 2와 같다.
논의 및 결론본 연구에서는 중학교 1∼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스트레스가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속박감의 매개효과를 알아보고,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거쳐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정서적 지지가 조절하는지를 검증하였다. 본 연구로부터 도출된 주요 결과들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결과에 기초한 시사점을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와 자살생각의 관계에서 속박감이 매개효과를 가지는지 검증한 결과,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가 자살생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유의하지 않았으나 속박감을 매개로 자살생각에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중학생이 학업스트레스를 많이 느낄수록 속박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다시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을 증가시킴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성적, 수업, 공부 등에 대한 부담감과 본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패배감 등으로 인하여 스트레스에 압도당할수록 현재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속박감으로 이어져 결국 스스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됨을 보여준다. 이는 학업스트레스가 역기능적인 사고를 높이며(Ha, 2015; Kwon & Song, 2011; Lee & Lee, 2009),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위험요인임을 검증한 선행연구들(Dhingra et al., 2016; Gilbert et al., 2002; O’Connor & Kirtley, 2018; O’Connor & Portzky, 2018)과 맥을 같이 하는 결과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학업스트레스 자체가 자살생각을 직접 야기한다기보다는 이로 인한 속박감에 의해 자살생각을 하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학생들이 학업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비합리적인 지각, 즉 속박감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와 같은 결과는 속박감이 학업스트레스와 자살생각 간의 관계를 매개한 실제적 요인임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본 연구에서 속박감의 매개효과를 밝힌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이 해석해 볼 수 있다. 학업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청소년들은 스트레스 자체보다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에서 지각하는 부정적인 사고나 감정을 내재화하기 때문에(Ha, 2015) 역기능적 사고로 인해 자살생각을 하는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학업과 관련된 문제 등으로 인해 무력감(Park & Kim, 2008)이나 자기비난(Martin & Dahlen, 2005)과 같이 스트레스로 기인한 인지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내재화된 부정적인 감정이나 사고를 지속해서 경험하면 통제감을 잃어 자기 삶을 하나의 굴레로 여겨 극복할 수 없다는 속박감이 유발될 수 있다(Taylor et al., 2011b). 다시 말해서 청소년의 자살생각 발생은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에서 역기능적으로 왜곡하는 인지적 구조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선택의 결과인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이는 Williams (1997)의 고통호소모델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개인이 현재 견디기 힘든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시도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효율적이지 못한 시도로 인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지 못해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Baumeister, 1990; Gilbert & Allan, 1998; Gilbert et al., 2002; Williams, 1997).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속박감은 개인이 혐오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와 시도가 있지만 좌절되었을 때 더 큰 상실감을 자아내어 자살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속박감은 자살생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O’Connor, 2011). 종합해 보면, 근본적으로 속박감을 가중하는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를 경감시켜야 함과 동시에 속박감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에서 교사나 상담사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스트레스를 얼마나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스트레스 대처 행동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중학생들이 스트레스를 주는 문제적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혼자 해결하거나 내재화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Ha, 2015), 교사나 상담사가 중학생들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개별학생에게 적합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문제 해결 능력이 효과적이지 않아 부정적인 상황에 얽매인 것처럼 인지하게 하는 속박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azarus & Folkman (1984)의 스트레스 대처모형에 따르면, 직면한 어려운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증진함과 동시에 부정적 사고와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병행될 때 효과적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여 심리적 고통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학교에서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과 정서 조절 프로그램과 같은 개입이 함께 이뤄져야 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대처전략의 실천적 방안으로써 시험기간이나 성적, 수업과 공부로 인해 중학생이 학업스트레스를 지각할 때 불안감을 평소보다 더 크게 느낄 수 있음을 미리 알려주고, 부정적으로 의미부여하는 행동을 멈추고 감정을 사건과 분리하는 연습을 하도록 하여 만성적으로 학업스트레스가 지속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학업스트레스와 속박감을 완화할 수 있는 또다른 방안으로서 중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이를 강화하도록 돕거나 자신감을 진작시키는 방안을 제안해 볼 수 있다. 청소년들은 학업을 하나의 중요한 발달적 과업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Ystgaard, 1997) 막연하게 현재의 학업적 성취가 인생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고 인식하기 쉬워서 학업스트레스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학업의 중요성이 과도하게 강조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학업 외에도 중요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고, 자신의 강점과 흥미를 고려한 학업의 목표로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누적되어 속박감과 같은 비합리적인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돕는 개입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낙관적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상황이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음을 지각할 수 있게 돕는 중재가 필요하다.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피할 수 있는 탈출구가 없다고 지각하는 것이 속박감이다. 중학생이 올바른 상황 판단 과정을 거쳐 주체적으로 상황과 사고를 통제하고 선택할 수 있음을 배우게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안해보자면, 자신의 역량에 맞춰 공부할 때 성공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도록 자신의 기대 목표보다 낮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장기적으로 누적된 성공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노력에 대한 긍정적인 인지적 평가가 이뤄지도록 도와 속박감의 수준을 감소시키고 통제력을 증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상황을 인지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인지행동 기반 개입방법은 속박감을 감소시키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음챙김 집단상담은 스트레스로 인해 불편함을 지각하는 중학생 대상에게 실질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통제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속박감을 낮추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음챙김 기반 치료(Mindfulness-Based Therapy)는 현재 경험하고 있는 힘든 상황이나 피하고 싶은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불안, 우울, 속박감 등과 같은 부정적 정서들을 감소시키는 데에 효과적인 근거기반 치료 프로그램으로 사용되고 있다(Hofmann et al., 2014). 중학생들은 속박감을 경험하게 되면, 마주한 힘든 상황이나 감정에 압도되어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하기보다 도피의 수단으로 자살생각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Gilbert et al., 2002). 마음챙김 집단상담을 통해 중학생의 경직된 신체를 명상법이나 호흡을 통해 이완시키고, 보다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에서 비합리적인 사고의 근원을 찾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Klatt 등(2009)에 따르면, 부정적인 감정과 역기능적인 사고를 알아차리게 되어 객관적으로 문제적 상황을 반영하도록 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 때문에, 마음 챙김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주체성과 통제감을 느끼도록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Moon, 2020; Park, 2021).
다음으로 중학생의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조절효과를 검증한 결과,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은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 수준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매개로 하여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 또한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나타나 조절된 매개효과가 유의함을 보여주었다. 즉, 학업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할수록 속박감을 더 많이 느끼고 결과적으로 자살생각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중학생이 또래에게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받고 있다고 지각할 경우 속박감의 매개효과는 또래에게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지각할 경우에 비해 크지 않다. 이와 같은 결과는 정서적 지지가 자살생각의 보호요인이 되며(Cohen & Wills, 1985; Cutrona & Russell, 1990; Kim, 2018; Yoo, 2014), 또래가 주는 정서적 지지는 안정감을 주고 삶의 의미를 알게 하는 데에 중요한 긍정적 자원이 됨을 보고한 선행연구들(Kim, 2018; Weinberger et al., 1990)과 일맥상통하는 결과이다. 본 연구결과는 중학생의 부적응을 예방하기 위해서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증진해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받고 있다고 인지하도록 도움으로써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접근을 시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연구결과는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는 비관적으로 자신의 어떠한 노력도 효율적이지 않아 힘들게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각하는 속박감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속박감을 느끼는 중학생들에게 있어서 또래의 정서적 지지는 보살핌이나 연대감을 지각하도록 돕기 때문에 문제적 상황에서 고충을 홀로 감당한다는 지각을 낮출 수 있는 자원으로 기능함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중요한 타인이 주는 정서적 지지는 사랑과 신뢰, 보살핌 등을 기반하고 있어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만든다는 완충모델효과(Cobb, 1976)에 빗대어 보았을 때, 또래의 정서적 지지는 중학생이 통제력을 갖게 하는 외적 자원이 됨을 지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Kwon (2016)의 연구결과에서 또래의 지지와 수용을 받은 청소년은 자기 효능감이 높아져 본인에게 극복할 힘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처럼 또래의 정서적 지지는 중학생 스스로 능력에 대한 가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속박감을 지각하는 중학생은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선택이나 시도가 미숙하다고 판단하여 이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이행하려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친구가 주는 격려와 따뜻한 위로에 의지하게 됨을 알 수 있기에 또래의 충분한 정서적 지지가 중학생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해 볼 수 있다. 반면, 본 연구결과는 또래가 주는 정서적 지지가 충분치 못하다고 지각하는 중학생의 경우 그렇지 않은 중학생보다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속박감이 자살생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Lee 등(2021)은 속박감을 지각하게 되면 고립감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어 회복 동기가 결여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중학생이 평소에 또래의 따뜻한 격려와 동기를 충분히 받고 있다는 긍정적 인식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은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속박감이 자살생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돕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조절된 매개효과 관련된 본 연구의 결과에 기초하여 자살생각을 예방하고 감소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개입 방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주변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지각할수록 부정적 정서와 생각이 완화됨을 고려하였을 때(Weinberger et al., 1990), 중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또래 동기부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학업스트레스를 느끼는 중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걱정이나 근심에 대해 속박감을 인지하고 있는 비슷한 입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청소년기는 부모에서 또래로 점차 관심의 대상이 바뀌며 또래의 공감이나 정서적 친밀도가 더 중요하게 지각하게 된다. 그러므로 중학생이 학업스트레스로 인해 속박감을 느껴 삶의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라도, 본인과 동등한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또래와 소통하며 따뜻한 관심과 공감을 충분히 주고받는 만남을 통해 속박감에서 벗어나 정서적 안정감을 가질 기회를 얻을 수 있음을 예측해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은 부모보다 또래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Statistics Korea, 2021). 또래와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며 서로 경청하는 소통을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것이 더욱 필요할 수 있다. 대인 관계적 측면에서 정서적으로 신뢰할만한 관계망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안정감을 형성하기 때문에 중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긍정적 정서를 나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본 연구에 대한 제한점을 밝히고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의 수준을 높여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였다. 이 연구에 참여한 중학생 대상들이 보고한 자살생각의 빈도는 낮은 편이었다. 참여 중학생들이 자기보고식 설문조사로 응답하였기 때문에 사회적 바람직성으로 인해 자살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여 실제 응답자들이 자살생각을 하는 빈도보다 낮게 보고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실제 변인 간의 영향력을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청소년 시기의 자살생각 경험은 이후 지속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Crosby et al., 2011) 연구대상들이 보고한 자살생각의 빈도가 낮더라도 이를 중학생의 자살생각 수준이 심각하지 않다는 해석을 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매개로 자살생각에 미치는 경로에서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조절된 매개모형을 검증하였다. 검증결과,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조절효과가 유의함이 확인되었다. 정서적 지지가 자살생각을 완화하는 보호요인이 된다는 주장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Lee et al., 2021; Yoo, 2014). 그러나 남학생의 경우 또래가 주는 정서적 지지가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칠 만큼 유의하지 않다는 반론이 있어(Kim, 2018) 추후 연구에서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수준에 따라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에서 성별 간 차이를 파악한다면, 성별에 따른 세부적인 개입방법을 제시함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본 연구의 주요 변인인 속박감과 자살생각은 높은 정적 상관을 나타내었다. 두 변인이 개념적으로 구분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두 변인의 속성상 미래에 대한 절망감을 가정한다는 점(Gilbert & Allan, 1998)에서 밀접한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자살의 주요한 선행 요인으로 간주하므로(Williams, 1997), 이러한 결과를 보인 것이 예측 가능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속박감은 개인이 만성적인 힘든 상황에서도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있어 시도하였으나 탈출구가 없다고 지각하게 되면 수동적이게 한다는 점(Gilbert & Allan, 1998)에서 자살생각과 다른 변인으로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속박감의 부정적 영향을 완충할 수 있는 요인으로 또래의 정서적 지지만을 고려하였다. 그러나 개인이 지각하는 학업스트레스와 속박감은 대인관계적 영향이나 제도적 차원의 변화와 밀접할 수 있다. 인간은 환경과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는 존재이므로 문제를 해결할 때 개인뿐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대인관계에서의 변화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 후속연구에서는 개인 내적 요인과 더불어 가족·사회문화의 거시적 차원 자료들을 함께 수집하여 연구한다면 청소년의 자살생각의 발생을 생태체계학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속박감과 자살생각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다양한 요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의가 있다. 첫째,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는 주로 학업스트레스가 자살생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과 매개변수를 통한 간접적인 영향에 초점을 두었지만, 본 연구는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가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함과 동시에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통해 자살생각을 증가시키는 영향에서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조절된 매개효과를 검증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국외 자살연구에서 속박감이 자살생각의 주요한 위험 요인으로 제시되어 왔으나(O’Connor & Portzky, 2018), 국내에서는 아직 속박감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었기 때문에 본 연구는 국내 중학생의 자살생각에 관련된 학술적 이해를 확장하는 데에 기여하였다. 둘째, 중학생의 학업스트레스가 속박감을 매개하여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학업스트레스와 자살생각 간의 관계에 있어 더욱 명확한 설명을 제공할 매커니즘을 검증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기본적으로 학업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이 필요한 동시에 학업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더라도 속박감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자살생각을 예방하고 감소시키는 데 중요함을 시사한다. 셋째, 본 연구는 학업스트레스와 속박감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또래로부터의 정서적 지지를 통해 완화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학업스트레스로 인해 극복하려는 강한 동기가 있음에도 피할 수 없다고 인지하는 속박감을 느끼는 중학생이더라도 또래가 충분한 사랑과 보살핌 등을 주고 있음을 경험하게 될수록 속박감이 자살생각으로 가는 영향을 줄이는 것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즉, 중학생의 자살생각 예방을 위해 학업스트레스와 속박감을 감소시킬뿐 아니라 또래가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주고 있다고 지각하도록 돕는 개입이 중요하며, 또래와 정서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또래상담이나 자조집단모임을 통해 격려, 공감, 위로 등의 정서적 지지를 꾸준히 지각하도록 돕는 것이 자살생각으로 이어지는 영향력을 완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중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실천적 함의를 갖는다.
Declaration of Conflicting InterestsThe authors declare no conflict of interest concerning the authorship or publication of this article. Table 1.Table 2.Table 3.
Table 4.
Table 6.
Table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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