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녀 취업여성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및 부모소진과 일-가정 균형 만족의 관련성
Utilization of Family-Friendly Policies, Parental Burnout, and Work-Family Balance Satisfaction among Employed Mothers with Child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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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utilization of family-friendly policies, parental burnout, and work-family balance satisfaction. Data were collected through an online survey of 255 married female employees with children in elementary school (up to third grade). The key findings are as follows: First, parental burnout varied significantly based on prior use and ease of accessing family-friendly policies related to childbirth and childcare support. Second, hierarchical regression analysis revealed that lower parental burnout, greater ease in utilizing childbirth and childcare support policies, and shorter daily commute times were positively associated with work-family balance satisfaction. Specifically, employees with lower parental burnout and easier access to childbirth and childcare support policies reported higher satisfaction. However, the ease of utilizing flexible working hours and welfare benefits showed no significant association with work-family balance satisfaction. Given the increasing importance of work-family balance and family-friendly policies, these findings highlight the need for further research on parental burnout and work-family balance satisfaction. This study offers valuable policy insights for enhancing support mechanisms to improve work-family balance satisfaction.
서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가족친화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정책 영역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는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동시에 가족 내 돌봄 부담을 분담하여 가족의 기능을 강화하고,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사회적 대응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UN, 2021). 따라서 가족친화제도의 도입은 단순히 양질의 일-가정 균형을 지원하는 수단을 넘어 조직 생산성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연결하는 정책적 기제로 기능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맥락에서 2007년 「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남녀고용평등법」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법률」로 개정되며 제도 활성화의 기틀을 다졌다. 그러나 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가족정책 관련 공공지출 비율은 2021년 기준 GDP 대비 1.6%로 OECD 회원국의 평균(2.1%)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OECD 38개국 중 31위에 해당한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3). 이는 제도의 외형적 확충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실질적 효과성에서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가족친화제도의 실질적 효과는 단순히 도입 여부나 활용 정도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근로자가 해당 제도의 활용 가능성을 인지하고 그 유용성을 높게 평가함으로써 효과성이 결정되기도 한다(Park & Choi, 2013). 하지만, 가족친화제도의 활용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가족친화제도 활용이 기업의 생산성, 근로자의 직무몰입, 조직몰입, 직무만족, 이직 의도 등 조직관리 측면이나 출산 의도와 삶의 질 등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진행하거나 제도 도입 전후의 효과를 전반적인 근로조건의 맥락에서 비교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Park & Kim, 2024). 또한 가족친화제도 활용을 살펴봄에 있어 활용 여부, 활용 용이성, 활용 만족 등 세부 측면으로 나누어 논의하기보다는 단편적으로 접근하거나 일-가정 균형과 일-가정 균형 만족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그 관계성을 다루었다. 일-가정 균형은 개인이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을 균형 있게 수행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일-가정 균형 만족은 개인이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을 균형 있게 수행하며 느끼는 주관적 만족감으로 단순한 균형 상태를 넘어 역할 수행의 성공 여부와 행복감을 포함하는 중요한 개념이다(Valcour, 2007). 이러한 점에서 가족친화제도 활용에 관한 효과성 검증은 일-가정 균형 상태를 평가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개인의 심리적, 사회적 안녕을 포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가족친화제도를 지원하고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이를 시행하더라도 해당 제도를 활용하여 획득된 일-가정 균형 상태와 그에 따른 일-가정 균형 만족 수준은 서로 다른 차원일 수 있다. 일-가정 양립 또는 일-가정 균형 확보를 위한 도구적 성격을 지닌 가족친화제도가 어느 정도 잘 마련되었다고 해서 개인이 해당 제도의 활용으로 도움을 받았는지 또는 효과적으로 활용하여서 일-가정 균형을 이루고, 이에 만족감을 느낄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에서는 유자녀 취업여성의 가족친화제도 활용이 일-가정 균형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한편, 동일한 근무환경과 가정 상황에서도 개인의 심리적 상태 및 상황에 따라 일-가정 균형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음이 지적되었다(Kim & Ahn, 2016). 이러한 심리적 상태 및 상황에 해당하는 부모소진은 심리적 소진의 특정 형태 중 하나로, 자녀양육 과정에서 누적된 양육 스트레스로 인해 대처자원이 고갈된 상태를 의미한다(Roskam et al., 2018). 부모소진은 양육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대처자원을 적절히 확보하지 못할 때 그 심각성이 더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Brianda et al., 2020; Kawamoto et al., 2018). 특히, 자녀돌봄과 직장생활의 이중 부담이 큰 여성에게서 높은 발생률을 보였는데,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취업여성은 자녀돌봄과 직장생활의 이중 부담을 겪는 등 장기적인 부모역할 과부하가 부모소진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점이 확인되었다(Roskam et al., 2018). 따라서 부모소진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고갈에 그치지 않고, 가족 내 의사소통 단절, 양육의 질 저하, 그리고 직장에서의 업무수행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그 영향이 매우 광범위하다.
OECD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2세 미만 자녀돌봄에서 ‘주로’ 또는 ‘전적으로’ 자녀를 돌본다고 답한 부모 성별 간 격차가 47%로 확인되었고, 여성의 62%가 ‘주로’ 또는 ‘전적으로’ 자녀를 돌본다고 답변하였다. 이는 OECD 회원국 25개국 중 6번째로 성별 격차가 큰 수준으로, 가족친화제도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해당 조사가 진행된 시점인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유자녀 취업여성의 양육스트레스는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후에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Adams et al., 2021). 취업 여성의 심리적 소진이 일-가정 균형과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이며(Lim et al., 2021), 이러한 심리적 소진이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수행을 방해한다는 점을 시사한다(Lee & Park, 2014). 이는 부모소진이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가정과 직장의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부모소진과 일-가정 균형 만족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전무한 상황으로, 유자녀 취업여성의 부모소진이 일-가정 균형 만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유자녀 취업여성은 직장과 가정에서 이중 부담을 경험하며, 가족친화제도의 효과를 가장 체감적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다. 이들의 일-가정 균형은 단순히 시간 배분의 문제를 넘어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가족의 안녕과 자녀 양육의 질을 보장하는 동시에 여성의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 나아가, 유자녀 취업여성의 일-가정 균형은 개인의 삶에만 국한되지 않고 조직의 생산성과 국가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책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연구주제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취업여성의 가족친화제도 활용이 부족하며,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이 확인되었다(Jeong & Kwon, 2023). 특히, 유자녀 취업여성은 직장과 가정에서의 이중 부담 속에서 가족친화제도 활용과 그 효과성에 대한 경험이 더욱 복합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유자녀 취업여성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여, 가족친화제도 활용과 부모소진이 이들의 일-가정 균형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대체로 선행연구(Kim et al., 2020; Kim, et al, 2016; Kim & Cha, 2009; Oh & Kim, 2018; Park et al., 2020; Park & Choi, 2013; Won, 2015, Yu, 2019)에서는 가족친화제도의 활용과 조직적・개인적 성과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으나, 제도의 활용 용이성과 부모소진 같은 심리적 요인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본 연구는 가족친화제도의 활용과 심리적 요인인 부모소진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유자녀 취업여성의 경험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가족친화제도의 실질적 효과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부모소진이 일-가정 균형 만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단순히 정책 도입 여부를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의 실질적 활용성과 효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가족친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유자녀 취업여성의 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설정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 문제 1: 유자녀 취업여성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부모소진 및 일-가정 균형 만족의 일반적 경향은 어떠한가?
연구 문제 2: 유자녀 취업여성의 가족친화제도 활용에 따라 부모소진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연구 문제 3: 유자녀 취업여성의 가족친화제도 활용은 일-가정 균형 만족과 관련이 있으며, 부모소진은 이러한 관련성을 조절하는가?
선행연구 고찰
1. 유자녀 취업여성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가족친화제도는 「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3항에 탄력적 근무제도(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 시간제 근무 등), 자녀의 출산・양육 및 교육 지원 제도(배우자 출산휴가제, 육아휴직제, 직장보육 지원, 자녀 교육지원 프로그램 등), 부양가족 지원제도(부모 돌봄 서비스, 가족간호휴직제 등), 근로자 지원제도(근로자 건강・교육・상담프로그램 등), 그 밖에 여성가족부령으로 정하는 제도이다(Korean Law Information Center, 2024).
가족친화제도 활용에 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개인 및 가정적 측면에서는 취업여성의 일-가정 갈등 완화와 일-가정 균형 도모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Chin & Sung, 2012; Kim, et al., 2015), 근로자의 결혼의향, 자녀 출산, 후속 출산계획 및 출산의향(Choi & Ahn, 2017; D’Addio & D’Erocole, 2005; Kang, 2021; Shin, 2021; Thévenon & Gauthier, 2011)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업 및 조직적 측면에서 가족친화제도는 노동과 가정생활의 양립을 지원하여 여성의 경력단절을 줄이는 사회적 효과를 보였으며(Won & Lee, 2012), 조직몰입, 업무집중 및 직무만족을 높이고(Kim et al., 2016; Kim & Cha, 2009; Oh & Kim, 2018; Park & Choi, 2013; Park et al., 2020; Won, 2015), 기업의 생산성 향상 및 조직의 성과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검증되었다(Kim, et al, 2020; Yu, 2019).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공표하는 ‘2021년 기업 및 공공기관의 가족친화수준 조사’에 따르면, 가족친화제도의 효과성에 대해 근로자들은 직장만족도 향상(59.7%), 근로자 생산성 향상(51.5%), 근무태도 향상(50.9%), 기업 생산성 향상(50.4%), 이직률 감소(49.4%) 등의 순으로 높게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Jeon et. al., 2021).
유배우 직장 관리자의 근속, 이직, 이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한 연구(Kim et al., 2023)에서 미취학 아동을 지닌 맞벌이 부부들은 부부 사이의 노동시간, 돌봄시간 그리고 가사노동 시간이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여성 관리자의 경우 주관적으로 미취학 자녀의 돌봄노동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근속 대비 퇴사 가능성이 약 2.2배 높았다. 이는 가족친화제도가 돌봄노동 부담을 경감시켜 이직률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와 동시에 단순히 제도의 양적 증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제기한 선행연구(Jun et al., 2016)와 일맥상통한다.
HR 강화 이론(Human Resource Strength Theory)에 따르면, 조직의 인적자원관리 정책과 관련 제도가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명확하게 전달되고 일관되게 적용되는지가 구성원의 행동과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 이론에서는 가족친화제도의 시행 자체보다 조직구성원들이 실제로 해당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느끼고, 제도의 유용성을 인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Ra et al., 2019). 이와 유사하게 가족친화제도의 활용을 저해하는 조직문화나 관행은 조직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를 저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Kanten, 2014). 이러한 맥락에서 가족친화제도의 활용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삶의 질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해당 제도의 활용 용이성이 확보되었다고 느낄 수 있는 조직문화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은 유자녀 취업여성의 부모소진 위험을 높였으며, 그로 인해 가족친화제도의 필요성과 활용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2020년 여성관리자패널조사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자녀양육과 돌봄의 부담이 증가하여 그로 인한 직장 차원의 대응 전략으로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근무 형태의 유연화(66.4%)에 대한 경험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 비율은 조금씩 차이가 났으나 근무시간 단축, 유급휴가, 무급휴가 등의 가족친화제도를 활용하고 있었다. 시차출·퇴근제와 재택·원격근무 활용에 있어서는 여성관리자와 남성관리자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나, 탄력근무제 활용에 있어서는 여성관리자(39.1%)가 남성관리자(26.8%)에 비해 활용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출산·육아지원 관련 가족친화제도는 여성관리자의 활용 비율이 남성관리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가족돌봄 휴가 및 휴직에 있어서도 여성관리자의 활용률이 남성관리자 보다 높게 나타나 수치적으로는 여성관리자가 남성관리자보다 더 많이 활용하지만, 제도의 사용이 쉽지 않다고 인식하였다. 즉, 성별에 따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다를 수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Lee et al., 2021).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관리자패널조사를 통해 가족친화제도 활용에 관한 현황을 시계열로 분석한 결과, 2021년과 2023년을 비교해보면 ‘재택 및 원격근무제’가 가장 많이 증가(14.1%p)하였다. 전반적으로 ‘출산전·후 휴가(배우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매해 약 90% 이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유·사산 휴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 ‘병가 휴직’, ‘가족돌봄 휴직’, ‘가족돌봄 휴가’ 등의 제도도 매년 70% 이상의 활용률을 보였다(Kim, et al., 2023).
이를 종합해 보면, 유자녀 취업여성의 가족친화제도 활용은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여성 근로자들이 남성 근로자들에 비해 제도를 더 많이 활용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결과는 가족친화제도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제도의 실효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2. 부모소진
부모소진은 자녀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부모들이 직면하는 위험성에 주목하면서 학문적 주제로 등장하였다. 소진과 스트레스는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 둘은 명확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스트레스는 환경에 대한 예민한 반응을 나타내는 반면, 소진은 장기적인 스트레스 누적에 따라 대처 능력이 약화되며, 그 결과 심각한 심리적・신체적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소진의 개념이 자녀양육 분야에 적용될 때 발생하는 현상 중 하나가 부모소진이다.
위험과 자원의 균형 이론(Balance between Risks and Resources theory)에 따르면, 부모소진은 과도한 양육 요구와 제한된 양육 자원 간의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설명하였다. 양육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할 자원의 부족 상태가 지속될 때 부모소진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Mikolajczak et al., 2019). 부모소진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부모의 삶의 만족도와 주관적 웰빙이 현저히 감소하며, 이는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Van et al., 2018; Mikolajczak et al., 2020). 생물학적 관점에서 부모소진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의 기능 장애를 초래하여 신체적 불편과 수면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자녀에 대한 공격성 증가와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Brianda et al., 2020; Sarrionandia-Pena, 2019). 또한, 부모소진은 부모 자신에게 도피 욕구나 자살 충동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Mikolajczak et al., 2019), 수면 장애, 물질 및 행동 중독과 같은 문제행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Mikolajczak et al., 2018).
부모소진에 관한 초기 연구에서는 ADHD, 장애, 만성 질환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문제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소진을 중심으로 다루어졌다(Mrosková et al., 2020).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자녀의 특정 상황 및 상태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자녀양육 과정의 부모역할 과부하가 부모소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연구 범위가 확대되었다. 팬데믹 동안의 공적 자녀 돌봄 지원체계의 붕괴는 많은 유자녀 취업여성들을 곤경에 빠뜨렸으며, 이로 인해 일-가정 균형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Ewing-Nelson, 2021; Kossek et al., 2021).
최근 들어 부모소진은 부모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Choi & Kwon, 2023; Fontanesi et al., 2020; Griffith, 2020; Lawson et al., 2020; Eom & Lee, 2020)가 다각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부모의 양육태도와 양육방식에 국한하지 않고 부모로서의 경험에 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부모의 정신건강은 자녀의 발달과의 가족기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검증되었기 때문이다(Brianda et al., 2020; Mikolajczak et al., 2020; Roskam & Mikolajczak, 2020; Sorkkila & Aunola, 2020).
부모소진은 부모 자신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자녀 방임, 학대, 폭력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Mikolajczak et al., 2019). Griffith (2022)의 연구에 따르면, 유자녀 취업여성의 부모소진은 어머니의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양육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자녀의 부적응적 정서 조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소진 상태인 어머니는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겪으며, 자녀에게 정서적 거리감을 두고, 기계적이고 소극적인 양육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클 수 있다. 또한 부모소진은 부부 갈등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가족 내 긴장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Mikolajczak et al., 2018). 맞벌이 부부의 부모소진은 본인의 직무소진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특히 부인의 부모소진이 남편의 직무소진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Wang et al., 2022).
부모소진의 주요 증상은 부모소진 척도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Maslach과 Jackson (1981)이 직무소진 측정도구(Maslach Burnout Inventory, MBI)를 기반으로 자녀양육 맥락에 적합하도록 수정하여 개발한 부모소진 측정도구(Parental Burnout Inventory, PBI)에서는 신체적・정서적 탈진, 자신/자녀와 정서적 거리두기, 부모 역할에 대한 무능한 느낌으로 하위영역을 구성하였다. 그러나 직무소진 척도(MBI)를 토대로 한 PBI가 부모소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음이 제기되었고, 이후 Roskam 등(2018)은 소진된 부모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새로운 측정도구를 개발했다. Roskam 등(2018)이 개발한 부모소진 척도(Parental Burnout Assessment; PBA)에서는 부모소진의 주요 증상으로 부모역할에 대한 탈진, 자기대조, 부모역할에 대한 싫증남, 자녀와 정서적 거리두기를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부모소진은 양육스트레스, 소진, 우울 증상과는 다른 독특한 증상의 조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Mikolajczak et al., 2020). 이 척도는 국내에서도 Eom과 Lee (2020)에 의해 번안 및 타당화 검증이 이루어졌다. 또한, Choi와 Kwon (2023)은 부모소진의 유발 요인으로 정서적 스트레스, 양육지식의 부족, 신체적 피로감, 자녀의 까다로운 기질, 사회적 지지의 결여를 제시하였다.
이를 종합해 보면, 부모의 양육스트레스는 부모소진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며(Lebert-Charron et al., 2018), 부모소진은 자녀양육과정에서 느끼는 단순한 스트레스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임이 입증되었다(Mikolajczak et al., 2019). 즉, 부모소진은 장기적인 양육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심리적・신체적 대처 능력이 약화되어 우울, 가족 갈등, 자녀 방임 및 학대와 같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등 부모의 정신건강과 가족 기능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시사한다.
3. 일-가정 균형 만족
일과 가정의 관계에 관한 논의는 일-가정 갈등, 일-가정 비옥화, 일-가정 촉진, 일-가정 양립, 일-가정 조화, 일-가정 균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발전해 왔다. 대체로 일-가정의 양립, 균형, 조화는 개념적 차이를 두지 않고 동일한 의미를 내 포함에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Choi, 2022). 일-가정 균형의 확보가 낮은 일-가정 갈등과 연관된다고는 하지만(Higgins et al., 2000), 다수의 연구에서 일-가정 갈등과 일-가정 균형이 동일선상의 반대개념이 아님이 확인되었다(Aryee et al., 2005).
일-가정 균형에 대한 평가는 직장과 가정생활의 조화로운 수행에 대한 만족도와 효과성으로 확인될 수 있으며(Casper et al., 2018; Wayne et al., 2017), 이를 바탕으로 ‘일-가정 균형 만족’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이는 일-가정 관계에서 갈등, 촉진, 균형 개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Valcour, 2007).
Valcour (2007)는 일-가정 균형 만족을 일과 가정에서의 역할 간 적합성, 통합성, 자원 배분에 대한 평가와 그로 인해 느끼는 긍정적 감정으로 정의하였다. 일-가정 균형이 일-가정 갈등의 반대개념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됨에 따라, 일-가정 균형 만족을 논의할 때 일-가정 갈등에 중점을 둘 필요는 없다는 것을 제안하였다. Wayne 등(2020)도 일-가정 균형 만족은 개인의 주관적 평가를 기반으로 자신이 느끼는 일-가정 균형에 관한 생각과 감정을 중심으로 한 정서적 상태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Greenhaus와 Allen (2011)이 언급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에 대한 ‘균형 감정(feelings of balance)’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 일-가정 균형 만족이 적합함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일-가정 균형 만족의 하위요인은 일-가정 균형과 명확히 구분되는 다른 요소로 구성되는데, 직장과 가정생활에 시간과 관심의 배분방식, 두 영역 간 조화와 양립 정도, 각 영역의 요구를 균형 있게 대응하는 능력에 대한 만족이 포함된다. 이를 바탕으로 일-가정 균형 만족은 인지적(cognitive)인 요인과 정서적(affective)인 요인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규정할 수 있다. 즉, 일-가정 균형은 두 영역 간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영향력의 방향성을 파악하는 반면, 일-가정 균형 만족은 일-가정 관계에서 방향성과 관계없이 생활상의 욕구와 자원의 배분 및 균형을 유지하는 개인의 전반적인 관리행동 또는 관리능력에 대한 만족에 초점을 두고 있다(Valcour, 2007).
일-가정 균형 만족에 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내에서는 주로 일-가정 균형에 집중하여 일-가정 균형 만족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비하지만, Kim과 Ahn (2016)은 가정친화적 업무환경이 일-가정 균형 만족을 높이는 긍정적 요인임을 확인하였다. Ra 등(2019)도 가족친화제도에 대한 유용성 지각은 일-가정 균형 만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검증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조직관리의 효율성 증진을 위해서는 가정친화적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근로자가 직장과 가정의 경계를 통제할 수 있다고 인식할수록, 직장과 가정의 영역에서 역할수행에 관한 기대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자기효능감이나 회복탄력성 등과 같은 심리적 자원 수준이 높을수록 일-가정 균형 만족 수준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Kim & Ahn, 2015). 일-가정 균형 만족은 조직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쳐, 조직몰입을 높이고, 이직 의도를 감소시켜 조직에 긍정적인 결과를 유도할 수 있음도 입증하였다(Ryu & Ahn, 2012)
국외연구를 살펴보면, 일-가정 균형 만족은 조직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에 유의한 영향요인으로, 근로자의 직무만족, 가정생활 만족, 조직몰입 등의 예측 변인으로 확인되었으며(Wayne et al., 2017), 근무시간에 대한 압박이 커질수록 일-가정 균형 만족이 낮아지는 경향도 검증되었다(McNamara et al., 2013). 직장에서 조직구성원에게 제공하는 사회적 지원과 같은 직장자원(work resources)이 일-가정 균형 만족에 정적 영향을 미치며 반면, 직무요구 또는 직장요구(work demands)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었다(Beham & Drobnic, 2010; Valcours, 2007).
이를 종합해 볼 때, 일-가정 균형 만족은 일-가정 관계에서 생활상의 욕구와 자원의 배분 및 균형을 유지하는 개인의 전반적인 관리행동 또는 관리능력에 대한 만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연구방법
1.연구대상 및 절차
본 연구는 정규직(자영업 제외)으로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 기업 등에 근무하는 유자녀 취업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조사대상자들은 현재의 직장에서 6개월 이상 근속하였고, 서울특별시와 수도권에 거주하며,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인 자녀와 주중 동거하는 맞벌이가정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조사항목인 가족친화제도 활용 여부와 활용 용이성을 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가족친화제도(총 15가지)가 제도적으로 시행되지 않는 직장에 근무 중인 대상을 제외하고 진행하였다. 본 연구의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가족친화제도 중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까지 신청 가능하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사용 도중 만 9세가 되거나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더라도 예정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이에 조사대상자의 참여 조건 중 첫 자녀가 만 9세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인 대상으로 한정하였다.
본 연구의 조사는 2023년 7월 5일부터 11일(총 7일)까지 연구의 목적과 내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안내받고 자발적인 동의를 거친 전문 리서치 기관의 패널을 활용하여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하였다. 조사대상의 선정 기준에 부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스크리닝 문항을 작성하여 제공하였으며, 회수된 총 255명의 자료를 최종 분석에 사용되었다. 이상의 자료수집 과정은 연구자가 소속된 대학의 연구윤리위원회(IRB) 승인(SMWU-2304-HR-011-01)을 받은 후 진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집된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Table 1과 같다. 본 연구의 참여자를 살펴보면, 평균 연령은 약 37세(SD=3.85)로, 30대는 197명(77.3%), 40대는 58명(22.7%)이다. 교육수준을 살펴보면, 4년제 대학교 졸업이 158명(62.0%), 전문대 졸업 이하가 56명(22.0%), 대학원 졸업이 41명(16.1%) 순이었다. 자녀수는 평균 1.35명(SD=.53)으로, 1명은 173명(67.8%), 2명은 75명(29.4%), 3명은 7명(2.7%)이었다. 첫자녀 연령은 평균 5.1세(SD=3.19)이며, 영유아자녀가 있는 가정은 209명(82%), 영유아자녀 없이 초등학교 1∼3학년인 자녀만 있는 가정은 46명(18.0%)이었다. 공동양육자 수는 조사대상자 홀로 양육하는 경우가 20명(7.8%), 본인을 제외한 1명은 대부분 배우자인 경우로 188명(73.7%), 본인을 제외한 2명 이상은 47명(18.4%)로 확인되었다. 직장 형태는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은 69명(27.1%), 기업은 186명(72.9%)이었다. 월평균 임금은 200∼300만 원 미만이 83명(32.5%), 300∼400만 원 미만이 64명(25.1%), 400∼500만 원 미만이 38명(14.9%), 600만 원 이상 27명(10.7%), 500∼600만 원 미만이 23명(9.0%), 200만 원 미만이 20명(7.8%)이었다. 조사대상자들이 하루 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은 약 1시간 23분(SD=49.6)으로 나타났다.
2. 조사도구
1) 가족친화제도 활용
가족친화제도 활용 여부 및 용이성 측정을 위해서는 <2022년 여성관리자패널조사>의 설문 문항을 사용하였다. 해당 척도는 근로시간(시차근로제, 탄력근무제, 재택근무제, 원격근무제), 출산·육아지원(출산전・후 휴가(배우자 출산휴가 포함), 육아휴직, 유・사산 휴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 직장보육시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보육·육아비 지원), 복리후생(연수휴가 및 휴직, 병가 휴직, 가족돌봄 휴직, 가족돌봄 휴가)의 3개 하위영역 관련 제도(15문항)로 구성되었고, 각 가족친화제도의 활용 여부 및 용이성을 측정하였다(총 30문항). 가족친화제도의 활용 여부에 있어서는 하위영역별 각 제도를 활용하지 못한 경우는 0점, 활용한 경우는 1점으로 점수화하였다. 가족친화제도 영역별 활용 합산 점수가 높을수록 조사대상자의 해당 영역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가족친화제도 활용 용이성도 하위영역 별 해당 제도 활용이 용이한 직장일 경우 1점, 그렇지 않을 경우는 0점으로 점수화하였다. 가족친화제도 영역별 활용 용이성 합산 점수가 높을수록 근무 중인 직장의 해당 가족친화제도 활용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2) 부모소진
부모소진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Roskam 등(2018)의 부모소진 척도(Parental Burnout Assessment: PBA)를 Eom과 Lee (2020)가 번안하여 타당화 검증한 척도를 사용하였다. 해당 척도는 부모역할에 대한 탈진(9문항), 부모로서 자기 대조(6문항), 부모역할에 대한 포화(5문항), 자녀와 정서적 거리두기(3문항)의 4개 하위영역으로 구성되었다. 총 23문항으로 구성된 부모소진 척도는 문항별 7점 likert 척도(1점=그런 적이 없다, 2점=1년에 두세 번, 3점=한 달에 한 번 이하, 4점=한 달에 두세 번, 5점=1주일에 한 번, 6점=1주일에 두세 번, 7점=매일)로 측정하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부모소진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부모소진 척도의 Cronbach’s α는 .98로 나타났다.
3) 일-가정 균형 만족
일-가정 균형 만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Valcour (2007)의 일-가정 균형 만족(Satisfaction with Work-Family Balance: SWFB) 척도를 사용하였다. 총 5문항으로 직장과 가정생활에 시간 배분방식과 관심 배분방식, 두 영역 간 조화와 양립 정도, 각 영역의 요구에 균형을 유지하는 대응능력에 대한 만족 등을 측정하였다. 일-가정 균형 만족 척도는 문항별 6점 likert 척도로 측정하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일-가정 균형 만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일-가정 균형 만족 척도의 Cronbach’s α는 .95로 나타났다.
4) 조사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변인
조사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변인으로는 연령, 교육수준, 자녀 수, 영유아자녀 유무, 공동양육자 수, 직장형태, 월평균 임금, 일 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을 조사하였다. 연령은 조사시점의 만 나이를 연속변인으로 사용하였다. 교육수준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 전문대 졸업, 4년제 대학교 졸업, 대학원 졸업의 범주로 측정하였다. 자녀수는 연속변인으로 사용하였고, 영유아자녀 유무는 미취학 상태이며 7세 이하의 자녀가 있을 경우는 1로, 그렇지 않을 경우 0으로 점수화하였다. 공동양육자 수는 가정에서 자녀를 함께 양육하는 공동양육자(배우자 포함)의 수를 연속변인으로 사용하였다. 직장형태는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 기업(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범주를 제시하여 조사하였다. 월평균 임금은 100만 원 미만부터 1,000만 원 이상까지의 11개의 범주를 제시하여 조사하였다. 일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은 자택과 직장 간 이동 시 왕복 걸리는 시간(분)을 응답하도록 하여 연속변수로 사용하였다.
3. 자료 분석
본 연구에서는 IBM SPSS Statistics 26 for Windows를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첫째, 조사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빈도분석과 기술통계 분석을 실시하였다. 조사도구의 신뢰도 분석을 위하여 내적 일관성 계수인 Cronbach's α값을 산출하였다. 둘째, 조사대상자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여부와 직장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용이 수준, 부모소진 및 일-가정 균형 만족의 전반적인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기술통계 분석을 실시하고, 관련 변인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하여 Pearson 상관계수를 산출하였다. 셋째, 가족친화제도 활용에 따른 부모소진의 차이를 분석하기 위하여 독립표본 t-test를 실시하였다. 넷째, 일-가정 균형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끝으로, 가족친화제도 활용과 일-가정 균형 만족의 관계에서 부모소진의 조절효과를 분석하기 위하여 SPSS PROCESS macro version 4.2 Program(Model 1)을 이용하였다.
연구결과
1. 기술통계 및 상관관계 분석
주요 변인의 기술통계와 상관관계 결과는 Table 2와 같다.
조사대상자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여부를 통해 영역별 활용 개수를 살펴보면, 근로시간 관련 제도 4개 중 평균 1.43개(SD=1.32)를 활용하였고, 출산·육아지원 관련 제도 7개 중 평균 3.03개(SD=1.52)를 활용하였으며, 복리후생 관련 제도 4개 중 평균 0.91개(SD=1.12)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친화제도가 설치되었더라도 낮은 수준으로 활용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조사대상자들이 활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가족친화제도의 빈도를 살펴보면, 15개 중 출산전·후 휴가(215명), 육아휴직(204명),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128명), 시차출퇴근제(117명), 재택근무제(117명) 등의 활용 경험이 높게 나타났다(Figure 1 참조). 가족친화제도 활용 용이성에 있어서는 출산·육아지원 관련 제도(M=.76, SD=21), 복리후생 관련 제도(M=.72, SD=.36), 근로시간 관련 제도(M=.56, SD=.38)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들이 근무 중인 직장에서 출산전·후 휴가(249명), 육아휴직(244명), 유·사산 휴가(229명),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216명), 병가 휴직(210명),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200명) 등의 활용이 용이하다고 응답한 반면에, 원격근무제(96명), 직장보육시설(110명), 보육·육아비 지원(117명), 재택근무제(121명) 등은 상대적으로 활용 용이성을 낮게 응답하였다(Figure 2 참조).
부모소진의 평균은 3.02(SD=1.43)로 중간값 4보다 낮게 나타났고, 이는 조사대상자들의 부모소진이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일-가정 균형 만족의 평균은 3.61(SD=1.12)로 중간값 3.5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변인 간의 관련성을 살펴보기 위하여 Pearson 상관분석을 실시하였고, 변수 간 상관관계의 범위가 r=.03∼.69로 .80 이상의 상관계수 절대값은 발견되지 않아 다중공선성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분석 결과, 부모소진과 일-가정 균형 만족은 부(-)적으로 상관관계를 보였다. 가족친화제도 중 출산·육아지원 제도 활용 용이성과 일-가정 균형 만족은 정(+)적으로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2. 가족친화제도 활용에 따른 부모소진
가족친화제도 활용 여부에 따른 부모소진은 출산·육아지원 영역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에서만 집단 간의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able 3 참조). 구체적으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활용 경험이 있는 집단이 미활용 집단에 비해 부모소진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t=-2.56, p<.05). 가족친화제도 활용 용이성에 따른 부모소진은 출산·육아지원 중 유·사산 휴가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에 있어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able 4 참조). 구체적으로 유·사산 휴가의 활용이 어려운 직장에 다니는 집단이 유·사산 휴가 활용이 용이한 집단에 비해 부모소진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t=1.99, p<.05). 또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의 활용이 어려운 집단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 활용이 용이한 집단에 비해 부모소진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t=2.26, p<.05). 이를 종합해 볼 때, 부모소진은 가족친화제도 중 출산·육아지원 영역의 일부 제도 활용에 따라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3. 가족친화제도 활용과 부모소진 및 일-가정 균형 만족의 관련성
가족친화제도 활용과 부모소진 및 일-가정 균형 만족의 관련성 측정에 있어서는 두 가지 모형으로 구분하여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Table 5 참조). 모형 1에서는 가족친화제도 활용 여부를 투입하였으며, 모형 2에서는 가족친화제도 활용 용이성을 투입하였다. 모든 회귀모형은 공차와 VIF를 고려했을 때 다중공선성에 문제가 없었고, Durbin-Watson 값을 고려할 때 잔차 독립성 가정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모형 1의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 사회인구학적 변인과 가족친화제도 활용 여부를 투입한 1단계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부모소진을 추가한 2단계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며(F=5.52, p<.001), 최종모형의 설명력은 22%로 나타났다. 모형 1에서는 부모소진과 일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이 일-가정 균형 만족에 대한 유의미한 변인으로 검증되었다. 즉, 부모소진이 낮을수록(β=-.41, p<.001), 일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이 짧을수록(β=-.12, p<.05), 일-가정 균형 만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형 2의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 사회인구학적 변인과 가족친화제도 활용 용이성을 투입한 1단계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며(F=1.98, p<.05), 가족친화제도 중 출산·육아지원 관련 제도의 활용 용이성이 유의미한 변인으로 파악되었다(β=.28, p<.01). 부모소진을 추가로 투입한 2단계 회귀모형도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며(F=6.18, p<.001), 최종모형의 설명력은 24%로 나타났다.
모형 2에서 부모소진, 출산·육아지원 관련 제도, 일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이 일-가정 균형 만족의 유의미한 변인으로 확인되었다. 즉, 부모소진이 낮을수록(β=-.40, p<.001), 직장 내 출산·육아지원 관련 제도 활용 용이성이 확보될수록(β=.22, p<.01), 일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이 짧을수록(β=-.12, p<.05) 일-가정 균형 만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로 Process Macro를 활용하여 유자녀 취업여성의 일-가정 균형 만족에 유의미한 변인으로 확인된 출산·육아지원 영역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용이성에 대한 부모소진의 조절효과를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B =-.12, p=n.s.).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에서는 가족친화제도 활용이 일-가정 균형 만족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자녀돌봄으로 인한 부모소진과의 관련성을 검증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기혼 취업여성 255명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유자녀 취업여성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여부를 통해 영역별 활용 개수를 살펴보면 근로시간 관련 제도 4개 중 평균 1.43개를, 출산・육아지원 관련 제도 7개 중 평균 3.03개를, 복리후생 관련 제도 4개 중 평균 0.91개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255명 중 과반수 이상이 활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가족친화제도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출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 순으로 나타났으며, 뒤를 이어 100명 이상이 활용했다고 응답한 가족친화제도는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로 확인되었다. 현재 근무 중인 직장에서 활용이 용이하다고 응답한 가족친화제도를 제시하면 출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유・사산 휴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 병가 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순으로 확인되었다.
둘째, 부모소진은 출산・육아지원 영역의 일부 가족친화제도 활용 여부와 활용 용이성에 따라 집단 간 차이를 보였다. 반면에 근무시간 및 복리후생 관련 가족친화제도 활용에 따른 부모소진은 집단 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출산・육아지원 영역의 일부 가족친화제도 활용에 따라 집단 간 차이를 보였다. 가족친화제도의 활용 여부에 있어서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활용 여부에 따른 부모소진은 집단 간 차이를 보였으며, 가족친화제도의 활용 용이성에 있어서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와 유・사산 휴가의 활용 용이성에 따라 부모소진은 집단 간 차이를 보였는데,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와 유・휴가의 활용이 용이한 직장에 근무 중인 집단이 해당 가족친화제도의 활용이 용이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부모소진이 낮게 나타났다.
셋째, 유자녀 취업여성의 일-가정 균형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부모소진, 출산・육아지원 영역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용이성, 일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이 유의미한 변인으로 나타났다. 가족친화제도 활용 여부는 일-가정 균형 만족의 영향요인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즉, 부모소진 수준이 낮을수록, 출산・육아지원 영역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용이성이 확보될수록, 일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이 짧을수록 일-가정 균형 만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유자녀 취업여성의 일-가정 균형 만족에 유의미한 변인으로 확인된 출산・육아지원 영역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용이성에 대한 부모소진의 조절효과를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연구요약을 토대로 몇 가지 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
첫째, 가족친화제도는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나, 실제 가족친화제도의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출산・육아지원 관련 제도가 그나마 활용이 높은 반면, 근로시간과 복리후생관련 제도의 활용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여성 정책연구원의 여성관리자패널조사 2기 3차 자료(2022년) 활용하여 30대와 40대 여성관리자들의 가족친화제도 활용률을 살펴본 Koh의 연구(2024)에서 출산・육아지원 관련 제도 중 출산전・후 휴가, 육아휴직의 활용률이 높은 편으로 나타난 결과와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여성관리자패널조사 2기 1차부터 3차(2020년∼2022년) 조사 결과의 추이를 분석한 Kim 등(2023)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관리자의 경우 육아휴직과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의 활용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와 병가 휴직의 활용 수준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본 연구에서 유자녀 취업여성들이 가족친화제도 중 출산・육아지원 관련 제도 활용이 다른 영역의 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수월했다는 결과와 일치한다. 또한, 기혼 유배우자 취업 여성을 대상으로 한 Seo (2024)의 연구에서 유연근무제와 복리후생제도의 접근성이 일-가정 촉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변수로 나타난 결과와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조사대상자들의 자녀수, 영유아자녀 유무, 공동양육자 수와 같은 자녀양육의 상황적 조건은 맞벌이가정 유자녀 취업여성의 일-가정 균형 만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자녀양육 조건의 차이에 관계없이 출산·육아 지원과 관련 가족친화제도의 활용 용이성이 일-가정 균형 만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충분히 확인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출산・육아지원 관련 가족친화제도의 활용 용이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유자녀 취업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일-가정 균형 만족을 향상시키는 핵심 전략으로 간주될 수 있다.
가족친화제도가 일-가정 균형 만족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가정과 직장에서 요구되는 역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처자원과 완충자원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처자원이란 근로자가 직장과 가정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의미하며, 완충자원은 직장과 가정 간의 갈등을 완화하고 심리적・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요소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출산・육아지원 관련 제도는 근로자가 육아와 직무를 병행할 때 부담을 덜어주는 대처자원으로 기능하며, 근로시간 및 복리후생 제도는 일과 가정의 경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자원으로 작용해야 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가족친화제도 중 출산・육아지원 관련 제도만이 일-가정 균형 만족에 유의미한 요인으로 검증된 반면, 근로시간 제도와 복리후생 제도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출산・육아지원 제도가 근로자들에게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여 육아와 직무를 병행할 때 발생하는 구체적인 부담을 줄여서 일-가정 균형 만족 증진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반면, 근로시간 제도와 복리후생 제도는 제도의 설계와 운영이 근로자의 다양한 상황과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거나, 실제로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적 제약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출산・육아지원 관련 제도는 근로자가 직장과 가정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조정할 수 있는 대처자원으로 기능하며, 이 과정에서 일-가정 균형 만족을 직접적으로 촉진하였다. 반면, 근로시간 제도와 복리후생 제도는 직장과 가정 간의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자원으로 설계되었으나, 실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근로시간 제도는 직무 특성이나 조직문화에 따라 활용 가능성이 제한될 수 있으며, 복리후생 제도는 근로자들에게 즉각적인 지원보다는 부가적인 혜택으로 인식되어 일-가정 균형 만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가족친화제도가 효과적인 대처자원 및 완충자원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가족친화제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자와 동료의 인식 개선, 행정 절차의 간소화, 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출산·육아지원 제도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제도와 복리후생 제도도 근로자의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실질적 지원체계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해 볼 때, 가족친화제도를 대처자원 및 완충자원으로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할 때, 일-가정 균형 만족이 실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둘째, 가족친화제도 활용 여부에 따른 부모소진은 출산・육아 지원 영역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에서만 집단 간의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활용한 집단이 미활용한 집단보다 부모소진 수준이 높게 나타난 점은 해석에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러한 결과는 제도의 도입이 부모소진 완화로 반드시 직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활용한 집단이 이미 부모소진 위험이 높은 환경에 처해 있었을 가능성이다. 즉, 자녀양육으로 인한 만성화된 스트레스를 경험하거나 자녀양육과 직장생활의 불균형 지속으로 부모소진이 높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해당 제도를 활용이 높음을 예측할 수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가 업무 시간의 유연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부모 소진 수준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기 위해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활용하더라도 부모소진을 완화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 부담의 재분배나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가 부모소진을 가중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부모소진 수준이 높은 취업여성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가정 균형을 찾으려고 하지만, 단축된 근로시간 동안에도 여전히 높은 업무 요구나 기대가 유지되거나 업무 강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유자녀 취업여성의 부모소진 완화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즉,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는 사안으로, 해당 제도가 유자녀 취업여성의 일-가정 균형을 확보하는 데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가족친화제도의 설계 및 운영 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적 접근이 필요하며, 부모소진 완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부모소진과 가족친화제도 활용 간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향후 면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가족친화제도 중 근로시간 유연화, 근무장소 유연화 및 가족돌봄 휴직·휴가 등 복리후생 관련 제도의 활용 여부와 활용 용이성은 일-가정 균형 만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가족친화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취업여성의 활용 부족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한 선행연구(Jeong & Kwon, 2023)와도 유사한 맥락을 갖는다. 가족친화제도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자녀 취업여성을 포함한 근로자들이 해당 제도에 대해 낮은 인식하고 있거나 제도의 활용 용이성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할 경우, 제도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근로시간 유연화와 근무장소 유연화 제도는 직장 내 조직문화와 상사의 지원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Bhang & Hur, 2021; Kim & Lee, 2023)를 살펴보면, 제도의 설계뿐 아니라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 등 조직 내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가족돌봄 휴직·휴가의 경우 법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규정되어 있으나, 기업이 제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일-가정 양립 정책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산하 공공기관에서조차 해당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Koh, 2024). 또한 가족돌봄 휴직 및 휴가 제도가 근속기간에는 포함되지만, 무급이라는 조건 역시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요인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제도 자체의 법령 개정뿐 아니라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 조성이 이루어지도록 다각적인 분석을 토대로 한 정책 개발이 요구된다.
셋째, 본 연구는 부모소진이 일-가정 균형 만족에 있어 강력한 저해 요인으로 작용함을 확인하였다. 부모소진이 심화될수록 직장에서는 성과 저하, 가정에서는 역할 수행의 과부화를 경험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일-가정 균형 만족이 현저히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가족친화제도의 도입 및 시행만으로는 일-가정 균형 만족을 효과적으로 증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모소진은 육체적 피로와 심리적 무기력, 우울감, 공허감 등 감정적 고갈의 복합적 양상을 보이며, 자녀와의 정서적 거리두기와 부모역할 탈진을 동반한다. 이러한 중압감의 누적은 가정 내 역할 수행 능력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직장에서의 업무 효율성까지 감소시키는 부정적 파급 효과를 초래한다. Allen 등(2000)의 연구에 따르면, 가정생활에서의 소진과 직장생활의 만족이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본 연구에서도 부모소진을 완화하는 이 일-가정 균형 만족을 높이는 핵심 요인임을 확인하였다. 더 나아가, 부모소진은 정서적 균형(affective balance), 효율성 균 형(effectiveness balance), 참여 균형(involvement balance)으로 구성된 다차원적 개념인 일-가정 균형(Casper et al., 2018)을 확보하는 데 역기능적 요소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 부모소진은 일-가정 균형 만족의 주요 저해 요인으로 확인된 반면, 출산・육아지원 영역의 가족친화제도 활용 용이성과의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부모소진과 가족친화제도의 활용 용이성이 서로 독립적으로 일-가정 균형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가족친화제도의 단순 도입을 넘어, 출산・육아지원 제도의 실질적 활용을 촉진하는 환경 조성과 부모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출산・육아지원 영역의 가족친화제도와 일-가정 균형 만족 간 상호작용 효과가 유의하지 않았다는 결과는 단순히 제도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모 소진 완화와 일-가정 균형 증진이라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히 영유아 및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가정을 대상으로 정책적 지원과 연계한 구체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가족친화교육과 상담·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소진의 위험 요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가정 내 양육 부담을 균형 있게 조정할 수 있는 구체적 전략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유자녀 취업여성을 포함한 맞벌이 부모가 겪는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고, 직장과 가정에서의 심리적 몰입과 만족을 동시에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가족친화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직장 내 지원 문화를 강화하고, 제도 활용에 따른 업무 재분배나 경력단절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직적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유자녀 취업여성들이 가족친화제도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직장 내 위치와 경력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가족친화제도의 실질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유자녀 취업여성의 심리적 안정과 일-가정 균형 만족을 동시에 지원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다각적인 정책적·제도적 노력은 가족친화적 사회환경 조성의 기초가 될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 및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친화제도의 활용이 제한되는 조직적・문화적 맥락을 분석하는 데 있어 미흡한 점이 다소 있었다. 특히,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과 같이 근무환경이 유연하지 않은 근무환경에서 상사의 지원, 동료의 협력, 직장 내 분위기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일-가정 균형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탐색하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조직 환경에서 환경적 요인과 가족친화제도의 상호작용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조직 차원의 지원이 일-가정 균형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가족친화제도 활용과 부모소진 간의 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두 변수 간의 인과 관계를 보다 면밀히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출산·육아지원 영역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의 활용 여부에 따른 부모소진에 대한 연구결과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해당 제도의 실효성과 한계를 탐구하는 데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영유아기가 지난 자녀를 둔 취업여성의 경우 과거 출산전・후 휴가와 같은 제도의 활용 경험이 현재의 부모소진 수준에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은 직접적이라기보다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후속 연구에서는 가족친화제도 영역별 활용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대상을 세분화하여 진행하거나, 가족친화제도의 실질적 효과와 부모소진 수준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종단적 연구설계를 고려해야 한다. 상사와 동료 지원 등 직장 내 환경 요인과의 상호작용을 구조방정식 모형을 활용해 분석하는 등 시간적 요인과 제도 효과를 정교하게 검토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접근은 부모소진 완화와 가족친화제도의 효과성 향상 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에서 일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이 유자녀 취업여성의 일-가정 균형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관계를 구체적으로 검증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출퇴근 소요시간, 가족친화제도, 그리고 일-가정 균형 만족 간의 상호작용을 심층적으로 탐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일-가정 균형 만족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정책과 가족친화제도의 연계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가족친화제도의 정책 설계 개선뿐 아니라, 유자녀 취업여성의 삶의 향상과 노동시장 안정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닌다. 첫째, 본 연구는 일-가정 균형 만족을 주요 연구변인으로서 설정하여 가족친화정책 및 가족친화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부모소진과 일-가정 균형 만족 간의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해당 주제에 대한 심화된 이해와 논의의 확장을 이끌어냈다. 특히, 본 연구는 유자녀 취업여성의 자녀양육 과정에서 축적되는 과부하의 결과로 나타나는 부모소진을 일-가정 균형 만족의 주요 영향요인으로 규명하며, 부모소진이라는 새로운 변인을 탐색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둘째, 출산・육아지원 제도의 활용 용이성이 일-가정 균형 만족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실증적으로 확인함으로써 해당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반면, 근로시간 및 근무 장소의 유연성을 제공하는 가족친화제도와 부양가족 지원 제도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이를 개선함으로써 일-가정 균형 만족을 증진할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셋째, 본 연구의 결과는 가족친화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가족친화정책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적으로 본 연구는 유자녀 취업여성의 일-가정 균형 만족을 심층적으로 탐구하여 가족친화정책의 실질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초를 제공하였다. 앞으로 후속 연구가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제한점을 보완하고, 일-가정 균형 만족 증진과 부모소진 완화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정책과 제도를 개발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Notes
The author declares no conflict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e authorship or publication of this article.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2022S1A5B5A17043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