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청소년의 지각된 차별감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영향: 이중문화역량을 통한 부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조절된 매개효과
Effects of Perceived Discrimination on Multicultural Adolescents’ Ethnic Identity Conflict: A Moderated Mediation Effect of Parent-Child Open Communication through Bicultural Compet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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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effects of perceived discrimination on multicultural adolescents regarding feelings of conflict over their ethnic identity by investigating the moderating role of father-child open communication and mother-child open communication mediated by bicultural competence. A total of 234 middle school students (grades 7-8; 139 girls and 95 boys) from multicultural families, from which the father is Korean and the mother is not, participated in the study. Data was collected through an online self-report questionnaire and was analyzed via SPSS 26.0 and Process (Version 4.1) MACRO. The results can be summarized as follows. First, bicultural competence mediated the effects of perceived discrimination on feelings of conflict over one’s ethnic identity. Enhanced bicultural competence resulting from a lower perception of discrimination contributed to a reduction in feelings of conflict over one’s ethnic identity. Second, the moderated mediation effect of fatherchild open communication was significant, while the effect of mother-child open communication was not. Thus, the mediation relationship (lower perceived discrimination increased bicultural competence and, thus, reduced conflict over one’s ethnic identity) grew stronger as the level of father-child open communication increased. The significance of this study lies in uncovering the causal relationships between individual and environmental factors that contribute to ethnic identity development among multicultural adolescents, particularly highlighting the important role of Korean fathers within multicultural households.
서론
민족정체성(ethnic identity)은 Tajfel (1981)의 사회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에 기반을 둔 사회적 구성개념으로, 자신이 속한 민족 집단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관심, 활동, 소속감을 모두 포괄한 종합적 감각이다. 이는 비생득적 개념으로써 자연스러운 성숙의 과정이 아닌 개인이 성장하는 사회·환경적 맥락 내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한다(Park, 2019). 구체적으로 특정 민족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자기 인식에서 출발하여, 적극적 탐색을 통해 자신의 민족성을 이해·수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Branch & Banks, 2012; Phinney, 1992). Phinney (1992)의 민족정체성 발달 모델(Ethnic Identity Development Model)에 의하면, 특정 하나의 민족 집단만을 수용하기보다 자신이 속한 모든 민족 집단에 대하여 의미를 느낄 때 가장 상위 단계의 통합적 민족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민족정체성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한 개인은 타인 혹은 사회 주류의 문화에 대한 맹목적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이 속한 민족과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또한, 자기 민족과 문화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지님과 동시에 타민족·문화에 대한 수용력이 높아지고, 더 나아가서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내면화하게 된다. 이처럼 자신의 민족적 배경을 이해하고, 해당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며 민족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한 개인의 심리·사회적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Wakefield & Hudley, 2007).
더불어 민족정체성은 문화적응의 과정 및 결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한 문화권에서 주류보다 비주류 집단에 속한 개인에게 더 큰 의미를 지닌다(Branch & Banks, 2012). 이는 비주류 집단의 구성원일수록 자신의 고유한 민족 문화와 사회 내 지배적인 문화 간의 차이로 인해 민족정체성에 대한 탐색이 길어지고 여러 민족성을 수용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Ward et al., 2011). 다중 민족성은 본질적으로는 갈등을 유발하지 않으나(Berry et al., 2006), 개인이 각 민족성의 문화적 가치·신념·태도 등과 같은 구성 요소들이 양립할 수 없다고 인식하였을 때 갈등이 초래된다(Baumeister, 1986). 즉, 민족정체성 혼란(ethnic identity conflict)은 개인 내적 수준 또는 가족, 민족 공동체, 더 넓은 사회 속에서 경험하는 민족·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인지·정서적 갈등을 의미한다. 선행연구자들은 이를 ‘정체성이 갈라져 통합되지 않은 상태’라 정의하기도 하며, 하나 이상의 민족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약화하고 민족성에 대한 일관된 이해를 방해하여 개인의 안녕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 한다(Ward et al., 2011).
이처럼 민족정체성 혼란은 자기에 대한 인식·분석·의사결정 등과 같은 인지 과정을 반드시 수반한다. 이에 사회·인지적 성숙의 증가로 자신의 민족성이 개인의 삶과 사회적 경험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에 특히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Umaña-Taylor, 2014). 또한, 해당 시기에는 추상적 개념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자신의 민족정체성을 다양한 특성들로 정의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혼란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진다(Phinney, 2014). 특히 한국의 다문화 청소년들은 사회 내 소수집단에 속하고, 가정에서부터 한국 문화와 외국인 부모의 문화가 혼재된 환경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국 내 다문화 청소년에게 민족정체성의 발달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으며, 이들을 둘러싼 특수한 이중문화적 환경은 민족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중문화적 배경을 지닌 한국의 다문화 청소년들은 가정 내 이중문화로 인해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감과 어려움을 느낀다고 호소하기도 하며, 이것이 사회적 차별과 맞물렸을 때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숨기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보고된다(Park & Lee, 2019).
이러한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국내에서는 다문화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 내 비주류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형성하는 민족정체성에 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선행연구의 대부분은 다문화 청소년들이 한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소속감,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한국 국가에 대한 태도 등 한국에 대하여 형성하는 정체성에 주된 초점을 두어 이들의 이중문화적 배경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점으로 지적된다(Lee, 2018). 또한, Berry (1997)의 문화적응이론에 따라 개인의 문화적응 유형을 파악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어(Ward et al., 2011), 다문화 청소년이 문화적응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민족정체성 혼란과 이의 예측 요인에 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의 민족정체성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다문화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민족정체성 혼란의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예측·보호하는 요인들 간 구조적 관계를 규명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때 Baumeister 등(1986)의 정체성 위기 모델에 따르면, 정체성 갈등은 개인과 환경적 맥락의 복합적 작용을 통해 일어난다. 즉, 민족정체성 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환경적 요인들을 통합적으로 살펴야 함이 강조된다. 먼저 민족정체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요인에는 출생지, 부모의 국적, 개인의 역량, 외모 등이 있다(Kim et al., 2013). 이중에서 이중문화역량은 다문화 청소년들의 민족정체성에 핵심적 영향을 미치는 개인 내적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LaFromboise et al., 2013; Lee et al., 2021). 이중문화역량(bicultural competence)은 개인의 내적인 힘과 가능성을 강조하는 역량 관점 모델에 기반을 둔 구성개념으로(Hong, 2010), 각 문화에서 수용되는 방식에 따라 두 문화 내에서 적절히 행동하는 능력을 말한다(David et al., 2009). 이중문화역량이 높은 개인은 두 문화를 상호 배타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고, 호의적 태도와 신념을 바탕으로 양 문화의 가치·규범·행동양식을 내재화하게 된다(Lee et al., 2021; Schwartz & Unger, 2010). 또한,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유연한 역할수행을 통해 폭넓은 활동력과 사회적 안정감을 갖추게 된다(Padilla, 2006). 따라서 이중문화역량이 높을수록 민족정체성 혼란을 경험할 우려가 적으며, 자신의 민족적 특성을 모두 통합한 민족정체성을 확립할 가능성이 크다(Benet-Martinez & Haritatos, 2005; Safa & Umaña-Taylor, 2021).
이어서 민족정체성 발달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에는 가정 내 주요 소통 언어와 외국인 부모의 모어 사용 여부, 다문화 수용성, 부모·친구·선생님과 같은 주변인과의 상호작용, 차별 경험 등이 포함된다(Kim et al., 2013). 이중 사회적 차별은 문화적 관행·언어·가치 등에서 비롯된 차이와 집단의 사회적 지위로 인해 개인이 부정적 태도·행동·제한과 같은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Contrada et al., 2001). 한국 다문화 청소년들은 본인도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주류집단에 속하는 다른 한국인들에 의해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Yoon, 2008). 이때 당사자가 지각한 차별은 실제 행해진 차별의 정도보다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고(Flores et al., 2008), 청소년기에는 자아중심적 인지적 특성이 발달함에 따라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다(Galotti, 2017; Kang et al., 2022). 따라서 청소년기에 지각하는 차별은 다문화 청소년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자아상을 발달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Son, 2020), 두 문화 내에서 적절히 기능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Carrera & Wei, 2014; Lee & Lim, 2015; Park & Lee, 2019). 이는 지각된 차별감이 민족정체성 혼란에 직접적 영향뿐 아니라 이중문화역량을 통한 간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시사한다.
이때 가정 내에서 오랜 시간에 거쳐 이루어지는 부모-자녀 간 개방형 의사소통은 차별과는 독립된 경험으로 지각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을 통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매개 관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의사소통은 둘 이상의 사람들이 생각·의견·감정을 교환하며 의식·태도·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일련의 행동으로 상호 간 공통적 이해가 핵심이 된다(Min, 1992). Barnes와 Olson (1985)은 부모와 청소년 간 의사소통 유형을 개방형 의사소통과 문제형 의사소통으로 구분하였으며, 부모와 청소년이 상호작용 과정에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개방형 의사소통의 기능을 더욱 강조하였다. 청소년 자녀는 부모와의 개방적 의사소통을 통해 부모로부터 지지와 수용과 같은 포용적 반응을 얻고, 여러 문화 속에서 적절히 기능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다(Lee & Chun, 2013; Phinney, 1990). 사회 내 비주류 집단에 해당하는 청소년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한 Phinney와 Nakayama (1991)의 선행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일상의 대화를 통해 자녀에게 민족의 문화유산을 전수하고 민족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양육한 경우, 청소년 자녀는 더 상위 수준의 민족정체성을 나타냈다. 또한, 평상시에 자녀가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대처하는 방법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을 때 민족정체성 혼란을 적게 경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부모의 민족적 배경으로 인해 이중문화를 경험하게 된 다문화 청소년에게는 부모와의 지지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이 민족정체성 형성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Lee & Chun, 2013). 이를 모두 종합해보면, 부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지각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에 미치는 부적 영향력이 약화되어 다문화 청소년의 민족정체성 혼란이 감소할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중학교 1, 2학년에 재학 중인 다문화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각된 차별감과 민족정체성 혼란 간 관계에서 이중 문화역량의 매개효과와 부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조절된 매개효과를 검증하고자 한다. 이때 가정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마주한 가족관계 및 자녀 양육의 맥락은 서로 다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부모-자녀 상호작용 과정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청소년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력 또한 상이할 수 있다(Kim & Chung, 2019). 그러나 다문화가정 내 부모의 영향력을 살핀 선행연구의 대부분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구분하지 않고 부모로 통칭하여 살펴보거나 어머니의 영향력만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선행연구의 한계점을 보완하여 부모 요인을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과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으로 구분하여 살피고자 한다. 나아가, 가정 내에서 외국인 부모의 모어 사용(Kim et al., 2013), 자녀의 외국인 부모의 모어 구사 능력(Kang et al., 2021), 외국인 부모의 출신국(Lee & Kang, 2011), 외국인 어머니의 한국어 능력(Lee & Chun, 2013)이 민족정체성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들에 근거하여 부모-자녀 대화 시 사용 언어, 청소년의 어머니 모어 유창성, 외국인 어머니의 한국어 유창성, 외국인 어머니의 출신국을 통제 변인으로 포함하고자 한다. 본 연구 결과는 민족정체성 혼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간 인과적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한국 사회 내 다문화 청소년들의 민족정체성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상의 연구 목적을 위해 본 연구에서 상정한 연구 문제와 연구 모형(Figure 1 참조)은 다음과 같다.
연구 문제 1. 다문화 청소년이 지각한 차별감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영향을 이중문화역량이 매개하는가?
연구 문제 2. 다문화 청소년이 지각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을 통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매개효과를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과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이 조절하는가?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는 중학교 1, 2학년에 재학 중인 다문화 청소년 중 총 234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선정은 눈덩이 표집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5곳의 온라인 카페와 다문화가정의 정보공유를 위해 개설된 온라인 커뮤니티 5곳을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는 「인구동향조사」에서 전체 다문화 가구 399,396개 중 218,789(54.8%)개가 한국 출생 내국인과 결혼이민자 혹은 귀화자로 이루어진 가구임을 고려하여(Statistics Korea, 2023), 여러 정의 중 「다문화가족지원법」 제2조에 명시된 정의를 채택하여 다문화 청소년을 ‘한국 출생 내국인과 결혼이민자 혹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자(귀화자)로 이루어진 다문화가족의 24세 이하인 자’로 조작적 정의하였다. 또한, 다문화 청소년의 출생지(국내, 국외)에 따라 발달양상이 다르다고 보고한 선행연구(Kim, 2013)에 근거하여 앞서 정의한 바에 해당하고 국내 출생자인 다문화 청소년으로 범위를 제한하여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연구참여자를 모집한 결과, 총 266명의 응답이 수집되었으며 그중 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로 이루어진 다문화가정의 청소년 자녀인 경우가 234명(88.0%)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22년 기준 한국 내 외국 여성과의 혼인율(72.0%)이 외국 남성과의 혼인율(28.0%)보다 높은 한국 사회의 실정이 반영된 결과라 생각되며(Statistics Korea, 2023), 다문화가정의 유형에 따른 차이가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본 연구는 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로 구성된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만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최종 선정된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Table 1에 제시된 바와 같다. 성별 구성은 남학생 95명(40.6%), 여학생 139명(59.4%)으로 여학생의 수가 다소 많았다. 학년별 분포는 중학교 1학년 107명(45.7%), 중학교 2학년 127명(54.3%)으로 이루어져 있어 중학교 2학년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다음으로 어머니의 출신 국가는 베트남 81명(34.6%), 일본 55명(23.5%), 중국 28명(12.0%), 필리핀 22명(9.4%), 태국 20명(8.5%), 미국 17명(7.3%), 러시아 11명(4.7%) 순으로 높게 집계되었다. 또한, 다문화 청소년이 외국인 어머니와 대화할 때 한국어와 어머니의 모국어를 모두 사용하는 경우가 131명(55.9%)으로 가장 높았으며, 한국어만 사용하는 경우 90명(38.5%), 어머니의 모국어만 사용하는 경우 13명(5.6%)으로 나타났다. 이어 아버지와 대화할 때는 한국어만 사용하는 경우가 208명(88.9%)으로 가장 높았으며, 한국어와 어머니의 모국어를 모두 사용하는 경우 24명(10.2%), 어머니의 모국어만 사용하는 경우 2명(0.9%)으로 나타났다. 대상자 지역별 표집비율은 서울 80명(34.20%), 경기 62명(26.50%), 충청 22명(9.40%), 경상 18명(7.70%), 강원 17명(7.30%), 전라 13명(5.60%), 인천 10명(4.30%), 부산 4명(1.70%), 대구 3명(1.30%), 대전 2명(0.90%), 울산 2명(0.90%), 광주 1명(0.40%)으로 집계되었다.
2. 연구도구
1) 민족정체성 혼란
다문화 청소년의 민족정체성 혼란을 측정하기 위해 Ward 등(2011)이 구성 및 타당화한 Ethno-cultural Identity Conflict Scale (EICS)을 번안하여 사용하였다. 번안의 과정에서 전문가 2인을 통하여 번역 및 역 번역을 거쳤고, 전문가 3인과 함께 척도를 보완 및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후, 중학교 1∼2학년에 재학 중인 다문화 청소년 20명(여학생 14명, 남학생 6명; 1학년 11명, 2학년 9명)을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하여 문항 내용 및 난이도의 적절성을 확인하였다. 응답 결과, 참여자에게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일으키는 문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하여 별도 수정 없이 예비 조사 문항을 그대로 본조사에서 활용하였다. 본 척도는 총 20문항으로 구성되었으며, 5점 Likert 척도(1점 = 전혀 그렇지 않다 ∼ 5점 = 매우 그렇다)에 따라 청소년의 자기 보고로 평정되었다. 문항의 예로는 “나는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등이 있다. 문항 중 1, 11, 17, 18번은 역 채점하게 되었으며, 최종 분석에는 전체 문항의 평균 점수를 사용하였다. 점수가 높을수록 청소년이 개인 내 수준 또는 가족, 민족 공동체, 더 넓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민족·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인지·정서적 갈등을 높게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점수가 낮을수록 민족정체성의 통합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Ward et al., 2011). 본 연구에서 산출한 민족정체성의 내적합치도 계수(Cronbach’s α)는 .97로 나타났다.
2) 지각된 차별감
다문화 청소년이 지각한 차별감은 Williams (1997, 1999)가 개발한 Williams Major and Everyday Discrimination Questions를 Kim (2007)이 번안한 척도를 수정·보완하여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본 척도는 총 9문항으로 구성되었으며, 5점 Likert 척도(1점 = 전혀 그렇지 않다 ∼ 5점 = 매우 그렇다)에 따라 청소년의 자기 보고로 평정되었다. 문항의 예로는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무례한 취급을 당한 적이 있다.” 등이 있다. 전체 문항의 평균 점수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점수가 높을수록 청소년이 스스로 지각하기에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차별감의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된 내적합치도 계수(Cronbach’s α)는 .94로 나타났다.
3) 이중문화역량
다문화 청소년의 이중문화역량을 측정하기 위해 David 등(2009)이 개발한 Bicultural Self-Efficacy Scale (BSES)을 Jin(2015)이 국내 최초로 번안하여 사용한 척도를 수정·보완하여 사용하였다. 본 척도는 사회적 기반(social groundedness) 7문항,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 ability) 4문항, 긍정적 태도(positive attitudes) 4문항, 지식(knowledge) 4문항, 역할수행(role repertoire) 3문항, 이중문화 신념(bicultural beliefs) 2문항으로 구성되어 총 24문항이다. 5점 Likert 척도(1점 = 전혀 그렇지 않다 ∼ 5점 = 매우 그렇다)에 따라 청소년이 직접 응답하였다. 문항의 예로는 “나는 어머니의 출신 나라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 모두와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등이 있다. 전체 문항의 평균 점수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점수가 높을수록 청소년의 이중문화에 대한 역량이 높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된 내적합치도 계수(Cronbach’s α)는 .98로 나타났다.
4) 부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
다문화가정 내 부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을 측정하기 위해 Barnes와 Olson (1985)이 개발하고 Min (1991)이 번안하고 수정한 부모-자녀 의사소통 척도(Parent-Adolescent Communication Scale; PACS)를 사용하였다. 원척도는 부모-자녀 간 개방적 의사소통과 역기능적 의사소통을 측정하는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위척도를 분리하거나 통합하여 활용할 수 있다(Barnes & Olson, 1985). 본 연구에서는 개방적 의사소통 문항이 부모의 정서적 지지를 더욱 잘 반영한다는 Rodrigues 등(2020)의 결과와 연구 목적을 반영하여 개방적 의사소통을 측정하는 10개 문항만을 사용하여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과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을 각각 측정하였다. 각 문항은 5점 Likert 척도(1점 = 전혀 그렇지 않다 ∼ 5점 = 매우 그렇다)에 따라 청소년의 자기 보고식으로 평정되었다. 문항의 예로는 “나는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어머니/아버지에게 내 생각을 말하는 편이다” 등이 있다. 어머니-자녀 개방형 의사소통과 아버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에 대한 질문지는 별도 구성하였다. 전체 문항의 평균 점수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점수가 높을수록 부모-자녀 간 의사소통이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자유롭고 원활히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된 내적합치도 계수(Cronbach’s α)는 어머니-자녀 개방형 의사소통 .96, 아버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 .97로 나타났다.
5) 통제변인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들에 근거하여 부-자녀 대화 시 사용 언어, 모-자녀 대화 시 사용 언어, 청소년의 어머니 모어 유창성, 외국인 어머니의 한국어 유창성, 외국인 어머니의 출신국을 통제하였다. 먼저 부/모-자녀 대화 시 사용 언어는 ‘한국어만 사용(1)’, ‘외국인 어머니 모어만 사용(2)’, ‘모두 사용(3)’ 중 하나에 응답하도록 한 후 더미변수로 처리하였다. 청소년의 어머니 모어 유창성과 외국인 어머니의 한국어 유창성은 4점 척도(1점 전혀 못한다 ∼ 4점 매우 잘한다)에 따라 응답하도록 하였다. 외국인 어머니의 출신국은 베트남(1), 일본(2), 중국(3), 필리핀(4), 태국(5), 미국(6), 러시아(7), 기타(8)로 자료 수집 후 7개의 더미변수를 생성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성별, 거주지역에 따른 연구 변인들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아 통제변인에서 제외하였다.
3. 자료분석
본 연구를 위해 수집한 자료는 SPSS 26.0 (IBM Co., Armonk, NY)과 PROCESS (Version 4.1) MACRO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라 분석하였다. 첫째, 각 측정도구의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해 내적합치도 계수(Cronbach’ s α)를 산출하였다. 둘째, 연구대상의 인구학적 특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기술통계 및 빈도분석을 실시하였다. 셋째, 주요 변인들의 일반적 경향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각 변인의 평균, 표준편차, 왜도, 첨도 수치를 산출하였다. 또한, 변인 간 상관관계 분석을 위하여 Pearson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하였다. 넷째, PROCESS MACRO 프로그램의 Model 4와 Model 9를 사용하여 지각된 차별감과 민족정체성 혼란 관계에서 이중문화역량의 매개효과와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과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조절된 매개효과를 검증하였다. 마지막으로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을 사용하여 매개효과와 조절된 매개효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였다.
연구결과
1. 연구 변인들의 일반적 경향 및 상관관계
측정 변인의 일반적 경향성과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는 Table 2와 같다. 측정 변인들의 왜도 및 첨도 절댓값이 각각 3.0과 10.0을 넘지 않아 정규분포성 가정에 충족함을 확인하였다. 또한, 일반적으로 변인 간 상관계수가 0.8 이상일 경우 다중공선성의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본 연구에서의 분산팽창계수(VIF)와 공차한계(tolerance) 값은 각 10 이하(2.14∼4.77)와 0.1 이상(.21∼.47)으로 나타나 다중공선성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2. 지각된 차별감과 민족정체성 혼란 간 관계에서 이중문화역량의 매개효과
다문화 청소년의 지각된 차별감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중문화역량의 매개효과를 분석한 결과는 Table 3에 제시된 바와 같다. 먼저 지각된 차별감은 민족정체성 혼란에 유의한 정적 영향(β=.45, p <.001)을 미쳤다. 더불어 지각된 차별감은 이중문화역량에 부적 영향(β=-.42, p <.001)을 미치고 이중문화역량도 민족정체성 혼란에 부적 영향(β=-.42, p <.001)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이중문화역량이 지각된 차별감과 민족정체성 혼란 간 관계를 유의하게 매개함을 확인하였다. 또한, 지각된 차별감에서 민족정체성 혼란 간의 총효과는 .63으로 나타나고, 매개변인인 이중문화역량이 투입된 후 지각된 차별감에서 민족정체성 혼란으로 가는 경로의 직접효과가 .45로 감소하는 것을 보아 이중문화역량의 부분적 매개효과가 유의함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지각된 차별감과 민족정체성 혼란의 간접효과(β=.18)를 부트스트래핑을 활용하여 검증한 결과, 부트스트랩의 상한값과 하한값 사이에 0이 존재하지 않아 간접효과가 유의함을 확인하였다. 정리하여, 다문화 청소년이 차별감을 낮게 지각할수록 이중문화역량이 증가하고 민족정체성 혼란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지각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을 통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영향에서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과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조절된 매개효과
다문화 청소년의 지각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을 통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영향에서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과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조절된 매개효과를 분석한 결과는 Figure 2와 Table 4와 같다. 먼저, 매개변수 모형에서 독립변인인 지각된 차별감은 매개변인인 이중문화역량에 유의한 부적 영향(β=-.11, p <.01)을 미쳤다. 조절변인인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β=.39, p <.001)과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β=.25, p <.001)은 매개변인인 이중문화역량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어서 지각된 차별감과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상호작용항은 매개변인인 이중문화역량에 부적 영향(β=-.12, p <.01)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이 독립변인인 지각된 차별감과 매개변인인 이중문화역량의 관계를 유의하게 조절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 수준이 높을 때, 지각된 차별감이 낮을수록 이중문화역량이 증가하였다. 또한 지각된 차별감이 높더라도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 수준이 높은 집단의 이중문화역량은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 수준이 낮은 집단보다 컸다. 이에 반해, 지각된 차별감과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상호작용항은 매개변인인 이중문화 역량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β=.08, p >.05). 다음으로 종속변수 모형에서는 독립변인인 지각된 차별감이 종속변인인 민족정체성 혼란에 유의한 정적 영향(β=.45, p <.001)을 미쳤으며, 매개변인인 이중문화역량은 종속변인인 민족정체성 혼란에 유의한 부적 영향(β=-.42, p <.001)을 미쳤다.
부트스트래핑을 통해 조절된 매개효과의 유의성을 검증한 결과,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조절된 매개지수 값은 .05이고 신뢰구간의 하한값과 상한값 사이에 0이 포함되지 않아 유의한 조절된 매개효과가 검증되었다. 반면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조절된 매개효과는 신뢰구간의 하한값과 상한값 사이에 0이 포함되어 유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리하여,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경우에만 지각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을 매개로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수준이 높을수록 지각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을 통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간접효과가 강화되었다(Figure 3 참조). 즉,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 수준이 높은 집단의 경우 지각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을 통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간접효과의 크기가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 수준이 낮은 집단보다 컸다. 이를 연구 변인들의 일반적 경향성 및 상관관계와 함께 고려하여 해석하면, 한국인 아버지와의 개방적 의사소통 수준이 높은 집단의 다문화 청소년은 차별감을 낮게 지각할수록 이중문화역량이 증가하고 민족정체성 혼란이 감소하는 정도가 개방적 의사소통 수준이 낮은 집단의 다문화 청소년보다 더 큼을 의미할 수 있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다문화 청소년의 지각된 차별감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중문화역량의 매개효과를 알아보고, 지각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을 통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과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조절된 매개효과를 검증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주요 결과들을 중심으로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중문화역량은 지각된 차별감과 민족정체성 혼란의 관계를 유의하게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변인 간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문화 청소년의 지각된 차별감은 민족정체성 혼란에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다문화 청소년이 차별감을 낮게 지각할수록 민족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감소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싱가포르의 중국인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Leong과 Ward(2000)의 연구에서 이들이 차별감을 낮게 지각할수록 민족정체성에 대한 갈등 수준이 낮았다는 결과와 일치한다. 둘째, 지각된 차별감은 이중문화역량에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다문화 청소년이 차별감을 낮게 지각할수록 이중문화역량은 증가하였다. 이는 두 문화를 상호 배타적이라 여길 가능성이 감소하여 양 문화에 대한 긍정적 태도 및 신념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이중문화역량을 발달시키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 다문화 청소년들의 차별 스트레스와 이중문화역량 간 관계가 부적으로 나타났다는 선행연구들과 맥을 함께 한다(Carrera & Wei, 2014; Lee & Lim, 2015). 셋째, 이중문화역량은 민족정체성 혼란에 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다문화 청소년들의 이중문화역량이 높을수록 민족정체성 혼란이 감소하였다. 이는 개인이 두 문화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며 양쪽에서의 경험을 적절하게 통합할 때, 두 민족 집단 간 인지·정서적 갈등을 적게 경험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Phinney, 1990).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이중문화적 배경을 지닌 개인이 각 문화에서 수용되는 가치와 신념에 따라 적응적으로 기능할수록 높은 수준의 정체성 통합을 보인다는 선행연구(Lee et al., 2021; Schwartz & Unger, 2010)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양 문화 집단의 구성원들과 원활한 교류를 통해 사회적 안정감과 지지를 경험하여 자신의 민족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한 선행연구(Benet-Martinez & Haritatos, 2005) 결과와도 맥을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종합하여 볼 때, 이중문화역량은 지각된 차별감과 민족정체성 혼란 간 관계를 유의하게 매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시 말해, 다문화 청소년이 차별감을 낮게 지각할수록 이중문화역량이 증가하고 민족정체성 혼란이 감소하였다. Tajfel (1981)의 사회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한다. 이에 집단 내에서 차별감을 낮게 지각할수록 그 집단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게 되고, 이는 민족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한 Phinney (1990)의 민족정체성 발달 모델에서도 개인이 낮은 수준의 차별을 경험·지각할수록 해당 집단과 긍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되고, 이는 민족정체성에 대한 혼란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본 연구 결과는 해당 이론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며, 한국 다문화 청소년들의 민족정체성 발달에 유의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지각된 차별감은 민족정체성 혼란을 증가시킬 수 있기에 다문화 청소년들이 사회화 과정에서 차별감을 경험하거나 높게 지각하지 않도록 사회 공동체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다문화 청소년들의 민족정체성 혼란을 증가시키는 부정적 요인들을 파악·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나, 이들의 특수한 이중문화적 배경을 통해 함양할 수 있는 이중문화역량과 같은 긍정적 측면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민족정체성의 발달과정을 다각도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문화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부모 출신국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개인의 특성을 잘 고려한 개인·사회·문화적 역량을 증진하기 위한 장기적인 맞춤형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각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을 통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영향에서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조절된 매개효과는 유의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문화 청소년의 지각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을 통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매개효과는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강화되었다. 즉, 한국인 아버지와의 개방적 의사소통 수준이 높을수록 차별감을 낮게 지각할 때 이중문화역량이 증가하고 민족정체성 혼란이 감소하는 정도가 더 컸다. 이러한 결과는 부모-자녀 간 의사소통이 자유롭고 원활하게 이루어질수록 자녀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민족적 가치와 역사를 이해를 바탕으로 통합적 정체성을 발달하였다고 보고한 선행연구(Lee & Chun, 2013)를 지지한다. 더불어 평상시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사회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차별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법을 배운 청소년의 경우 더 높은 수준의 민족정체성을 보였다는 선행연구(Phinney & Nakayama, 1991)와도 비슷한 시사점을 가진다. 이를 모두 종합하여 볼 때, 다문화 청소년이 한국인 아버지와 개방적인 소통을 많이 할수록 지각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에 미치는 부적 영향이 약화되어 민족정체성 혼란이 감소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Benet-Martinez & Haritatos, 2005; Lee et al., 2021; Schwartz & Unger, 2010). 또한, 다문화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경험하는 차별은 주로 한국인 아버지와 같은 주류문화 집단의 구성원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인 부모인 아버지와 평소 차별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올바른 대처 방안을 습득함으로써(Phinney & Nakayama, 1991), 차별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역량과 정체성을 발달할 수 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반면,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조절된 매개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이 보고한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의 평균 점수는 3.95점으로 비교적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각된 차별감이 이중문화역량을 통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매개효과를 조절하지 못한 것은 기존 선행연구들과 다른 시사점을 제공한다. 외국인 어머니의 경험을 질적으로 살펴본 Lim과 Jo(2018)의 선행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어머니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의 변화에 혼란을 경험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자녀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부족함과 죄책감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외국인 어머니와의 개방적 의사소통이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졌더라도 다문화 청소년이 지각한 차별감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부모-자녀 간 개방형 의사소통의 질적인 측면을 살피고, 외국인 어머니가 청소년 자녀의 다문화적인 경험을 이해·지원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나아가, 본 연구 결과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영향력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선행연구(Lee & Chung, 2019)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며, 다문화 청소년의 민족정체성 혼란 감소에 있어 한국인 부모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다문화가정의 한국인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청소년 자녀가 직면할 수 있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외국인 아내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가정 내 존재하는 문화적 차이를 줄이는 역할을 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Lim et al., 2023).
끝으로 본 연구의 제한점을 밝히고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는 부모-자녀 대화 시 사용하는 언어(한국어만 사용, 외국인 부모 모어만 사용, 모두 사용)에 따른 차이를 비교·분석하기에는 유형별 비율이 균등하지 않아 이를 모두 통제변인으로 포함하였다. 그러나 특정 민족 집단의 문화적 가치는 언어를 통해 세대에 걸쳐 전승되기 때문에 언어가 민족정체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력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Lee, 2023). 실제로 국내 선행연구들에서는 다문화가정 내에서 외국인 부모의 모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자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다르게 규정하였다고 한다(Kim et al., 2013; Lee & Choi, 2008). 상세히 말하자면, 한국어와 외국인 부모의 모어를 모두 사용하는 경우는 자신을 한국인이면서 외국인 부모 나라 사람이라고 규정하였고, 한국어만 사용하는 경우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만 규정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가정 내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서 다문화 청소년의 민족정체성이 다르게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본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의 특성을 살펴보면, 외국인 어머니와는 한국어와 어머니의 모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던 반면 한국인 아버지와는 한국어만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부모의 영향력이 상이한 것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으므로 후속 연구들에서는 이의 영향력을 더 구체적으로 규명하여 언어 사용에 따른 영향력을 심층적으로 비교·분석하기를 제언한다.
둘째, 본 연구는 외국인 어머니의 출신 국가의 구성비가 비교·분석을 시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지 않아 이를 통제 변인으로 포함하여 외국인 부모의 출신국에 따른 차이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족정체성은 특정 민족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인식, 소속감, 자부심 등의 영향을 받으며 발달 및 변화한다(Park, 2019; Phinney, 1992). 이에 다문화 청소년의 민족정체성 발달과정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부모의 출신국의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성도 제기되어 후속 연구에서는 이의 영향력을 상세하게 살피는 연구를 진행해 볼 수 있기를 제언하는 바이다. 특히 한국 사회 내 다문화가정은 한국인 부모와 외국인 부모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으므로 외국인 부모의 출신국에 따른 영향이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가 베트남과 일본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인식은 다를 수 있고, 이는 해당 국가의 부모를 둔 다문화 청소년의 사회적 경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본 연구는 2022년도 기준 한국의 전체 다문화가정 399,396가구 중 54.8%(Statistics Korea, 2023)가 한국인 부모와 외국인 부모로 이루어진 가정이라는 점과 설문조사를 통해 모집된 연구참여자의 특성상 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로 이루어진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만 분석하였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영향력을 모두 분석하여 어머니만 혹은 부모를 하나로 통칭하여 살핀 선행연구들의 한계점을 보완하였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으나, 한국인 어머니와 외국인 아버지로 이루어진 다문화가정은 포괄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한계점을 지닌다. 이에 후속 연구들에서는 한국인 어머니와 외국인 아버지로 구성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여 본 연구의 결과와 비교·분석하기를 제안하는 바이다. 이를 통해 본 연구에서 나타난 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의 영향력 차이가 부모의 성별에 따른 차이인지 부모의 출신 국가에 따른 차이인지를 더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넷째, 본 연구는 주요 연구 변인 간 구조적 관계를 횡단적 자료를 통해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연구참여자들에게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지각된 차별감, 이중문화역량, 부-자녀 개방형 의사소통, 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 민족정체성 혼란에 관하여 응답하도록 안내하였으나, 모든 자료를 한 시점에서 수집하였기에 변인 간 인과 관계를 단정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민족정체성은 특정 시기에 고정되지 않고 일생에 걸쳐 발달하는 개념이기에 후속 연구에서는 민족정체성 혼란에 대한 종단적 자료를 수집하여 이의 발달 궤적을 더욱 명확하게 규명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위와 같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의가 있다. 첫째, 본 연구는 한국 사회가 점차 다문화사회로 확장되는 시점에서 다문화 청소년들의 민족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간 인과적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이들의 통합적 민족정체성 발달을 지원하는 실효적 개입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 결과는 지각된 차별감이 민족정체성 혼란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중문화역량과 부모-자녀 개방형 의사소통이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밝힘으로써, 다문화 청소년의 정체성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서 이중문화역량을 강화하고 부모-자녀 간 의사소통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둘째, 본 연구는 다문화 청소년의 민족정체성 발달에 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의 영향력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검증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한국인 아버지와의 개방적 의사소통 수준에 따라 다문화 청소년이 지각하는 차별감의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고, 높은 개방적 의사소통은 청소년의 이중문화 역량 증진과 민족정체성 혼란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다문화 청소년이 자신의 민족정체성을 탐색·형성하는 과정에서 한국인 아버지의 영향력이 매우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한국인 아버지들이 다문화가정 내 한국 문화와 외국인 어머니의 문화를 적절히 연결해주는 문화적 매개자가 되어 다문화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새롭게 시사한다.
Notes
The author declares no conflict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e authorship or publication of this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