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이상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 세대관계 특성과 생활 만족도의 관련성
Coresidence between Unmarried Children in Established Adulthood and Older Parents in Korea: Relationship Characteristics and Associations with Life Satisf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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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amine which aspects of coresident intergenerational relationships were associated with the life satisfaction of unmarried children in established adulthood and of their parents. In this study, the coresident relationship characteristics included support exchange, emotion, interferenceconflict, and perceptions of coresidence. Data were collected from (a) 250 never-married adults who were 35+ years old and lived in Seoul with at least one parent aged 75 years or younger and (b) 250 older adults who were 75 years old or younger and had at least one unmarried child aged 35+ years living in the same household. Our multiple regression analysis of unmarried children showed that the adult child’s financial support, the adult child’s psychological reliance on parents, the parent’s psychological reliance on the child, and relationship quality were significantly related to higher levels of life satisfaction. In contrast, the parent’s daily interference, daily conflicts, and anticipation of future care of parents were related to lower levels of life satisfaction. Second, the characteristics that were positively associated with the parent’s life satisfaction were the parent’s instrumental support, relationship quality, the coresident child’s daily interference, positive perceptions of intergenerational coresidence, and expectation of future care of parents. In contrast, the parent’s financial support, daily conflicts with the child, and taking intergenerational coresidence for granted were negatively related to the parent’s life satisfaction. This study advances our understanding of coresidence between unmarried children in established adulthood and their older parents by focusing on the multiple aspects of intergenerational coresidence.
서론
전 세계적으로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가 증가하고 있다.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로부터 분가하는 것이 규범적인 서구에서는 20대 청년자녀가 부모의 집에 머무르는 현상이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에 관한 선행연구는 국내에서도 서구와 마찬가지로 20대와 30대 초반의 자녀와 부모의 동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Lee & Lee, 2019; Oh, 2017). 그러나 청년시기 세대 간 동거가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을 받는 서구와는 달리, 한국사회에서 청년자녀와 부모의 동거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가 자연스럽게 여겨져 왔으며, 자녀가 결혼하면서 부모의 집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적 맥락에서는 청년시기보다는 평균적인 초혼 연령(남자 만 33.2세, 여성 만 30.8세; Statistics Korea, 2020) 이후에도 결혼하지 않은 30대 중반 이후의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는 자녀의 발달단계에 따라 다른 특성을 보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20대 또는 30대 초반을 의미하는 성인전이기(emerging adulthood; Arnett, 2000) 또는 성인 초기는 성인이 되면서 점차 부모에게서 독립해 나가는 시기이지만, 한국에서는 부모의 ‘슬하’에 있는 것이 규범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반면, 발달심리학자들이 최근 제안한 확립된 성인기(established adulthood; Mehta et al., 2020)는 성인전이기와 중년기 사이의 시기로, 성인으로서 직업 역할이나 부모 역할 등에서 성장을 추구하며 이미 결혼한 경우가 많은 시기이다. 이 발달단계에서 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하는 것은 다소 비규범적으로 여겨지나, 한국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현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는 성인자녀의 부모의존이라는 측면에서 학술적, 정책적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와 동거하며 부모에게 의존하는 성인자녀를 지칭하는 ‘캥거루족’, ‘기생독신’ 등의 용어가 등장하였으며, 성인자녀의 일방적 의존이라는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가 항상 일방적인 것은 아니다(Sung, Choi et al., 2017). 성인기 비혼자녀, 특히 청년시기를 지난 성인자녀는 어느정도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정서적으로 성숙한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에게 다양한 경제적 도움과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다. 즉, 확립된 성인기의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는 어느 한 세대의 일방적인 필요나 의존의 양상이 아닌, 서로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상호의존성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대 간 동거는 주거공간을 공유하며 일상을 함께한다는 특징이 있으므로 지원교환, 애정, 갈등 등의 상호작용 또한 활발할 가능성이 있다(Kertzer, 1986). 동거상황에서는 주거비, 생활비 등의 경제적 지원교환과 식사준비, 청소 등의 도구적 지원교환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집안일과 같은 도구적 지원은 면대면 접촉을 전제하므로 동거맥락에서 더욱 중요하다(Fingerman et al., 2017). 심리정서 측면에서는 동거의 특성상 대면접촉이 이루어지면서 전화나 문자 등의 상호작용과는 다른 긍정적 정서경험의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Fingerman et al., 2017). 즉, 동거 상황에서 일상의 활동이나 의사소통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Fingerman et al., 2016). 그러나 주거공간을 공유하며 서로의 삶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되면서 가치관, 세대 차이 등의 이유로 서로의 일상생활에 간섭하거나 집안일 및 생활방식에 대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Clemens & Axelson, 1985). 아울러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에 대한 인식은 개인, 문화, 국가 등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같은 동거 상황이라도 이를 자연스럽게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불완전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Tosi & Grundy, 2018). 즉, 동거하는 상황이나 이유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동거 관계에서의 세대관계 특성을 지원교환, 심리정서, 간섭·갈등, 동거인식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동거하는 맥락에서의 세대관계 특성은 부모와 자녀의 생활만족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생활만족도는 개인의 전반적인 삶이나 삶의 특정 영역, 상황에 대한 주관적 평가(Diener et al., 1999; Ferring et al., 2004)이므로, 세대 간 동거와 같은 삶의 맥락이 생활만족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아울러 비혼 성인 자녀와 부모의 동거가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동거의 어떠한 특성과 측면이 생활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본 연구의 목적은 동거하는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관계 특성을 살펴보고 이러한 세대관계 특성과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발달단계 측면에서는 평균적인 결혼연령을 지난 확립된 성인기의 자녀세대, 그리고 이 시기의 비혼자녀와 동거하는 부모세대 모두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세대관계를 지원교환, 심리정서, 간섭·갈등, 동거인식의 측면에서 다차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확립된 성인기의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에 관한 국내 선행연구가 부재한 상태에서, 동거맥락에서의 다차원적 세대관계 특성과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본 연구는 현대 한국 가족에서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 문제 1. 동거하는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지원교환, 심리정서, 간섭·갈등, 동거인식의 전반적 경향은 어떠한가?
연구 문제 2. 세대 간 동거 상황에서 지원교환, 심리정서, 간섭·갈등, 동거인식은 부모와 동거하는 비혼 성인자녀의 생활만족도와 관련이 있는가?
연구 문제 3. 세대 간 동거 상황에서 지원교환, 심리정서, 간섭·갈등, 동거인식은 비혼 성인자녀와 동거하는 부모의 생활만족도와 관련이 있는가?
선행연구 고찰
1.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에 관련된 연구는 주로 동거의 실태 및 경향, 동거여부 및 주거독립 시기의 결정요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즉, ‘어떤 특성의 비혼 성인자녀가 부모와 동거하는가?’ 또는 ‘부모의 집을 떠나는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Mitchell, 2004; Schwanitz & Mulder, 2015). 이러한 선행연구에서는 성인자녀의 특성(Lee & Lee, 2019; Schwanitz & Mulder, 2015), 부모의 특성(Cooney & Mortimer, 1999), 거시적 특성(Aassve et al., 2002) 등을 결정요인으로 분석하였다.
세대 간 동거집단과 비동거집단을 나누거나 동거유형을 분류한 후, 성인자녀의 심리적 복지와의 관련성을 탐색한 연구가 있다. 이러한 선행연구의 결과는 연구의 관점에 따라 복합적인 양상을 보인다. 먼저, 세대 간 동거가 성인자녀의 심리적 복지에 부정적이라는 연구(Caputo, 2020; Copp et al., 2017)가 있다. Caputo (2020)의 연구에서는 미국에서 부모와 동거하는 비혼 성인자녀가 안정적으로 주거독립을 한 비혼 성인자녀보다 우울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부모와의 동거가 비혼성인자녀의 심리적 복지에 긍정적이라는 결과도 있다(Cherlin et al., 1997). 동거와 경제적 독립여부를 교차하여 거주형태와 심리적 복지의 관련성을 살펴본 Lee와 Lee (2019)의 연구에서는 동거 및 경제적 의존 유형이 동거 및 경제적 독립 유형보다 자존감은 낮고 우울과 스트레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가 성인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다소 축적된 것과는 달리, 부모의 심리적 복지와의 관련성을 살펴본 연구는 적으며, 연구결과도 비일관적이다. 비혼 성인자녀와의 동거가 부모의 심리적 복지에 부정적이라는 결과(Aquilino, 1990; Birditt et al., 2010)도 있고, 부모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도 있다(Lee et al., 2011).
종합하면,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가 자녀와 부모의 심리적 복지에 미치는 영향이 비일관적으로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동거집단과 비동거집단을 비교하는 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동거집단만의 역동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주거공간을 함께한다는 것은 교환, 협력, 갈등 등의 다양한 상호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Kertzer, 1986). 선행연구에서도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는 세대관계의 다양한 상호작용과 관련이 있었다(Kang, 2016; Sung, Lee et al., 2017; White & Roser, 1997). 한국 청년의 세대관계를 살펴본 연구(Lee et al., 2020)에서 동거는 경제적 지원교환, 도구적 지원교환, 접촉빈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여부에 따른 일상경험을 살펴본 Fingerman 등(2017)의 연구에서는 동거하는 성인자녀가 비동거 성인자녀보다 부모와 긍정적, 부정적 상호작용을 모두 더 높은 수준으로 경험하였다. 즉, 동거는 다양한 세대관계 역동을 활발하게 하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동거하는 성인자녀와 부모의 관계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동거상황에서의 세대관계 특성과 생활만족도
1) 지원교환과 생활만족도
세대 간 동거는 지원교환을 촉진하는 환경이다. 성인자녀와 부모의 지원교환과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에 관한 선행연구는 주로 부모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졌다. 사회교환이론에 근거하여 교환관계의 상호의존성에 주목한 세대관계 연구에서는 부모로부터의 지원과 자녀로부터의 지원인 양방향의 교환관계, 즉 호혜성을 강조한다(Choi & Han, 2017). 세대관계에서 지원의 제공과 수혜 사이의 호혜성은 심리적 복지에 중요한 측면으로 알려져 있다(Ingersoll-Dayton & Antonucci, 1988). 한편, 사회교환 이론의 확장으로 여겨지는 형평성 이론(equity theory; Sprecher, 2001)은 균형 잡힌 이익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대관계에서도 어느 한쪽의 과도한 지원과 수혜는 관계의 균형을 잃게 하여 개인의 심리적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부모와 자녀의 지원교환에서 호혜성과 형평성, 즉 누가 더 지원을 많이 했느냐는 생활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측면이다.
동거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아니지만 성인자녀와 노부모의 세대 간 지원교환에 관한 선행연구는 주로 자녀에게 지원을 받는 노부모보다 자녀에게 지원을 제공하는 노부모(Hong & Kwak, 2014) 혹은 자녀에게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노부모(Lowenstein et al., 2007)의 심리적 복지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성인자녀나 부모 한쪽의 지원이 다른 쪽의 지원보다 많은 지원의 불균형은 노부모의 심리적 복지에 부정적이라는 연구(Lowenstein, 2007)도 있다. 이는 지원과 수혜의 호혜성이 성립하지 않거나, 일부 세대에 공급과 지원이 치우쳐 관계의 균형을 잃어 과도한 의존감이나 부담감을 느껴 생활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인자녀의 관점에서 지원교환을 탐색한 연구는 부족하다. Han과 Han (2004)은 성인자녀와 노부모를 대상으로 세대 간에 교환되는 지원의 내용과 성인자녀의 심리적 복지의 관련성을 밝혔다. 또한, 성인자녀와 부모는 서로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자원에 대한 요구도가 상이하므로 세대 간 지원의 내용을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즉, 부모와 자녀의 지원교환은 지원의 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지원의 유형을 경제적 지원과 도구적 지원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적 지원교환의 경우, 동거하는 성인자녀와 부모는 주택비, 생활비 등의 영역에서 지원교환을 할 수 있다. 식사준비, 청소 등 도구적 지원은 면대면 접촉을 전제하므로 동거맥락에서 중요하다(Fingerman et al., 2017). 한편, 본 연구에서는 상대적 지원교환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동거상황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지원교환의 시간 등과 같은 절대적인 양을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측정오차가 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경제적, 도구적 지원교환에서 성인자녀와 부모 중 누가 더 많은 양을 지원했다고 지각하는지와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2) 심리정서와 생활만족도
심리정서 차원에서 성인자녀와 부모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두 세대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Chen & Jordan, 2018). 성인자녀와 부모의 전반적인 관계의 질과 생활만족도, 우울 등 심리적 복지와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높은 수준의 부모자녀관계 질이 높은 수준의 심리적 복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Chen & Jordan, 2018; Merz et al., 2009). 이는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부모자녀관계에서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더불어 동거상황에서는 대면접촉이 증가하면서 전화나 문자 등의 상호작용과는 다른 긍정적 정서경험의 기회가 생길 수 있으며(Fingerman et al., 2017), 일상의 활동이나 농담을 공유하며(Fingerman et al., 2016) 서로를 이해하고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동거하는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관계 질이 생활만족도와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한편, 비혼자녀와 부모의 정서적 지원이나 심적 의지도 생활만족도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경험을 살펴본 연구(Kang, 2018)에서는 성인자녀가 부모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과 점차 연로해지는 부모가 성인자녀에게 심적으로 의지하는 양상이 자녀와 부모의 생활에 긍정적이라고 보고하였다. Sung, Lee 등(2017)에 따르면, 동거하는 비혼 딸을 옆에 두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부모의 외로움을 해소하고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동거상황에서 자녀와 부모의 심적 지지와 의지가 개인의 생활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3) 간섭·갈등과 생활만족도
세대 간 간섭과 갈등은 세대관계의 중요한 하나의 측면이며, 성인자녀와 부모는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에 대해서 민감하다(Fingerman et al., 2004). 특히 주거공간의 공유는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높인다. 선행연구에서도 성인자녀와 부모가 동거할 때 관계의 긴장감이 더 쉽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Akiyama et al., 2003). 그러나 동거의 맥락에서 세대 간 갈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일부 세대 간 동거의 갈등에 관한 연구에서는 갈등의 영역과 빈도를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Jo et al., 1996; Suitor & Pilemer, 1988). 따라서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상황에서 나타나는 간섭 및 갈등에 관한 탐색이 필요하다.
동거의 맥락에서 성인자녀와 부모의 갈등을 살펴볼 때 일상생활과 관련된 갈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거하는 성인자녀와 부모의 갈등을 살펴본 연구(Suitor & Pilemer, 1988)에서는 생활방식, 집안일, 성인자녀의 취업 등의 영역을 포함하여 세대 간 갈등을 측정하였다. Sung, Lee 등(2017)의 연구에서 부모는 비혼 성인자녀와 동거하면서 자녀의 늦은 귀가 시간을 걱정하고 신경을 쓰기도 하였는데, 이는 자녀와 부모 모두에게 부정적이었다. 또한 성인자녀는 자신의 기준과는 다른 어머니의 살림공간에 간섭하고 그것이 스트레스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는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상황에서 부모가 성인자녀에게 간섭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인자녀 또한 부모의 일상생활에 간섭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Kang (2018)의 연구에서는 부모와 동거하는 성인자녀가 취업 및 경제적인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성인자녀와 부모는 생활방식, 사고방식, 가치관 등의 차이로 간섭과 갈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세대 간 갈등은 개인의 심리적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im & Hong, 2012; Szydlik, 2008).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동거하는 성인자녀와 부모의 일상생활 간섭 및 갈등 수준과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4) 동거인식과 생활만족도
동거인식은 동거의 상황이나 동거하는 이유에 대한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주관적 인식과 평가를 의미한다. 국가나 문화에 따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가 널리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고 불완전하고 부끄러운 개인의 실패로 간주되는 경우도 있다(Tosi & Grundy, 2018). 동거하는 상황이나 이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부모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Copp et al., 2017; Kins et al., 2009). 예를 들어, Lee 등(2011)의 연구에서는 비혼성인자녀와의 동거 여부가 부모의 정신건강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저자들은 한국에서 결혼 전 부모와의 동거는 규범적이므로 동거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아 나타난 결과로 해석하였다. 즉, 동거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심리적 복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비혼 성인자녀가부모와 동거하는 것을 당연하게 지각하는 정도와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한편, 서구의 몇몇 연구는 동거의 배경, 이유와 심리적 복지의 관계에 주목하였다. Kins 등(2009)은 자기결정이론에 입각하여, 벨기에의 청년을 대상으로 동거 결정의 자율성과 심리적 복지 간의 메커니즘을 살펴보았다. 연구결과, 성인자녀가 동거를 자율적으로 선택했을수록 거주형태 만족도가 높아지고 이는 성인자녀의 높은 심리적 복지로 이어졌다. 이와 유사하게 Copp 등(2017)도 미국에서 부모와 동거하는 것이 즐겁다는 등의 이유에서 출발한 동거이면 성인자녀의 우울이 낮았고, 고용문제와 같은 실용적인 이유이면 성인자녀의 우울이 높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도 동거의 이유 및 동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비혼자녀와 부모의 생활만족도와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동거에 대한 인식은 동거가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고 지각하는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Tosi (2020)에 따르면, 동거가 성인자녀의 성공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각할 때 부모는 성인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인다고 하였다. Sung, Lee 등(2017)의 연구에서 비혼자녀는 부모와의 동거가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였다. 즉, 세대 간 동거가 장점이라고 지각하는 것이 개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동거가 본인에게 단점보다 장점이 된다고 지각하는 정도와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한편, 동거가 지속될수록 부모의 노화로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으며, 부모와 동거하는 비혼 성인자녀는 향후 부모를 부양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Park, 2017). 실제로 비혼자녀가 부모돌봄자로 여겨지는 변화가 일본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Ji, 2017). 한편 동거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중년기남성의 경우 연로한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인식할수록 생활만족도가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Kim & Han, 2014). 본 연구에서는 세대 간 동거의 맥락에서 부모돌봄 전망과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연구방법
1. 연구자료 및 연구참여자
『‘일방적 의존’과 ‘상호성’의 경계에서: 동거 경험을 통한 부모-성인자녀 관계의 재조명(연구책임자: 최연실, 공동연구자: 성미애, 이재림, 최새은)』이라는 연구과제의 자료 중 부모와 동거하는 비혼자녀 250명, 비혼자녀와 동거하는 부모 250명의 응답을 추출하여 사용하였다. 이 연구의 참여자는 비혼 성인자녀 집단과 비혼 성인자녀를 둔 부모 집단이었다. 성인자녀는 만 35세 이상이며, 결혼 경험이 없고, 부모가 모두 만 75세 미만이며, 서울시에 거주하는 성인남녀였다. 부모는 만 75세 미만이며, 결혼 경험이 없는 만 35세 이상의 자녀가 있고, 서울시에 거주하는 남녀였다. 한국에서는 주로 결혼과 함께 부모로부터 주거독립을 하는 것이 규범적이므로 평균 초혼 연령(남성 만 33.2세, 여성 만 30.8세; Statistics Korea, 2020)을 고려하여 만 35세 이상으로 하였다. 부모 연령은 연소노인(young-old) 시기 이후에는 건강 등의 요인으로 세대 간 상호작용이 부모의 일방적 의존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호성 관점에서 연구하기에 적절한 연소노인 시기인 만 75세 이전으로 하였다. 성인자녀와 부모를 각각 모집하였으며, 부모-자녀 쌍(dyad)으로 모집된 것은 아니다.
설문조사는 2016년에 전문 조사업체를 통해 훈련된 면접원이 구조화된 설문지를 사용하여 대면으로 실시하였다. 이 중 본 연구에서는 부모와 동거하는 비혼 성인자녀 250명, 비혼 성인자녀와 동거하는 부모 250명의 응답을 분석하였다. 자료수집 과정은 연구과제 책임자의 소속 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았고, 익명화된 2차 자료의 사용에 대해서는 본 연구의 저자들이 소속된 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았다.
본 연구에서 응답을 분석한 성인자녀와 부모의 일반적 특성은 Table 1과 같다. 성인자녀는 성별은 균등할당 표집을 했기 때문에 남성 131명(52.40%), 여성 119명(47.60%)으로 거의 유사했으며, 연령은 36-49세로 평균 38.66세였다. 교육수준은 4년제 대졸이 152명(60.80%)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문대졸 56명(22.40%), 고졸 38명(15.20%), 대학원 졸업 4명(1.60%)이었다. 수입이 있는 경제활동을 대다수인 244명(97.60%)이 하고 있었고, 월평균 소득은 약 317만 원이었다. 주택 명의자는 대다수인 235명(94.00%)이 부모라고 하였다. 생활비는 자녀 본인이 50% 미만을 부담하는 경우는 148명(59.20%), 자녀 본인이 50-99%를 부담하는 경우가 83명(33.20%), 자녀 본인이 100%를 부담하는 경우는 19명(7.60%)이었다. 아버지가 생존한 경우는 158명(63.20%)이었고 생존하지 않았거나 모른다는 경우는 92명(36.80%)이었다. 어머니가 생존한 경우는 234명(93.60%)이었으며, 생존하지 않았거나 모른다는 경우는 16명(6.40%)이었다. 동거하는 부모를 살펴보면,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인 경우는 139명(54.60%),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동거하는 경우는 93명(37.20%),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동거하는 경우는 18명(7.20%)이었다.
부모 응답자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성별은 균등할당표집을 했기 때문에 남성 138명(55.20%), 여성 112명(44.80%)으로 거의 유사했으며, 연령은 60-75세로 평균 70.40세였다. 교육수준은 중졸 이하 126명(50.40%), 고졸 112명(44.80%), 전문대 졸 11명(4.40%), 4년제 대졸 1명(.40%)이었다. 주택명의자는 대다수인 237명(94.80%)이 부모 본인이라고 하였다. 생활비의 경우 자녀가 50% 미만으로 부담하는 경우가 186명(74.40%), 자녀가 50-99% 부담하는 경우가 62명(24.80%), 자녀가 100% 부담하는 경우가 2명(.80%)이었다.
2. 측정방법
변수별 측정방법은 다음과 같다. 부모용 질문지에서는 만 35세 이상으로 결혼한 적이 없으며 부모와 같이 사는 자녀를 기준으로 응답하도록 하였고, 이러한 자녀가 여러 명이면 나이가 가장 많은 자녀를 기준으로 하도록 하였다.
1) 지원교환 특성
지원교환 특성은 성인자녀와 부모가 주고받은 경제적, 도구적 지원의 양을 주관적으로 비교한 2개의 변수를 사용하였다. 경제적 지원교환은 ‘지난 1년 동안 주고받은 경제적 지원(생활비, 의료비, 용돈 등)의 양을 비교한다면 어떠합니까?’라는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도구적 지원교환은 ‘지난 1년 동안 주고받은 도구적 지원(집안일, 장보기, 간호 등)의 양을 비교한다면 어떠합니까?’라는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성인자녀는 ‘내가 더 많이 지원했다’, ‘부모님과 내가 비슷했다’, ‘부모님이 더 많이 지원했다’ 중 한 가지를 선택하였고, 부모는 ‘내(우리)가 더 많이 지원했다’, ‘나(우리)와 이 자녀가 비슷했다’, ‘이 자녀가 더 많이 지원했다’ 중 한 가지를 선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본인이 더 많이 지원한 경우를 1로 코딩하고, 지원의 양이 비슷하거나 상대방이 더 많이 지원한 경우는 0으로 코딩하여 분석하였다. 이러한 코딩 방법은 지원의 절대량보다 교환이론을 토대로 상대적 비교에 초점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세대 간 지원교환에 관한 선행연구(Hong & Kwak, 2014; Lowenstein et al., 2007)에서 노부모가 자녀에게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지 혹은 본인이 제공한 것보다 자녀에게 더 많은 지원을 받는지에 중점을 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2) 심리정서 특성
심리정서 특성 변수는 자녀의 심적 의지, 부모의 심적 의지, 부모자녀관계의 질이었다. 자녀의 심적 의지는 부모와 자녀가 같이 사는 이유에 대해 성인자녀는 ‘나에게 부모님이 심적으로 의지가 된다’, 부모는 ‘이 자녀에게 내가 심적으로 의지가 된다’의 진술로 측정하였고, 동의하는 정도를 4점 리커트 척도로 응답하였다(1=‘전혀 그렇지 않다’, 4=‘매우 그렇다’). 즉, 점수가 높을수록 성인자녀가 부모에게 의지해서 동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의 심적의지는 성인자녀는 ‘부모님에게 내가 심적으로 의지가 된다’, 부모는 ‘이 자녀가 나에게 심적으로 의지가 된다’의 진술로 측정하였고, 4점 리커트 척도로(1=‘전혀 그렇지 않다’, 4=‘매우 그렇다’) 응답하여 점수가 높을수록 부모가 자녀에게 의지해서 동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자녀관계의 질은 Roberts & Bengtson (1993)이 개발하고 Kim과 Lee (2015)가 번안한 부모-자녀 애정 척도(Perceived Parent-Child Affection Scale)를 사용하였다. 총 4문항으로 ‘모든 것을 고려할 때, 귀하는 인생의 현시점에서 어머니(아버지, 이 자녀)와 얼마나 가깝다고 느낍니까?’ 등의 문항에 6점 리커트 척도(1=‘아주 조금’, 6=‘매우 많이’)로 응답하였다. 성인자녀는 4개의 문항을 아버지와 어머니 각각에 대하여 응답하도록 하였으며, 4개 문항의 평균을 사용하여 점수가 높을수록 부모자녀관계의 질이 좋은 것을 의미한다. 성인자녀의 경우 부모 중 한쪽만 생존한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의 평균값을 사용하는 대신, 관계의 질이 좋은 부모를 기준으로 측정한 값을 사용하였다. 즉, 부모가 모두 생존한 경우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평균값 중 더 큰 값을 사용하였다. 4개 문항의 Cronbach’s a는 부모의 응답 .80, 자녀의 아버지에 대한 응답 .84, 자녀의 어머니에 대한 응답 .62이었다. 자녀가 어머니에 대해 응답한 4개 문항을 하나의 척도로 사용했을 때의 내적 일관성이 다소 낮게 나타났으나, 특정 문항을 삭제했을 때 Cronbach’s a 값이 향상되는 경우가 없었다. 또한 4개 문항에 대해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했을 때 1요인 모형이 적절하게 나타났고, 모든 문항의 요인부하량이 .6 이상으로 높았기 때문에 4개 문항을 한 개의 척도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간섭·갈등 특성
간섭·갈등 특성을 변수는 자녀의 간섭, 부모의 간섭, 일상생활 갈등이었다. 자녀의 간섭은 세대 간 동거의 이유에 대하여 성인자녀는 ‘부모님의 일상생활에 간섭하게 된다’, 부모는 ‘이 자녀로부터 나의 일상생활이 간섭받게 된다’의 진술에 해당하는 정도를 4점 리커트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4=‘매우 그렇다’)로 응답하였다. 즉, 점수가 높을수록 자녀가 부모의 일상생활에 간섭하는 정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부모의 간섭은 성인자녀는 ‘부모님으로부터 나의 일상생활이 간섭받게 된다’, 부모는 ‘이 자녀의 일상생활에 간섭하게 된다’의 진술에 해당하는 정도를 4점 리커트 척도로(1=‘전혀 그렇지 않다’, 4=‘매우 그렇다’)로 측정하여, 점수가 높을수록 부모가 자녀의 일상생활에 간섭하는 정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일상생활 갈등은 여섯 가지 영역에서 얼마나 자주 갈등을 경험하는지 측정하였다. 갈등 영역은 (1) 결혼 및 연애, (2) 집안일(청소, 빨래, 식사준비 등), (3) 생활 방식(교우관계, 음주, 흡연, 귀가시간 등), (4) 진로 및 취업 또는 교육 문제, (5) 경제적 문제, (6) 성격이나 사고방식이었다. 갈등 빈도를 5점 리커트 척도(1=‘전혀 없음’, 5=‘매우 자주’)로 응답하였고, 6개 문항의 평균값을 사용하였다. 점수가 높을수록 동거하는 아버지, 어머니, 자녀와 갈등을 자주 겪는 것을 의미한다. 성인자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평균값 중 더 큰 값을 사용하였다. 6개 문항의 Cronbach’s a는 부모의 응답 .76, 자녀의 아버지에 대한 응답 .76, 자녀의 어머니에 대한 응답 .73이었다.
4) 동거에 대한 인식
동거에 대한 인식 변수는 당연한 세대 간 동거, 동거의 장점 인식, 부모돌봄 전망이었다. 당연한 세대 간 동거는 성인자녀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것은 당연하다’, 부모는 ‘이 자녀가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같이 사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진술에 동의하는 정도를 4점 리커트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4=‘매우 그렇다’)로 측정하였다. 점수가 높을수록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자녀와 같이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동거의 장점 인식은 ‘귀하의 입장에서 전반적으로 볼 때, 부모님/이 자녀와 같이 사는 것은 어떠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을 사용하여 4점 리커트 척도(1=‘단점이 훨씬 더 많음’, 2=‘단점이 더 많음’, 3=‘장점이 더 많음’, 4=‘장점이 훨씬 더 많음’)로 측정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장점이 많다고 인식한 3과 4를 ‘1’로 코딩하고, 단점이 많다고 인식한 1과 2를 ‘0’으로 코딩하여 분석에 사용하였다. 부모돌봄 전망은 성인자녀는 ‘귀하의 부모님이 연로하여 일상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면, 누가 주로 돌봐드릴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부모는 ‘귀하 또는 귀하의 배우자가 연로하여 일상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면, 누가 주로 돌봐드릴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을 사용하였다. 성인자녀는 ‘부모님 자신/부모님끼리’, ‘본인’, ‘형제자매 중 누군가(본인 제외)’, ‘형제자매가 공동으로’, ‘정부나 외부도움’, ‘잘 모르겠음’ 중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부모는 ‘본인 또는 배우자’, ‘이 자녀’, ‘다른 자녀(이 자녀 제외)’, ‘자녀들이 공동으로’, ‘정부나 외부 도움’, ‘잘 모르겠음’ 중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동거하는 비혼자녀가 돌볼 것으로 전망한 경우를 1, 나머지를 0으로 코딩하여 이분변수로 분석에 사용하였다.
5) 생활만족도
생활만족도는 Pavot & Diner (1993)의 생활만족도 척도(Satisfaction With Life Scale)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총 5문항으로, ‘내 삶의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나는 내 삶에 만족한다’ 등의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각 문항의 진술에 동의하는 정도를 7점 리커트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7=‘매우 그렇다’)로 응답하였고, 5개 문항의 평균값을 분석에 사용하였다. 점수가 높을수록 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것을 의미한다. 5개 문항의 Cronbach’s a는 자녀 응답 .91 부모 응답 .92이었다.
6) 통제변수
본 연구의 회귀모형에 투입된 통제변수는 자녀세대 모형에서는 성별, 연령, 주관적 계층, 부모의 건강이었다. 부모세대 모형에서는 성별, 연령, 주관적 계층, 건강, 동거자녀의 성별, 동거자녀의 연령이었다. 성별은 여성을 0, 남성을 1로 코딩하여 이분변수로 사용하였다. 연령은 출생연도를 활용하여 계산한 값을 연속변수로 사용하였다. 주관적 계층은 ‘아래의 사다리 그림에서 돈, 교육, 직업 등을 고려할 때, 위쪽에는 잘 사는 사람들이, 아래쪽에는 못사는 사람들이 위치합니다. 귀하는 이 사다리에서 어디에 위치한다고 생각하십니까?’의 문항과 사다리 그림을 제시하여 1점에서 10점 중 본인이 위치한다고 생각하는 곳에 응답하도록 하였다.
주관적 건강은 성인자녀의 경우 ‘같은 연령대의 어른들에 비해 아버지(어머니)의 건강은 어떠하십니까?’의 문항에 대해 ‘건강이 매우 안 좋으시다’ 1점에서부터 ‘매우 건강하시다’ 4점까지로 응답하여 연속변수로 사용하였다. 부모는 ‘같은 연령대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귀하의 건강은 어떠하십니까?’의 문항에 ‘건강이 매우 안좋다’ 1점에서부터 ‘매우 건강하다’ 4점까지의 응답을 연속변수로 사용하였다. 비혼자녀는 아버지와 어머니 각각에 대하여 응답하였고, 아버지와 어머니 평균값 중 더 큰 값을 사용하였다.
3. 분석방법
기술통계 분석 및 상관분석을 실시한 후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지원교환, 심리정서, 간섭·갈등, 동거인식의 네 가지 차원을 독립변수로 하고, 생활만족도를 종속변수로 하는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성인자녀와 부모는 별도로 분석하였다.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기에 앞서 독립변수 간의 다중공선성을 진단하기 위해 상관관계와 분산팽창지수 VIF를 검토하였을 때 모든 모형에서 10 미만으로 다중공선성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은 Stata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연구결과
1. 동거하는 비혼자녀와 부모의 관계 특성 및 생활만족도의 전반적 경향
동거하는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전반적인 관계는 Table 2와 같다. 먼저, 비혼자녀 관점에서 응답한 세대관계 특성의 경향은 다음과 같다. 지원교환 측면 중 경제적 지원교환은 성인자녀가 더 많이 지원한다고 지각하는 경우가 112명(44.80%), 부모가 더 많이 지원한다고 지각한 경우가 109명(43.60%)으로 비슷하였고, 성인자녀와 부모의 경제적 지원 양이 비슷하다고 지각하는 경우는 29명(11.60%)이었다. 도구적 지원은 성인자녀의 도구적 지원의 양이 부모의 지원보다 많다고 지각하는 경우가 17명(6.80%), 부모의 도구적 지원의 양이 성인자녀의 지원보다 많다고 지각한 경우가 192명(76.80%), 성인자녀와 부모의 도구적 지원 양이 비슷하다고 지각하는 경우는 41명(16.40%)이었다.
심리정서 측면에서 심적 의지(응답범위 1-4점)는 자녀 본인이 부모에게 의지하기 때문에 동거하는 정도가 평균 2.83점, 부모가 자녀에게 의지하기 때문에 동거하는 정도가 평균 2.88점으로 두 점수 모두 중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부모자녀관계의 질(응답범위 1-6점)은 어머니와의 관계 평균 4.56점, 아버지와의 관계 평균 4.03점으로 중간 수준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간섭·갈등 측면에서 간섭(응답범위 1-4점)은 자녀 본인이 부모에게 간섭하는 수준이 평균 2.34점, 부모가 자녀에게 간섭하는 수준이 평균 2.64점이었다. 즉, 자녀의 간섭은 중간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었으며, 부모의 간섭은 중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일상생활 갈등(응답범위 1-5)은 어머니와의 갈등 평균은 2.46점, 아버지와의 갈등 평균 2.24점으로 중간보다 약간 낮았다. 갈등의 영역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결혼 및 연애(M어머니=3.18, M아버지=2.74)에 대한 갈등 빈도가 가장 높았고, 이외에는 생활방식(M어머니=2.62, M아버지=2.37), 성격이나 사고방식(M어머니=2.44, M아버지= 2.32), 집안일(M어머니=2.39, M아버지=2.04), 경제적 문제(M어머니=2.09, M아버지=2.05), 진로, 취업 및 교육 문제(M어머니=2.05, M아버지=1.94)의 순이었다. 전반적으로 어머니와의 갈등 빈도가 아버지보다 잦았다.
동거에 대한 인식 측면에서,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것이 당연하다’(응답범위 1-4점)에 동의하는 정도가 평균 2.80점으로 약간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의 동거에 대해 장점이 단점보다 조금 더 많음 198명(79.20%), 장점이 훨씬 더 많음 38명(15.20%), 단점이 조금 더 많음 14명(5.60%)으로, 대부분이 동거에 장점이 많다고 인식하였다. 부모돌봄 전망은 ‘형제자매가 공동으로’ 94명(37.60%), 동거 비혼자녀 ‘본인’ 70명(28.00%), ‘잘 모르겠음’ 34명(13.60%), ‘본인이 아닌 형제자매 중 누군가’ 18명(7.20%), ‘부모님 자신 혹은 부모님끼리’ 17명(6.80%), ‘정부나 외부 도움’ 17명(6.80%)이었다. 즉, 다른 형제자매와 공동으로 부양하거나 본인이 전적으로 부양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비율이 높았다. 생활만족도(응답범위 1-7점)는 평균 4.33점으로 중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이어서, 부모 관점의 응답을 살펴보면 Table 2의 우측과 같다.
지원교환 측면에서 경제적 지원교환은 성인자녀가 더 많이 지원한다는 응답이 128명(51.20%)으로 가장 많았고, 부모가 더 많이 지원 100명(40.00%), 경제적 지원의 양이 비슷함 22명(8.80%)이었다. 도구적 지원은 부모가 더 많이 지원한다는 경우가 166명(66.40%)으로 약 2/3를 차지하였고, 성인자녀가 더 많이 한다는 경우가 53명(21.20%), 도구적 지원 양이 비슷하다는 경우가 31명(12.40%)이었다.
심리정서 측면에서 심적 의지(응답범위 1-4점)는 자녀가 부모에게 의지하여 동거한다는 진술에 동의하는 정도가 평균 2.65점, 부모가 심적으로 의지하여 동거한다는 응답이 평균 2.67점으로, 양방향 모두 중간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동의하였다. 부모자녀 관계의 질(응답범위 1-6점)은 평균 4.26점으로 부모세대 역시 관계의 질을 중간 수준보다 좋다고 지각하였다.
간섭·갈등 측면에서 간섭(응답범위 1-4점)은 자녀가 부모에게 간섭하는 정도가 평균 2.26점, 부모가 자녀에게 간섭하는 정도가 평균 2.62점이었다. 즉, 부모도 자녀의 간섭은 중간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부모의 간섭은 중간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 갈등(응답범위 1-5점)은 평균 2.43점으로 부모도 중간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 갈등의 영역별로 살펴보면 결혼 및 연애(M=2.93), 생활방식(M=2.51), 성격이나 사고방식(M=2.39), 집안일(M=2.32), 경제적 문제(M=2.23), 진로/취업 및 교육 문제(M=2.18)의 순이었다.
동거에 대한 인식 측면에서 ‘이 자녀가 결혼하지 않았으니 같이 사는 것은 당연하다’(응답범위 1-4점)에 동의하는 정도는 평균 2.82점으로 부모도 중간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동의하였다. 동거의 장점 인식은 비혼자녀와의 동거에 장점이 조금 더 많다고 지각한 경우가 191명(76.40%)으로 대다수였고, 단점이 조금 더 많음 47명(18.80%), 단점이 훨씬 더 많음 7명(2.80%), 장점이 훨씬 더 많음 5명(2.00%)의 순이었다. 비혼자녀 관점에서는 단점이 더 많다는 응답이 5.60%에 불과하였으나, 부모 관점에서는 단점이 더 많다는 응답이 21.60%를 차지하였다. 향후 돌봄에 대한 전망은 ‘본인 또는 배우자’가 부양할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101명(40.40%), ‘동거자녀’ 60명(24.00%), ‘자녀들이 공동으로’ 41명(16.40%), ‘잘 모르겠음’ 33명(13.20%), ‘정부나 외부 도움’ 13명(5.20%), ‘동거자녀가 아닌 다른 자녀 중 누군가’ 2명(.80%)의 순이었다. 동거하는 비혼자녀를 단독으로 지목한 응답의 비율은 비혼자녀 세대와 부모세대가 유사하였으나, 비혼자녀는 형제자매와 공동으로 돌볼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반면 부모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돌볼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부모세대의 생활만족도(응답범위 1-7점)는 평균 4.05점으로 중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2. 동거하는 비혼자녀와 부모의 관계 특성과 생활만족도의 관련성
1) 비혼자녀 관점
다중회귀분석에 앞서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비혼 성인자녀가 응답한 변수간의 상관관계는 Table 3과 같다. 대부분의 변수에서 유의한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혼 성인자녀 관점에서 응답한 세대관계 특성과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Table 4와 같다. 회귀모델에 포함된 독립변수와 통제변수는 생활만족도의 분산을 55.4% 설명하였다.
세대관계 특성 변수 중에서는 경제적 지원교환(β=.152, p<.01), 자녀의 심적 의지(β=.205, p<.001), 부모의 심적 의지(β=.170, p <.01), 부모자녀관계의 질(β=.155, p <.01), 부모의 간섭(β=-.183, p <.01), 일상생활 갈등(β=-.196, p <.001), 부모돌봄 전망(β=-.217, p <.001)이 비혼자녀의 생활만족도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본인의 경제적 지원의 양이 부모의 지원보다 많다고 지각할수록, 자녀 본인이 부모에게 심적으로 의지할수록, 부모가 자녀에게 심적으로 의지할수록, 부모자녀관계의 질이 좋을수록 비혼자녀의 생활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모와 일상생활 갈등을 자주 겪을수록, 부모가 자녀의 일상생활에 간섭할수록, 미래에 부모돌봄을 본인이 할것으로 생각할수록 비혼자녀의 생활만족도가 낮았다. 도구적 지원교환, 자녀의 간섭, 당연한 세대 간 동거, 동거의 장점 인식은 비혼자녀의 생활만족도와 유의미한 관련이 없었다. 통제변수 중에서는 자녀 본인의 연령(β=-.134, p <.01)과 주관적 계층(β =.316, p <.001)이 비혼자녀의 생활만족도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혼자녀의 연령이 높을수록 생활만족도가 낮았고, 주관적 계층을 높게 지각할수록 생활만족도가 높았다.
2) 부모 관점
다중회귀분석에 앞서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부모가 응답한 변수 간의 상관관계는 Table 5와 같다. 대부분의 변수에서 유의한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관점에서 응답한 세대관계 특성과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Table 6과 같다. 회귀모델에 포함된 독립변수와 통제변수는 생활만족도의 분산을 55.6% 설명하였다.
세대관계 특성 중 경제적 지원교환(β=-.119, p <.05), 도구적 지원교환(β=.157, p <.01), 부모자녀관계의 질(β=.292, p<.001), 자녀의 간섭(β=.113, p <.05), 일상생활 갈등(β=-.146, p <.01), 당연한 세대 간 동거(β=-.163, p <.001), 동거의 장점인식(β=.141, p <.01), 부모돌봄 전망(β =.142, p <.01)이 부모의 생활만족도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모 본인의 도구적 지원의 양이 자녀의 지원보다 많다고 지각할수록, 부모자녀관계의 질이 좋을수록, 자녀가 부모의 일상생활에 간섭할수록, 동거가 부모 본인에게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지각할수록, 미래에 같이 사는 자녀가 자신을 돌볼 것으로 생각할수록 생활만족도가 높았다. 반면 부모의 경제적 지원의 양이 자녀의 지원보다 많다고 지각할수록, 자녀와 일상생활 갈등을 자주 겪을수록, 자녀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수록 부모의 생활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심적 의지, 부모의 심적 의지, 부모의 간섭은 부모의 생활만족도와 유의미한 관련이 없었다. 통제변수 중 동거자녀의 성별(β=-.107, p <.05)과 주관적 계층(β=.301, p <.001)이 부모의 생활만족도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동거하는 자녀가 아들일 때 생활만족도가 낮은 반면, 주관적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게 지각할수록 생활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 및 논의
본 연구의 목적은 동거하는 35세 이상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세대관계 특성을 살펴보고 생활만족도와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하여 부모와 동거하는 35세 이상 비혼남녀 250명, 35세 이상 비혼자녀와 동거하는 부모 250명의 응답을 분석하였다.
연구문제 1에 해당하는 동거하는 비혼 성인자녀-부모 관계의 전반적 경향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원교환 측면에서 경제적 지원교환은 비혼자녀와 부모 모두 자녀가 부모에게 더 많이 지원하는 것으로 지각하였다. 반면 도구적 지원교환에서는 비혼자녀와 부모 모두 부모가 자녀에게 더 많이 지원하는 것으로 지각하였다. 즉, 비혼자녀와 부모의 동거에서 지원의 영역에 따른 교환수준에 차이가 존재하였다. 비혼 성인자녀의 연령이 일반적인 경제적 자립 시기를 넘었다는 점과 대다수가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비혼자녀가 더 많이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도구적 측면에서는 부모가 더 많이 지원한다는 결과를 토대로 볼 때, 각자의 생애단계에서 소유하고 있는 자원의 종류와 양에 따라 자녀는 경제적 지원을, 부모는 도구적 지원을 상대방에게 더 많이 제공하며 서로 호혜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심리정서 측면에서는 성인자녀와 부모 모두 동거의 이유로 서로 심적으로 의지하기 때문이라는 점에 어느 정도 동의하였다. 부모자녀관계의 질은 성인자녀와 부모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일반적인 독립이나 초혼 시기를 넘어선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는 달리, 동거하는 비혼자녀와 부모는 전반적으로 친밀하고 애정적인 세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간섭·갈등 측면에서는 성인자녀와 부모 모두 자녀의 간섭은 중간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부모의 간섭은 중간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지각하였다. 일상생활 갈등은 가끔 갈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 연구의 부모세대와 비슷한 연령의 미국 부모와 성인자녀의 갈등 빈도가 낮았다는 선행연구(Suitor & Pillemer, 1988)와 유사한 결과이다. 일부 매체에서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과는 달리, 본 연구에서 동거하는 비혼자녀와 부모의 관점에서는 간섭과 갈등이 높지 않았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마지막으로 동거인식 측면에서, 성인자녀와 부모 모두 성인자녀가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진술에 중간보다 높은 수준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자녀와 부모는 모두 동거가 본인에게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지각하였다. 향후 부모가 더 연로해졌을 때의 돌봄 전망은 비혼자녀의 경우 다른 형제자매와 함께 돌보거나 자신이 단독으로 돌볼 것으로 전망하였고, 부모의 경우 스스로 또는 배우자가 돌보거나 현재 동거하는 자녀가 돌볼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는 현재 부모와 동거하는 자녀가 비혼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앞으로도 이 자녀가 함께 살면서 부양하리라고 전망했을 수도 있다. 현재 부모와 동거하는 비혼자녀가 미래에 부모돌봄을 어느 정도 담당하리라고 전망했다는 점에서는 부모의 관점과 자녀의 관점이 유사하지만 비혼자녀는 형제자매와의 공동 돌봄을, 부모는 자녀 중에서 동거자녀를 1순위로 전망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연구문제 2에 해당하는 지원교환, 심리정서, 갈등·간섭, 동거인식 측면의 세대관계 특성과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을 살펴본 결과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원교환 측면에서 비혼자녀의 경제적 지원의 양이 부모의 지원보다 많다고 지각할 경우 비혼자녀와 부모 모두의 생활만족도가 높았다. 반대로 부모의 경제적 지원의 양이 자녀보다 많거나 자녀와 비슷하다고 지각할 경우 비혼자녀와 부모 모두의 생활만족도가 낮았다. 도구적 지원에서는 부모의 경우 본인이 자녀보다 도구적 지원을 많이 지원한다고 지각할수록 생활만족도가 높았다. 비혼자녀 응답에서는 도구적 지원은 생활만족도와 유의미한 관련이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호혜성 개념에 기반하여 해석할 수 있다. 세대간 동거의 맥락에서 대체로 부모가 가사노동과 같은 도구적 지원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혼자녀가 부모보다 경제적 지원을 많이 제공할 경우 호혜적인 관계가 성립한다고 지각함으로써 자녀와 부모 둘 다 생활만족도가 높게 나타났을 수 있다. 반대로 확립된 성인기의 비혼자녀는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 단계에도 노년기의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경우 관계의 형평성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동거상황을 포함하는 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확립된 성인기 비혼자녀와 부모가 동거하는 상황에서 부모의 도구적 지원과 자녀의 경제적 지원의 호혜적 교환은 비혼자녀와 부모 모두의 생활만족도에 중요한 측면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비혼자녀의 경제적 독립이 세대 간 동거 상황에서 생활만족도에 중요한 부분임을 시사한다.
부모가 제공하는 도구적 지원이 성인자녀의 도구적 지원보다 많을 때 부모의 생활만족도가 높다는 결과는 생산성(generativity)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생산성은 다음 세대를 돌보고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장하고자 하는 특성으로 중노년기의 심리적 복지에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An & Cooney, 2006). 확립된 성인기에 있는 비혼자녀를 둔 노년기 부모는 자녀가 직업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집안일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자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도구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자신이 자녀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지각하는 생산성을 획득함으로써 부모의 생활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심리정서 측면에서 성인자녀는 본인이 부모에게 심적으로 의지할수록, 부모가 본인에게 심적으로 의지할수록, 부모자녀관계의 질이 좋을수록 생활만족도가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세대간 동거여부 자체보다 동거의 심리정서적 이유가 성인자녀의 심리적 복지와 관련이 있다는 선행연구(Copp et al., 2017; Kins et al., 2009)와 일치한다. 아울러 성인자녀에 대한 부모의 심적 의지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부모의 관점에서는 부모자녀관계의 질이 좋을수록 생활만족도가 높았으나, 서로에게 심적으로 의지한다는 동거의 심리정서적 동기는 부모의 생활만족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종합하면 심적 의지와 같은 세대 간 정서적 교류는 비혼자녀의 생활만족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전반적인 부모자녀관계의 질은 두 세대 모두의 생활만족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원교환 측면의 결과와 연결하면, 비혼자녀와 부모가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으면서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한 동거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이들의 생활만족도에 중요함을 의미한다.
셋째, 갈등·간섭측면에서 성인자녀는 부모가 일상생활에 간섭할수록 생활만족도가 낮았다. 반면 부모는 동거자녀가 일상생활에 간섭할수록 생활만족도가 높았다. 성인자녀는 부모와 일상의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면서 경험하는 간섭을 확인된 성인기 지위와 충돌하는 개입이라고 지각하여 생활만족도가 낮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년기에 접어든 부모는 자녀의 간섭을 관심과 애정으로 지각하여 부모의 생활만족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상생활 갈등은 성인자녀와 부모 모두 자주 겪을수록 생활만족도가 낮았다. 이는 세대 간 갈등이 부모(Lowenstein et al., 2007)와 성인자녀(Fingerman et al., 2017)의 낮은 심리적 복지와 관련이 있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시공간을 공유하는 동거의 특성상 일상생활에서 간섭과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므로, 세대 간 동거상황에서 서로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존중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부모의 성인자녀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독립된 성인으로서의 자율성을 저해하여 성인자녀의 생활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친밀하면서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세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동거인식 측면에서, 부모는 자녀가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수록 생활만족도가 낮았다. 이는 지원교환이나 정서적 교류 등을 전제하지 않은 채결혼하지 않은 자녀와는 동거할 것을 가정하는 한국의 가족규범에 기반한 세대 간 동거는 부모의 심리적 복지에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가능성으로는 성인자녀가 결혼을 했다면 분가를 했을 것인데, 평균 초혼 연령이 지난 후에도 결혼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하는 상황에 대해서 부모가 불편하고 속상한 마음을 느껴 생활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 본 연구의 결과는 비혼 성인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경우 부모의 생활만족도가 높았음을 의미한다. 즉, 확립된 성인기 자녀가 부모를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을 당연한 것이 아니라 특별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지각했기 때문에 생활만족도가 높았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비혼자녀와 부모의 동거를 사회경제적으로 부정적이라는 시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들의 가족형태를 존중하고 다양성에 대해 인정하려는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본 연구의 제한점과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분석자료는 성인자녀와 부모의 쌍(dyad)으로부터 수집된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성인자녀-부모 쌍 단위로 분석하여 성인자녀와 부모의 인식의 공통점과 차이점,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욱 정확하게 탐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성인자녀와 부모의 관계 특성과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을 직접효과를 통해 살펴보아 세대관계와 생활만족도의 관계를 조절하거나 매개하는 요인을 고려하지 못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조절변수나 매개변수를 설정하여 세대관계 특성과 생활만족도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다양한 세대관계 특성을 포함했다는 강점이 있으나, 몇몇 독립변수를 단일 문항으로 측정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경제적, 도구적 지원은 부모와 자녀가 제공한 지원의 양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측정하였다. 이는 누가 더 많이 지원했는지를 알아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지원의 절대적인 양은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성인자녀와 부모 지원교환의 구체적인 양과 질을 고려하여 지원교환의 양상과 생활만족도의 관련성을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동거하는 부모가 양친 부모인지, 아버지뿐인지, 어머니뿐인지에 따라서 비혼자녀와 부모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향후에는 가구구성 특성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의가 있다. 첫째, 한국의 주거독립 시기 및 규범을 고려하여 35세 이상 비혼 성인자녀와 부모의 동거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봄으로써 확립된 성인기 비혼자녀와 부모의 동거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둘째, 동거여부와 같은 동거의 외현적 특성을 넘어서 동거상황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관계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생활만족도와의 관련성을 규명함으로써 세대 간 동거에 대한 선행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마지막으로, 동거하는 비혼자녀와 부모의 관점을 동시에 살펴보고, 정서적으로는 긴밀하지만 지원교환 측면에서는 적절한 호혜성을 유지하고, 일상생활 측면에서는 비혼자녀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이들의 생활만족도에 긍정적임을 보여주었다는 의의가 있다.
Notes
The authors declare no conflict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e authorship or publication of this article.
Acknowledgements
We appreciate Younshil Choi, Miai Sung, and Saeeun Choi who generously allowed us to use their valuable data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