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모의 양가감정과 출산의지에 관한 연구: 다중역할 효능감의 매개효과 중심으로
Study about Ambivalence and Desire for Child Birth by Working Mothers: Focusing on Mediation Effect of Multiple-role Effic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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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relationship between ambivalence of Korean working mothers for children and their future desire for child birth. This study examined multiple-role efficacy as a mediator in the relationship between ambivalence for their children and future desire for child birth by Korean working mothers having more than one pre-school aged child. This study examined the mediation effect of multiple-role efficacy on the relationship between ambivalence and desire for child birth by working mothers. On-line and off-line survey data from 291 Korean working mothers with more than one pre-school aged child was used for this study. Collected data were analyzed using the PASW 18.0 program and descriptive statistics analyses. Structural equation modeling and bootstrapping were conducted by AMOS 20.0 program. Results showed that ambivalence for children of working mothers having pre-school aged children had no direct influence on future child birth desire. However, their ambivalence had an indirect influence on future child birth desire through multiple-role efficacy and multiple-role efficacy by working mothers had significant effect on child birth desire. In conclusion, the working mothers’ multiple-role efficacy had a mediation influence on the relationship between ambivalence for children and desire of child birth. These results were discussed for designing a policy to counter low birth.
서론
한국의 출산율 감소는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2012년에 소폭 상승한 후 다시 감소하여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한 명당 0.98명(National Statistical Office, 2018)을 기록하여 OECD국가 평균 출산율인 1.7명 보다 낮으며 이들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OECD, 2017). 한국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보육시설 확충 및 지원확대 등을 중심으로 하였고 일가정양립이 가능한 가족친화형 기업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여성들의 일과 자녀양육을 모두 보장해주기 위한 노력 등을 하였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의 출산율은 낮다. 기존의 정책들이 대부분 시설이나 기업의 물리적 환경변화에 초점을 두었으나 현재까지의 출산율을 볼 때, 다른 환경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한국 여성들의 출산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에 대한 선행연구들은 사회인구학적 변인(Lee, 2005; Lee, 2011), 직업관련 변인(Lee, 2011; Park & Kim, 2008), 경제적 변인(Shin, 2008; Lee, 2005), 사회문화적 및 정책적 변인(Lee, 2011; Seon & Jo, 2019), 가족관계적 변인(Jeong & Jin, 2008; Song & Lee, 2016), 그리고 심리적 변인(Shin & Bang, 2009; Lee, 2011) 등 다양한 영향요인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자녀출산과 양육에 대한 개인적 차원의 변인들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심리적 환경의 영향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 성인여성들의 자녀출산 및 양육에 대한 심리적 영향요인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정부는 자녀출산 및 양육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자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여 왔지만 여전히 자녀출산율은 낮으며 특히 첫 자녀 이후 다음자녀 출산율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여서 이미 출산을 경험한 영아기 한 자녀 어머니를 저출산 정책의 핵심대상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선행연구자들(Kim & Lee, 2018; Lee et al., 2014)의 지적이 있다. 첫 자녀의 경우는 출산의지에 사회규범적 영향이 크지만 둘째자녀의 출산부터는 선택적이므로 이들의 출산의지에는 심리적 요인의 영향력이 더욱 클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자녀의 연령이 어린 경우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이 크고 이에 따라 일가정갈등이나 양육스트레스 및 양육에 대한 죄책감 등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Kim et al., 2013; Lee & Sohn, 2013), 본 연구에서는 취업여성 중에서도 미취학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취업모의 다음자녀 출산의지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취업모의 경우 다음자녀 출산의지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에 대한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Bratti & Tatsiramos, 2012; Lee et al., 2014; Park, 2008). 물론 가족은 직업세계에서의 긴장을 완화시켜주고 애정과 지지의 근원으로도 작용하지만 취업여성들은 가족관계에서 애정이나 상호지지 등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긴장, 실망, 불쾌함과 같은 갈등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Guo et al., 2013). 따라서 취업모의 출산의지를 고려할 때는 가족관계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두 가지 모두를 동시에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Hogerbrugge & Komter, 2012). 특히 한국여성들의 출산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변인으로 자녀에 대한 가치관이 강조되어져 왔으므로(Jin, 2019; Lee, 2011) 현재 자녀를 양육하면서 직업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취업모의 자녀에 대한 긍정적 및 부정적 인식이나 정서는 향후 출산의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취업모의 자녀에 대한 인식이나 정서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므로 본 연구에서는 같은 대상을 향해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는(Lüscher & Pillemer, 1998) 취업모의 양가감정에 주목하고자 한다.
가족관계 내의 양가감정에 대한 연구는 가족관계에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동시에 존재하므로 기존의 결속 또는 갈등의 이원론적인 접근을 넘어서야 한다는 Lüscher와 Pillemer의 주장으로부터 시작하였다(Lüscher & Pillemer, 1998). 취업모는 사회에서 직업인으로서의 역할과 가족 내에서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요구받는데 이들의 균형 잡힌 양립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느끼므로(Kang et al., 2019; Seon & Jo, 2019) 이들의 심리상태는 양가적일 수 있다. 일과 자녀의 양립(Lee, 2011)이나 자녀양육을 포함한 일가정갈등(Song & Lee, 2016)이 출산의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 결과들과, 사회에서의 역할과 가정에서의 역할 모두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자책감과 내면의 갈등이 둘째 아이 계획에 장애요소가 된다(Han, 2014)는 취업모의 보고에 근거해 볼 때, 취업모는 자녀에 대해 양가감정을 느끼고 이러한 심리적 요인이 향후 출산의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이론적 배경
출산의지는 미래의 출산 가능성에 대한 의사로 자녀를 출산하고자 하는 욕구나 계획을 의미한다(Song & Lee, 2016). 이는 출산행동 이전에 이루어진 의지이며 출산 행동을 의도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의식적이며 계획적인 내면의 의사(Seon & Jo, 2019) 이므로 인지나 정서와 같은 심리적 요인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여겨진다. 기존 연구들(Quesnel-Vallée & Morgan, 2003; Spéder & Kapitány, 2009)에서 출산의지는 출산행동을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으므로 취업모의 출산의지에 대한 접근은 향후 저출산 대책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취업모의 출산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취업모의 심리적 요인들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직업인으로서의 역할과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모두 요구받는 취업모의 출산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으로는 양육효능감(Kim & Lee, 2018), 자녀가치관(Jin, 2019; Lee, 2011), 자녀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와 자녀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죄책감(Han, 2014; Jin, 2019; Lee et al., 2014) 등이 연구되었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들은 현재 자녀를 양육하면서 느끼는 취업모의 자녀에 대한 심리적 반응인데 이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취업모의 자녀에 대한 심리상태가 양가적임을 시사한다.
가족관계 내에서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를 함께 다루는 양가적 관점(Lüscher & Pillemer, 1998)이 소개되면서 최근까지 가족 연구에서 양가감정의 개념이 유용한 틀로써 소개되고 있다(Birditt et al., 2010; Cooney & Dykstra, 2013; Suitor et al., 2011). 기존연구들에서 양가감정은 두 가지 다른 종류로 접근되었다. 사회적 양가감정(sociological ambivalence)은 사회구조적 수준에서 지위, 역할, 규범들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규범적인 기대의 결과로써 발생하게 된다. 행동에 대해 모순적인 기대가 요구되는 역할이나 지위를 개인이 가지고 있을 때, 양립할 수 없는 규범에 동의하도록 하는 압력이 양가감정을 만들어낸다(Connidis & McMullin, 2002; Fingerman et al., 2008; Guo et. al., 2013). 예를 들어 취업모는 어머니로서 자녀를 전적으로 돌보고 양육해야하지만 동시에 가정에서와 별개로 사회인으로서 직업인의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압력으로 인해 양가감정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심리적 양가감정(psychological ambivalence)은 개인적 수준에서 인지, 정서, 동기 측면의 주관적 모순을 경험하는 것으로 같은 대상을 향해 동시에 반대되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을 말한다(Guo et. al., 2013; Lowenstein, 2007). 예를 들어 취업모는 어머니로서 자녀를 돌봐야한다는 부담감으로 직장일에 몰입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자녀들이 제공하는 지지를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을 받기도 한다(Noh et al., 2012). 따라서 자녀는 취업모에게 긍정적이고도 부정적인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된 양가감정은 사회구조와 개인의 행위를 연결하는 개념으로 재개념화 되어야 한다는 Connidis & McMullin (2002)의 주장에 근거해 볼 때, 취업모에게 요구되어지는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다중역할의 어려움은 결국 이들의 개인적 수준의 양가감정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가족관계 내에서의 양가성은 부모자녀관계에서 개인들의 양가감정을 증가시킨다. Pillemer 등(2019)은 세대 간 양가감정을 유발하는 상황들을 양립할 수 없는 규범적 기대가 충돌하는 경우, 부모자녀 간 가치가 다른 경우, 젠더 차이, 그리고 부모의 건강악화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부모가 건강악화로 인해 자녀에 대한 의존이 증가하여 자녀의 독립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나 의존적 자녀를 돌보아야 하는 취업모에게 사회에서 독립적인 직업인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되는 규범적 기대가 충돌하는 상황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양가감정에 대한 기존의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특히 관계 내 구성원들의 의존과 독립의 욕구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상대에 대한 개인의 양가감정이 증가한다. 노부모와 중년성인 자녀의 관계에서 노부모의 의존성이 증가하여 중년자녀가 부모에게 지원이나 돌봄을 많이 제공하는 경우나 노부모가 과잉간섭을 통해 중년자녀의 독립의 욕구를 저해하는 경우 등에는 자녀의 노부모에 대한 양가감정이 증가한다(Lendon et al., 2014; Mun & An, 2016; Willson et al., 2003). 또한 성인자녀와 중년부모와의 관계에서도 독립을 성취해야 하는 성인자녀의 심리적 독립 수준이 낮을수록 자녀의 어머니에 대한 양가감정이 높게 나타난다(Choe & An, 2019). 부모자녀 관계에서 서로의 의존과 독립욕구가 갈등하는 상황이 양가감정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에 근거하면, 미취학자녀를 둔 취업모의 경우 의존성이 높은 자녀에 대한 전적인 양육 제공이 기대되는 동시에 직업인으로서 독립적인 성인의 역할이 요구되는 모순적인 사회적 기대가 취업모에게 양립하기 어려운 사회적 양가감정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노년기 부모자녀관계나 중년부모와 성인 자녀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에 비해 미취학 자녀를 둔 취업모의 양가감정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출산의지와 관련하여 양가감정을 직접적으로 살펴본 연구들은 부족하지만, 취업모의 부정적이고 긍정적인 심리상태를 잘 나타내는 개념인 일가정갈등과 일가정양립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취업모들의 양가적 심리상태에 대해 유추할 수 있다.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일과 가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역할 내 갈등을 일으켜 스트레스와 갈등을 경험하게 하며 삶의 질도 떨어진다는 일가정갈등의 개념(Greenhaus & Parasuraman, 1999)은 가정과 직장에서 한 역할의 경험이 다른 역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일가정양립(Greenhaus & Powell, 2006)과 상반되는 개념이다. 일가정갈등 및 양립과 같은 다양한 역할에 대한 긍정적 및 부정적 정서들은 자녀로부터 힘을 얻기도 하지만 자녀양육의 부담이나 죄책감 등도 경험하는 취업모의 심리적 양가상태를 잘 표현해주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미취학 자녀를 둔 취업모의 경우 자녀양육을 위해 직업에서 떠났다가 재취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직접적 돌봄의 강도가 높은 상황에서도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일가족갈등이 심각한 상황을 경험하며, 이러한 상황은 향후 출산을 포기하는 결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Lee & Sohn, 2013)는 선행연구들을 볼 때, 미취학 자녀를 둔 취업모의 자녀에 대한 양가감정과 출산의지 간의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취업여성의 일가정갈등 또는 일가정양립과 출산 의지를 살펴본 선행연구들(Lee, 2011; Seon & Jo, 2019; Song & Lee, 2016)은 일가정갈등 또는 양립을 출산의지에 대한 직장 내 성차별 문화와 같은 사회적 영향에 대한 조절변인(Seon & Jo, 2019)으로 접근하거나 배우자와의 역할분담과 같은 가족관계 영향에 대한 매개변인(Song & Lee, 2016)으로 접근하여 취업모의 다중역할로 인한 긍정적 및 부정적 심리상태가 출산의지에 직접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그리고 일가정갈등 또는 일가정양립을 각각 살펴보기보다는 이에 대한 개인의 동시적 정서반응인 취업모의 양가감정이 출산의지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심리상태를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한편 배우자의 역할분담과 같은 일자녀양육양립이 높더라도 출산의지가 낮거나(Lee, 2011) 부부관계의 불평등이 출산과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고(Lee, 2005), 여성의 일가정갈등이 출산의도를 예측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어(Shreffler et al., 2010) 기존의 선행연구들(Jeong & Jin, 2008; Kunzler, 2002; Park, 2008)과 다른 결과들이 제시되기도 한다. 이렇듯 선행연구에서 일가정갈등 또는 양립이 출산의지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이들 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요인이 있을 수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취업모의 양가감정이 출산의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이들 관계를 매개하는 변인에 대해 접근하고자 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일가정갈등이 중년여성의 삶의 의미에 미치는 영향을 자기효능감이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Kang et al., 2019) 취업모의 자기효능감이 높을수록 후속출산계획이 높게 나타났다(Choe, 2015). 자기효능감과 유사한 양육효능감(Lee & Seo, 2009)은 취업모가 자녀를 양육하면서 양육과 관련된 과제나 상황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36개월 이하 한 자녀 어머니들의 후속출산의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Kim & Lee, 2018). 또한 양육효능감과 부정적 관계의 개념으로 볼 수 있는 양육스트레스와 양육부담감 및 양육죄책감 등이 출산의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선행연구결과(Ma, 2008)를 볼 때, 취업모가 동시에 수행해야하는 다양한 역할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신념인 다중역할 효능감(Yang & Lee, 2015)이 높다면 출산의지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중역할효능감(multiple-role efficacy)이란 취업여성이 직업세계와 가정에서의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데 의미를 두고 자신감과 유능감, 뿌듯함 등을 지각하는 것이다(Yang & Lee, 2015). 이는 Marshall과 Barnett (1993)의 연구에서와 같이 일과 가정의 역할을 모두 하는 것이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한다는 결과와 유사한 개념으로 다중역할을 수행한다는 자체에서 오는 긍정적 효과를 반영한다. 양가감정과 다중역할 효능감과의 관계를 직접 살펴본 연구는 없지만, 중년 직장여성의 일가정갈등이 자기효능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Kang et al., 2019) 일가정양립 및 일가정균형이 양육효능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 결과들(Yun & Kim, 2019; Ha & Jeong, 2017)을 볼 때 자녀에 대한 취업모의 양가감정이 이들의 다중역할효능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선행연구들에서 어머니의 연령, 학력, 소득수준이 후속출산의도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들(Lee, 2011; Lee et al., 2014; Seon & Jo, 2019)에 근거하여 이들을 통제변인으로 분석하였다.
이상의 선행연구들을 종합해볼 때, 취업모의 양가감정이 출산의지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중역할효능감이 매개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들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을 연구목적으로 하였고 취업모의 양가감정이 출산의지에 미치는 영향을 다중역할효능감이 매개하는가? 하는 연구문제에 접근하였다.
연구방법
1. 조사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자녀 중 한 명이라도 미취학 자녀가 있는 동시에 전일제로 근무하는 기혼 취업여성이다. 연구대상 표집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설문지를 사용하여 편의표집 방식으로 추출되었는데, 온라인은 인터넷 워킹맘과 직장맘 커뮤니티를 통하여 설문하였고 오프라인은 대구광역시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15곳에 설문지를 배포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자료 수집 결과 오프라인 설문지 145부와 온라인 설문지 170부로 총 315부를 회수하였으며, 연구대상의 조건에 충족하지 않거나 불성실하게 응답한 경우를 제외한 291부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조사대상자들의 일반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평균 연령은 34.32세로 20대 12.4%, 30대 75.9%, 40대 11.7%이다. 자녀의 수는 1명이 61.5%로 가장 많았고, 2명 34.4%, 3명 4.1%로 나타났다. 교육수준은 고등학교 졸업 5.8%, 전문대 졸업 13.7%, 대학교 졸업 68.7%, 대학원 졸업 이상 11.7%로 나타났다. 직업은 관리·사무직 46.0%로 가장 많았으며, 전문·연구직 31.6%, 서비스·판매직 10.7%, 기술·기능·숙련직 3.4%, 기타 3.4%, 생산·노무직 1.7% 순으로 나타났다. 월 가구소득은 400만원-600만원 미만 41.2%, 600만원-800만원 미만 27.8%, 200만원-400만원 미만 18.6%, 800만원 이상 6.5%, 200만원 미만 3.1%, 1,000만원 이상 2.7% 순이었다. 근무를 하는 동안의 주 양육돌봄형태는 보육·교육기관이 49.8%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였고, 친정부모 31.3%, 시댁부모 6.5%, 육아도우미 5.8%, 배우자 5.5%, 기타 1.0% 순으로 나타났다.
2. 측정도구
1)양가감정
양가감정은 간접측정과 직접측정의 두 가지 방식으로 측정한 값을 함께 사용하였다. 간접측정은 Mun과 An (2016)의 연구에서 번역한 Guo 등(2013)과 Birditt 등(2010)의 척도를 사용하였다. 척도는 긍정 4문항, 부정 4문항으로 총 8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응답범주는 ‘매우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5점)의 Likert 척도로 이루어져 있다. 긍정적 차원을 나타내는 4문항의 합산 점수가 높을수록 친밀감이 높은 것을 의미하고, 부정적 차원 4문항의 합산점수가 높을수록 갈등적 관계임을 나타낸다. 양가감정 점수를 계산하기 위하여 Thompson 공식(Fingerman et al., 2008; Lendon et al., 2014)을 사용하였다. 계산 공식은 ‘양가감정=(긍정+부정)/2-|긍정-부정|+1.5’이며, 공식의 앞부분은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모두가 강해야 높은 양가감정을 보이는 것을 나타내고 뒷부분은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의 정도가 비슷할 때 양가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계산된 점수의 값이 클수록 자녀에 대해 더 큰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직접측정은 부모와 자녀의 양가감정을 측정하기 위하여 Pillemer & Suitor (2002)의 척도를 바탕으로 Mun과 An (2014)이 수정한 척도 9문항과 Zygowicz (2006)의 척도 13문항을 사용하였다. 응답범주는 ‘매우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5점)의 Likert 척도로 이루어져 있고 문항의 예로는, ‘나는 자녀가 싫을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다.’, ‘자녀를 향한 나의 감정은 모순적이다.’ 등이 있다. 역채점 후 모든 문항의 합산 점수가 높을수록 자녀에 대한 양가감정이 높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양가감정 척도 신뢰도는 Cronbach α=.91로 나타났다.
2) 다중역할 효능감
다중역할 효능감은 Yang과 Lee (2015)의 다중역할로 인한 긍정적 효과에서 다중역할 효능감 8문항을 사용하였다. 응답범주는 ‘매우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5점)의 Likert 척도로 이루어져 있고 문항의 예로는, ‘직장일과 가정일을 병행하는 것은 나를 더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등이 있다. 모든 문항의 합산 점수가 높을수록 다중역할 효능감이 높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다중역할 효능감의 척도 신뢰도는 Cronbach’s α=.93로 나타났다.
3) 출산의지
출산의지는 출산태도와 출산계획을 묻는 2문항을 사용하였다. 출산태도는 현재 또는 미래의 출산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지 묻는 단일문항으로 응답범주는 ‘매우 부정적’(1점)에서 ‘매우 긍정적’(4점)의 Likert 척도로 이루어져 있다. 출산계획은 향후 자녀를 출산할 계획을 묻는 단일문항으로 응답범주는 없음(0점), 1명(1점), 2명(2점), 3명(3점), 4명이상(4점)으로 구성하였다. 두 문항의 합산점수가 높을수록 출산의지가 높음을 의미하며, 본 연구에서 출산의지 척도의 신뢰도는 Cronbach’s α=.63으로 나타났다.
4) 통제변인
선행연구들에 의하면 어머니의 연령, 교육수준, 가구소득은 양육환경을 구성하는 요인들이며 자녀를 양육하는데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고(Sohn, 2012), 어머니의 후속출산의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므로(Lee et. al., 2014; Lee, 2011; Seon & Jo, 2019) 본 연구에서는 이를 통제하여 살펴보았다.
3. 분석방법
본 연구의 자료들은 PASW ver. 18.0(SPSS Inc., Chicago, IL, USA)과 AMOS ver. 20.0(IBM Co., Armonk, NY, USA)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대상자의 일반적 특성을 살펴보기 위하여 기술통계를 실시하였고, 척도의 신뢰도 검증을 위해 Cronbach α계수를 산출하였으며, 주요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Pearson의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구조모델을 검증하기 위하여 적합도 지수 χ2 test statistics, NFI(Normed Fit Index), TLI(Turker-Lewis Index), CFI(Comparative Fit Index), RMSEA(Root Mean Square Error of Approximation)를 사용하였다. 또한 연구모형의 추정치를 통해 변인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고, 부트스트랩핑(Bootstrapping) 검증방식을 사용하여 매개효과의 유의성을 평가하였다.
연구결과
1. 주요변인들의 기술통계치
취업모가 보고한 직접양가감정과 간접양가감정, 다중역할 효능감 및 출산의지의 평균은 Table 1과 같다. 직접양가감정의 최소값은 1, 최대값은 4.45, 평균은 2.58로 취업모의 직접양가감정은 중간값보다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간접양가감정의 최소값은 –2.50, 최대값은 19, 평균은 6.88로 나타났다. 다중역할 효능감은 최소값 1, 최대값 5, 평균은 3.37로 중간값보다 다소 높았고, 출산의지의 최소값은 .50, 최대값 3.50, 평균은 1.32로 중간값보다 낮게 나타났다.
2. 양가감정, 다중역할 효능감과 출산의지 간의 관계
먼저 본 연구에 사용된 주요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하여 Pearson의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하였다(Table 2). 그 결과, 양가감정은 다중역할 효능감(r=-.14, p<.01) 및 출산의지(r=-.12, p<.01)와 유의한 부적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중역할 효능감과 출산의지(r=.18, p<.01)는 유의한 정적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모델의 적합도를 검증한 결과는 Table 3과 같다. χ2=8.30*(p<.05), NFI=.97, TLI=.90, CFI=.98, RMSEA=.06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좋은 적합도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구조모델 모수치들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였으며, 그 결과는 Table 4 및 Figure 1과 같다. 자세히 살펴보면, 양가감정은 다중역할 효능감(β=-.17, p<.05)에 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중역할 효능감은 출산의지(β= .12, p<.05)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가감정은 출산의지(β=-.07)에 유의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취업모가 양가감정을 더 적게 경험할수록 다중역할 효능감이 높아지며, 다중역할 효능감이 높을수록 출산의지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미취학 자녀를 둔 취업모의 자녀에 대한 양가감정이 향후 출산의지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중역할 효능감이 매개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취업모의 연령, 소득수준, 학력수준을 통제하고 양가감정과 출산의지, 다중역할 효능감의 관계를 구조방정식을 통해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취업모의 자녀에 대한 양가감정이 향후 출산의지에 미치는 영향을 다중역할 효능감이 완전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연구결과를 선행연구들에 비추어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미취학 자녀를 둔 취업모의 자녀에 대한 양가감정과 다중역할 효능감, 그리고 출산의지 간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양가감정은 출산의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다중역할 효능감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현재 자녀에 대한 양가감정은 자신이 맡고 있는 다양한 역할들을 효율적으로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중역할 효능감을 낮추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일가정갈등과 일가정 양립이 양육효능감과 관련이 높다는 선행연구들의 결과(Ha & Jeong, 2017; Kang et al., 2019; Yun & Kim, 2019)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가정갈등과 양립에서 자녀양육에 대한 긍정적 및 부정적 인식과 정서를 동시에 느끼는 양가감정이 자신의 다양한 역할들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기대감인 다중역할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는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의 서로 상반된 감정이 갈등하면서 심한 스트레스와 긴장이 발생하므로 갈등만 경험할 때보다 오히려 심리적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와 맥을 같이한다(Lee, 2013). 따라서 취업모의 양가감정이 다중역할 효능감을 감소시키는 결과는 사회구조적으로 취업모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양가감정에 대한 관심을 통해 취업모의 물리적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심리적 요인 특히 사회적 양가감정에서 연결되어지는 취업모의 심리적 양가 감정에 대한 중재 프로그램들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노부모에 대한 성인 자녀들의 양가감정이 심리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적 정서조절의 사용으로 중재한다는 선행연구결과(Mun & An, 2019)를 근거로 볼 때, 인지적 및 정서적 측면의 주관적 모순인 양가감정을 조절하는데 인지적 정서조절의 사용이 효과적일 것으로 여겨진다.
다중역할 효능감이 출산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는 양육효능감이 향후 후속출산의지를 증진한다는 Kim과 Lee (2018)의 연구결과와 유사하며 양육스트레스와 양육부담감 및 양육죄책감 등이 출산의지를 감소시킨다는 선행연구(Ma, 2008)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취업모에게 다양한 역할들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신념과 기대인 다중역할 효능감을 증진시켜주는 것이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취업모의 출산의지에 대한 기존연구들을 살펴보면 사회경제적 요인과 직장근무환경요인, 정책지원 요인 등 거시적 차원 중심의 변화를 중심으로 하였지만 본 연구에서는 개인의 심리적 요인인 다중역할 효능감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향후 정책의 방향에서 가임여성 개개인의 심리적 요인에 대한 접근 역시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양가감정과 출산의지의 관계를 다중역할 효능감이 매개하는 본 연구결과는 양가감정이 출산의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이 다중역할 효능감의 매개효과에 의해 사라진 것이므로 취업모의 자녀에 대한 양가감정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들이 직장과 가정에서의 다중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높여갈 수 있도록 교육이나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데 대한 필요성을 시사한다. 취업모가 다중역할을 수행하면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나 신념이 낮아질 수 있지만 역할수행에 방해되는 인지적 및 정서적 낭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주는 등의 다중역할 효능감 증진 프로그램들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Noh 등(2012)의 연구에서 언급한 마인드세팅 인지전략 등을 사용하는 구체적 방안들을 확대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으로 여겨진다.
본 연구는 미취학아동을 둔 취업모를 중심으로 이들이 일과 가정에서 느끼는 역할 갈등과 강화라는 분리된 차원의 정서를 양가감정으로 살펴보았다는 의의가 있다. 또한 다중역할 효능감과 출산의지의 관계를 통해 취업모의 다중역할 효능감의 중요성을 확인하였고 출산의지를 고취하기 위한 정책의 방향을 거시적 차원에 더해 미시적 차원의 시각도 고려해야 함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미취학아동을 둔 전일제 취업모를 연구대상으로 제한하여 미취학 자녀가 있음에도 근무가능한 직업적 특성을 가져야 하므로 사무직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표집되어 연구대상자의 소득 등에 편향성이 존재한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오프라인의 경우는 한 지역에만 집중되었다는 한계도 있어 연구결과의 일반화에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 연구의 결과는 관심변인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두어 선행연구에서 출산의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연령과 교육수준 그리고 소득수준을 통제한 연구결과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보다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배경을 가진 취업모의 특성을 개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연구가 요구된다.
Notes
The author declares no conflict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e authorship or publication of this article.
Acknowledgements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a 2-Year Research Grant of Pusan National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