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부부상호작용 코딩시스템(MICS-G) 국내 타당화 연구
The Marital Interaction Coding System-Global(MICS-G): A Validation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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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Few studies have utilized observational methods in the field of couple research even though using self-report questionnaires is prone to the subjective biases of the reporter. This study validates the Marital Interaction Coding System-Global (MICS-G), a global version of the well-established microanalytic observational coding system, Marital Interaction Coding System (MICS). Participants in the study consisted of 30 married couples with varied levels of marital adjustment who visited one of the Healthy Family and Multicultural Family Support Centers in Seoul, either for couple therapy or the “Marriage Checkup”program. Ten-minute problem-solving discussions were rated by two undergraduate student raters who were trained for 10 hours. Interobserver agreement based on percentage agreement and intraclass correlation coefficients showed a high level of agreement between raters in establishing interrater reliability. Convergent validity was established by: correlations among marital adjustment, psychological aggression, mental health, and MICS-G categories of conflicts, validation, invalidation, facilitation, and withdrawal. MICS-G categories also were successful in discriminating between distressed and nondistressed couples, which provides evidence of discriminant validity for MICS-G. This study showed that MICS-G is a promising method for researchers to observe couple interactions in a more cost-effective way. Methodological issues and practical applications are also discussed.
서론
이제까지 국내에서 부부관계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자기보고식 측정도구를 활용하여 이루어졌다. 일례로, 지난 1년간 부부관계 관련 국내연구를 보면 부부관계 변수를 측정하기 위해 자기보고식 도구를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Byun & Yang, 2018; Go & Park, 2018; Han & Lee, 2018). 자기보고식 도구는 개인의 주관적 인식과 평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유용하지만 객관적 측면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가진다(Kazdin, 2003). 실제로 주관적 보고에는 귀인이나 주의집중 등의 인지적 편향이 나타난다(Heyman, 2001).
부부나 가족을 사정·평가할 때 자기보고에 의존하는 것은 부부가족상담 같은 실천 영역에 서도 중요한 이슈이다. 가족상담은 일찍이 내담자 가족 구성원의 주관적 보고에만 의존하여 가족을 사정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초기 가족상담사들은 가족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는 것을 중요시했는데 대표적으로 Minuchin은 상담실에서 실연(enactment)이라는 기법을 통해 가족의 상호작용을 직접 관찰하는 것을 강조했다(Nichols & Davis, 2017). 가족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어떻게 관계에 대해 보고하는가를 넘어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특별히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 등 인지, 정서보다 외현화 된 행동을 중시했던 전략적 가족상담이나 구조적 가족상담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 점에서 부부상담 분야도 유사했는데 부부상담 분야의 초기 발전을 주도했던 행동주의 심리학자들 또한 관찰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20세기 부부연구의 주요 인물인 Gottman은 과학적 연구의 기초를 관찰과 기술이라고 생각하여 수십 년간 부부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 특성을 기술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Gottman, 2011). 실제로 부부상담에 활용되는 부부관계에 대한 지식 중 상당수는 관찰연구를 통해 얻어진 것이다. 일례로 국내의 많은 부부상담사들이 활용하는 Gottman의 이혼을 예측하는 4가지 의사소통 행동(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은 부부의사소통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생성된 지식이다(Gottman, 1994).
이렇게 관찰연구는 국제적으로 부부·가족분야의 지식체계 발전에 중요하게 기여해 왔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의 관찰연구는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Chung et al., 2010; Lim & Kwon, 1998; Oh, 2013). 전술했듯 부부관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외현화된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할 때 이는 국내 부부관계 및 상담 연구에 있어 분명한 제한점이 된다. 이에 본 연구는 국내 부부관계 연구의 발전을 위해 관찰연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관찰연구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비디오 코딩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
관찰연구는 Patterson의 연구팀(Dishion et al., 1983)이 진행했듯이 실제로 가족의 집을 방문해서 그 현장에서 진행할 수도 있으나 현장연구의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대학 연구실에서 부부가족의 상호작용을 비디오로 녹화하고 이 비디오를 코딩시스템으로 분석하는 방법이 많이 활용되어 왔다. 여기서 코딩시스템은 비디오로 녹화된 부부가족의 상호작용행동을 관찰하고 표집하는 데 사용되는 측정도구를 말한다. 이 코딩시스템은 주로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에 의해 가족(Dishion et al., 1983)과 부부(Gottman, 1994)를 대상으로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사용되어 왔다.
비디오 코딩시스템은 크게 미시(micro)분석시스템, 거시(macro)분석시스템, 그리고 포괄적 (global)분석시스템으로 분류된다(Heyman, 2001; Kerig & Baucom, 2004). 미시분석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부부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모든 행동을 코딩하는 것을 의미한다. 거시분석시스템은 미시분석처럼 순간순간의 행동이 아닌 전체 비디오를 보고나서 특정 행동에 대해 평정하는 것을 말한다. 포괄적 분석시스템은 거시분석시스템과 혼용해서 쓰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여러 개별행동을 하나로 묶은 구인(construct)이나 범주(category)를 평정하는 것을 의미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 중 부부관계 관찰연구에서 주류 역할을 해온 것은 미시분석시스템이었다. 예를 들어 Oregon 대학을 중심으로 개발된 부부상호작용코딩시스템(Marital Interaction Coding System; MICS)이나 Gottman의 특정정서코딩시스템(Specific Affect Coding System; SPAFF)은 가장 많이 쓰인 코딩시스템인데 모두 부부의 행동이나 외현화 된 정서 하나하나를 코딩하는 미시분석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Kerig & Baucom, 2004). 이러한 미시분석시스템은 부부 상호작용에 대한 세밀한 기술을 가능하게 하고 순차분석(sequential analyses)의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미시분석은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들어 현실적으로 연구 수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Baucom et al., 2012; Heyman, 2001; Weiss & Tolman, 1990). 예를 들어, SPAFF의 경우 10분 정도의 부부상호작용을 코딩하는 데 최소 20여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보통 코딩은 복수의 코더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코더들에게 지급되는 임금도 상당하며 코더들을 훈련시키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크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미시분석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많은 연구자들에게 부담이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미시분석코딩시스템인 MICS의 포괄적 분석 버전인 포괄적 부부상호작용 코딩시스템(Marital Interaction Coding System-Global; MICS-G)이다(Weiss & Tolman, 1990). 이에 본 연구는 한국 부부연구에 있어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코딩시스템으로 MICS-G를 제안하고 이 코딩시스템이 국내 부부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자 한다.
특별히 이렇게 국외에서 타당화 된 코딩시스템을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문화적 관점에서 중요하다. 관찰연구 분야에서 문화는 중요한 이슈인데, 이는 부부들이 행동하는 방식이나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에 있어 문화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Heyman (2001)은 부부의 건강한 상호작용은 문화적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하고 이제까지의 관찰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은 유럽인이나 유럽계 미국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얻은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타당화 된 MICS-G의 국내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Baucom et al., 2017). 이에 본 연구는 다양한 수준의 결혼적응을 보이는 3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MICS-G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하려 한다. 이를 통해 국내 부부관계 관찰연구의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선행연구 고찰
1. 관찰연구와 비디오코딩시스템
관찰연구는 사람들이 자신의 객관적 행동을 정확하게 보고하는 데 한계를 가진다는 사실에 근거한다(Weiss & Heyman, 2004). Jacobson & Moore (1981)는 부부들이 지난 하루에 일어난 부부행동의 47.8%만 일치되게 기억했고, 이러한 기억의 불일치는 스트레스 부부에게서 더 현저하게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부부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실제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1970년대부터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에 의한 관찰연구가 발전되기 시작하였다(Weiss & Heyman, 2004). 이때 부부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도 있지만, 관찰자의 기억과 기록능력의 한계 상 상호작용을 비디오로 녹화하고 추후 분석하는 코딩시스템이 발전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코딩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코딩방식과 대상에 의해 분류된다. 먼저 방식에 따라 거시분석 코딩시스템과 미시분석 코딩시스템으로 분류된다(Baucom et al., 2012; Kerig & Baucom, 2004). 거시분석 코딩은 전체 대화를 보고 특정 행동들에 대해 코딩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시분석 코딩은 대화를 짧은 시간 단위(예- 30초 간격)로 나누어 그 안에 나타난 행동의 빈도와 강도 등을 코딩하는 것을 말한다. 또 다른 종류로 포괄적 코딩시스템이 있는데 이는 거시분석 코딩시스템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개별 행동을 코딩하는 것이 아닌 개별 행동들의 군집인 범주를 평정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Weiss & Tolman, 1990).
코딩시스템은 코딩 대상에 따라서도 분류될 수 있다. 본 연구처럼 부부를 대상으로 개발된 코딩시스템이 있는가 하면 부모아동상호작용코딩시스템(Dyadic Parent-Child Interaction Coding System)(Robinson & Eyberg, 1981)처럼 부모자녀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코딩시스템도 있다. 또한 상담사 일반 임상기술/특질 척도(Therapists’ General Clinical Skills/Qualities Scale)(Epstein et al., 2009)처럼 부부가족상담사의 상담 내 행동을 분석하는 코딩시스템도 있다.
부부상호작용을 측정하는 코딩시스템도 구체적인 상호작용의 유형에 따라 더 세분화될 수 있다. 부부관계 및 상담 연구에서 가장 많이 분석된 것은 부부의 갈등 주제에 대한 대화, 즉, 문제해결대화(problem solving)였다(Kerig & Baucom, 2004). 본 연구에서 타당화하고자 하는 MICS-G도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코딩시스템은 특별히 인지행동부부상담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왔다. 또 다른 유형은 부부상호작용에 나타나는 정서에 대해 다루는 코딩시스템으로 Gottman의 SPAFF가 이에 해당한다(Shapiro & Gottman, 2004). 마지막으로 부부 사이의 갈등 이슈가 아닌, 부부 중 어느 한 명의 개인적 스트레스에 대해 다른 배우자가 적절한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는지를 코딩하는 시스템도 있다(Suhr et al., 2004).
코딩시스템을 활용한 부부상호작용에 대한 관찰연구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절차에 의해 시행된다. 연구실이나 상담실에 방문한 부부는 부부관계의 여러 갈등 이슈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한 이슈에 대해 부부가 함께 해결점에 도달하라는 주문을 받는다. 이때 부부에게는 보통 10분∼15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이 대화는 비디오로 녹화된다(Heyman, 2001). 녹화된 비디오는 일반적으로 최소 6개월 이상 훈련된 2인 이상의 코더들에 의해 코딩된다. 이때 코더들은 철저하게 코딩시스템의 매뉴얼에 근거하여 구조화된 코딩을 수행하게 된다.
근래에는 부부코딩시스템과 관련하여 여러 이슈가 제기되고 있는데 몇 가지 중요 이슈는 다음과 같다. 먼저 비디오 코딩시스템을 활용한 관찰연구는 이론에 기초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Baucom et al., 2017; Heyman, 2001; Weiss & Heyman, 2004). Weiss & Heyman (2004)은 비디오 코딩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관찰연구가 행동묘사에는 적절하지만 부부관계에 대한 이론적 설명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평가하고, 관찰연구를 통해 아동의 반사회적 성격발달이론을 구축한 Patterson(1992, Weiss & Heyman, 2004, 재인용)의 연구를 전범으로 삼아 이론적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비(非)스트레스부부와 스트레스부부 사이에 차이가 있는 의사소통행동을 찾아내더라도 그 행동이 꼭 부부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소통 기술이 결여되어 있어 부부스트레스가 생길 수도 있지만 역으로 부부관계가 좋지 않아 의사소통이 불건강해진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70∼80년대에 행동부부상담을 주도한 Jacobson조차 부부의 부정적 의사소통이 부부관계 부적응의 원인이기보다 결과일 수 있다는 관점을 제기하기도 하였다(Jacobson & Christensen, 1996).
코딩시스템을 활용한 관찰연구의 생태학적 타당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Weiss & Heyman, 2004; Foster et al., 1997). 즉, 연구실이나 상담실에서 녹화된 부부대화가 실제 집에서의 대화와 유사한지 여부이다. 실제로 문제해결 대화에 있어 연구실에서의 부부행동은 집에서의 행동과 대체로 유사하나 덜 부정적이라는 보고가 있다(Gottman, 1979; Gottman & Krokoff, 1989). 반대로 부부들은 연구실에서 남을 그렇게까지 의식하지 않는다는 보고(Jacob et al., 1994)와, 남을 의식해 자신의 행동을 가장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Vincent, Friedman, Nugent, & Messerly, 1979).
문화와 관련한 이슈도 있다(Baucom et al., 2017; Floyd & Rogers, 2004; Heyman, 2001). 민족, 젠더, 세대 등의 하위문화에 따라 친밀한 관계에서의 상호작용 방식이 다를 수 있으므로 특정 문화에서 개발된 코딩시스템을 타문화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즉, 어떤 의사소통행동(예- 철회 행동)이 한 문화에서는 중요한 변인이지만 다른 문화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으므로, 특정 의사소통행동들로 구성된 특정 코딩시스템이 범문화적 보편성을 가진다고 전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딩시스템 자체뿐만 아니라 평정자들이 가지는 문화적 특성도 이슈이다. 실제로 평정자의 민족이 코딩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존재한다(Harvey et al., 2009). Weusthoff 등(2012)은 부부대화에 대한 미국과 독일 평정자들의 평정이 상이했다고 보고하면서 평정자들의 문화적 편향이 작동할 수 있는 코딩시스템이 아닌 기본주파수(Fundamental Frequency) 측정을 통해 부부대화를 관찰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근래에는 문화의 내부자들로 하여금 코딩을 하게 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거의 훈련받지 않은 평정자들을 사용해 그들 고유의 문화적 특성이 코딩에 반영되게 한다든가 아예 부부 스스로가 자신의 비디오를 코딩하게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Baucom et al., 2017). 이는 문화 내부자들이야말로 그 문화에서 오랜 시간 사회화·문화화되었기 때문에 그 문화의 행동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데 가장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문화적 관점은 미국에서 개발된 코딩시스템을 한국부부에 적용하기 전에 타당화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코딩시스템 연구의 문화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의 국내연구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연구를 개관하면, Lim과 Kwon (1998)은 부부의 우울증상과 부부간 의사소통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Heavey 등(1993)의 Conflict Rating System(CRS)를 수정한 한국판 부부갈등 평정체계(K-CRS)를 활용하였다. 이 연구는 K-CRS라는 포괄적 코딩시스템을 사용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부부의 갈등대화를 녹음한 자료를 분석하였기 때문에 녹화된 자료를 사용하여 다양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시각적으로 관찰하는 일반적 코딩시스템 연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Chung 등(2010)의 연구는 서울, 부산의 미성년자녀를 둔 1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역기능적 상호작용 유형(상호적대, 남편요구/아내철회, 아내요구/남편철회, 상호철회)을 코딩한 연구로 국내 최초의 비디오 코딩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갈등대화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행동을 관찰하기보다 전체적 패턴만을 분석했다는 한계가 있다. Oh (2013)는 한국적 특성에 맞는 자체 코딩시스템을 제작하고 국내의 임상 부부집단과 비임상 부부 집단을 활용하여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하였는데 이는 국내 최초의 자체 코딩시스템 개발연구라는 점에서 가치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내 연구를 종합해보면 국내 부부관계에 대한 관찰연구는 그 수 자체가 적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쓰이고 있는 타당화 된 척도들에 대한 연구가 특별히 부족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부부관찰연구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온 MICS의 포괄적 버전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통해 국내 부부 관찰연구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2. 포괄적 부부상호작용 코딩시스템(MICS-G)
부부상호작용 코딩시스템(MICS; Hops et al., 1972)은 Patterson을 중심으로 한 Oregon 대학 연구팀이 부부의 집에 방문하여 행동을 관찰, 기록하면서 처음 개발되었다(Heyman, 2004). MICS는 이후 십 수 년간 여러 차례 개정이 되었다(Heyman, 2004). Patterson으로부터 연구를 승계 받은 Weiss는 행동부부상담으로 유명한 Margolin과 협업하여 일부 코드의 정의와 사용을 수정한 MICS-II(1979)를 개발하였다. 이후 나온 MICS-III(Weiss & Summers, 1983)는 일부 코드를 쪼개서 분리하고 순차분석 시 정서코드보다 행동코드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규칙을 사용하였다. 마지막으로 1989년에 나온 MICS-IV(Heyman, Weiss, & Eddy, 1995)는 철회와 같은 일부 코드를 추가하고 순차분석 시 행동코드를 정서코드에 우선하는 MICS-III의 원칙을 삭제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MICS는 대표적인 미시분석코딩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Heyman (2001)에 따르면 코딩시스템을 사용한 158개의 출판된 연구 중 78개의 연구가 MICS를 사용할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MICS는 대화에서 나타나는 부부의 모든 행동을 코딩하기 때문에 순차분석을 위한 사건순차자료(event sequential data)를 제공한다(Bakeman & Quera, 1995). 하지만 MICS를 사용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MICS는 평정자들을 훈련하는 데 8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따라서 이러한 고비용 문제가 관찰연구를 수행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었다(Baucom et al., 2012; Heyman, 2001; Weiss & Tolman, 1990). 이에 Weiss & Tolman (1990)은 포괄적 부부상호작용 코딩시스템(MICS-G)을 새롭게 제안하였다. MICS-G는 기존의 MICS의 부부행동목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그 행동들을 하나로 묶은 범주 단위 코딩을 실시한다. 따라서 MICS-G로는 순차분석을 할 수는 없지만(Sayers & McGrath, 2004) 범주를 하나의 변인으로 하여 다른 중요한 관계변인과의 상관이나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는 있다. 게다가 MICS-G는 MICS와 달리 부부가 대화 중 보이는 정서를 상당히 많이 고려하게 한다. 따라서 부부상호작용에 대한 더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나치게 미시적인 접근은 평정자들 간의 낮은 신뢰도가 문제가 되었고 특정 순간에만 초점을 두어 더 큰 맥락에서 상호작용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단점이 지적되기도 하였다(Baucom et al., 2012). 무엇보다 MICS-G는 MICS보다 부부적응을 예측하는 데 더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Weiss & Tolman, 1990). 따라서 본 연구는 비용적으로 더 저렴하고 효과는 더 뛰어난 MICS-G가 국내 부부관계의 관찰연구에 유용할 것으로 보고 이 코딩시스템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하려 한다.
3. 연구문제
이제까지 서술한 연구의 필요성과 선행연구 고찰에 근거하여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제기한다.
연구 문제 1. MICS-G의 신뢰도는 어떠한가? 즉, MICS-G에 근거한 평정은 관찰자간에 일치하는가?
연구문제 2. 배우자 간, 배우자 내 범주 간 상관은 어떠한가?
연구문제 3. MICS-G의 수렴타당도는 어떠한가?
연구문제 4. MICS-G의 판별타당도는 어떠한가?
연구 방법
1. 연구 참여자
본 연구는 다양한 수준의 결혼적응을 보이는 부부 30쌍을 표집하기 위해 목적표집(purposive sampling)을 실시하였다. 표본크기를 30으로 설정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표본크기가 30이상이면 상관분석 등의 모수통계와 가설검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Lee, 2006). 먼저 결혼적응 수준이 낮은 부부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특별시의 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부부상담을 신청한 부부 14쌍(28명)을 표집하였다. 이들은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부부상담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찾아 온 부부들이다. 이들의 부부적응척도(Dyadic Adjustment Scale) (Spanier, 1976) 점수는 79.7이었다. 부부상담을 받으러 온 부부가 결혼 부적응부부에 가깝기 때문에, 조금 더 결혼적응 수준이 높은 부부를 찾기 위해 부부관계를 점검해주는 Cordova 등(2005)의 ‘부부결혼검진’ 프로그램을 수정·도입하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지역사회에 홍보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부부는 12쌍(24명)으로 이들은 자신의 부부관계를 객관적으로 점검받고자 하는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신청하였다. 이들의 부부적응척도 점수는 95.8로 전통적으로 부부적응척도에서 적응부부와 부적응부부를 나누는 절단점(cutoff)으로 사용되어 온 97점(Heyman, 2001)에 가까웠다. 추가적으로 부부적응 수준이 높은 부부가 필요하여 4쌍의 부부가 서울의 한 대학교 학부생 및 대학원생의 추천을 받아 모집되었다. 이들 부부의 부부적응척도 평균은 115.5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두 총 30쌍(60명)의 부부가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의 인구학적 통계는 Table 1에 제시되어 있다.
Table1과 별도로 부부적응 여부(부적응부부, N =32; 적응부부, N =28)에 따른 인구사회학적 통계를 기술하면, 먼저 평균연령은 부적응부부와 적응부부가 각각 38.6세(SD =8.3), 35.0세(SD =7.9)였다. 평균 혼인기간은 부적응부부와 적응부부가 각각 8.7년(SD =9.8), 6.1년(SD =8.5)이었다. 부적응부부의 교육수준은 대졸(71.4%), 고졸 이하(21.4%), 대학원졸(7.1%) 순이었고, 적응부부의 교육수준은 대졸(75.0%), 고졸 이하(17.9%), 대학원졸(7.1%)의 순이었다. 부적응부부의 월 가구소득은 300∼499만원(40.0%), 299만원 이하(33.3%), 500만원 이상(23.3%)의 순이었고, 적응부부는 300∼499만원(64.3%), 299만원 이하(17.9%), 500만원 이상(17.9%)의 순이었다. 부적응부부의 직업은 직업 활동 중(72.4%), 주부(27.6%)의 순이었고 적응부부의 경우 직업 활동 중(85.7%), 주부(10.7%), 은퇴(3.6%) 순이었다. 부적응부부의 종교는 무교(69.0 %), 개신교(13.8%), 천주교(10.3%), 불교(6.9%) 순이었고, 적응부부는 무교(46.4%), 개신교(39.3%), 불교(10.7%), 천주교(3.6%)의 순이었다. 마지막으로 부적응부부의 거주지는 서울이 100%였고, 적응부부의 거주지는 서울이 64.3%, 경기도가 28.6%, 강원도가 7.1%였다.
2. 자료 수집 절차
결혼검진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부부상담 접수면접을 위해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방문한 부부들은 먼저 갈등해결대화에 대한 촬영이 있고 촬영영상은 연구팀에 의해 분석된다는 것에 서면으로 동의하였다. 이후 부부는 서로 독립된 공간에서 자기보고식 설문을 작성하였고 누락된 부부 없이 30쌍(총 60명)의 부부 모두 설문을 완료하였다. 설문을 마친 후 부부들은 결혼생활의 이슈를 10분간의 토론을 통해 해결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카메라가 설치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상담실에서 토론을 진행하였다. 토론 시작 후 10분이 경과되면 상담실 밖에 대기하던 연구원이 들어가 토론을 중지시켰다. 따라서 모든 참여 부부들은 예외 없이 10분간 토론을 진행하였다. 갈등 이슈의 심각도와 관련하여서 가장 심각한 이슈를 대화주제로 선택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Weiss & Tolman, 1990) 중간 수준의 이슈를 선택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LaTaillade et al., 2006). 본 연구는 가장 심각한 문제를 논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언어·심리 폭력의 가능성과 서비스 주체인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가지는 공공성의 윤리를 감안하여 중간 수준의 심각성을 가진 주제를 대화주제로 선택하게 하였다.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이슈와 그 심각성을 묻기 위해 관계이슈설문(Relationship Issues Survey) (Epstein & Werlinich, 1999)을 사용하였다. 관계이슈설문은 친구관계, 부모/시댁(처가)을 대하는 방식, 여가활동, 배우자의 스트레스나 문제에 대한 이해도 등 총 28개의 부부관계 영역에서 나타나는 배우자 간 의견 불일치와 갈등을 0점(“전혀 의견이 불일치하거나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에서 3점(“매우 의견이 불일치하거나 갈등을 일으킨다.”)까지의 척도에서 표시하도록 한다. 관계이슈설문을 통해 부부가 ‘보통’(2점) 수준의 갈등을 일으킨다고 보고한 이슈 중 부부가 선택한 이슈를 주제로 정하였다.
총 10분의 대화는 두 개의 ‘3분 대화’구간으로 구분되었다. Weiss & Tolman (1990)은 대화 시작 초기 1분 동안에는 대화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첫 번째 대화 구간은 1분경과 후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한다. 이에 본 연구는 1분이 경과되는 시점을 첫 구간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두 번째 대화 구간은 첫 번째 구간이 끝난 후 대략 1분 정도 후에 시작하며 부부 대화가 최종 종결되기 최소 30초 전에 끝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본 연구는 갈등대화의 시간에 따른 차이에 초점을 둔 연구가 아니고 갈등대화의 전체적 질에 초점을 둔 연구이므로, 전반부 대화와 후반부 대화의 점수를 독립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평균을 낸 점수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3. MICS-G 평정체계
MICS-G는 갈등(conflict), 문제해결(problem solving), 인정(validation), 불인정(invalidation), 촉진(facilitation), 철회(withdrawal)의 6개 범주를 평정하는 코딩시스템이다. 범주에 대한 평정은 0점(전혀 없음)부터 5점(매우 높음)까지의 6점 척도에서 이루어졌다. 각각의 범주에 대해 평정자는 내용적 단서와 정서적 단서 모두를 고려해야 했다. 내용적 단서는 대화의 내용이고 정서적 단서는 그 말이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초점을 둔다. 정서적 단서는 얼굴 표정, 목소리, 몸의 자세와 움직임 등으로 파악한다. 각 범주에 해당하는 내용적 단서와 정서적 단서는 Table 2에 정리되어 있다.
6개의 범주에 대해 간략하게 기술하면, 갈등(conflict)은 부부 사이의 불화와 반목을 의미한다. 갈등은 부부가 삶, 부부관계, 배우자에 대해 어느 정도로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으로) 불만족을 표현하는지 측정한다. 문제해결(problem solving)은 관계변화를 위해 기꺼이 논의하거나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를 측정한다. 인정(validation)은 상대 배우자가 말할 때 인정하는 반응에 해당하는 행동과 정서를 말한다. 따라서 인정은 듣기 행동을 측정한다고 할 수 있다.
불인정(invalidation)은 화자의 말이나 반응을 거절하는 행동들을 측정하는데 역시 듣기 행동을 측정한다. 촉진(facilitation)은 부부상호 작용이 발전적으로 흘러가도록 촉진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철회(withdrawal)는 적극적 논의를 피하려는 행동으로 주로 정서적 단서를 중심으로 측정하되 육체 피로 등으로 인한 반응은 제외한다.
평정자들은 범주에 해당하는 개별 행동의 빈도와 강도를 모두 고려하였다. 평정자들은 6개의 범주와 하위 단서가 명시된 코딩지를 사용하였다. 평정자들은 어떤 단서가 등장하면 그 코딩지에 빈도를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MICS와 다르게 MICS-G는 구체적인 개별 행동 모두를 기록하지는 않으며 빈도를 기록하는 것은 평정을 위한 참고용으로만 사용된다. 평정자들은 6개의 범주를 상호 구별된 범주로 이해하고 독립적으로 평정하였다(Tolman & Weiss, 1990). 예를 들어 평정자들은 3분 대화구간을 보고 갈등 범주에 점수를 부여한 후, 3분 대화 구간을 다시 보며 문제해결 범주를 평정하였다. 따라서 평정자는 하나의 대화구간을 6개 범주에 따라 최소 6번 보게 되며, 남편과 아내를 독립적으로 평정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같은 구간을 12번 이상 관찰하게 된다. 이렇게 남편과 아내를 독립적으로 평정하는 것은 평정자가 관찰하는 배우자의 모든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을 빠짐없이 철저히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4. 평정자 훈련
평정자 훈련을 맡은 연구자는 9년의 부부가족상담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부부상담 시 부부의 갈등대화를 녹화하고 MICS-G를 활용하여 분석해온 바 있다. 또한 부부의 의사소통을 코칭하는 인지행동부부상담모델을 주 상담모델로 활용하여 부부의 의사소통 분석에 익숙하다. 연구자는 본 연구를 위해 대학 내 부부가족상담센터에서 MICS-G를 사용하고 있는 한 미국 대학으로부터 코딩과 평정자 훈련을 위한 표준화된 자료를 제공받았고 이를 본 연구에 맞게 수정하여 사용하였다. 이전에 관찰연구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두 명의 3학년 학부생이 평정자로 참여하였다. 두 명 모두 여성이며 아동가족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학점 평점이 3.0을 상회하였다. 평정자들은 연구실 밖으로 비디오파일이나 코딩지 등의 자료를 유출하지 않고 비디오 파일에서 보고 들은 내용에 대해 함구할 것을 약속하는 비밀유지 서약서에 서명하였다. 평정자들은 주 1회 2시간 씩 총 5회의 훈련(10시간)을 받았다. 훈련은 기본적인 본 연구의 소개, MICS-G의 개발 배경, MICS-G 매뉴얼(Tolman & Weiss, 1990)에 대한 숙지, 매뉴얼 숙지에 대한 점검으로서의 퀴즈, 그리고 연습 코딩으로 구성되었다. 특별히 MICS-G는 평정자의 개인적 편향(bias)에 영향 받을 우려가 있으므로(Weiss & Tolman, 1990), 평정자들은 코딩 훈련을 하며 경험하는 소감을 제출하도록 하여 개인의 정서 반응을 점검받았다. 연습 코딩은 3개의 부부 갈등대화 비디오를 가지고 총 3회(6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코딩 연습 시에는 각 범주에 대해 연구자가 먼저 점수를 평정하는 시범을 보였다. 이후 평정자들이 각각 평정을 해본 후 훈련자의 점수와 사후 비교하였다.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이유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훈련이 끝나갈 시기 평정자들은 훈련자의 평정점수와 1점 이하의 차이를 보였다. 평정자들은 5회의 훈련이 종결된 후 정식 코딩을 시작하였다. 평정자들은 코딩에 대해 소정의 임금을 지급 받았다.
5. 코딩절차
비밀보안을 위해 비디오 파일은 외장하드에 저장되어 연구실 내 자물쇠가 있는 캐비닛에 안전하게 보관되었고 모든 코딩은 연구실에서만 이루어졌다. 각각의 평정자들은 표집 진행상황에 따라 매주 1∼3 사례를 할당받았다. 표집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코딩을 완료하는 데 총 5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 평정자들은 해당 사례가 부부상담을 통해 접수된 것인지 결혼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접수된 것인지 인지하지 못하였다. 코딩 시 평정자들은 남편에 대한 평정을 완료한 후 아내의 영상을 평정하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부부보다 개별 배우자에 초점을 두기 위함이다(Weiss & Tolman, 1990). 평정자들은 서로의 평정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공간을 분리한 후 독립적으로 코딩을 진행하였다. 평정자들은 6개의 범주 중 최소 5개에서 1점 차 이하의 점수 차를 보여야 했다(83%이상의 일치율). 만약 이 일치율에 미치지 못하면 두 평정자는 비디오를 함께 다시 보며 2점 이상 차이가 나는 범주의 점수에 대해 토론을 통해 합의된 점수를 도출하였다(Weiss & Tolman, 1990).
6. 수렴타당도 검증을 위한 측정도구
1) 부부적응
갈등상황에서의 역기능적인 부부 의사소통은 부부생활의 질을 떨어뜨리고 관계를 해체시킬 수 있다(Gottman, 2011). 국내외의 경험적 연구들은 부부의 의사소통이 부부적응과 연관된다고 보고하고 있다(Christensen & Shenk, 1991; Mo & Kim, 2002; Yalcin & Karahan, 2007). 따라서 본 연구는 MICS-G 범주와 부부적응의 상관을 통해 수렴타당도를 검증하려 한다. 부부적응 측정을 위해 Spanier (1976)가 개발한 부부적응척도(Dyadic Adjustment Scale; DAS)를 사용하였다. 부부적응척도는 32개의 문항으로 구성되며 기본적으로 Likert 척도이지만 문항에 따라 2점에서 6점까지 응답방식이 상이하다. 부부적응척도는 의견일치(dyadic consensus), 응집력(dyadic cohesion), 만족도(dyadic satisfaction), 애정표현(affectional expression)의 4개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지만 합산해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Spanier, 1976). 총점의 범위는 0∼151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부부관계의 전반적인 질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97점을 적응부부와 부적응부부를 나누는 기준점수로 사용한다(Heyman, 2001). 부부적응척도는 내용타당도, 구인타당도, 준거타당도가 검증된 바 있으며(Spanier, 1976), 본 연구에서의 척도 신뢰도는 Cronbach α .95였다.
2) 심리적 폭력
문제해결대화를 원활히 하지 못해 갈등이 고조되면 언어·심리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 폭력을 측정하였다. 실제로 국내외의 연구들이 부부의사소통과 부부폭력의 연관성을 보고하고 있다(Holtzworth-Munroe et al., 1998; Lee & Kwon, 2002). 이를 위해 Straus et al.(1996)이 개발한 갈등해결척도(The Revised Conflict Tactics Scales; CTS2)의 심리적 폭력(Psychological Aggression) 하위척도를 사용하였다. 응답자는 지난 4개월 간 자신과 배우자가 심리적 폭력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였는지 보고하였다. 모두 8문항에 대한 응답방식은 0, 1, 2, 3(3∼5회), 4(6∼10회), 5(11∼20회), 6(20회 이상)으로 구성된다. Straus 등(1996)의 제안에 따라 각각의 점수는 중앙값으로 점수화된다. 따라서 0, 1, 2점은 원점수 그대로, 3(3∼5회)은 4로, 4(6∼10회)는 8로, 5(11∼20회)는 15로, 6(20회 이상)은 25로 변환되었다. 폭력 보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배우자 각각의 점수는 스스로 보고한 값과 상대 배우자가 보고한 값을 평균 내어 산출하였다. 심리적 폭력 척도는 구인타당도가 검증된 바 있으며(Straus et al., 1996), 본 연구에서의 신뢰도 Cronbach α는 .69였다.
3) 정신건강
정신건강이 악화되면 갈등상황에서의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렴타당도 검증을 위해 정신건강을 측정하였다. 실제로 우울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같은 정신병리가 부부의 긍정적 의사소통 및 부정적 의사소통과 연관된다는 국내외 연구들이 있다(Fredman et al., 2014; Lim & Kwon, 1998; Rehman, Gollan, & Mortimer, 2008). 정신건강 척도로는 Derogatis & Melisaratos (1983)가 개발한 간이증상검사(Brief Symptom Inventory; BSI)를 사용하였다. BSI는 정신병리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자기보고식 측정도구로 신체화, 강박충동, 대인관계 민감성, 우울, 불안, 적개심, 공포증, 편집증, 정신증의 9가지 증상차원을 측정한다. 하지만 간이증상검사는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 MMPI)와의 높은 상관에도 불구하고 개별 정신장애를 판별하는 데 한계를 보여 진단도구보다 개인의 정신건강을 파악하는 도구로 사용하도록 권장되었다(Boulet & Boss, 1991). BSI는 총 53문항으로 구성되며 응답자는 각각의 문제에 대해 지난 한 달간 받은 스트레스를 0점(‘전혀 받지 않았다’)에서 4점(‘극심하게 받았다’)의 5점 Likert 척도에서 응답한다. 정신건강 척도는 수렴타당도와 구인타당도가 검증되었으며(Derogatis & Melisaratos, 1983), 본 연구에서의 신뢰도는 Cronbach α .96이었다.
7. 분석방법
먼저 평정자간 신뢰도를 파악하기 위해 퍼센트 일치율과 급내상관계수(intraclass correlation coefficients; ICC)를 구하였다. 둘째, 배우자 간 범주 간 상관(intercorrelations between spouses)을 산출하였다. 셋째, 배우자 내 범주 간 상관(multibehavior matrix)을 산출하였다. 넷째, 수렴타당도 검증을 위해 MICS-G 범주와 부부적응, 심리적 폭력, 정신건강 간의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판별타당도 검증을 위해 적응부부와 부적응부부로 구분한 후 다변량분산분석(MANOVA)과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결과
1. 신뢰도: 관찰자간 일치도
신뢰도는 평정자들이 불일치 점수(2점 이상 차이)를 의논하여 합의된 점수를 도출하기 전의 원점수를 사용하여 산출하였다. Table 3에서 보듯, 전반적으로 평정자 간 퍼센트 일치 수준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 점수의 퍼센트 일치율의 범위는 80∼97%였으며 평균은 92.2%, 아내 점수의 퍼센트 일치율의 범위는 87∼97%였으며, 평균은 91.7%였다.
다음으로 급내상관계수(intraclass correlation)를 산출하였다. Pearson의 상관계수(r)가 두 평정자의 평정값의 선형관계에만 초점을 두는 반면, 급내상관계수는 평정자가 부여한 값 자체의 절대적 크기도 고려한다는 점에서 관찰자간 신뢰도를 측정하는 데 있어 더 적절하다(Seedall, 2014). 남편점수에 대한 급내상관계수의 범위는 .64∼.95였고, 아내점수에 대한 급내상관계수의 범위는 .65∼.94였다.
2. 범주 간 상관관계
Table 4는 각 범주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제시한다. 관찰자 간 일치도를 산출할 때와 달리 이하 모든 분석에서는 두 평정자 간 합의된 수정점수(두 평정자의 점수가 2점 이상 차이 날 때 평정자들이 논의하여 새롭게 합의한 점수)를 포함한 두 평정자의 평균점수를 사용하였다.
Table 5는 남편과 아내 사이의 범주 간 상관계수를 보여준다. 밑줄 친 계수는 같은 행동을 남편과 아내가 주고받는 상호성(reciprocity)을 보여준다. 각각의 범주가 가지는 상호성에는 차이가 많았다. 예를 들어 문제해결이나 철회는 부부 간 유의미한 상관이 관찰되지 않은 반면, 불인정이나 촉진에서는 유의미한 상관이 나타나 높은 수준의 상호성을 보였다. 서로 다른 범주 간의 상관을 보면 문제해결의 경우 상대 배우자의 어떤 범주와도 상관이 없었다.
Table 6는 배우자 내 범주 간 상관계수를 나타낸다. 개인 내 범주 간 상관계수 크기는 다양했다. 남편의 상관계수의 범위는 .05∼.70이었는데, 다른 행동과 전혀 상관을 보이지 않은 문제해결을 제외하고 남편의 행동범주들은 서로 유의미한 상관을 보였다. 아내의 상관계수의 범위는 .0∼.72였는데, 아내 역시 문제해결이 다른 범주와 상관이 없었다.
3. 수렴타당도
Table 7은 수렴타당도 검증을 위한 관련변인 간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부부적응과 MICS-G 범주들 간 상관은 대체로 유의했고 이는 남편보다 아내에게서 더 현저하게 나타났다. 심리적 폭력은 MICS-G 범주들과 전체적으로 유의미한 상관이 있었다. 정신건강과 MICS-G 범주들 간 상관은 아내에게만 유의미했다. 관련 변인 간 상관을 보면 남편의 경우 부부적응은 심리적 폭력, 정신건강과 각각 -.53(p <.01), -.45(p <.05)의 유의미한 상관을 보였고 심리적 폭력과 정신건강의 관계는 -.04(p>.05)로 유의하지 않은 상관을 보였다. 아내의 경우 부부적응은 심리적 폭력, 정신건강과 각각 -.48(p <.01), -.63(p <.001)의 유의한 상관을 보였고 심리적 폭력과 정신건강의 관계 또한 .54(p <.01)로 역시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 일부 예외를 제외한 MICS-G 범주들과 관련 변인 간의 유의미한 상관은 MICS-G의 수렴타당도를 보여준다.
4. 판별타당도
판별타당도를 검증하기 위해 다변량분산분석(MANOVA)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는 Table 8에 요약되어 있다. 부부적응척도의 전통적 기준점인 97점을 적용하여(Heyman, 2001), 부부평균 점수가 97점 이하인 개인/부부를 부적응개인/부부(distressed individuals/couples)로, 98점 이상인 개인/부부를 적응부부(nondistressed individuals/couples)로 정의하였다. 먼저 남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남편의 MICS-G 범주 점수는 남편의 부부적응 여부에 따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F =1.86, p=.132, Wilks’Lambda=.67, partial eta squared=.33). MICS-G 범주 각각에 대한 집단 차이를 보는 검정에서, 반복된 분산분석(ANOVA)에 따른 1종 오류의 증가를 막기 위해 Bonferroni의 수정된 유의수준을 적용하였다(Brace et al., 2003). 이 경우 6개의 종속변인이 있으므로 .05를 6으로 나눈 0.008이 유의수준이 된다. 이에 따르면 모든 범주에서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아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아내의 MICS-G 점수는 아내의 부부적응 여부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F =4.76, p=.003, Wilks’Lambda=.45, partial eta squared=.55). 효과크기(partial eta squared) .55는 통상 ‘큰 효과’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는 .14를 훨씬 상회한다(Brace et al., 2003). Bonferroni의 수정된 유의수준을 적용한 결과, 아내의 부부적응 여부에 따라 아내의 갈등, 인정, 불인정, 촉진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갈등, 인정, 불인정, 촉진의 분산 중 각각 27%, 25%, 27%, 39%가 부부적응 여부에 의해 설명된다. 마지막으로 부부평균 점수를 활용하여 부부를 분석단위로 분석을 실시하였다. 성별에 따른 차이 또한 확인하기 위해 성별도 고정요인에 삽입하였다. 분석 결과, 부부의 평균 MICS-G 범주 점수는 부부적응 여부에 따라 다르며 효과크기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F =7.46, p <.001, Wilks’ Lambda=.53, partial eta squared=.47). 배우자 간 성차는 유의미하지 않았다(F =1.34, p=.26, Wilks’ Lambda=.86, partial eta squared=.14). Bonferroni의 유의수준을 적용한 결과, 문제해결을 제외한 모든 범주에서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Table 8). 효과크기(partial eta squared)를 보면 갈등, 인정, 불인정, 촉진, 철회의 분산 중 각각 .29%, .13%, .25%, .17%, .21%가 부부적응 여부에 의해 설명된다.
남편의 부부적응 여부를 종속변인으로 하고 남편의 MICS-G 범주를 독립변인으로 하는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회귀모델은 부부적응 여부 변량의 40.3∼53.8%를 설명하였다(chi-square=15.50, df =6, p <.05). 회귀모델은 부적응부부를 66.7%의 확률로 예측하였으며 적응부부를 86.7%의 확률로 예측하였다. 모델의 전체 예측 정확도는 76.7%였다. Wald 검증에 따르면 MICS-G 범주 중에서 갈등(p <.05), 인정(p <.05), 촉진(p <.05)이 부부적응을 유의미하게 예측하였다. 다음으로 아내의 부부적응 여부를 종속변인으로 하고 아내의 MICS-G 범주를 독립변인으로 하는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회귀모델은 부부적응 여부 변량의 52.9∼73.5%를 설명하였다(chi-square=22.60, df =6, p <.01). 회귀모델은 부적응부부와 적응부부 모두를 90%의 확률로 예측하였다. Wald 검증에 의하면 MICS-G 범주 중 어느 범주도 부부적응을 유의미하게 예측하지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부부 평균점수를 활용하여, 부부적응 여부를 종속변인으로 하고 MICS-G의 범주들을 독립변인으로 하는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회귀모델은 부부적응 여부 변량의 62.5∼83.5%를 설명하였다(chi-square = 58.86, df =6, p <.001). 회귀모델은 부적응부부를 100%의 확률로 예측하였으며 적응부부를 92.9%의 확률로 예측하였다. 모델의 전체 예측 정확도는 96.7%였다. Wald 검증에서 MICS-G 범주 중 갈등(p <.01), 인정(p <.05), 철회(p <.01)가 부부적응을 유의미하게 예측하였다.
논의
본 연구는 자기보고식 설문을 중심으로 한 국내 부부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 관찰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초과정으로 포괄적 코딩시스템인 MICS-G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하였다. 연구결과, MICS-G는 10시간의 짧은 훈련시간에도 양호한 수준의 신뢰도와 수렴타당도 및 판별타당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과 같다.
먼저 신뢰도인 관찰자간 일치도는 퍼센트 일치율과 급내상관계수를 통해서 검증되었는데 둘 다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보고하였다. 포괄적 코딩시스템의 등장에 따른 우려는 짧은 훈련시간으로 인해 코딩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본 연구는 관찰연구에 참여한 적이 없는 무경험자를 10시간의 짧은 훈련을 시키는 것만으로도 신뢰성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아내 철회와 부부의 문제해결의 높지 않은 급내상관계수를 지적할 필요는 있다. 아내 철회의 낮은 상관계수는 낮은 평균과 표준편차로 인한 변산성 감소로 나타난 것일 수 있으나 철회라는 범주의 단서들이 다른 범주에 비해 비언어적 단서인 정서적 단서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 즉, 정서적 단서가 가지는 모호성이 관찰자 간 불일치를 야기했을 수 있다. 문제해결 범주의 낮은 상관계수의 경우 단서들 중 가장 높게 관찰되는 문제기술(description)이 가지는 모호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부부가 문제를 기술하긴 하지만 분노나 우울의 정서가 동반될 수 있다. 이때 이는 문제해결 범주의 다른 정서적 단서인 차분함(calmness)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 경우 한 평정자는 문제해결 점수를 부여하고 다른 평정자는 부여하지 않는 불일치가 나타날 수 있다. 문제해결의 낮은 급내상관계수는 Weiss & Tolman (1990) MICS-G 타당화 연구에서도 나타난 바 있기 때문에 추후 연구의 주의를 요한다.
범주 간 상관관계를 보면 배우자 사이와 배우자 개인 내에서 문제해결을 제외하고 범주들 간에 유의미한 상관이 보고되었다. 배우자 내 범주 간 상관이 유의미한 것은 각 범주가 상호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나 일부 평정자의 편향이 작동한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평정자들은 갈등 범주를 제일 먼저 코딩하게 되는데 이때 부부에 대한 전체적 인상을 형성하고 그 후 다른 범주를 평정할 때 그 인상에 조응하는 단서에만 초점을 두었을 수 있다. 이렇게 평정자가 부부에 대한 전체적 인상이나 이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포괄적 코딩시스템의 단점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근래의 Weiss & Tolman (1990)의 연구나 Baucom 등(2012)의 연구는 이러한 전체 맥락을 고려하는 코딩이 오히려 다른 관계변인을 더 잘 예측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즉 평정자의 편향이라는 단점이 단점이기 보다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장점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배우자 간 상관에서 범주들 간 상관들이 대체로 유의했던 것은 부부가 서로의 정서에 무의식적으로 전염되어 비슷한 정서 상태가 되고 이것이 유사한 의사소통 행동을 낳았기 때문일 수 있다(Gallese & Goldman, 1998; Hatfield et al., 1993). 다른 한편으로 이는 MICS-G가 평정 시 어떤 행동의 빈도 뿐 아니라 상대 배우자에게 미친 영향까지 고려하려 평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즉, 평정자들은 한쪽 배우자에게 주로 초점을 두지만 그 배우자의 행동이 다른 배우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관찰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상대 배우자의 정서 단서도 다른 배우자의 평정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
타당도 검증에서 MICS-G 범주들은 부부적응, 심리적 폭력, 정신건강과 대체로 유의한 상관을 보고하였다. 이는 갈등주제와 관련하여 문제해결 대화를 실제로 잘 하는 부부가 결혼생활 전반에서 높은 수준의 적응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실제 갈등대화를 잘 하지 못하는 부부의 경우 심리적 폭력을 더 많이 경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정신건강과의 관계는 성차가 있었는데 남편들에게서 정신건강은 MICS-G 범주와 상관이 없었다. 이는 개인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부부관계에서의 갈등 대화에 반영되는 아내에 비해 남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연구를 볼 때(Billings & Moos, 1984; Matud, 2004), 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다 문제중심대처를 많이 하는 남성이 그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친밀한 관계에서 감정을 표출하는 여성과 달리 감정을 억제하고 관계 외적 물질(예- 술)에 의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갈등대화에서의 남성의 부정적 의사소통은 자신의 심리적 스트레스의 반영이라기보다 체계론적 관점에서 상대와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상호성(reciprocity)의 결과 때문일지 모른다. 실제로 Table 4에서 보듯 대화 초반부에는 아내의 갈등과 불인정이 남편보다 높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남편의 점수가 아내 점수만큼 상승한다. 이는 체계론적인 상호성의 과정을 통해 아내의 정서·행동에 남편이 영향 받는 과정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판별타당도 결과는 MICS-G가 부부적응 여부를 판별하는 데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예측력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10시간의 훈련을 받은 초보 평정자도 부부상호작용 관찰을 통해 부부적응 여부를 판단하는 데 성공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MANOVA와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종합해 보면, MICS-G의 판별타당도는 남편보다 아내에게서 더 높게 나타난다. 아내의 의사소통은 부부적응 여부를 명백히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내의 의사소통에서도 문제해결의 판별타당성이 떨어졌는데 이는 문제해결의 낮은 타당도를 보고한 Weiss & Tolman (1990)의 연구와 유사한 결과이다. 문제해결은 MICS-G의 개발자들의 예상과 달리 부부갈등 상황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관점에서 결과를 간단히 논의하면, MICS-G는 신뢰도와 타당도를 볼 때 한국에서도 사용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평정자간 일치도와 MICS-G가 부부적응을 예측하는 확률은 미국 연구에 비해 한국 연구에서 더 높았다(Weiss & Tolman, 1990). 차이가 있는 것은 MICS-G를 통해 드러난 부부 간 대화양상이었다. 미국 연구의 경우 비록 대화의 초반부와 후반부의 통계를 따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대화 전체에 있어서는 갈등과 불인정에서 부부간 차이가 있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부부의 경우 대화 초반에는 아내의 갈등과 불인정이 높았다. 그리고 이 차이는 대화 후반부에 남편의 갈등과 불인정 점수가 상승하면서 사라졌다. 또한 남편의 경우 부부적응 여부에 따른 의사소통의 차이가 아내에 비해 크지 않았고 정신건강과 의사소통간의 상관도 아내에 비해 높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남편의 의사소통이 부부적응이나 정신건강의 반영이기보다 아내의 의사소통에 대한 반동성(reactivity)의 반영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이는 미국에서도 나타나는 남성의 감정 억압적 대처행동과 여성의 감정 표현적 대처행동이 가부장적 한국사회에서 더 강화되어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대화를 시작할 때 자신의 감정이나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을 잘 드러내는 아내에 비해 남편은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지만, 점차 대화가 지속됨에 따라 아내의 행동과 정서에 영향 받아 아내와 유사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적 논의는 보다 많은 비교문화적 후속 연구들이 축적될 때 비로소 엄밀한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본 연구는 다음의 제한점을 가진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2명의 평정자가 전체 부부를 모두 관찰하였다. 이는 Weiss & Tolman (1990)이 10명의 평정자(남 4, 여 6)를 사용한 것과 다르다. 2명의 평정자를 사용하면 2명의 평정자의 코딩 능력이 더 향상되는 장점이 있지만 코딩 시스템의 신뢰도와 타당도가 여러 다양한 평정자들에게 일반화 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추후연구는 더 많은 평정자를 활용하여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는 코딩작업을 위해 학부생 평정자를 활용하였다. 비록 본 연구에서의 양호한 신뢰도에도 불구하고 추후 연구자는 코딩의 타당도를 높이기 위해 부부관계 전문가 등 보다 숙련된 평정자들을 활용하거나 훈련시간을 늘리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학부생 평정자를 활용하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이는 연구목적에 따라 선택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포괄적 코딩에 있어서는 대학원생이나 전문가들이 부부의 행동에 과도한 해석을 가하는 경우가 많아(Griffin, Greene, & Decker-Haas, 2004; Heyman, 2004), 근래의 많은 연구들이 인간관계 역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고학년 학부생을 활용하고 있다(Heavey, Layne, & Christensen, 1993; Hrapczynski et al., 2012; Kerig & Baucom, 2004). 둘째, 본 연구는 표본크기(총 30쌍, 60명)가 크지 않아 통계적 검증력에 제한이 있다. 본 연구의 상관분석에서 보듯 일정 정도 크기의 통계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2종 오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표본크기로 인해 최소 200명 정도가 요구되는 요인분석을 실시할 수 없어 MICS-G의 요인구조를 확인할 수 없었다. 따라서 후속연구는 더 많은 참여자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부부들의 상호작용을 녹화하고 분석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수십 쌍의 부부만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Heyman, 2001). 셋째, 본 연구의 수렴타당도를 위해 사용된 척도들은 한국판으로 타당화 된 척도가 아니다. 또한 번역 과정에서 역번역을 진행하지 않아 번역 과정의 타당도가 높지 않다. 따라서 후속연구는 보다 엄밀하게 번역되고 타당화된 척도를 사용하여 수렴타당도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제한점은 연구를 통해 확인한 MICS-G 자체의 한계이다. 비록 MICS에 비해 MICS-G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한다고 해도 한 부부를 코딩하는 데 여전히 1시간 30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MICS-G는 포괄적 코딩 시스템인 이상 의사소통 패턴 파악을 위한 순차분석이 불가능하다는 원천적 한계도 가진다. 나아가 10시간이라는 훈련시간이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 시간이 짧은 만큼 훈련은 대부분 MICS-G 매뉴얼에 대한 숙지와 연습 코딩으로 이루어졌지만 추후 훈련 시간을 늘리고 싶은 연구자는 관찰연구 전반에 대한 교육이나 코더의 개인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역전이와 그로 인한 인지편향 등에 시간을 할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부부연구 분야에 다음과 같이 기여한다. 먼저 본 연구는 국내의 부부관계에 대한 관찰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국외의 코딩시스템을 타당화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본 연구를 통해 MICS-G가 한국의 부부들에게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본 연구는 국내 부부관계 관찰연구의 기초를 닦는 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는 포괄적 코딩시스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 미시분석 코딩시스템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큰 규모의 부부가족상담 클리닉 등 상당한 인프라가 뒷받침 될 때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포괄적 코딩시스템은 미시적 코딩시스템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상당 수준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본 연구는 80시간이 소요되는 MICS 코딩훈련에 비해 상당히 짧은 10시간의 코딩훈련을 실시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MICS-G라는 포괄적 코딩시스템을 타당화했기 때문에 관찰연구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은 MICS-G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MICS-G를 사용하기 위한 유료의 공식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행동주의적 접근(Epstein & Baucom, 2002; Jacobson & Margolin, 1979) 등 부부의사소통 분석에 익숙한 연구자라면 MICS-G 매뉴얼의 숙지를 통해 자신의 연구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포괄적 코딩시스템은 평정자의 문화적 배경에 근거한 직관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적 유연성에 있어 더 뛰어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근래에 이러한 평정자의 문화적 성격을 배제하기보다 반영시키는 것을 더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이러한 포괄적 코딩시스템의 활용 폭은 더 넓어질 것이다(Baucom et al., 2012; Baucom et al., 2017).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국내 부부상담의 실천에도 기여한다. 상담사들은 MICS-G를 활용하여 부부를 보다 엄밀하게 사정·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부부의 갈등대화를 코칭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어떤 상담모델이나 접근의 효과를 증명할 때 내담자의 주관적 보고의 변화 뿐 아니라 객관적 상호작용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MICS-G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본 연구는 국내의 부부관계에 대한 관찰연구가 부족한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비용대비 효과성(cost-effectiveness)이 높은 포괄적 코딩시스템인 MICS-G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하였다. 연구를 통해 MICS-G가 부부관계 및 상담 연구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양호한 심리측정적 특성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토대로 연구자들과 실천가들은 부부관계에 대한 기초연구부터 부부상담·교육까지 다양한 장면에서 MICS-G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Notes
The authors declare no conflict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eir authorship or the publication of this article.
Acknowledge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2017 Duksung Women’s University gr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