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서 교사의 경험에 대한 연구
Experiences of the Teachers in the Practical Problem-Based Home Economics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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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in depth what teachers experience in a practical problem-based home economics class. This study established the research question, “What do teachers experience in the practical problem-based home economics class?” and selected three teacher participants who had steadily performed a practical problem-based home economics class to directly observe classes and conducted intensive interviews with the class performing teachers. The three research participants performed the practical problem-based class as a method of practicing their educational beliefs and based on a problem consciousness that textbook centered classes focusing on concepts cannot manage. They also tried to make efforts to reconstruct the textbook centered with practical problems to promote the critical thinking abilities of students. In practicing the practical problem-based class, the research participants recognized that it was important to show the present problems in reality to the students, teach broad value concepts, and establish rapport with students. They tried to make class content correspond to class evaluation. They felt awarded in how they influenced the development of students and the perception of home economics subjects in a positive way as well as experienced various actual difficulties in performing the practical problem-based class. The three research participants examined themselves through the agony and reflection of the class, and integrated the class with daily activities by applying problem solving methods of practical problem-based classes to their lives.
서론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모든 교사들이 갖는 공통된 고민이다. Lee [36]는 좋은 수업이란 각 교과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가치를 구현하는 수업이라고 하여, 수업을 통해 교과가 갖는 교육적 지향점을 추구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즉, 좋은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지향하는 근본 가치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각 교과가 추구하는 인간상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결국 교과가 고유의 교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수업을 통해 교과에 내재된 철학을 얼마나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왜냐하면 교과 철학은 교과에 대한 역사적, 철학적, 인식론적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이상의 방향을 제시하고 교과를 가르쳐야하는 존재의 의미와 목적에 답을 주기 때문이다[29].
가정 교과는 개인의 자아를 성숙하게 형성하고 개인과 사회를 위한 도덕적 판단을 토대로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실천을 행하도록 하는 뚜렷한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 교과이다[5]. Laster [32]는 가정과 교육의 목표를 구현할 수 있는 수업 방법으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고안한 바 있다. 이 수업은 가족의 일원인 학생이 직면하는 실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문제와 관련된 맥락 및 배경을 이해하고 사회에 만연한 그릇된 인습이나 고정관념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통해 자신과 사회 모두에 최선의 행동을 실천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둔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중반부터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이 소개되어 이에 대한 연구들이 축적되어 왔다. 선행 연구들의 주요 주제는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실천적 문제 중심 교수·학습 과정안을 개발한 연구[11, 12, 15, 24, 25, 30, 46, 48], 개발된 교수·학습 과정안을 적용한 후 학생에게 나타나는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6-10, 24, 33, 38, 41, 49, 50],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 대한 교사와 학생의 인식을 알아보는 연구[19, 31, 37], 그리고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의 실행과정에 대한 연구[19, 26, 39, 53] 등이다.
이와 같이 가정과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수행되어 왔으나 대부분 수업 실행을 위한 교수·학습 과정안이나 학습 자료를 개발하고 이를 복잡한 교실현장의 변수를 통제한 수업 상황에 적용하여 수업 효과를 검증하는 투입-산출 중심의 실험 연구에 한정되어 있다. 즉, 이 연구들은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의 다양한 효과를 입증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나, 수업에 투입한 요소로서 교수 행위와 수업 결과로 나타나는 학생의 변화에만 관심을 둘 뿐, 수업의 과정에서 실제로 교사는 무엇을 행하고 경험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가정과에서 교사의 경험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며 거의 유일하게 Yu [52]의 연구만이 질적 연구 방법을 통해 초임 가정과 교사들의 교직 사회화 과정을 밝히고 있다. 반면, 다른 교과교육 분야에서는 수업 경험에 대한 연구들이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수업에서 교사의 경험을 살펴 본 연구 중에는 초임 교사나 예비교사의 경험을 살펴본 연구[18, 22, 35, 43, 51]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학교 급별로는 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18, 23, 28, 35, 43, 51]가, 교과별로는 사회과[23, 35]와 체육과[22, 43]가 많았다.
Cho [14]는 교실 수업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효과적인 수업을 미리 설정하고 실제 수업과 비교하는데 그침으로써 실제 수업 현장에서 교사가 경험하는 바를 간과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수업 경험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질적 연구 방법인 수업관찰과 심층 면담을 통해 가정과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서 교사의 경험에 대해 탐색하고자 한다. 경험은 곧 학습이고 성장이기에[16],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서 교사가 경험하는 세계에 대한 해석을 공유하는 것은 단순히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을 넘어선다. 이러한 경험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의 실행이 전체 가정과 교육의 맥락 속에서 어떤 교육적 의미를 가지는지, 가정과 교육은 교사에게 무엇으로 존재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는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실행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가정과 교사들의 개인적 경험을 공동의 경험으로 공유하여 일반 가정과 교사들이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보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하여 실행하고자 첫 발을 내딛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연구문제 1. 가정과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서 교사는 무엇을 경험하는가?
이론적 배경
1. 가정과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
가정과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은 Brown과 Paolucci [5]가 제시하고 미국가정학회에서 정립한 가정학의 학문적 성격에 기초하고 있다. Brown과 Paolucci [5]는 가정학을 인간에게 봉사하는 사명 지향적인 학문으로 규정하고, 가정학의 사명을 “개인과 가족의 자아 형성을 성숙하게 하고, 지역사회의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을 형성하고 비판하는 일에 협동적으로 참여토록 하는데 있다”라고 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Brown [3, 4]은 인간의 자아 형성 능력과 가족의 교육적 기능, 사회의 자유로운 조건이 모두 상호 호혜적인 관계에서 작용할 때 자유로운 인간과 자유로운 사회의 구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Yoo [47]도 가정과 교육의 목표는 수업을 통해 한 개인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인간, 가족, 사회를 모두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하기에, 개인이 일상생활에서의 행동에 책임감을 가진 자주적인 인간이 되도록 Habermas [21]의 세 가지 행동체계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하였다. 즉, 가정과 교육의 목표는 학생이 배우는 과정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성숙한 자아를 형성하며 자신이 당면한 삶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체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행동을 통해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Brown [3]은 가정과 교육의 사명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수업 방법으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제안하였고, Laster [32]는 이 수업의 과정을 구체화하여 ‘실천적 행동 가정과 교수법(Practical Action Teaching Method in Home Economics)’을 개발하였다. 여기서 실천적 문제란 개인과 가정에서 세대를 이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항구적인 문제들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윤리적인 가치판단을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다[17].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은 해결해야 할 실천적 문제를 알아보는 문제 정의단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방안에 대해 비판적 추론을 거치는 실천적 추론단계, 각각의 해결 방안을 실제로 취해보는 행동단계, 취한 행동의 결과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새로운 행동체계를 수립하는 행동 평가의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각각의 단계들은 고정된 순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며 순환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특징을 지닌다.
2. 수업에서 교사의 경험
Dewey [16]는 교육을 ‘경험의 계속적인 재구성’이라고 정의하고, 경험은 그 자체로 성장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Dewey [16]에게 경험이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살아가는 복합적 체험 그 자체로, 삶에서의 모든 체험을 포함한다. 따라서 이런 관점에서 보면 수업에서 교사가 경험하는 바를 탐색하는 것은 그들이 수업 과정을 통해 어떤 성장을 하는지 직접적으로 탐색하는 것과 같다.
Suh [44]는 교사의 가르침이 왜 성스러운 것인지 그 이유를 탐색하면서, 수업의 과정에서 교사가 고유하게 경험하는 내용을 교사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즉, 교직이 다른 직업에 대해서 갖는 직업적 특수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업을 기능적인 관점이 아닌 수업 그 자체로서 파악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수업 장면에서 교사와 학생이 무엇을 경험하는지, 그 경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수업 내적으로 이해할 때에만 교직의 특수성을 이해하게 된다고 하였다.
수업에서 교사의 경험을 살펴본 연구는 교직 초기 시절의 경험이 이후의 교직 사회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하여 초임교사의 경험을 살펴본 경우가 많았다. Yu [52]는 교직 경력 3년 미만의 초임 가정과 교사 4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교사로 준비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발달해 가는지 질적 연구 방법을 이용하여 살펴보았다. 그 결과 교사 교육 이전 단계에서는 중고교 시절 가정 교과 수업 및 타 교과 수업으로부터의 경험과 진로 선택 및 대학 진학의 과정에서의 경험이 교직 사회화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나타났다. 교사교육 단계에서는 교사교육기관의 교육과정, 교사교육기관의 교육과정 외 활동이, 현직교사 단계에서는 초임 때 처해지는 상황, 수업에서의 어려움, 학부모 및 동료교사와의 관계, 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 등이 교직 사회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Gim 등[18]은 초등학교 초임교사가 어떤 교과 지도 경험을 하는지, 교과 지도 경험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두 명의 초임교사를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질적 내러티브(narrative)를 탐구하였다. 그 결과 초임교사들은 예기치 못한 문제와 대면하는 단계에서 시행착오를 하는 단계를 거쳐, 고민과 개선의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마지막 단계를 통해 교과 지도 능력을 성장시켜 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Son [43]은 초등학교 초임 교사들이 체육 수업에서 어떠한 고충을 느끼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명의 초등학교 교사에게 개방적 질문지와 심층면담의 방법으로 질적 연구를 실행하였다. 그 결과 초임 교사들이 체육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요인은 자신들의 교수 전문성의 부족, 열악한 수업환경, 학습자들의 수동적인 참여 태도 등이다.
이 외에 교사의 수업 경험에 대한 연구로는 Gu [20]가 두 명의 사회과 교사의 수업을 관찰하면서 교사의 수업 경험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수업 경험에서 어떤 교육적 성장을 하는지 분석한 것이 있다. 두 교사들은 교직 입문 전에 가지고 있던 교직에 대한 기대와 실제 교직 사이의 차이를 경험하면서 혼란을 겪었으나, 갈등을 성찰하고,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교직에 적응하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교사의 수업 경험과 관련된 선행 연구 중에는 수업 경험의 전반적인 부분이 아니라 특정한 경험에 대한 연구들도 수행되었다. 수업에서 교사의 수업 딜레마에 대한 경험을 살펴본 Kang [23]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두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4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해석학적 사례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 결과, 교사들은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고급 사고력을 가르쳐야 하지만 학습자의 기본 학습 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수월성과 형평성 사이에서의 갈등, 통합 중심대 분과 중심의 수업 내용에 대한 딜레마, 수업과 업무의 우선순위에 대한 딜레마 등 4가지 딜레마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수업과정에서 교사가 경험하는 갈등과 딜레마의 의미를 밝힘으로써, 수업 갈등의 요소를 줄일 수 있는 행정, 재정적 지원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주었다. Kim [28]은 초등교사가 국어수업을 진행하면서 겪게 되는 수업 딜레마를 사례연구방법을 통해 수업 목표, 내용, 방법, 평가의 4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상세히 밝힘으로써, 국어수업 현상을 진단하였다.
이렇게 수업에서의 교사의 경험을 연구한 선행 연구들은, 양적 연구로는 밝힐 수 없는 교사의 수업 경험을 밝힘으로써 교사도 수업을 통해 발전해 가는 존재라는 점과, 교사의 수업 성찰, 수업에서의 어려움을 심층적으로 탐색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연구방법
본 연구의 목적은 가정과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서 교사가 경험하는 바를 탐색하고자 하는 것으로, 연구 목적 달성을 위해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실행하고 있는 세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여, 그들의 수업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수업을 관찰하고, 심층 면담을 실행하였다. 연구 절차는 Figure 1에서 보듯이 크게 예비 연구와 본 연구로 구분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하였다.
1. 예비 연구
예비 연구는 연구자 스스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본 연구의 관찰 초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관찰자 예비 훈련의 목적으로 실행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실천적 문제 중심 교수·학습 과정안을 개발하였으며 동료 가정과 교사에게 개발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실행을 의뢰하여 실제 수업을 관찰하였다. 개발된 교수·학습 과정안은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3학년 ‘가정생활과 직업 생활’ 단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가정생활과 직업 생활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실천적 문제에 대해 5차시 분량으로 구성하였으며, 가정 교과 전문가 1인과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5년 이상 수행해 온 가정과 교사 2인의 검토를 받아 완성하였다.
수업 실행은 연구자가 소속되어 있는 도 단위 가정교과교육 연구회의 회원인 가정과 교사 A에게 의뢰하여 2012년 4월 2일부터 4월 17일까지 강원도 소재 여자 중학교 3학년 5개 학급 184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행하였다. 연구자는 5차시 교수·학습 과정 안에 대해 각 차시별로 한두 개 학급의 수업을 관찰하면서 소형 캠코더로 녹화하였고, 녹화로 포착할 수 없는 수업의 세밀한 부분과 연구자가 받은 느낌에 대해서 관찰 노트를 작성하였다.
예비 연구를 통해 연구자는 3명의 연구 참여자들이 실천적 문제를 설정하고 이 문제를 중심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어떤 종류의 고민을 경험했을지 생각해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심층 면담의 질문 주제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또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미리 관찰해 봄으로써 녹화로 포착되지 않는 수업 분위기나 연구자의 느낌 등의 현장 기록을 할 때의 유의사항을 점검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예비 수업 과정에서 연구자가 계획한 대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수업이란 교사와 학습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매번 새롭게 전개되는 경험이라는 점을 주목하게 되었다. 따라서 초기에 설정한 연구 주제였던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의 실행 과정에서 교사는 어떤 교수 행위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서 교사가 경험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구의 초점을 옮기게 되었다.
2. 연구 참여자 선정
연구 참여자의 선정은 Bogdan과 Biklen [1]이 제시한 연구 참여자 선정 기준을 참조하여 ‘연구 참여자는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실제로 실행하고 있는가?,’ ‘연구 참여자는 실천적 문제 중심의 교육과정 관점을 지니고 있는가?,’ ‘연구 참여자는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가?’ 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가정과 교사로 선정하였다. 선정된 연구 참여자들의 일반적 정보는 Table 1과 같다.
3. 수업관찰 및 심층면담 일정
연구자는 2012년 4월부터 수업관찰을 시작하여 각 연구 참여자들이 근무하는 학교 교실을 지속적으로 방문하였으며 자료 포화(data saturation) 현상이 나타난 2012년 7월 초를 기점으로 수업관찰 및 심층면담을 종료하였다. 연구자가 관찰한 수업 내용은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기술·가정 과목의 가정생활 영역으로, 관찰한 총 30차시 수업 중 23차시가 첫 번째 대단원인 ‘미래의 가족생활’에, 나머지 7차시가 두 번째 대단원인 ‘가정생활 문화’에 해당한다.
세 학교의 기술·가정 교육과정 운영단위는 권교사 근무교는 3단위, 박교사 근무교는 2단위, 심교사의 경우 팀티칭(team teaching)으로 인해 실제 심교사의 수업 시수는 주당 1시간으로 각기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서, 연구자가 관찰할 수 있는 수업에도 차이가 있었다. 세 교사에 대한 수업 관찰과 심층 면담 횟수 및 총 시간은 Table 2와 같다. 권교사의 수업에 대한 관찰은 2012년 4월 9일부터 6월 28일 사이에 총 5일간 15차시에 대해 이루어졌으며 심층 면담은 수업관찰 기간 동안 총 5회, 관찰이 끝난 후 분석 과정에서 2회의 전화면담을 추가하였다. 박교사에 대한 수업관찰은 2012년 4월 27일부터 7월 6일 사이에 총 10회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심층 면담은 수업관찰 기간 동안 총 3회, 관찰이 끝난 후 분석과정에서 2회의 전화면담을 추가하였다. 심교사에 대한 수업관찰은 2012년 4월 17일부터 6월 5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심층 면담은 수업관찰 기간 동안 총 3회, 관찰이 끝난 후 분석과정에서 2회의 전화면담을 추가하였다.
4. 자료의 수집 및 분석방법
수업관찰 자료는 연구자의 선택적 관찰 등으로 인한 관찰 내용의 누락을 줄이기 위해서 직접 관찰과 더불어 비디오 촬영과 오디오 녹음을 병행하였다. 심층 면담은 일과 시간 중 수업이 비는 시간과 점심시간, 혹은 방과 후 시간 등 교무실, 교실, 식당 등에서 자유롭게 이루어졌으며 소형 녹음기와 핸드폰의 녹음 기능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들은 자료 전사, 주제별 약호화, 의미생성이라는 귀납적 분석의 세 단계를 거쳤다. 자료 전사 과정에서는 수업을 관찰하면서 연구자가 느낀 점을 기록한 연구노트, 수업을 촬영한 동영상 자료, 교사와 학생의 면담내용을 녹음한 음성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텍스트로 기록하였다. 주제별 약호화 과정에서는 전사된 파일을 메모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도록 A4 크기로 출력하여 반복해서 읽으면서 연구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의미를 내포하거나 특정 주제를 언급한다고 생각될 때마다 빈 공간에 텍스트의 내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주제로 이름을 붙였다. 의미생성 단계에서는 약호화 과정에서 생성된 주제별로 원자료를 따로 편집, 출력하여 다시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텍스트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의도, 의미가 주제별로 타당하게 묶였는지 확인하고 수정하여 교사의 공통된 경험별로 그룹화하는 작업을 반복하였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 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들에게 각각 해당되는 연구 결과 내용을 이메일 등으로 발송하여 연구 결과가 자신의 의도나 수업 실행과정에 대해 연구자의 편향된 서술이 있지 않은지 연구 참여자 확인(member check)을 거쳤으며 연구자가 분석한 내용에 대해 최소한 2인 이상에게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동료검증(peer examination) 과정을 거쳤다.
연구결과
‘가정과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서 교사는 무엇을 경험하는가?’라는 연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 실행 장면을 관찰하고 수업 실행 교사를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진행한 결과 이 수업을 실행해 온 연구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 교사 자신의 교육적 신념에 대한 실천
연구 참여자들이 가정과 수업에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실행하게 된 것은 이 수업의 지향점이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교육적 신념과 일치한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이 가정과 수업을 통해 지향하는 학생의 교육적 성장에 대한 방향은 크게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준다는 것과 일치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권교사는 학생으로 하여금 당연한 것을 뒤집어볼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고자 하였으며, 박교사는 비판적 사고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데 목표를 두었고, 심교사는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초창기에는 그냥 잘 찝어주는 선생님, 이론 요약을 해주는 그런 선생님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게 아니더라고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늘 사회적 관점을 (수업에) 적용하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이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하면서 좀 더 구체화된 그런 측면이 있죠.” (권교사 심층 면담, 4월 9일)
“우리 자신이 더 행복해지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고민한다면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해야 한다는 거야. 인간이 비판할 줄 알아야 되는 거야. 끊임없이.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의 행복의 주도권을 위해서…. 내 행동이 옳은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비판하고 또 실천하는 거야. 그게 마지막 해방적 행동체계잖아.” (박교사, 5월 10일 심층 면담)
“문젯거리를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야 아이들이 처음부터 문제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엇인가 계속 생각하고 개선해 나가고 그럴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수업에서는 문제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문제의식? 사고력? 그런 걸 키워주는 게 가장 크죠.” (심교사, 4월 18일 심층 면담)
3명의 연구 참여자들은 평소 가정과 수업에서 교과서에 제시된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방식의 수업으로는 자신들의 교육적 신념을 실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학생들을 길러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2. 깨어지는 교과서의 신화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교과서가 없는 수업 광경은 상상하기 어렵다. 과거에 비해 수업에서 교과서가 차지하는 우월적 지위가 낮아지면서 과거처럼 교과서를 신성시하는 분위기는 줄었지만 여전히 교과서는 수업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교수 학습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 참여자들의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 과정에서는 교과서를 활용하는 모습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3명의 연구 참여자들은 현행 교과서가 그 자체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실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권교사는 현행 가정과 교과서가 너무나 뻔하고 당위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이 현실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따라서 학생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교과서를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가정 교과서는 잘못된 게 너무나 붕 뜬 이야기만 하고 있어요. 그냥 양립해야 한다, 가족원이 역할분담해야 한다 이러고 끝나버리잖아. 이거 뭐 상황에 대해서 인식이 하나도 안 됐는데 그게 (양립이) 가능해요? 그래서 나는 교과서를 믿지 않아요.…(중략)” (권교사, 4월 9일 심층 면담)
이에, 3명의 연구 참여자는 교과서를 사용하던 과거의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인식,’ ‘맥락파악,’ ‘대안의 탐색,’ 그리고 ‘행동 결과 고려’ 등의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의 단계들을 포함하는 학생 활동지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3. 수업 내용과 평가를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두 수용하고 도덕적으로 정당한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한 수업으로, 현행 고등학교의 지필평가 방식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의 실행에 대한 선행연구[19, 26, 39]들 역시 이 수업의 실행 과정에서 교사들이 수업 내용과 평가를 연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연구 참여자들은 가능한 수업 내용을 평가와 일치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권교사는 수업 시간에 했던 학생 활동지에서 대부분의 문제를 출제하고 있으며, 단순히 지식을 암기해서 푸는 문제보다 시험 문제를 읽고 생각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를 출제하였다. 이렇게 정해진 정답이 없고, 학생들이 생각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를 내기 위해서 권교사는 시험 문제를 출제하기 전에 일부 학생의 활동지를 걷어서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써 놓았는지 참고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이 적은 보기의 내용을 참고하여 문제 사례를 제시하고 문제의 배경이나 대안을 찾도록 시험문제를 만든다고 하였다.
“저는 시험 문제 출제 전에 답을 성실하게 잘 쓴 애들 몇 명의 학습지를 받아서 좀 봐요. 뭐라고 써놨는지. 왜냐하면 저도 반마다 다니면서 말을 정리하면서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고 해서요. 학습지를 모아서 아이들이 쓴 답을 보면 공통되는 것들과, 같이 다루었던 내용들이 나오니까 그걸 보면서 보기를 많이 만들어요. 애들이 답 쓴 걸 보면서 보기를 만들면 잘못된 것, 잘 됐던 것이 대충 나오더라고요. 애들이 문제의 배경을 찾는다, 이러면 문제의 배경 인식에서 많이 나누었던 것들을 아이들이 어떻게 써놨나 그거 보고 애들이 써놓은 그대로를 보기로 내면 익숙한 말이니까 애들이 알더라고요.” (권교사, 심층 면담 9월 17일)
4. 학생의 성장 및 교과 인식에 도움을 주는 데서 오는 보람
권교사는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끊임없이 합리적 비판을 하도록 하고, 수업시간에 배운 실천적 추론의 사고 과정을 자신의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하여 고정관념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개인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따라서 자신이 의도한 대로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생각을 많이 하고, 생각을 통해 성장한 것을 확인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과연 그러한가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하다 보면 아이들의 사고력이 깊어진다고 생각해서 질문도 그렇게 하는 편이구요. 뭐 애들이 처음엔 잘 몰라서 ‘모르겠어요’ 이렇게 말하지만 끝날 때, “선생님 어느 날 제가 생각을 하고 있더라구요.” 이러는 거예요(웃음). 아이들도, 한 학기가 지나고 나니까 힘들긴 한데, 어느 순간 자기가 ‘어? 이건 왜 그렇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더라는 거예요.…(중략)…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많이 보람을 느껴요.”(권교사, 전화 추가면담)
박교사는 수석교사로서 교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천적 문제중심 수업으로 공개수업을 실행했던 경험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공개 수업이 끝난 후, 수업에 참관하였던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몇 명의 동료 교사가 수업 참관을 한 소감에 대해 ‘가정 수업이 이런 것인 줄 몰랐고 앞으로 가정 수업 더 늘려야겠다.’라고 반응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타 교과의 동료 교사들에게 가정 교과가 단순히 가사 관련 기능을 습득시키는 교과가 아니라 학생들의 고등 사고 능력을 자극하는, 꼭 필요한 교과라는 인식을 하도록 도왔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이번에 실천적 추론으로 공개 수업을 했는데 교감 선생님이 그걸 보시고 나와서 가정 수업이 정말 이런 수업이냐고...‘이런 것이면 가정 수업을 더 늘려야 된다. 가정 수업이 이런 줄 몰랐다.’라고 하시더라고. 그 말을 듣고 이것(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이다. 열심히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또 다른 선생님들, 남자 선생님들도 가정에서 이런 것을 배우는 거냐고, 밥하고 빨래하는 것이 아니냐며 대단하다는 말을 하시는데 얼마나...내가...(중략)” (박교사, 5월 10일 심층 면담)
5. 수업 실행의 어려움
이처럼 연구 참여자들은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통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는 반면,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 실행 과정에서 시수의 부족과 수업 딜레마와 같은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연구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어려움은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실행하기 위한 시수 부족의 문제였다. 박교사는 자신이 수석 교사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시수가 적은 것 외에도,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으로 재구성해서 가르치기에는 가정 교과의 기본 시수가 너무 적다는 점에서 오는 어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이것은, 제가 수석교사다 보니까 수업 시수가 적은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교과 시수가 너무 적어. 그래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으로) 활동을 하려고 해도 그런 걸 하기가 어렵죠. 진도 빼기 바빠서…. 또 얘들은 대학도 가야 되잖아. 수업하는 게 내신에 반영되는데 맨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다 하지를 못하니까, 시간이라도 충분하면 좀 낫지요.” (박교사, 전화 추가 면담)
“가장 아쉬운 것은 수업 시수가 모자란다는 사실이에요. 시수가 충분하면 이번 시간에 한 가지만 놓고 충분히 이야기해도 되는데 그렇게 하면 몇 가지 못하고,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되는데 문제는 그렇게 하면 나중에 평가할 때 어려움을 겪고, 범위가 너무 작아서…(중략)… 속상하죠. 위축이 좀 될 때도 있지요. 그냥 점점 갈수록 주어진 데서 하자라며 스스로를…. 허허허(웃음). 욕심내지 말자, 뭐 두 개만 해도 어때, 자꾸 이렇게 위안을 삼으려고 애는 쓰는데 속상하지요.” (권교사, 6월 21일 심층 면담)
심교사는 수업 시수의 부족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공과목이 아닌 다른 교과를 상치교과로 가르쳐야 하는 어려움도 겪고 있었다. 상치교과의 문제는 교원 수급의 불균형, 교원 인사이동에 따른 교과와 교사의 불일치, 또 학교 내에서 교과 시수를 업무량으로 환산하여 평균 수준으로 할당하는 방식의 교육과정 운영 등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심교사는 전공인 가정 교과를 정규 교과시간에 가르치지 못하고 상치교과를 담당해야 하는 사실 때문에 위축되는 느낌을 받기도 하며 가정과 교사가 개인의 신념만으로 학교현장의 교육과정 문제나 구조적인 틀을 깨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좌절감도 느끼고 있었다.
“상치 때문에 위축되는 건 당연히 있고, 기분이 나쁘죠. 그래서 교장 선생님께 가서 정말 강하게 이야기했는데, 지금 있는 것도 없애려고 한 걸 그만큼이라도 해놓았는데 뭘 한 시간을 더 달라고 하냐 그러더라고요. 완전 세게 말씀하셨어요. …(중략)… 결국 현실적으로 교육과정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은, 가정과 교사가 개인의 어떤 신념이나 뭐 어떤 그런 것으로 구조적인 틀을 깨기는 어렵죠.” (심교사, 9월 16일 심층 면담)
또한 박교사는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업 실행의 딜레마를 경험하고 있었다.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은 실제로 문제에 대한 대안을 탐색하고 그 결과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운영상 가정과 수업에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의 단계, 특히 행동과 행동의 평가 단계까지 나아가기에 시수 부족, 과밀 학급 등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박교사는 실제로 프로젝트를 주고 팀별로 문제를 해결해보도록 하거나, 지역사회와 연계된 활동을 하고 싶어도 인문계 고등학교의 특성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하였다. 박교사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부족한 시간 때문에 과제를 힘들어하는데, 자신의 생각대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의 마지막 단계인 행동까지 가도록 수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였다고 했다.
“작년에는 시내에 나가서 홍보 활동도 하고,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올해는 열심히 하려고 해도 이렇게 한 번, 그런데 이게 잘 안 돼. 왜냐면 일단 시간이 부족하고 애들이 바쁘다 보니 과제를 내줘도 잘 하기가 힘들어. 그리고 애들이 너무 힘들어해.”(박교사, 전화 면담 10월 6일)
이 같은 딜레마 상황에서 박교사는 “행동” 활동을 “행동의 결과를 약식으로 구성”해보는 활동으로 대체하여 실행하고 있었다. 다음은 5월 21일 수행된 ‘건강한 가정생활문화 만들기’라는 실천적 주제에 대한 박교사의 수업의 한 장면이다. 이 수업의 마지막 활동은 건강한 가정생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접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박교사가 행동의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예시로 제시한 여러 가지 행동 방안에 대해 학생들이 이를 A4 종이에 약식으로 구상해 보는 활동으로 대체되었다. 이는 시수 부족과 입시 위주의 교육 현장 속에서 나름대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의 행동 단계를 경험해보도록 하기 위한 박교사의 딜레마 해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거기 보면 건강한 가정생활문화 만들기를 위한 참여 활동,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이 있는지를 좀 적어 놓았는데요. 그중에 하나가 직접 홍보하기예요. 그래서 포스터를 그려서 직접 오늘 장날이다 하면 이런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거예요. 건강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 캠페인을 벌이는 거죠. 두 번째는 홍보전단지, 이건 좀 더 구체적이야. 또는 가족 신문 만들기, 그 다음에 건강한 가족문화 만들기 약속 서명하기. …(중략)… 지금 포스터 같은 것은 한 시간으로 도저히 안 되니까 남은 시간에 할 수 있는 활동으로 해 보세요(교사 순회지도 하고 학생들은 교사가 제시한 활동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A4 종이에 작성한다.)” (박교사, 5월 21일 수업중)
6. 수업에 대한 고민과 반성
연구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이 기존의 교과서 중심의 수업 방식에 비해서 어렵다고 이야기하였는데, 이 수업을 가장 오래 실행해 온 권교사 역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은 횟수가 늘어나도 늘 어렵다고 하면서 좋은 수업을 위해서는 교사가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하는데, 자신도 얕은 지식으로 가르치고 있어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하였다. 그리고 수업에 대해서 늘고 민하고 있으나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어려워…, 늘 해도 해도. 고민은 많은데 준비는 많이 못 하고 생각만 많아서…(중략)… 이것 끝나고 나면 출산율도 할 거예요. 할 건데 이제…. 어려워요. 저도 아직 깊이 공부가 안되어서…(중략)… 이게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어떤 자료나 책을 보면 그 사안에 대해서 정확하고 깊이 과학적으로 알려고 해야 되는데 글을 읽었으니까, 여기까지만 읽고 아 이거 수업에서 이렇게 적용해야지 하고... (말아 버리는 것) 그게 위험한 거잖아. 내가 그것에 대해서 그 하나의 개념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공부를 해야 하는데 딱히 고민하지 않고, 여기까지만 읽고, 아 이것을 수업에서 쓰면 좋겠다 하는 그런 점이 좀 있어요.” (권교사, 5월 25일 심층 면담)
권 교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1년간 학교를 휴직하면서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장애 여성 모임에 참여하는 등, 주변 지인들과 교류 하는 과정에서 가정이라는 교과가 얼마나 어려운 교과인지를 새삼 느꼈다고 하였다. 그리고 본인이 스스로 잘 알지도 못하고 가르쳐온 점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 스스로 경계해야 하고 더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선생님 제가 작년에 느낀 게 있어요. 와.. 진짜 가정 수업...(어렵다)... 정말, 이렇게 무섭게 어려운 것을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가르치고 있구나. 먹고사는 문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계, 사고방식, 편견, 고정관념, 이데올로기…. 사회의 고정관념을 딱 꿰뚫어보지 않으면 다룰 수 없는데…. 이 가정(과목)이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철학이 다 들어있는데, 과학적 사고도 필요하고 철학도 필요하고, 정말 무엇을 모르고 가르치는구나…. 다른 어느 과목보다 인생을 말하는 거잖아. 그죠.” (권교사, 5월 25일 심층 면담)
그렇지만, 권교사는 어렵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수업에서 완성된 상태나 최고의 상태를 생각하기보다는 늘 ‘그 순간에 판단한 최선’에 따르려고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권교사의 노력은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은 완성된 형태가 없으며 늘 새롭게 구성되는 과정이기에 끊임없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부끄럽지만 선생님한테 다 드러내 보이는 거예요. 선생님 보기에 이상한 것도 ‘아 이 순간에는 이렇게 밖에 생각을 못했구나’라고 생각해주세요. 지금도 많이 부족하죠. 그냥 현재로서의 최선이지 지금 제가 하는 게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정답도 아니구요(웃음).” (권교사, 전화 추가 면담)
Schön [40]은 교사를 “반성적 실천가(reflective practitioner)” 라고 규정하고,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되돌아 반성하고 반추하는 사유가 중요하며, 그것을 다시 수업 실천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Yoo와 Lee [49]는 교사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수업이 달라지기에, 가정과 교사가 교육과정이나 수업을 개발함에 있어서 무엇이 가치 있는 목표인지,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바른 관점을 가지도록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권교사가 실천적 문제 중심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최고가 아니더라도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의 판단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신의 수업을 돌이켜보는 반성적 실천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7. 수업과 삶의 통합
3명의 연구 참여자들은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자신의 직업 생활에서 사용하는 하나의 기술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내재화하고 있었다. 이것은 연구 참여자들이 삶의 문제를 해결할 때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서 사용하는 실천적 추론의 방법을 적용하고, 자신의 일상생활에서도 고정관념을 깨려고 노력하며, 이 수업의 철학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 특히 배우자나 가족과 활발하게 의견을 공유하는 점에서 드러난다. 즉, 이들에게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은 교실 내에서만 적용되는 교수·학습 방법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도 기꺼이 적용하는, 삶과 통합된 하나의 실천으로 보인다.
권교사는 자신의 일상생활에서도 실천적 추론의 방법을 사용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는 없는지 계속해서 자신을 성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 이런 게 바람직한데 이런 행동은 왜 잘 안될까? 머리로는 이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마음으로는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걸 계속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 거부하는 마음이 드는걸까? 이거야말로 실천 추론의 방식으로…. (웃음) 여기에 또 나의 고정관념은 없을까? 이것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예를 들면 내가 평소에 학생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는 편견이나 문제는 없었을까? 평소에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권교사, 전화 추가 면담)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과 관련하여 주변 사람들, 특히 배우자와 자주 의견을 나누고 있었으며 그들로부터 이 수업의 실행에 대한 심리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였다.
“가정 과목 가르치려면 이게 인간의 삶 그 자체잖아요. 교직에 나와서 독서 모임을 하면서 철학 공부도 하고 연수도 받으러 다니고, 또 도덕과 공부 모임 있는데도 따라다니고 그랬는데, 그건 지식적으로는 도움이 되었어요. 주로 요점 중심으로 이야기하다 보니까... 그런데 이런 지식적인 것보다 남편이 도움을 많이 주었죠. 철학 책을 볼 때도 어떤 면을 좀 더 봐야 하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언을 많이 받았죠.” (권교사, 전화 추가면담)
“난 이 수업을 하는데는 가정적 배경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가족의 격려…. 저는 남편과의 친구 같고 동반자 같은 관계도 수업에 많이 도움이 돼요. 남편은 항상 내가 고민하면 격려를 많이 해주고 지지해줘요. 그리고 내가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할 때 이런 거 어렵다’하면 자기 책 읽은 것도 같이 공유하고…. 실제로 지도안을 봐주진 않지만 ‘동영상이 어떤 관점 같아?’하면 ‘이것은 은근히 여성을 비하하고 있다’든지…(중략)… 남편에게는 너무나 건강한 철학이 있어요. 그런 것이 나랑 잘 맞아요. 주변의 독려, 나의 철학, 가족의 지지….” (박교사, 6월 18일 심층 면담)
연구 참여자들은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서 사용되는 문제 해결 전략을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용하여 실천하고 있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에 대해 배우자와 의견을 나누거나 이 수업의 관점에 대해 심리적 지원을 받고 있었다. 이는 연구 참여자들이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단순히 수업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나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통합하여 내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논의 및 결론
연구 참여자들에게 있어서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실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원하는 수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수·학습 전략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교육적 신념과 일치하는 수업 관점에 대한 적극적인 선택의 의미를 갖는다. Cho [13]는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자가 자신의 교육철학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하였다. 3명의 연구 참여자들은 학생들이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통해서 교과서의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자존감, 정체성, 돌봄 등의 광의의 가치 개념을 배우기를 바라고 있었으며, 무비판적인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나, 당연한 것을 뒤집어 볼 수 있는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과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Siegel [42]은 교육이 추구해야 할 근본적인 이상은 학생에게 비판적 사고를 배양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가르친다는 것은 학생이 질문할 권리, 도전할 권리, 그들이 배우고 있는 것들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요구할 권리 등을 존중한다는 의미이고, 이로써 학생을 동등한 도덕적 가치의 인간으로 대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교육적으로 가치를 지닌다고 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이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통해 학생에게 비판적 사고력을 가르친다는 것은 학생들 역시 비판하고 세계를 변혁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 존중한다는 것이며, 학생을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연구 참여자들의 뚜렷한 수업 목표와 철학적 관점은 학생들이 개인과 가정에 관련된 일상 생활을 잘 영위하고 타인과 의사소통을 통해 의미를 공유하고 해석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억압이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고 주체적인 존재가 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Brown [2, 3]의 가정과 교과철학 및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van Manen [45]은 훌륭한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움이 가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가르치는 사람이기 이전에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실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험하고 배우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Lee [34]는 포월(匍越)이라는 개념으로 교육 실천을 이야기 한 바 있다. 포월이란 ‘기어 넘는다’는 뜻으로 철학자 Kim [27]이 개념화한 용어이다. 즉, 어떤 목표를 향해 현실을 쉽게 뛰어넘는 초월이 아니라 현실에 몸을 비비면서 그 현실을 껴안은 채 넘어가는 것, 그래서 교육 실천은 현실에 치열하게 부딪치면서 기어 넘어가는 실천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가정 교과를 가르치기 위한 기본적인 시수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밥 짓고 빨래하는 법’을 가르치는 전 근대적인 교과,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등한시해도 되는 교과라는 가정 교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실천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들은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고정관념이나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도록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고, 자신에게 당당하고 자신의 삶에 주도권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삶’ 그 자체를 가르치고 싶어 하였다.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을 실행하기 위한 연구 참여자들의 노력과 실천은, 현실이 낙관적이어서가 아니라, 비관적인 현실조차 껴안으면서 ‘기어’ 넘어가는 포월의 용기와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최근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가정 교과는 시수의 축소를 거듭해왔다. 잇따른 사회적 문제들 중 많은 부분이 가정과 교육의 내용과 목표와 관련됨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 가정 교과는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연구 참여자들의 가정과 교육에 대한 신념과 열정은 교과의 정당성이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수업 실천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가정과 교사에게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의 실행은 가정과 수업을 통해 한 사람의 교사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긍정적인 영향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와 관련한 몇 가지 제언점은 다음과 같다. 실천적 문제 중심 수업이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서 활발히 실행될 수 있도록 대학에서 가정과 교과 철학에 대한 내실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행적적으로는 현장의 가정과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이 수업을 탐구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가정과 교사들 역시 지금까지 기술적인 관점으로만 가르치던 수업 관행을 과감히 깨고 가정과 수업에 대한 활발한 의견 교환과 다양한 연구를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가정과 실천적 문제중심 수업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많은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길러주기를 기대한다.
Notes
The authors declared that they had no conflicts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eir authorship or the publication of this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