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부부요인
The Marital Factors on Social Adaptation among North Korean Refug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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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positive and negative marital factors on social adaptation to South Korea among North Korean refugees. In terms of previous studies, family variables play an important role in the adaptation to new society among refugees. We analyzed three major marital factors of marriage background, dyadic adjustment, and marital violence. Marital factors consisted of place of birth, place of marriage, dyadic consensus, dyadic satisfaction, dyadic cohesion, emotional violence, physical violence, and sexual violence. We analyzed the data of 295 North Korean refugees who resided in Seoul, Gyeonggi province and Incheon using snowballing sampling. The result indicated that the refugees married to non-Korean partners (including Korean-Chinese, Chinese, or Russian) are more likely to suffer in social adaptation. Place of marriage (whether the couple got married before escaping, during the escape or after living in South Korea) did not have a significant impact. Dyadic satisfaction was helpful in social adaptation, while sexual violence had a negative effect. The findings of this study suggest alternatives for more successful social adaptation by North Korean refugees to South Korea, a need for more services that target married couples and families rather than individuals, and suggestions for the use of counselors who are also North Korean refugees.
서론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데에 이들 가족과 관련된 변수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므로[5, 7, 29, 37, 38, 56, 57], 이들의 남한사회 적응을 위한 방안을 강구할 때 가족적 특성과 자원 및 문제를 탐구할 필요가 있다. 그간 북한이탈주민들의 입국 형태의 변화를 보면, 1990년대 후반까지는 주로 남성 입국자가 주를 이루었으나 2002년부터 성비의 역전이 나타나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여성비율은 70%에 이르고 있다. 또한 1993년까지는 주로 개인 단독 남한 입국의 형태가 많았으나 그 이후 가족동반 입국형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41]. 가족단위의 입국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 가족은 다양한 구성원을 포함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가족구성원 간 갈등의 양상도 복잡해졌으며, 청소년, 장년, 노년의 세대 간 갈등과 부부간의 역할 갈등, 더 나아가 이 러한 갈등의 극단적 형태인 가정폭력이 보고되고 있다[25, 52]. 또한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동거, 이혼, 별거의 비율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새로운 배우자를 찾고자 하는 경향도 높아 결혼 상태에 있어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13, 28].
현대 핵가족 하에서 부부는 가족의 중심이며, 부부체계는 다른 가족구성원과의 관계 및 가족체계 전체의 안정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10, 11] 부부관계의 질은 가족 전체의 행복을 책임지는 핵심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주민이나 난민의 경우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데에 있어서 가족의 존재와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며[3], 부부관계와 부부적응의 양상은 가족 전체의 사회적응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22].
남한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들이 남한사회를 이루는 비중 있는 사회구성원이 되어 가면서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 적응은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 주제가 되어 왔다[3, 4, 6, 9, 18, 28, 31, 35, 51, 56, 58]. 그러나 사회적 적응을 다룸에 있어 가족의 주제가 포함되지 않았거나, 가족에 대해 탐구한 경우라 할지라도 사회적응에 대한 핵심적인 영향 요인으로서 부부요인을 살펴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의 가족관계, 특히 부부관계를 돕는 것은 낯설고 새로운 사회에서 당면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실에 최선으로 적응하게 하는 에너지인 가족레질리언스를 강화하는 방법이며 이는 그 어떤 물질적, 행정적인 지원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임에도 불구하고[22], 아직 이들의 가족 및 부부관계를 지원하는 정책이나 프로그램 역시도 매우 빈약한 상황이다.
이에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의 부부요인이 남한사회 적응에 미치는 영향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부부관계의 특성을 반영하는 변수를 구성함에 있어서 세 측면을 고려하였는데, 우선 결혼과 관련된 변수로서 부부의 출신지 구성과 결혼시기를 상정하였다. 북한이탈주민 부부는 출신별 구성이 다양하고, 만나서 결혼한 지역과 시기가 달라 이러한 여러 가지 결합 형태에 따라 서로 다른 결혼 양상과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6]. 두번째 부부요인 변수는 부부 적응으로, 이 변수를 통해서는 만족스런 결혼생활이 영위되고 있는지의 정도를 고려할 것이다. 세번째는 부부폭력 변수를 투입함으로써 부부갈등의 극단적 형태로서 나타나는 부부폭력의 정도를 살펴본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세 차원으로 구성된 북한이탈주민의 부부요인이 이들의 남한사회 적응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고, 북한이탈주민 적응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강구하기 데에 기초자료로 제공하고자 한다.
이론적 배경
1. 부부관계와 사회적응
부부관계란 성인 남녀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맺게 되는 비혈연적 관계이지만 가장 밀접하며 지속적인 적응이 필요한 관계이다[47]. 부부관계는 남녀 각자의 원가족으로부터 분화된 독립된 관계로서 성, 사랑, 친밀감의 교류와 자녀출산 및 양육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가족의 중심적 관계이다[19].
사회적응은 ‘개인의 내적 욕구와 외적 사회적 환경 사이의 조화로운 상황으로 일상생활에서 좌절감이나 불안감 없이 만족을 느끼는 상태’[60]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적응을, 완벽한 적응의 상태와 그것의 반대편에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적응이라는 이분법적 개념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개인이 처한 개별적이고 상황적 맥락을 고려하는 연속적 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1]. 개인의 욕구도, 사회적 환경도 끊임없이 변하는 과정에 있으며 그러한 관계 속에서 최선으로 조화롭고 만족스런 상황을 만들어 가는 연속선상에 있는 개념이 ‘적응’이라는 것이다.
부부관계는 가족 전체의 관계와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 영역이므로 부부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이라면 가족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되며 해당 가족이 수행해야 할 시기별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다[10, 11]. 이는 부부관계가 그들 가족 내의 삶뿐 아니라 가족을 둘러싼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 즉 사회적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20]. 선행연구에 의하면 부부관계의 질이 높은 경우 심리적 안녕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회생활에 대한 몰입과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14]. 즉, 부부요인이 외부 환경의 과제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이주민의 경우 부부관계의 질은 그들의 사회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부부관계와 부부적응의 양상이 그들의 심리적 적응과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쳤으며[22], 캐나다로 이주한 아시아 여성의 경우 배우자의 지지가 있을 때 새로운 사회에 대한 문화적응의 어려움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42].
북한이탈주민 가족이 수행해야 할 우선적 과제는 새로운 정착지인 남한사회에 적응하여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부관계가 긍정적인 변화의 모티브를 제공한다면 물질적, 행정적 지원만으로 이루어지는 변화보다 더 안정적 적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 부부적응과 부부폭력
부부적응이란 결혼생활에서 부부 각자의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하고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통하여 부부갈등을 해결하며 만족스런 부부관계를 영위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의미한다[43, 48]. 부부적응에 대한 일차원적 관점은 부부적응을, 결혼에 대한 개인의 총체적 만족으로만 평가하는 반면[45], 다차원적 관점은 배우자에 대한 만족감, 일치감, 의사소통 상황, 갈등 여부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다[49]. 본 연구에서도 다차원적 관점을 받아들여 부부적응 정도를 평가함에 있어 부부합의, 부부만족, 부부응집의 요소를 모두 고려할 것이다.
또한 부부요인의 한 측면인 부부갈등의 극단적인 양태가 부부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의 부부폭력 수준을 보면 폭력의 유형에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개입이 필요하다[39]. 이는 북한사회의 폭력적 통제구조 속에서 갈등해결의 방법으로 폭력이 학습되었을 가능성과, 북한의 유교적 가족문화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적 가족문화의 영향을 고려해 볼 수 있다[39]. 본 연구에서는 가정폭력을 ‘가족 구성원 중의 한 사람이 물리적, 신체적인 힘을 사용하여 가족구성원의 건강과 복지를 위협하는 행위 또는 신체적, 정서적, 가혹행위나 유기와 방임 등’을 총괄하는 개념으로[26] 보고, 부부 간 폭력을 측정함에 있어, 감정을 상하게 하는 욕설, 위협 등의 언어 및 정서적 폭력, 물리적 피해를 입히는 신체적 폭력, 그리고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하는 성폭력을 포함한다.
3. 북한이탈주민의 부부, 가족, 그리고 사회적응
Ward와 Kennedy [53]는 새로운 정착지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이주민들의 적응을 심리적 적응과 사회문화적 적응으로 구분한다. 심리적 적응은 정착지에서의 심리적 행복 및 만족과 관련되며 사회문화적 적응은 새로운 사회의 문화와 협상하고 조율하는 정도를 의미하며, 적응의 이 두 개념은 서로 인과적 관계를 나타낸다[2, 53]. Yoon [58]은 북한이탈주민의 적응을 물질적(경제적) 적응과 정신적(심리적) 적응으로 분류하면서 이 두 영역의 적응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때에 비로소 남한에 적응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Choi 등[8]은 사회문화적 적응을 집단수준별로 구분하여, 북한의 문화가 남한의 문화를 접함으로써 집단수준에서 일어난 변화는 ‘집단적 문화적응,’ 개인적 수준에서 일어난 심리적 변화는 ‘심리적 문화적응’로 보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Stanfield의 의견을 기초하여 적응의 구체적 영역을 아우름으로써 가족관계 및 역할체계, 가족 외적 관계, 사회적 지원체계와의 관계 및 교류 정도까지를 포함하는 Chang과 Kim [3]의 개념을 사용하기로 한다.
북한이탈주민이 새로운 정착지로서의 남한에 입국한 후 적응과 관련된 이들 가족의 문제 연구한 내용을 보면, 남한사회에서 가족이 겪는 일반적인 문제들[31, 35, 56-58], 북한이탈주민과 배우자 출신구성에 따른 문제[6, 37, 38], 사회적응에 따른 가족 내 여성의 어려움과 역할[3, 35], 가족의 유형이나 가족구조의 특성 및 가족해체와 재결합 과정에 따른 적응 양상[5, 29], 가족의 관계 및 성역할의 변화에서 오는 가족 갈등[15, 25, 36, 44, 59], 북한이탈주민 부부의 행복감에 대한 영향요인[22], 북한이탈주민의 한부모 가족의 적응의 어려움[7] 등이 있다.
이 중 북한이탈주민 부부의 특성과 관계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우선 이들 부부의 다양한 출신구성 및 결혼시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탈주민 부부는 북한에서의 북남북녀의 결합, 남한 입국 후의 북남북녀의 결합, 남한입국 후 남남북녀의 결합, 북한 사람과 조선족의 결합, 북한사람과 한족의 결합 등 다양한 조합에 따른 다양한 특성과 문제를 가지고 있다[6]. 또한 이러한 이질적인 구성에 따른 좁혀지지 않는 가치관의 차 등으로 인해 별거, 이혼 등의 비율도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13, 24, 27] 다양한 출신의 결합으로 인한 어려움은 지속적으로 잠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남한이라는 낯선 사회에서 새로운 정체성과 자아관을 형성하게 되고 새로운 사회적 가치의 영향으로 인해 이전의 부부 간 권력관계가 재편성되는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갈등을 겪게 되기도 한다[59]. 이는 부부 간 성역할 인식 및 태도와 관련이 있다[25, 59]. 대대적인 식량난으로 모든 배급이 끊긴 상황에서도 명분상 당과 직장에 충성해야 하는 남성 대신 중국이란 땅을 향해 목숨 건 도강을 했던 여성들은 그때부터 실질적인 가장의 역할을 하기 시작하고 남한에 온 이후에도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으며 여기에 남한의 양성평등적 가치의 영향을 받으면서 이들의 성역할 인식과 태도는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된다[27, 55]. Chang과 Kim [3]은 이에 대해 이주 초기 경제적 적응에 있어서의 여성이 우위를 보임으로써 오는 성별의 차이가 남편의 권위감 상실을 유발하기도 하며, 북한과 같이 강한 가부장적 가치를 가진 남성들이 새 정착지에서 실업상태에 있는 경우 가족 내 권위 감소에 대한 불안감이 오히려 권위적인 태도를 더 강화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부부갈등은 가정폭력을 불러오기도 하는데, Ministry of Gender Equality & Family [39]의 보고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 부부의 가정폭력의 수준은 심각하다. 부부 간 신체적 폭력률을 보면 남한주민 전체 부부의 두 배 이상의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북한체제의 수직적 문화와 폭력적 문화, 그리고 가정 내에 강하게 내재되어 있는 가부장적 성역할 인식과 태도 등이 이들 부부 관계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22].
Kim [24]은 이러한 북한이탈주민 부부의 관계 특성 및 갈등의 상황을 탐색하면서 이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할 때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개인의 심리적 안녕감도 가질 수 있다는 전제하에 북한이탈주민 부부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 변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의 결혼행복감은 인구사회학적 요인(건강, 배우자의 출생, 수입수준, 남한학력유무, 북한·중국에서의 결혼경험, 북한·중국에 두고 온 자녀), 정신건강요인(불안, 탈북과정외상경험, 문화적응스트레스), 결혼요인(결혼안정성, 배우자만족감, 부부일치)와 유의미한 상관을 보였으며, 그 중 배우자의 출생, 불안, 북한·중국에 두고 온 자녀, 배우자만족감, 부부 일치 변수는 북한이탈주민의 결혼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는 예측요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선행연구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북한이탈주민의 부부생활은 그 구조나 내용, 모두에 있어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난민이나 이주민의 경우와 같이[17, 54] 가족체계, 그중에서도 부부체계가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기에 이들 부부관계를 탐구하는 연구와 부부관계를 견고하게하기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연구방법
1. 연구모형
본 연구모형(Figure 1)에서 독립변수는 결혼배경 요인으로서 출신지 구성과 결혼시기, 부부적응 요인으로서 부부합의, 부부만족, 부부응집, 부부폭력요인으로서 정서폭력, 신체폭력, 성적 폭력이며 종속변수는 사회적응이다. 독립변수의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 설정한 통제변수는 성별, 연령, 학력, 가구소득, 남한체류기간, 동거자녀유무, 직업유무이다.
2. 조사대상 및 자료수집 방법
본 연구를 위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 지역에 거주하는 20-69세의 북한이탈주민 중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북한이탈주민의 특성상 확률표집이 불가능하므로 편의 표집 중 눈덩이 표집을 사용하였다. 서울시의 경우 구를 기준으로 할 때, 양천, 노원, 강서 등 북한이탈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부터 서초, 강남, 영등포, 관악, 도봉, 은평, 마포 등 서울 전역에서 자료를 수집하였고, 경기도는 수원, 고양, 부천, 용인, 의정부, 파주, 포천 등지, 그리고 인천시에 살고 있는 거주자를 중심으로 설문이 이루어졌다 사전교육을 받은 연구원과 조사원이 북한 이탈주민 조사대상자를 방문하여 조사의 취지와 비밀 보장, 설문조사에 대해 설명한 후 응답에 동의하는 경우 자기기입식 설문지를 통해 조사하였다. 조사 기간은 2014년 4-5월이었다. 총 297명을 조사하였고 응답이 부실했던 2개를 제외하고 총 295명의 설문지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본 연구를 위한 조사는 고려대학교 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을 받았다.
3. 측정도구
1) 독립변수
(1) 결혼배경
결혼배경은 배우자의 출신지 구성과 지금 배우자와 결혼한 시기를 조사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대상자는 모두 북한 출신이고 배우자는 북한, 남한, 조선족, 중국, 러시아 등이었다.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한 시기는 북한에 거주할 때, 중국 등 제3국에 체류할 때, 남한에 정착한 후로 조사하였다.
(2) 부부적응
부부적응을 측정하기 위해 Spanier [48]가 개발한 부부적응척도(Dyadic Adjustment Scale)를 14문항으로 축소한 수정된 부부적응척도(Revised Dyadic Adjustment Scale)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부부합의 6문항, 부부만족 4문항, 부부응집 4문항의 세 개 하위차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가지의 상이한 평정 척도를 갖고 있다. 전체 합계는 0점에서 69점까지의 범위를 가지며 점수가 높을수록 부부적응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신뢰도는 의견합의 Cronbach α=.86, 부부만족 Cronbach α=.85, 부부응집 Cronbach α=.89 이었다.
(3) 부부폭력
부부폭력은 Straus 등[50]이 개발한 Conflict Tactics Scale Ⅱ(CTSⅡ)에서 정서적 폭력 3문항, 신체적 폭력 7문항, 성적 폭력 2문항의 총 12문항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 신뢰도는 정서적 폭력 Cronbach α=.61, 신체적 폭력 Cronbach α=.88, Cronbach α=.82 이었다.
2) 종속변수: 사회적응
종속변수인 사회적응은 Chang과 Kim [3]이 북한이탈주민 연구에서 사용한 남한사회적응척도로 측정하였다. 사회활동, 대인관계, 문화적응, 직장생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사회적 소속감 등을 포함한 총 12문항으로 구성되었으며 ‘전혀 그렇지 않다’ 0점, ‘거의 그렇지 않다’ 1점, ‘때때로 그렇다’ 2점, ‘자주 그렇다’ 3점, ‘항상 그렇다’ 4점까지 5점 Likert 척도이다. 본 연구에서 신뢰도는 Cronbach α=.89 이었다.
3) 통제변수
독립변수의 영향력을 파악하기 위해서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구사회학적인 요인인 성별, 연령, 학력, 가구소득, 남한체류기간, 동거자녀 여부, 직업유무를 통제변수로 설정하였다.
4. 분석방법
설문을 통해 수집된 총 295명의 자료는 SPSS ver. 18.0 (SPSS Inc., Chicago, IL, USA)을 이용하여 분석하였으며 사용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사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주요변수의 실태는 빈도분석과 기술통계 및 교차분석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둘째, 독립변수인 부부요인이 종속변수인 사회적응에 미치는 영향력을 파악하기 위해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먼저 통제변수와 종속변수를 투입하여 회귀분석을 실시한 후 다음 단계에서 독립변수를 추가로 투입하여 회귀분석을 하였고 모델 설명력의 증가량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를 살펴보았다. 셋째, 결혼배경에 따른 사회적응을 파악하기 위해 analysis of variance (ANOVA)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1. 조사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Table 1에 제시된 바와 같이 조사대상자 중 남성은 96명(32.5%), 여성이 199명(67.5%)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약 2배 많이 조사되었다. 연령 구성은 20대가 33명(11.2%), 30대가 85명(28.8%), 40대가 100명(33.9%), 50대가 44명(14.9%), 60대가 33명(11.2%)이었다. 북한에서의 학력은 무학이 1명(0.3%), 소학교졸 4명(14%), 중학교졸 136명(46.1%), 고등전문학교졸 118명(40.0%), 대학졸 36명(11.2%)이었다. 가구소득은 월평균 100만원 미만이 99명(33.6%),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 98명(33.2%),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이 71명(24.1%), 300만원 이상 27명(9.1%)으로 200만원 미만이 약 2/3를 차지하였다. 남한거주기간은 2년 이하가 53명(18.0%), 2년 초과 4년 이하가 57명(19.3%), 4년 초과 6년 이하가 42명(14.2%), 6년 초과 8년 이하가 52명(17.7%), 8년 초과 10년 이하가 45명(15.3%), 10년 초과 46명(15.6%)이었다. 동거하는 자녀가 있는 사람은 118명(40.0%), 자녀가 없는 사람이 177명(60.0%)이었다. 직업유무에 있어서 직업이 있는 사람은 145명(49.2%), 직업이 없는 사람이 150명(50.8%)이었다.
2. 주요변수 실태
1) 결혼 배경
북한이탈주민의 결혼배경 요인으로 부부의 출신지의 구성과 결혼을 한 시기를 살펴보았다(Table 2). 먼저 출신지는 배우자가 본인과 마찬가지로 북한 출신인 경우가 198명으로 전체의 2/3 정도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남한 출신이 49명, 조선족이나 중국, 러시아 출신이 48명으로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현재 배우자와 결혼한 시기는 남한에 정착한 이후에 결혼한 경우가 153명으로 절반가량이었고, 북한에 거주할 때 110명, 중국 등 제3국 체류 시 결혼한 경우가 32명이었다. 부부 모두 북한 출신인 사람들 198명 중 절반이 조금 넘는 109명(55.1%)은 북한에 거주할 때 결혼을 하였고, 86명(43.4%)은 남한에 정착한 이후에 결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남한에 정착한 후 결혼하였다고 응답한 153명 중 남한 출신자와 결혼한 사람은 48명인데 비해 북한 출신자와 결혼한 사람이 86명으로 나타나 남한에서 결혼하더라도 같은 북한 출신자와의 결혼하는 사례가 두 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 부부적응
부부적응은 세 개의 하위요인으로 부부합의, 부부만족, 부부응집 정도를 조사하고 성별과 연령대에 따른 차이를 함께 살펴보았다. Table 3과 같이 전반적으로 중간값 이상으로 부부적응은 보통 이상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요인별로는 부부합의나 부부만족에 비해 부부응집의 평균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부부적응의 모든 하위요인 평균점수가 높게 나타났으며 그 중 부부만족 점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여서(p<.05) 남성이 여성보다 부부관계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연령대에 따라서는 전반적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부부 하위요인 모두에서 적응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으나 30대에 평균점수가 가장 낮았고 이후 다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rane 등[12]은 이 척도를 사용한 임상연구를 통해서 부부적응의 합계가 48점 이상이면 대체로 부부관계 스트레스가 없는 즉 부부적응이 높은 부부로, 48점 미만은 부부관계에서 스트레스가 높은 즉 부부적응이 낮은 상태로 볼 수 있다고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 기준을 적용하여 조사대상자들의 부부관계의 질을 평가하여 다음 Table 4에 제시하였다. 총점 0에서 69점의 범위에서 48점을 기준으로 48점 이상과 미만으로 분류하여 48점 이상이면 부부적응이 높은 편으로 48점 미만이면 낮은 편으로 평가한다. 그 결과 절반이 다소 넘는 170명(57.6%)이 부부적응이 높은 상태로, 125명(42.4%)이 부부적응이 낮은 상태로 나타났다.
3) 부부폭력 피해경험
부부폭력 피해는 지난 1년간 정서적 폭력,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을 경험하였는지 빈도로 조사하였다. 그 결과 정서적 폭력을 한 번 이상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50명으로 절반 정도(50.8%)로 나타나 폭력 유형 중 가장 많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신체적 폭력을 한 번 이상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41명으로 13.9%로 나타났고, 성적 폭력은 20명(6.8%)이 한 번 이상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하였다(Table 5).
4) 사회적응
사회적응은 남한사회에서의 사회활동, 대인관계, 문화적응, 직장생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사회적 소속감 등 12문항에 5점(0-4점) Likert로 조사되었다. 자료분석에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문항 점수를 역산하였고 점수가 높을수록 사회적응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전반적인 적응상태를 알기 위해서 평균점수를 살펴보면, 0-4점의 범위를 갖는 척도에서 2.97점으로 중간값인 2점보다 높게 나타나 대체로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부부요인과 사회적응과의 관계
부부요인이 사회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통제변수인 인구사회학적특성 변인만을 투입하여 회귀분석을 실시한(Model 1) 다음, 독립변수인 결혼배경, 부부적응, 부부폭력을 추가적으로 투입하여(Model 2) 위계적으로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회귀분석 결과 Table 6과 같이 인구사회학적 특성만 투입한 Model 1의 설명력은 .8%로 낮게 나타났다. 다음 단계에서 독립변수인 결혼배경, 부부적응, 부부폭력을 투입하였을 때 Model 2의 설명력은 13.7%로 높아졌고 모델 설명력의 증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p<.001). 인구사회학적 특성 중에서는 Model 1에서 가구소득이 p<.1 수준에서 유의미하였고 Model 2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수가 없었다.
Model 2에서 독립변수의 영향력을 살펴보면 먼저 결혼배경 중에서는 출신지 구성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나(p<.05) 구체적으로 어떤 출신지 구성이 차이를 가져오는지는 회귀식에서 알 수 없으므로 추가로 ANOVA 분석을 실시하였고 Scheffe 사후분석을 하였다. 그 결과 배우자가 같은 북한 출신인 경우와 남한 출신인 경우를 비교했을 때 사회적응의 평균점수가 근사하였으며 평균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았다. 배우자가 조선족이나 중국 등 제 3국 출신인 경우에는 북한 출신보다 사회적응 평균점수가 낮았고 사후검증에서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가 남한 출신인 경우와는 사회적응의 평균에 차이가 있었으나 약한 유의미성을 보였다(Table 7). 한편 결혼한 시기가 사회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시기에 따른 사회적응 평균점수는 남한 거주시, 북한 거주시, 중국 등 제3국 체류시 순으로 나타났으나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부부적응은 부부만족(β=.218, p<.01)이 사회적응에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 부부간 만족도가 높을수록 사회적응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부부합의와 부부응집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부부폭력에서는 정서적 폭력과 신체적 폭력은 사회적응에 유의미한 영향력이 없었으며 성적 폭력만이 사회적응에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즉 배우자로부터 성적 폭력 피해경험이 높을수록 사회적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β=-.202, p<.01).
논의 및 제언
본 연구는 매년 증가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사회에서 적응하는 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부요인과 저해하는 부부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행되었으며 이 결과를 그들의 사회적응을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이탈주 민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여 295명의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 였다. 주요 결과와 논의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 결과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인 성별, 연령, 학력, 남한거주기간, 동거자녀 유무, 직업 유무는 사회적응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가구소득이 p<.1의 수준에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적응과 관련한 선행연구들과 비교했을 때 성별[25, 34], 연령[15, 25], 학력[15], 남한거주기간[15, 25, 34], 동거가족[34], 직업유무[15]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와 일치하며 소득관련해서는 영향을 미친다는 Han 등[15]과 Kim [25]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한편, Lee와 Hwang [34]은 성별, 연령, 학력, 남한거주기간, 동거가족, 소득, 직업만족도, 건강상태 등을 통제변수로 하여 사회적 지원이 사회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을 때 성별, 소득, 동거가족 관련변수는 유의미하지 않았으나 연령, 학력, 직업만족도, 건강상태는 유의미하다고 보고한 바 있고, Han 등[15]은 성별, 나이, 학력, 거주기간과 취업, 가구소득을 통제변수로 하여 생활스트레스와 성역할 태도의 영향을 분석하여 통제변수인 인구사회학적요인들 중 성별과 가구소득만이 유의미하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이처럼 연구마다 분석에 포함되는 인구사회학적 요인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유의성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북한이탈주민 연구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나 2000년 이후 입국자수가 급증하면서 성별 구성비의 변화와 가족동반자 증가 등의 양상이 앞으로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북한이탈주민의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사회적응의 관계를 단선적으로 일반화하기보다는 조사대상자의 다른 인구학적 특성과 연결해서 이해하고 추후 많은 조사와 분석결과가 축적될 필요가 있다.
둘째, 북한이탈주민 부부의 출신지 구성과 사회적응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같은 북한출신이거나 남한출신 배우자를 둔 부부는 사회적응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같은 북한출신 부부에 비해서 조선족이나 중국, 러시아 출신의 배우자를 둔 부부는 사회적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 출신에 따라 사회적응의 차이를 살펴본 연구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부부의 출신지 구성이 부부관계에 영향이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을 살펴봄으로써 본 연구결과의 배경을 파악할 수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여성 조사[46]에서 나타난 바에 따르면 같은 북한출신 남편의 경우 북한에서의 모습을 버리지 않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되며, 조선족이나 한족 남편의 경우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문제로 부부갈등을 빚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한편, 남한 출신 남편이나 아내를 둔 경우 즉 남북한 부부는 경제관념, 가부장적사고, 의사결정 등에서 부부갈등을 경험한다고 한다[23]. Lee [38]도 남북한 부부 질적 연구를 통해 이들은 언어습관, 재정관리, 남녀역할, 남한관습, 북한식 행동방식, 음식문화, 양육방식 등에서 갈등과 타협을 경험한다고 하였다. 종합해서 보면 같은 북한 출신 혹은 남한 출신 배우자를 둔 경우 부부역할이나 가족문화의 차이가 부부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며, 조선족이나 한족의 배우자를 둔 경우에는 경제적인 문제가 부부갈등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배우자 출신지의 다름은 출신지의 특성이 부부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로서 사회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현재 배우자와 결혼을 한 시기에서 남한 거주시, 북한 거주시, 중국 등 제 3국 체류시에 따른 사회적응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거주시 또는 남한 이주 후라는 결혼한 시기가 사회적응에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본 연구대상자의 절반이 조금 넘는 52%가 남한에서 결혼한 경우이고, 최근 북한이탈주민 중 10대와 20대 인구는 39.1% (9,605명)를 차지[41]하고 있어서 앞으로 남한에서 결혼하는 북한이탈주민 비율은 점점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결혼한 시기에 대한 논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북한이탈주민의 결혼한 시기에 대한 관심 대신 부부관계의 질적인 측면에 좀 더 초점을 두는 연구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넷째, 부부관계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부부적응과 사회적응의 관계에서는 부부만족 만이 사회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밝혀졌고 부부합의와 부부응집은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 부부관계가 원만하고 만족스러운 경우 사회적응이 높은 것을 보여주었고, 부부생활에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는 정도나 부부가 외부 행사에 같이 참여하는 행위 등은 사회적응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Kitamura 등[32]이 일본의 기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부부만족뿐 아니라 부부합의 역시 사회적응과 상관이 높다고 나타난 바 있다. 본 연구 결과에서 부부간 의견합의나 부부응집 정도가 유의미한 영향력을 보이지 않은 것은 북한이탈주민 부부의 경우 의견의 일치 또는 불일치 그 자체보다는 부부갈등을 어떻게 해소하고 원만한 부부관계를 영위하는지가 관건임을 시사해준다.
다섯째, 부부폭력에서는 정서적 폭력,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과 사회적응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성적 폭력만이 사회적응에 부정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 가족 내 부부폭력 발생률은 우리나라 전체 부부폭력 발생률보다 2-3배 높다고 보고된 바 있다[39, 40].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정서적 폭력 50.8%, 신체적 폭력 13.9%, 성적 폭력 6.8%로 나타나 여성가족부의 2010년과 2012년 북한이탈주민 조사결과보다는 낮았고, 2013년 여성가족부 조사의 우리나라 전체 부부폭력 발생률인 정서적 폭력 37.2%, 신체적 폭력 7.3%, 성적 폭력 5.4% 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논의에서는 전반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의 부부폭력 발생률이 우리나라 전체 부부폭력 발생률보다 높은 가운데 성적 폭력이 사회적응에 저해 요인으로 나타난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성적 폭력을 당한 사람은 가정폭력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가중된 피해상태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모두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되어 은밀하게 행해져온 폭력으로서 그 두 폭력의 특성이 합쳐진 것이 부부간 성적 폭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동반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본 조사대상자를 분석하였을 때에도 성적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의 85%가 정서적 폭력을, 55%가 신체적 폭력을 동시에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Korea Women’s Hot Line [33]이 가정폭력피해 쉼터 입소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입소자 중 60%가 성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보고하여서 본 연구결과와 마찬가지로 성적 폭력이 신체적 폭력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중복 발생하고 있었다. 쉼터 여성의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나 가정폭력 피해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들 즉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관계에서의 어려움 등[16]이 성적 폭력 피해자에게서 극대화될 수 있음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부부간 성폭력은 가정폭력의 범주에서도 덜 비중 있게 다루어져 온 바, 앞으로는 부부간 성폭력을 가정폭력의 응축된 현상으로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언을 하고자 한다.
부부관계의 질은 가족의 안정에 필수적이며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의 안정은 사회적응에 기초가 된다. 특히, 사회 관계망이 빈약한 북한이탈주민 가족에서 부부관계의 질은 더욱 중요해진다. 본 연구결과는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에 부부관계의 질적 향상이 중요한 개입요소가 됨을 말해준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서비스는 개인 단위의 서비스가 아닌 부부 · 가족단위의 서비스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부부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가족 레질리언스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생활스트레스나 새로운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이탈주민의 부부역할과 가치관 재정립, 의사소통 방법, 부부동반 취미활동 등 부부대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야 한다. 또한 부부상담의 기회를 확대하여 부부문제에 조기 개입하는 것이 중요한데 상담사는 북한이탈주민의 탈북과 정착과정에서의 특별한 경험과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북한이탈주민 상담사를 육성하여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Kim [21]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 이탈주민은 자녀교육과 법률상담과 같은 정보제공에 있어서는 남한 상담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으나 생활상담에서는 북한 상담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한 상담사의 경우 그들의 남한정착과 적응과정에서의 훈련, 교육, 역경과 극복 등이 상담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성공적인 정착 모델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30]. 하지만 북한이탈주민 상담사제도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상담자 자신이 안정적인 정착생활을 하는 것을 전제로 전문적 훈련과 슈퍼비전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가 갖는 한계로는 자료수집에서 확률표집이 되지 않았으므로 이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탈주민이 갖는 특수성으로 인한 한계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조사지역을 점차 넓혀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결과들이 축적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의 경험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양적 연구를 뒷받침할 수 있고 양적 연구에서 드러나지 않는 특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질적 연구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부부요인을 탐색하였으나 횡단적 자료의 한계에서 오는, 변수간 인과관계에 있어서의 시간적 순서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밝힌다.
Notes
The authors declared that they had no conflicts of interests with respect to their authorship or the publication of this article.
Acknowledge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n Government (NRF-2013S1A3A2042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