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청소년기는 신체적 성장과 더불어 자아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정립해 나가는 전환기로, 이 시기의 진로 탐색과 결정은 단지 직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발달 과제이다. 이러한 중요성에 따라 교육부는 청소년기 진로 관련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중학교 진로교육의 목표를 진로개발 역량의 기초 발전과 중학교 이후의 진로 계획 및 준비로 설정하였다(Ministry of Education, 2016). 이에 교육 현장에서는 청소년의 진로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으며, 중학교 단계에서는 진로개발 역량의 기초 형성과 이후 진로 계획 및 준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교육목표가 설정되었다(Ministry of Education, 2016). 이처럼 정책 및 교육적 관심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은 여전히 진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Kwak & Kim, 2022) 진로성숙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진로성숙도는 개인이 진로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결정할 수 있는 준비도로 정의되며, 자신의 흥미와 능력, 가치관 등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계획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Super, 1953; as cited in Jung & Cho, 2023). 기존 연구들은 진로 개발이 이후 자신에게 적합한 사회적 역할을 인식하고 흥미와 적성에 부합하는 진로와 직업을 선택하여 보다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였다(Baek & Yun, 2020; Ham & Park, 2017). 또한 진로성숙도는 개인의 심리적 요인뿐만 아니라 가정 내 정서적ㆍ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함께 받는 것으로 보고된다(Chen et al., 2022; Jeong & Lim, 2021; Qonitatin & Kustanti, 2021; Qudsiyah et al., 2018).
특히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은 진로 탐색 과정에서 청소년에게 자신감을 부여하고 지속적인 목표 추구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로 기능한다(Germeijs & Verschueren, 2009; Hellmann, 2014). 이러한 정서적 안정은 청소년이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도록 돕는 심리적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릿(Grit)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성향인 그릿이 진로성숙도를 설명하는 심리적 변인으로 주목받고 있다(Duckworth & Gross, 2014). 이는 그릿이 청소년이 진로를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도록 지지하는 심리적 자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Bowlby(1988)는 안정적 애착 형성을 위해서는 주양육자의 접근성과 반응성을 중요하게 보았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부모감독은 자녀에 대한 관심과 인지를 의미하는 양육 행동으로 이해된다(Halloran, 2020). 선행연구에서는 부모감독이 자녀의 자기조절력과 목표지향성을 높이는 보호요인으로 기능한다고 보고한다(Baker, 2018). 부모감독은 단순한 통제가 아니라 부모-자녀 간 개방적 의사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질 때에 긍정적 기능을 발휘하며(Ahn & Lee, 2009),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부모애착과 함께 청소년의 발달을 지지하는 보호요인으로 간주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부모애착은 청소년의 정서적 안정감을 높임으로써 그릿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릿은 다시 진로성숙도를 높이는 매개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부모감독이 조절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부모애착이 그릿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더욱 강화되거나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즉, 부모의 정서적 지지와 일상적 관심과 규율이 균형을 이룰 때, 청소년은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되며, 이는 진로성숙도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이들 변수 간의 관계를 각각 독립적으로 다룬 경우가 많아, 세 변수 간의 상호작용과 경로를 통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부모감독이 그릿의 발달과 진로성숙도 간의 연계에 미치는 조절 효과에 대한 실증적 검증은 제한적이다.
한편, 본 연구의 실증 분석 대상은 초기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만 14세 청소년으로, 중학교 진입 이후 진로 준비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청소년기본법」에서 규정하는 9-24세 청소년 범주에 포함되며, 교육부가 제시한 진로개발 역량의 기초 형성 단계와도 일치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정책적ㆍ이론적 논의에서는 법적으로 규정된 개념적 틀로 사용하되, 실증 분석에서는 초기 청소년기인 만 14세를 대상으로 결과를 도출하여 해석하고자 한다.
이에 본 연구는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수행한 한국아동패널 15차년도(2022년) 원자료를 활용하여 부모애착이 진로성숙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에서 그릿이 매개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부모감독이 이 매개과정을 조절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규명하고자 연구문제는 아래에 제시하였으며, 연구모형은 Figure 1과 같다.
연구 문제 1. 부/모애착과 진로성숙도 간의 관계에서 중학생의 그릿은 매개효과를 가지는가?
연구 문제 2. 부모감독은 부/모애착과 그릿 간의 관계에서 조절 효과를 가지는가?
연구 문제 3. 중학생 자녀가 지각한 부/모애착이 그릿을 통해 진로성숙도에 미치는 매개효과를 부모감독이 조절하는가?
선행연구 고찰
1. 진로성숙도
진로는 단지 직업 선택이 아니라 시간에 걸쳐 발달하는 자기 개념으로, 진로성숙도는 개인이 생애주기 상의 발달단계에서 직업발달 과업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심리사회적 지표로 정의된다(Sterner, 2012; Super, 1980; Super & Jordaan, 1973). 청소년기의 진로성숙도는 현재의 진로탐색을 넘어, 평생에 걸친 경력개발의 기초를 형성하는 핵심 인지적 역량으로 간주된다(Super et al., 1996; as cited in Baek & Yun, 2020). 이러한 진로성숙도는 단순히 현재의 진로탐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경력 개발의 기초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진로성숙도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대표적인 틀은 Super의 경력개발 이론으로, Super는 개인의 진로발달을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발달적 과정으로 보았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성장(Growth), 탐색(Exploration), 확립(Establishment), 유지(Maintenance), 쇠퇴(Decline)의 다섯 단계를 거쳐 경력과 삶을 발전시켜 나간다(Gies, 1990; Super, 1957; Traver, 2020). 이 중에서도 청소년기는 성장 단계에서 탐색 단계로 이행하는 시기로, 진로발달의 핵심적 전환점에 해당한다. Super는 약 14세에서 24세에 해당하는 탐색 단계에서, 개인이 자신의 흥미, 능력, 가치관 등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직업 세계를 탐색하며 진로 계획을 수립한다고 보았다(Super, 1957; as cited in Kosine & Lewis, 2008). 이 탐색 단계는 청소년기의 진로성숙도가 단순한 직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자아개념 형성과 연결된 과제임을 강조하였다(Kosine & Lewis, 2008). Savickas와 Super (1992)는 진로와 관련된 개념이 아동기에 형성되기 시작하여 청소년기에 강화되며, 이러한 발달 과정이 청소년기의 진로성숙도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Kosine & Lewis, 2008).
이러한 관점에서, 진로 개발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이 자신의 직업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미래의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성인기 직업 정체성 및 삶의 방향성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진로성숙도가 높은 청소년은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보다 나은 수준의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적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기존 연구에서 진로성숙도가 높을수록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이 향상되며, 청소년이 직업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울이고 자신의 미래를 독립적으로 계획할 가능성도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Son & Kim, 2009).
진로성숙도는 학업 성취와 더불어 교육의 핵심성과 중 하나로 간주되며, 청소년이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접근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많은 청소년들은 여전히 자기 삶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탐색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기도 한다(Kwak & Kim, 2022). 따라서, 진로성숙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진로성숙도를 설명하는 요인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청소년 개인의 심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가정환경적 요인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 부모애착과 진로성숙도
진로성숙도는 다양한 외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된다(Chen et al., 2022; Jeong & Lim, 2021; Qonitatin & Kustanti, 2021; Qudsiyah et al., 2018). 다양한 외적 요인 중에서도 부모애착은 청소년기 발달적 특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대표적 요인이다.
애착은 Bowlby의 애착이론에 기반한 것으로 아동이 생애초기에 양육자와 형성하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정서적 유대를 의미한다(Bowlby, 1982; as cited in Angus, 2013). 애착은 아동이 양육자를 안전기지(secure base)로 삼아 환경을 탐색하도록 돕는 기능을 하며, 정서조절 능력과 대인관계 발달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Bowlby, 1988). 이러한 발달적 기능은 단순히 정서 영역을 넘어서 청소년의 진로 탐색과 진로를 위한 의사결정과 같은 발달 과업과도 연결된다.
진로성숙도가 안정적으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서적 기반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는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자리한다. 부모와의 안정적 애착은 청소년이 진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탐색하도록 돕는다(Nawaz & Gilani, 2011; Tekke et al., 2015).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부모애착이 진로성숙도의 다양한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며, 부모와의 애착이 강할수록 청소년의 진로성숙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되었다(Jung & Kim, 2018).
청소년에게 있어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은 정서적 지지에 그치지 않고, 진로 목표를 설정하고 방향성과 자신감을 부여하는 심리적 토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Germeijs & Verschueren, 2009; Hellmann, 2014). 따라서 부모애착은 청소년의 진로성숙도 발달을 촉진하는 핵심적 환경 요인으로 기능하며, 청소년이 자신의 진로를 주체적으로 탐색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신뢰와 지지가 청소년이 자신의 미래를 보다 주체적이고 긍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의 부모애착은 이러한 이론적 기초를 바탕으로,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신뢰, 의사 소통, 낮은 수준의 소외감을 의미하는 조작적 정의로 사용하였다.
3. 그릿과 진로성숙도
부모애착과 같은 정서적 기반 위에 진로성숙도를 설명할 수 있는 심리적 역량으로 최근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그릿(Grit)이다. Duckworth 등(2007)에 의해 소개되었으며 “마음이나 정신의 굳건함;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로 장기적인 목표에 대한 인내와 열정으로 정의된다(Duckworth et al., 2007; Duckworth, Quinn & Tsukayama, 2021; Mattey, 2017). 그릿은 단기적 보상보다 장기적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성향으로, 진로목표 설정과 장벽 극복, 자기결정의 실행을 포함한 진로발달 전반에서 지속성을 지지하는 심리적 자원으로 작용한다(Calo et al., 2025; Duckworth & Gross, 2014; Kim & Lee, 2022; Salima et al., 2024).
그릿과 진로성숙도의 관계에 대한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면, 연구 대상과 맥락에는 차이가 있으나, 그릿이 진로성숙도에 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동부 자바의 기독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그릿은 진로성숙도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COVID-19 팬데믹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그릿을 배양하는 것이 진로성숙도를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시사점을 주었다(Listio et al., 2020). 국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Lee, E. (2025)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부모양육태도와 진로적응성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 그릿이 두 변인 간 부분 매개효과를 지닌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또한, 한국아동청소년 패널 자료를 활용한 Lee와 Lee (2024)의 연구에서도 중학생이 지각한 부모양육태도와 진로적응성 간 관계에서 그릿이 유의미한 매개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 나아가, 발달 단계상 인접한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들에서도 그릿이 진로 관련 변인들에 유의미한 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공통된 결과들이 검증되었다(Park & Lee, 2022; Song & Lee, 2022).
4. 부모감독과 부모애착
Bowlby (1988)는 애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서적 유대뿐만 아니라 양육자의 접근성(available)과 적절한 반응성(responsive)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모감독은 자녀의 일상생활, 친구관계, 활동 등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인지를 의미하는 양육 행동으로 자녀의 자기조절 능력과 목표지향적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다(Baker, 2018; Morawska et al., 2019). 부모감독은 자율성과 통제 사이의 균형을 바탕으로 자녀의 계획성과 학습 지속력을 키우는 양육 전략으로 평가되며(Halloran, 2020), 그릿 형성에 긍정적 기반을 제공한다. 기존 연구에서도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한다. 청소년이 인식하는 부모의 감독 수준이 높을수록 청소년은 순간적인 욕구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경향을 보이는데(Hong & Oh, 2010; Huh, 2007), 이는 부모의 적절한 모니터링이 청소년 행동을 조정하는 환경적 통제장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Seo & Kim, 2015).
부모감독은 단순한 감시나 통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해되며(Ko, 2005), 효과적인 감독을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 간 활발한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Choi & Lim, 2019). 부모애착과 부모감독은 각각 보호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스트레스가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Ahn & Lee, 2009). 이러한 연구들은 부모애착과 부모감독이 서로 독립된 예측변수라기보다, 보호요인-보호요인 모델(protective factor-protective factor model)과 같이 상호작용을 통해 청소년 관련 변인의 수준을 결정짓는 조건부 요인임을 시사한다(Tan et al., 2023). 따라서 부모감독은 그릿의 수준을 직접 설명하는 변수인 동시에 부모애착이 그릿과 진로성숙도로 이어지는 경로의 강도를 조정하는 조절변수로 개념화될 수 있다.
연구 방법
1. 연구 대상
이 연구에서는 육아정책연구소의 한국아동패널(Panel Study on Korean Children, PSKC) 15차 조사자료 활용하였다. 한국아동패널은 2008년 출생아를 대상으로 매년 추적조사를 실시해 온 전국 단위의 종단 패널로, 아동의 성장 및 발달, 가족환경과 양육, 교육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어 높은 신뢰성과 대표성을 가진다. 1차년도에 구축된 2008년 출생아를 원표본으로 설정하고 층화 다단계 표본추출에 기반하여 가구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다(Kim et al., 2022).
조사 대상으로 주양육자, 어머니, 아버지, 패널아동이 재학 중인 학교의 담임교사이며, 본 연구에서는 15차년도 조사에 참여한 만 14세 중학생 1,293명의 자료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자료 수집 방법은 대상에 따라 상이하나 본 연구에서 활용한 아동 조사 자료의 경우 조사원이 가구를 직접 방문하여 대면 면접을 실시하는 TAPI (Tablet Assisted Personal Interview) 방식으로 수집되었다(Kim et al., 2022). 본 연구 대상의 일반적 특성은 Table 1과 같다.
2. 측정 도구
1) 진로성숙도
진로성숙도는 Ryu 등(2019)이 개발한 척도를 한국아동패널 연구진이 수정ㆍ보완한 측정 도구를 활용하였다. 이 측정 도구는 아동이 직접 응답하도록 되어 있으며, 4점 Likert 척도(1점=전혀 아니다-4점=매우 그렇다)로 점수가 낮을수록 진로성숙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진로성숙도의 문항은 ‘향후 진로결정과 관련하여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잘 알지 못한다’, ‘향후 진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진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향후 진로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너무 많아 하나를 선택하기가 힘들다’ 등 총 7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점수 환산의 편의를 위해 7문항 전부 역점수화 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신뢰도와 관련해서는 한국아동패널 14차년도 아동 조사 자료를 활용한 Lee (2024)의 연구에서 보고된 신뢰도는 .78이었으며, 본 연구에서는 .74로 나타나 측정 도구의 신뢰도는 수용할 만한 수준으로 판단하였다.
2) 부/모애착
부/모애착은 Armsden과 Greenberg (1987)가 개발한 원척도를 Lee 등(2017)이 번안하여 타당화 한 도구를 사용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척도 타당화를 수행하였으며, 1, 2차 조사의 Cronbach’s α는 초등학생은 .86, .87, 중학생은 .87, .86으로 나타나 내적 합치도가 적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5점 Likert 척도(1점=전혀 아니다–5점=항상 그렇다)로 ‘부모님은 나의 감정을 존중한다’, ‘나는 부모님께 나의 문제나 어려움을 이야기 한다’, ‘부모님은 나의 어려움에 대하여 이야기 하도록 격려하신다‘ 등이 포함된다. 본 연구에서는 부 애착과 모 애착을 독립된 두 개의 변수로 구분하여 분석하기 위해 중학생 자녀가 아버지와 어머니 각각에 대해 12문항씩 응답하도록 총 24문항을 구성하였다.
척도의 하위변인은 의사소통, 소외감, 신뢰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의사소통은 부모-자녀 간 자유롭고 편안한 의사소통 수준을 의미하고, 신뢰감은 부모-자녀 사이의 신뢰를 의미하며, 소외감은 아동 스스로 부모로부터 관심과 정서적 지지를 경험하는지에 대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Lee, J., 2025). 점수가 높을수록 부모와의 애착이 잘 형성된 것으로 해석한다. 본 연구의 신뢰도 분석 결과 아버지 애착의 Cronbach’s α는 .92이고, 어머니 애착의 경우 .86으로 나타나 모두 우수한 수준의 내적 일관성을 보였다.
3) 그릿(Grit)
그릿(Grit)은 Kim과 Hwang (2015)의 한국판 아동용 그릿 척도를 활용하였고, 총 8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연구에서는 Cronbach’s α는 .71로 나타나 내적 일치도가 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5점 Likert 척도(1점=전혀 그렇지 않다–5점=매우 그렇다)로, 점수가 높을수록 아동의 그릿 수준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주요 문항으로 ‘나는 무엇을 하다가 다른 생각이 나면 집중하기가 어렵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다가 어려움이 생겼을 때 크게 좌절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좌절에서 벗어난다’, ‘나는 어떤 문제에 잠깐 집중하다가 곧 흥미를 잃은 적이 있다’ 등이 있다. 본 연구에서 산출된 그릿의 Cronbach’s α는 .71로 나타났다.
4) 부모감독
부모감독은 Huh (2004)의 부모양육행동 척도를 활용하였고, 한국아동패널에서는 기존 조사 변인과의 균형을 고려하여 ‘부모감독’에 해당하는 질문만 추출하여 활용하였다. ‘내가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있는지 알고 있다’, ‘내가 몇 시에 들어오는지 알고 있다’ 등 총 4문항으로 4점 Likert 척도(1점=전혀 그렇지 않다–4점=매우 그렇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부모의 긍정적 양육 행동 방식인 자녀에 대한 모니터링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Huh (2004)의 원연구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모감독의 Cronbach’s α가 각각 .79, .77로 보고되었으며, 본 연구에서 Cronbach’s α는 .84로 나타나 내적 일관성이 적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3. 분석 절차
본 연구에서는 SPSS ver. 29.0(IBM)과 AMOS ver. 29.0(IBM)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자료를 분석하였다. 가장 먼저 연구 참여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및 주요 변수들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기술통계와 Pearson 상관관계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측정도구의 신뢰도를 검증하고자 Cronbach’s α 값을 산출하였다. 또한, 자료의 정규성 검토를 위해 왜도와 첨도를 파악하였다.
기술통계는 한국아동패널 15차년도 원자료를 기반으로 산출하였다. 15차년도 공식 보고서에서도 “일반조사 결과 분석은 횡단 가중치로 보정하지 않은 원자료를 토대로 분석하였다(Kim et al., 2022, 63).”라고 명시하고 있어 본 연구 역시 해당 기준을 준용하였다. 다음으로, 부/모애착과 진로성숙도 간의 관계에서 그릿의 매개효과와 부모감독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경로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직ㆍ간접효과의 유의성을 검증하고자 부트스트래핑 방법을 사용하였다. 마지막으로, 부/모애착과 진로성숙도 간 부모감독에 따른 그릿의 조절된 매개효과를 검증하고자 AMOS를 활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다중공선성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변인을 평균중심화 하였으며, 부모감독의 수준에 따라 조절된 매개지수(Index of moderated mediation)를 기준으로 조절된 매개효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였다.
연구결과
1. 관련 변인들의 기술통계 및 상관관계
측정도구의 정규성을 파악하고자 기술통계를 실시하여 왜도와 첨도를 살펴보았으며, 결과는 Table 2와 같다. 일부 변인의 첨도에서 정규성 가정에 위반되는 값이 나타나 정규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나 청소년 연구에서는 정규성을 벗어난 자료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트스트래핑 방법을 활용한다(Kim & Nam, 2010; Kim & Ra, 2018). 본 연구에서도 기존의 연구들을 반영하여 모수 추정의 방법으로 부트스트래핑 방법을 대안으로 활용하였다.
관련 변인들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종속변인인 진로성숙도와 관련 변인들 모두 예측한 방향으로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청소년의 진로성숙도와 아버지 애착(r= .16, p<.001), 어머니 애착(r= .19, p<.001), 그릿(r= .23, p<.001), 부모감독(r= .15, p<.001)은 서로 유의미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2. 연구모형의 적합도
연구모형의 적합도 확인을 위해 AMOS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경로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모형의 적합도는 Table 3과 같이 산출되었다. 모형의 적합도 지수는 χ2=5.814(df=3), p=.121이며, GFI=.999, CFI=.997, NFI=.994, TLI=.980, RMSEA=.027의 적합도를 보여 분석에 적합한 모형으로 판단되었다.
3. 매개효과 및 조절효과 검증
1) 매개효과 검증
부트스트래핑을 활용하여 총효과, 직접효과, 간접효과와 유의성을 확인한 결과, 부애착은 진로성숙도(β=.09, p<.01)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릿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모애착의 경우 진로성숙도(β=.13, p<.001)에 유의미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자녀의 그릿(β=.09, p<.01)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 자녀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애착이 잘 형성되었다고 인지하는 경우 진로성숙도가 높았고, 어머니 애착이 잘 형성된 경우에는 자녀의 그릿도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Table 4).
부/모애착이 중학생 자녀의 그릿과 진로성숙도에 미치는 직ㆍ간접적 효과를 살펴보면, 모애착이 자녀의 그릿(β=.02, p <.05)를 통해 진로성숙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의미한 간접효과를 보였다. 반면, 부애착은 진로성숙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나, 그릿을 통한 간접효과는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부애착의 간접효과는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 않았으나 간접효과가 직접효과에 합산되면서 총효과가 소폭 증가하는 양상이 보인다. 부애착의 총효과 증가는 유의미하지 않은 간접경로가 합산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는 직접효과가 중점적인 영향력을 지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Table 5).
부트스트래핑 분석을 통해 95% 신뢰구간 수준에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한 결과는 Table 6과 같다. 부애착의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모애착의 신뢰구간의 하한값과 상한값 사이에 0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어머니 애착과 진로성숙도의 관계에서 그릿의 매개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B=.01, 95%CI=[.004, .032]). 따라서 그릿은 부애착과 진로성숙도 간 매개효과를 보이지 않았고, 모애착과 진로성숙도 간에 부분 매개하는 것으로 검증되었다.
2) 조절효과 검증
부/모애착과 그릿의 관계에서 부모감독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 AMOS 29.0을 사용하였다. AMOS에서는 조절변수가 연속형 변수인 경우 조절효과 분석을 위해서는 독립변수와 조절변수 간 상호작용항(interaction term)을 만들고, 이 상호작용항의 계수가 관련 변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검증한다. 상호작용항 계수가 유의하면 조절효과가 있고, 유의하지 않으면 조절효과가 없다고 해석한다(Bae, 2022). 다중공선성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변인은 평균중심화 하였으며, 연속변수인 부모감독의 조절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부애착과 부모감독, 모애착과 부모감독을 상호작용항으로 만들어 검증하였다(Table 7). 상호작용항을 활용한 분석 결과를 보면, 부애착과 부모감독의 상호작용항은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모애착과 부모감독의 상호작용항이(β=.11, p<.001)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나 모애착과 그릿 간 부모감독의 조절효과가 검증되었다.
모애착과 부모감독의 상호작용항의 계수가 유의미함에 따라, 중학생 자녀의 그릿과 모애착 간 관계가 조절변수인 부모감독의 수준에 따라 어떻게 나타나는지 시각적으로 살펴보았다. 점수의 평균을 기준으로 상ㆍ하위 수준으로 구분하여 상호작용 효과를 그래프로 제시하였다(Figure 2).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어머니의 애착이 그릿에 미치는 효과는 조절변수인 부모감독 정도가 클수록 기울기 값이 큰 강화효과를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4. 조절된 매개효과 검증
연속형 조절변수의 조절된 매개효과 분석은 조절변수의 수준에 따라 매개효과가 조절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조절변수의 수준에 따라 조건부 간접효과에 주는 영향이 달라지는 조건부 효과검증(Conditional effect test)을 실시한다(Bae, 2022). 본 연구에서는 AMOS를 이용하여 조절된 매개효과분석을 실시하였고, 이는 Hayes (2022)가 PROCESS macro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호 체계(notation)와 다르지 않아 AMOS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Sin, 2023). 본 연구에서는 조절변인인 부모감독의 수준에 따라 조건부 간접효과를 통해 조절된 매개지수(Index of moderated mediation) 확인을 통해 조절된 매개효과를 검증하였다(Table 8 참조). -1 표준편차(-SD)에서는 간접효과 값이 -.003이고, 평균값(M)에서는 .012, +1 표준편차(+1SD)에서는 .028로, 모애착이 그릿을 매개로 진로성숙도에 미치는 간접효과는 부모감독이 낮을 때(-.008, CI=[-.016, .009])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모감독이 평균인 경우(b=.012, CI=[.002, .023])과 높을 때(b=.028, CI=[.011, .045])는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절 된 매개 지수는 .028이고, 95%의 부트스트래핑 신뢰구간 내에 0이 포함되지 않아 그릿의 매개효과가 부모감독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95% CI=[.010, .052])(Table 9).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부/모애착이 만 14세 중학생의 진로성숙도에 미치는 영향에서 그릿의 매개효과와 이에 대한 부모감독의 조절효과를 경로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한국아동패널 15차년도(2022) 자료를 활용하여 만 14세 중학생 1,293명의 자료를 분석하였으며,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에서는 부/모애착이 중학생 자녀의 진로성숙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애착은 진로성숙도뿐만 아니라 그릿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어머니와의 정서적 유대가 청소년의 자기조절성과 미래 설계 능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함을 시사한다. 반면, 아버지에 대한 애착은 진로성숙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그릿을 매개로 한 간접효과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부/모애착이 자녀의 진로성숙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기존 연구들(Lee et al., 2015; Lee et al., 2020; Lee & Kim, 2015; Qudsiyah et al., 2018)을 지지한다. 동시에 부와 모의 애착 기능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으며, 초기 청소년기는 발달과정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초기 청소년기는 부모와의 관계가 재구조화되는 시기로, 이 시기 아버지와의 정서적 유대는 어머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녀의 그릿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Fletcher 외(2018)는 청소년의 일상적 의사소통은 주로 어머니와 더 빈번하게 이루어진다고 밝히고 있으며, Pinquart (2023)의 메타분석에서도 어머니-자녀 관계가 아버지-자녀 관계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높은 애착 안정성을 보이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청소년들은 일반적으로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더 안정된 애착 수준을 보이며(Al-Yagon, 2011), 정서적 지지의 주요 기반을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얻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어머니-자녀 관계가 상대적으로 청소년 발달의 여러 영역에서 직접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Okubo, 2023). 이러한 연구들을 종합하면, 어머니 애착만이 그릿을 매개로 진로성숙도에 유의미한 간접효과를 보인 결과는 초기 청소년 시기의 발달적 특성과 어머니-자녀 관계의 정서적 상호작용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해석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어머니 애착과 진로성숙도 간의 관계에서 자녀의 그릿은 부분 매개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청소년이 어머니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할수록 그릿 수준이 높아지고, 그 그릿이 다시 진로성숙도 향상에 기여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그릿은 장기적 목표에 대한 인내와 열정이 수반되므로, 부모의 애착과 동기 부여와 관련된 다양한 변인과의 관계에서 매개변인으로 확인되었다(Kim, 2022). 그릿은 진로 준비 행동을 예측하는 중요한 변수로 확인되었으며(Go & Kim, 2023; Zhai et al., 2023), 이는 그릿이 높은 사람이 직업적 어려움과 불확실성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며 본 연구의 결과와도 맥을 같이 한다.
셋째, 조절효과 분석에서 모애착과 부모감독의 상호작용이 유의미하게 나타났을 뿐 아니라 조절된 매개효과 검증에서도 애착에서 그릿, 진로성숙도로 이어지는 간접효과가 부모감독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감독이 낮은 경우 모애착의 간접효과가 유의하지 않았으나, 부모감독이 평균 수준에서는 유의한 매개효과가 확인되었고, 높은 수준에서는 그 효과가 더욱 강화되었다.
이러한 조건부 간접효과 구조는 기존 연구와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Tan 등(2023)은 애착-심리적 자질-정신건강 경로에서 대처양식이 매개 경로를 조절한다고 보고하며, 이를 보호요인-보호요인 모델로 해석하였다. Ahn과 Lee (2009) 또한 스트레스와 문제행동 관계에서 부모애착과 부모감독의 상호작용 효과를 제시하여 두 보호요인의 결합이 청소년 발달 관련 결과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본 연구가 부모감독을 애착-그릿-진로성숙도 경로를 조정하는 보호요인으로 제시한 것은 선행연구에 부합하며, 조건부 간접효과 분석을 통해 부모감독이 강화될수록 모애착의 간접효과가 커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청소년기의 진로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정서적 기반, 청소년의 심리적 특성, 환경적 지지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에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초기 청소년기 중학생 자녀의 안정된 정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자녀 애착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부모가 자녀의 정서적 요구를 민감하게 수용하고 안정적인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과정은 자녀의 자존감, 자기조절, 진로탐색 동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위해 부모 대상 정서적 반응성 향상 프로그램이나 가정 내 진로 대화 촉진 프로그램과 같은 구체적인 개입모형이 개발되어야 하며, 이는 단기적 교육에 그치지 않고 자녀의 발달단계에 따라 단계적으로 구성되는 연속형 모듈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특히 애착 발달의 민감기가 영아기임을 고려할 때, 초기 양육 단계부터 부모의 민감성, 반응성, 긍정적 상호작용을 강화할 수 있는 부모교육과 영유아기 애착 형성 지원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초기 애착 기반이 이후의 발달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예방적 접근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청소년기 개입과 단절되지 않고, 연속적인 발달 과정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교와 연계하여 부모 교육을 체계화하거나, 지역의 가족센터 및 건강가정다문화 가족지원센터와 협력해 지역 기반 애착 증진 프로그램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둘째, 중학생의 그릿 함양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는 그릿이 진로성숙도에 부분 매개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초기 청소년기에 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심리적 자질을 강화하는 것이 진로발달 과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 그릿을 장기 목표를 위한 지속적 자기조절로 개념화한 Duckworth와 Gross (2014)의 논의가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또한 Duckworth가 공동 설립한 Character Lab은 그릿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적 개입 접근을 구체화한 사례로 활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 대상 그릿 향상 프로그램을 자유학기제나 진로 교육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셋째, 부모의 감독 행동을 강화하는 공적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부모감독이 어머니 애착과 중학생 자녀의 그릿 간 관계를 강화하는 조절변인으로 작용함을 확인하였으며, 이는 청소년의 진로성숙도 향상을 위해 부모의 적절한 생활 관여가 중요한 환경적 요인임을 시사한다. 특히 이러한 부모감독 효과는 부/모애착을 기반으로 한 지지적·정서적 유대 속에서 이루어질 때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애정과 규제가 균형을 이루는 권위적 양육태도의 순기능과도 맥락적으로 연결된다(Baumrind, 1971). 즉, 상호 신뢰와 개방적 의사소통을 전제로 한 부모감독은 통제나 간섭이 아니라 청소년에게 적절한 경계를 제공하는 보호요인으로 기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부모감독이 통제나 감시 중심으로 이해되거나, 반대로 무관심과 방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부모가 건강한 감독의 실제 사례와 전략을 학습할 수 있는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우선, 부모가 자녀의 일상, 또래관계, 학습활동 등을 긍정적이고 세심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돕는 부모감독 역량 향상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행동을 점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방적 의사소통과 상호 존중, 그리고 상황에 맞는 경계 설정 전략을 함께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은 가정 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학교와의 연계 구조 속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담임교사와 학부모 간의 정기적 소통을 기반으로 자녀의 생활 및 진로 지도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거나, 가정-학교가 공유할 수 있는 진로지도 가이드라인 등 표준화된 도구를 활용해 부모감독의 방향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 횡단적 자료를 활용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변수 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중학생의 진로성숙도, 애착, 그릿, 부모감독 간의 관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축적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종단자료를 활용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주요 변수들이 청소년의 자기보고 방식으로만 측정되었다는 점에서 실제 부모의 행동이나 상호작용을 포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특히 부모감독은 자녀의 인식과 실제 감독 수준 사이의 괴리가 존재할 수 있으므로, 부모 응답을 병행하는 등 다차원적 접근이 향후 연구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분석 대상이 특정 연령대(만 14세)의 표본으로 한정되어 있어, 다양한 연령군 및 교육 환경에서 일반화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넷째, 본 연구에서는 2차 자료 활용으로, 이 자료에는 부모와의 관계를 측정할 수 있는 응답자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양육 기능이 취약한 가정환경에 놓인 중학생은 포함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환경적 배경을 고려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분석이 요구된다. 다섯째, 본 연구는 양적 분석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변수 간 관계에 담긴 연구참여자의 맥락적 해석이나 심층적 경험은 담지 못했다. 추후 질적 연구나 혼합연구를 통해 이를 보완한다면 교육 실천적 맥락을 더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부/모애착, 그릿, 부모감독이라는 심리·환경적 요인들이 청소년의 진로성숙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통합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이론적 기여뿐 아니라 교육적 실천과 정책 설계에 구체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진로 교육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정서적 기반, 자기조절 역량, 가정-학교-지역 사회 협력을 결합해야 하며, 앞으로 청소년이 자신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서, 심리 및 환경 요인을 포함하는 통합적 진로 지원 체계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