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최근 청소년들의 친구관계나 의사소통 방법, 갈등 해결, 의사결정 등 생활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는 디지털매체이다. 디지털 사회의 본격화는 대면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관계의 양상과 관계 맺음의 수단을 빠르게 변화시켰고, 대표적인 예가 소셜미디어를 통한 관계 맺기 양상이다(Iem, 2021). 페이스북, 카카오톡,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X, 틱톡 등이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이다. 소셜미디어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외에도 블로그, 위키, 공유 사이트 등을 포함하는 용어이며, 디지털 의사소통은 SNS를 통한 의사소통으로(Cho & Han, 2013), 친구들과 주로 대화, 소통하는 매체를 의미한다.
SNS와 인터넷, 스마트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MZ세대 이후 알파 세대에 해당하는 중학생들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유비쿼터스 사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세대이다(Ha, 2022). 세대를 구분하는 출생연도의 기준은 연구마다 상이하나 이 연구에서는 알파세대를 Z세대와 비교하여 미디어 이용행태를 분석한 연구(Ha, 2022)에서 제시한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하여 2010년 이후 출생한 이들을 알파세대로 구분하고자 한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SNS가 대중화된 2010년 이후에 태어나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여 친구와의 소통방식에 있어서 SNS 메신저, SNS 게시물 기능을 이용해 소통하는 비율이 높다. 또한 게시물을 기반으로 한 세밀한 공개 범위 설정으로 관계의 경계를 설정하는 등 온라인 소통방식에 있어서 이전 세대와는 다른 변화점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어(Lee et al., 2021) 중학생인 알파 세대의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친구관계는 기존 세대와 구분하여 상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만 12세 이상 스마트폰 이용자의 약 70%가 주로 이용하는 앱은 채팅/SNS 커뮤니케이션으로,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주로 SNS 활용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Seo, 2022). 이 중 알파 세대(2010년 이후)는 Z세대(1995~2009년)와 비교하여 SNS 이용 플랫폼 중에서 인스타그램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41.8%), 데이터 기반 통화서비스 이용 경험(51.6%)과 인스턴트 메신저 이용률(64.2%)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SNS 작성 활동(44.0%), 공유 활동(31.5%), 소통 활동(46.6%) 등의 적극적 사용자 비중이 높고, 다른 세대와는 달리 영상 기반의 SNS인 틱톡의 이용률(2.5%)이 나타나기도 하였다(Ha, 2022). 이는 청소년들의 소통방식이 다른 세대와 다름을 의미하고 청소년들은 글(텍스트) 중심인 SNS 보다는 메시지 기능(DM)을 포함한 숏폼(짧은 영상) 서비스인 ‘릴스’ 동영상·사진(이미지)중심의 소통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 시기는 사회성을 발달시키고 자아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친구관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친구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친구들의 지지와 격려를 통해 정서적, 사회적으로 성장하게 되고, 삶의 만족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친구관계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이 주는 영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여 청소년기에 정체성을 탐구하고 발달적으로 민감한 주제와 정보를 찾고, 친밀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Cho & Han, 2013; Lee et al., 2012). 그러나 청소년 친구관계에서 디지털매체의 소비 증가는 사회성 발달 방해와 불안,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 위기 초래(Haidt, 2024), 스마트폰 중독, 사이버 괴롭힘,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유발하는 부정적 관점도 있으며(Kim & Lee, 2020), 최근에는 딥페이크, 계정 도용 등과 같은 사회적 디지털 범죄에 노출되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Kim, 2024).
우리 사회에서는 SNS의 10대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유해 콘텐츠나 디지털 범죄로 연결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청소년 보호 정책을 강화하면서 청소년에게 디지털 의사소통을 규제하고자 한다(Kim, 2024).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메타에서는 SNS 중독과 디지털 범죄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고자 만 17세 미만 청소년 계정을 비공개 계정으로 만들어 청소년에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과 볼 수 있는 콘텐츠 및 이용 시간을 제한하며, SNS상에서 제한된 상호작용을 하도록 하고 있다(Meta, 2025). 그러나 청소년들의 친구관계에서 디지털을 통한 의사소통이 주가 되는 만큼 보호하는 접근도 중요하지만, 청소년의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친구관계의 긍정적인 점을 살려 가상공간에서 의사소통에서의 중요한 점을 강조하는 교육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Kim, 2024). 가정 교과는 친구관계, 가족관계에서의 의사소통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여 청소년에게 관계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교과이다. 2025년부터 중등학교에 적용되고 있는 2022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기술·가정 과목의 가정 영역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관계 형성’의 내용 요소를 새롭게 추가하여(Ministry of Education, 2022), 디지털 공간까지 확장된 관계에서 건강한 관계 맺기와 디지털상에서 의 관계 맺기에서의 존중과 보호 내용을 제시하며 교육하도록 하고 있다.
청소년의 디지털 의사소통과 관련한 선행 연구들은 디지털매체를 중심으로 양적 접근을 하는 미디어 이용 행태의 조사로 과의존, 과몰입, 과다 사용과 중독을 중심으로 한 연구나(Cho et al., 2017), 심리행동적으로 SNS가 미치는 문제행동, 심리 요인, 부모와의 관계, 친구관계에서 중요한 변인을 찾는 양적연구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고(Kim & Lee, 2020; Yeo et al., 2014), 청소년이 이루는 관계에서 디지털 의사소통 경험을 면밀하게 살펴본 질적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디지털매체의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는 달리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알파 세대 청소년의 일상생활에서의 관계형성 방식을 이해하고, 청소년들이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친구와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삶에 가지는 의미와 가치관에 관한 목소리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여 중학생의 친구관계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고, ‘개인정보’, ‘대화’, ‘공유’, ‘현재성’, ‘관계’, ‘평판’, ‘그룹 형성’의 소셜미디어 7가지 프레임워 (Kietzmann et al., 2011)를 통해 알파 세대 중학생의 디지털 의사소통의 양상과 친구관계에서의 경험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소셜미디어의 7가지 기능 블록은 단순히 청소년들의 친구관계가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상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교류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틀로,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경험의 특정 측면과 관계에 미치는 영향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렇게 분석한 결과는 중학생들의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이루는 사회적 관계에서 온라인 소통방식과 관계에 대한 인식, 이를 통한 삶의 경험을 깊이 있게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디지털 의사소통이 일상인 청소년의 삶의 방식에 이해도를 높이고 발달을 지원할 수 있는 관계교육의 기반을 탐색하는 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학생의 온·오프라인에서의 친구관계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둘째, 중학생은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친구관계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
이론적배경
1. 청소년의 디지털 의사소통
디지털의사소통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이용한 의사소통이다. SNS는 개인들이 서비스 시스템 내에서 개인 이력(profile)을 설정하여,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콘텐츠를 공유하는 연결 관계를 형성하고, 이러한 연결 관계를 기반으로 자신의 연결과 다른 이들의 연결 관계를 넘나들면서 활동하는 웹 기반 서비스를 말한다(Cho & Han, 2013). 소셜미디어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 가입한 이용자들이 서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면서 대인 관계망을 넓힐 수 있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소셜미디어는 SNS 외에도 블로그, 위키, 공유 사이트 등을 포함하는 용어이나, SNS가 소셜 플랫폼화되고 사회적으로 명확하게 용어 구분이 되지 않고 있어(Lee et al., 2012), 이 연구에서는 디지털 의사소통을 SNS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친구들과 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매체로 한정하고자 한다.
디지털 의사소통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지속적이고 편리한 상호연결성과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수단을 제공한다. 또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선택적 노출, 높은 상호작용과 시간적 이점, 고민을 숨김없이 표출하거나 빨리 관계의 친밀도를 증진시킬 수 있고, 개인정보 개방 여부에 따라 친밀도가 다르게 발전하는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Kim et al., 2015). 그러나 면대면 관계보다 디지털 의사소통은 텍스트를 통해서만 전달되므로 다양한 단서가 제한되거나, 익명성과 비대면의 특성을 이용하여 언어폭력, 무례한 자기 개방, 비관습적 행위 등의 관계에서의 단점이 나타날 수 있고, 관계가 종결되는 과정에서는 대화 단절, 탈퇴 등의 회피 대처만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Nam et al., 2013).
SNS는 관계 유지나 대화를 위해 활용하는 관계적 이용과 정보를 얻고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콘텐츠 이용 차원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청소년의 SNS 활용에서 관계적 이용이 증가할수록 온라인 관계에 대한 친밀감을 더 강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청소년들은 SNS로 연결된 친구에게 더 친밀감을 느끼거나 SNS로 연결된 친구들은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함께 놀고 있다고 표현하며(Kim et al., 2015), SNS 이용으로 인해 기존에 알던 친구들과 더 친해졌다고 답한 고등학생 비율이 76.9%로 높게 나타난 연구 결과도 있었다(Lee et al., 2012). 청소년은 SNS를 수시로 확인하는 적극적인 이용층으로,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새로운 친구관계망을 넓히기보다는 기존 오프라인 친구관계에서 친밀감을 높이는 결과를 보여(Cho & Han, 2013; Yang & Kim, 2014), 기존에 대면 관계에서 형성된 관계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친구들 간의 교류가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실제 청소년들의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온라인 친구와 오프라인 친구관계를 구분하여 관계 맺기, 유지, 종결 과정과 친밀도를 알아보고, 디지털 의사소통과 관계에서의 경험과 인식을 청소년의 목소리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 시기의 친구관계 형성과 유지에 디지털 의사소통이 가장 중심적인 기능을 하고 있고, 청소년에게 디지털 의사소통은 현실의 일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Boyd, 2014). 청소년은 발달상 사회 안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이다.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세상과 관계를 맺고, 청소년의 사회적 연결과 자율성이 네트워크화된 관계 속에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 중에서 의미 있는 친구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필수 요소이다. 이 시기의 친구는 가족을 넘어 새로운 맥락을 제공하고 자신이 직접 선택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한다. 디지털 사회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을 이용하는 청소년을 둘러싼 보호와 제약은 이 시기의 발달상 이루어야 하는 사회적 연결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를 간과할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 시기에 디지털 의사소통의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면, 디지털매체보다는 친구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추어 디지털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맺어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에 관한 연구가 요구된다.
SNS를 통한 관계 맺기는 면대면 중심의 관계 방식과 관계 맺음의 방법을 변화시켰고(Iem, 2021), 스마트폰과 SNS가 대중화된 2010년 이후에 태어나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알파 세대에 해당하는 초기 청소년들은 의사소통 방법과 관계형성 과정에서 그 변화상이 두드러진다. 이들의 온라인 소통방식은 SNS 메신저와 공감, 댓글, 태그 등 SNS 게시물 기능을 이용해 소통하고, 인스타그램 DM을 주로 이용하는 SNS 메신저의 변화, 게시물의 공개 범위 설정으로 관계의 경계를 설정하며 이전 세대와는 다른 소통 방식을 보인다(Lee et al., 2021). 디지털 의사소통은 청소년들의 친구관계나 의사소통 방법, 갈등 해결, 의사결정 등 생활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의 본격화는 청소년들의 학습 방법과 대면과 비대면 상황에서의 의사소통 방식과 생활방식, 가족관계와 친구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학교 적응과 사회성 발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디지털 의사소통의 증가로 인한 관계 방식 및 의사소통 방법의 변화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거나(Cho et al., 2017), 청소년의 불안, 충동성, 외로움 등의 정서적인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Yeo et al., 2014), 학교 적응, 학업성취도, 대인관계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개인의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Kim & Lee, 2020).
청소년들의 디지털 의사소통과 안전에 관한 우려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다양한 규제 법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EU와 미국에서는 SNS 이용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심야 시간대에 청소년의 SNS 금지, 이용 연령제한 등의 규제 법안이 발의되었다(Kim, 2024). 그리고 2024년 11월에 호주 의회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아동 및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Ritchie, 2024).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SNS인 인스타그램은 보호 기능이 있는 청소년 계정을 운영하며, 만 17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에 있어서 제한 사항을 두고 있다.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콘텐츠와 원치 않는 연락을 제한하는 보호 기능과 야간 시간대 알림 제한, 60분 이용시 앱을 닫으라는 알림 표시 등의 기능 외에도 최근 라이브 기능과 DM 내 원치 않는 이미지에 대한 제한 기능을 추가하여 현재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선 도입하고, 추후 다른 국가에도 적용할 계획을 발표하였다(Meta, 2025). 이는 청소년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면서 불필요한 노출을 막으려는 조치로, 청소년에게 SNS를 규제하고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하며 과도한 이용을 제한하고 안전한 이용을 제안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SNS를 통해 자유롭게 소통하고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 등 모든 일상생활의 방식에서 SNS가 관계의 중심이 된 청소년들이 정책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에 대한 그들만의 생각과 가치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에게 학교 현장에서 교과목으로 관계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교과는 가정이다. 2025년부터 중등학교에 적용되는 2022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기술·가정 과목의 가정 영역에서는 ‘인간과 성장하는 관계’ 내용 체계에서 ‘디지털 시대의 관계 형성’의 내용 요소를 새롭게 추가하였다(Ministry of Education, 2022). 이는 디지털 공간까지 확장된 관계에서 보호와 존중, 안전을 생각하는 태도를 포함하는 내용이며,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가 가지는 중요성과 가치를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신과 타인의 주체성과 독립성을 인정하는 관계 맺기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보호할 수 있음을 인식하도록 하고, 특히 디지털상에서의 관계 맺기에서도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간의 존중과 보호가 전제되어야 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교육하도록 하고 있다. 청소년의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친구관계에서의 인식과 경험을 알아보는 연구는 이러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관계교육에서 관계 형성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소통과 방식, 관계형성능력을 함양하도록 하는 교육 내용 선정과 청소년의 발달과 관계에서 교육적 시사점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2. 청소년의 친구관계
던바의 수는 한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친구 수의 최대치를 뜻하며, 그 수는 150명이다(Dunbar, 2022). SNS에서 친구를 맺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생활에서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어서 일상적인 대면 세계에서 만나는 친구와 온라인 친구의 수는 비슷하다고 말한다. Dunbar(2022)의 우정의 원에서는 사람들의 관계를 연속되는 원 또는 층의 구조로 설명하며, 감정적, 물리적, 금전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 5명, 일상적인 사교 생활의 상대가 되는 친한 친구들 15명, 파티에 초대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 50명, 평생 한 번 있는 행사에 참여할 정도의 그냥 친구들 150명 원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각의 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수는 그 층보다 안쪽에 있는 층의 사람 수를 포함하며 각 층은 바로 안쪽의 층보다 3배의 숫자로 표현하였다. 온라인 친구 수가 많아도 진짜 친한 친구에 대한 응답은 우정의 원에 해당하는 친한 친구들의 범위인 15명 내외로 유사하고(Adams, 2012; Dunbar, 2022), 던바의 수에 따라 네트워크 속성과 상호작용의 질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Lee, 2016). 실제 청소년들은 디지털 의사 소통을 통해 친구관계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떠한 기준으로 친밀도를 구분하는지 청소년의 생활세계에서 질적으로 던바의 수를 적용하여 관계의 범위와 상호작용의 작동 방식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의사소통은 대면 만남을 지속하지 못해서 소원해질 수 있는 관계를 유지시켜주고, 오래된 관계의 지속은 정서적인 지지 체계가 되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관계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시간이고,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들어지는 절친한 관계는 디지털 세계가 대신할 수 없다(Dunbar, 2022).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작업은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고 의사소통이 의미가 있으려면 그 소통에 의미를 부여하는 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청소년기 친구관계에서도 절친한 우정을 구축할 때는 대화를 나누고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포함하는 면대면 관계에서 중요시하는 것들이 온라인 관계에서도 이어져야만 한다.
청소년은 디지털 세계에서 타인과의 언어적,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삶의 중요한 가치를 배우고 전수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한다. 타인과 관계 맺는 경험을 자유로운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체득하는 것이다.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세계와 자기를 이해하고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며 시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다. 즉, 디지털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관계 유지와 관계 형성을 시도하며 기존의 친밀성을 바탕으로 친구와 소통하고 상호 이해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 관계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고, 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친구와의 친밀성을 바탕으로 대화에 있어서 상호교류적인 면이 강하며, 비교적 사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 고민 등을 공유하면서 디지털 의사소통이 즐거움을 주는 놀이문화의 수단이 되고 있다(Lee & Kang, 2020).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청소년의 관계 양상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소셜미디어가 지니고 있는 기능적 구성요소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검토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친구관계에서의 경험을 기능적으로 세분화하여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써 Kietzmann과 동료들(2011)이 제안한 7가지 소셜미디어 기능 블록 프레임 워크를 활용하였다. 소셜미디어의 7가지 기능은 ‘개인정보’, ‘대화’, ‘공유’, ‘현재성’, ‘관계망’, ‘평판’, ‘그룹 형성’이다. ‘개인정보(Identity)’는 SNS 설정에서 신원을 공개하는 정도이고, ‘대화(Conversations)’는 다른 사용자와 소통하는 정도를 말한다. ‘공유(Sharing)’는 콘텐츠를 교환, 배포, 수신하는 정도를 의미하고, ‘현재성(Presence)’은 다른 사용자가 접근 가능한지 알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관계망(Relationships)’은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와 연관될 수 있는지의 범위를 의미하며, ‘평판(Reputation)’은 SNS 환경에서 자신을 포함한 다른 사람의 입지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이다. ‘그룹 형성(Groups)’은 사용자가 SNS상에서 커뮤니티와 하위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는 기능이다. SNS의 7가지 기능 블록은 각 블록을 통해 소셜미디어 사용자 경험을 이해하고 특정 측면을 분석할 수 있는 틀로써, 각 블록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고 소셜미디어 활동에 모두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Ko, 2013).
SNS의 이용과 사회관계 변화를 분석한 Cho와 Han(2013)의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디지털 의사소통에서 7가지 기능 중 ‘공유’와 ‘개인정보’ 기능의 특색을 일부 살펴볼 수 있다. ‘공유’ 기능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서로 교류하는 이유가 되고 유대감을 상승시켜 공유 자체만으로도 상호작용하는 방법이지만, 공유함으로써 대화와 관계를 구축하는 기능이 되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SNS에 답글을 다는 식의 일정한 소통을 주고받는 것보다 어떤 정보를 올리거나 공유했을 때, 그 정보를 친구가 공유하는 정도가 중요하고 SNS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상태보다 어떤 교류가 실제로 일어나는지가 관계 변화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하였다. ‘개인정보’ 기능은 이름, 나이, 성별, 직업, 위치와 같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청소년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에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적극적으로 내보이는 개인 정보 기능을 활용하여 학원이나 학교 등 공통점이 있는 오프라인 관계를 기준으로 친구관계에서 사회관계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으로 나타나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서 활발히 교류하고 있었다.
청소년은 다양한 정보를 얻는 데 대한 욕구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관계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여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관계적 욕구와 오락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청소년의 일상에서 상당 부분이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관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중요한 시기에 디지털 의사소통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고려하여 교육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관계가 활성화되고 대화량은 증가했지만, 관계 맺기가 쉽고, 관계의 단절도 선택에 의해 쉽게 이루어지며, 갈등 해결 과정에서 맥락과 과정을 생략하는 방식이 관계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다. 일회적이고 즉흥적인 관계가 많아지면서 관계 자체에 대한 의미 부여가 변화할 수 있는 환경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관계와 기존의 면대면을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의 소중함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교육적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연구방법
1. 연구 대상
본 연구는 세종시 소재 A중학교에 재학 중인 알파 세대에 해당하는 2010년 이후 출생한 1학년 학생 중 SNS를 통해 친구관계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연구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사전 오리엔테이션과 설문조사를 통해 다음의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첫째, 디지털 네이티브인 알파 세대의 나이 요건을 충족하는 2011년생이어야 한다. 둘째, 카톡, 텔레그램, 인스타, 페북 등 SNS를 통해 친구관계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을 현재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학생이어야 한다. 셋째, 사진을 찍고 공유할 수 있는 학생이어야 한다. 넷째, 9월 방과 후 30분~1시간 3회 정도의 개별 또는 그룹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중학교 1학년 남녀 8인을 연구 대상으로 최종 선정하였다.
연구 대상은 2011년생 중학교 1학년 남자 3명, 여자 5명 총 8인으로, 친구관계에서 SNS를 주로 활용하며 주중에는 2~5시간, 주말에는 2시간~무제한으로 하루 기준 2시간 이상은 SNS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SNS 계정의 개수는 2개부터 15개까지 있어 1개만 있는 학생은 없었고, SNS 계정의 공개 설정은 완전공개가 5명, 지정공개가 3명이었다. 주로 사용하는 대화 매체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스타그램이었고, 1순위 대화 매체의 경우 온라인 친구 수는 팔로워와 팔로잉을 구분하여 설문한 결과, 팔로잉보다는 팔로워가 많았고 67~2,000명까지 많은 친구 수를 보였다. 구체적인 연구대상자 정보는 Table 1과 같다.
2. 연구방법 및 절차
1) 사진유도연구[PEI(photo elicitation interview)]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디지털 의사소통과 친구관계에서의 경험과 인식을 탐색하기 위해 학생들이 그림과 사진으로 표현한 것들을 활용하여 PEI(photo elicitation interview)를 실시하는 질적 연구방법으로 진행하였다. PEI는 사진유도연구, 사진유도면담, 사진 인터뷰 기법으로, 연구 도구로서 다양한 유형의 시각매체를 사용하여 대화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면담 과정에서 연구자는 연구참여자가 자신이 생성한 사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고 질문하고 기록하며(Hwang et al., 2023), 총체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연구참여자의 개인적·사회적·문화적 의미나 가치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Lim & Im, 2015).
본 연구의 참여자는 면담 질문에 언어만을 사용하여 조리 있게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초기 청소년들이다. PEI는 언어적 제약을 덜 받아 청소년 연구참여자들의 연구 참여에 대한 의지를 높일 수 있고(Dockett et al., 2017), 인터뷰 시 사진을 이용하여 대화를 유도하면 좀 더 구체적이고 풍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알파 세대인 연구참여자들은 그림, 이미지, 사진, 이모티콘 등 비언어적 요소를 활용하는 의사소통에 익숙하며, 자신의 경험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SNS에 올리고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어(Kim, 2024), 시각 자료를 활용한 연구 방법은 본 연구에 매우 적합할 수 있다.
2) 연구 절차
본 연구는 2024년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하였다. 연구 절차는 연구참여자 선정 및 사전 교육, 1차 자료 수집 및 분석, 2차 자료 수집 및 분석, 3차 자료 수집 및 분석과 최종 분석의 5단계 과정으로 진행하였다. 구체적인 연구 절차를 정리하면 Table 2와 같다.
디지털 의사소통과 친구관계에 관한 설문조사 문항은 총 10문항이다. 자신의 SNS 사용 현황과 계정 수, 공개 여부, 이용 시간, 이용 목적, 단체대화방 활용, SNS 활동 유형, 친구 수, 친구의 범위, 소통방식 등 디지털 의사소통 현황을 묻는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발적으로 희망한 연구참여자가 설문 용지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이 중 8인을 선정하여 연구 주제와 목적, 연구 방법과 절차, 연구 윤리를 설명하고 연구 참여를 희망하는 본인과 보호자의 동의서를 작성하였고, 설문 문항 내용을 포함하여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였다.
1차 자료 수집은 의사소통하는 친구의 범위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친구로 나누어 그림으로 표현하고, 관계의 범위를 자신만의 친구 유형으로 분류하여 경계를 설정하고 이를 글로 설명한 자료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였다. 이후 그림과 글로 수집된 총 16장의 1차 자료를 통해 온라인 친구와 오프라인 친구의 범위를 비교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2차 자료 수집에서 연구참여자는 매주 정해진 주제에 대해 1~2장의 사진을 찍거나 캡쳐한 후, 사진 제목과 설명을 달아 연구자에게 제출하도록 하였고, 총 3회차에 걸쳐 이루어졌다. 1회차 사진 주제는 온라인 친구와 오프라인 친구의 차이점에 관한 것이었고, 19장의 사진 자료가 수집되었다. 2회차 사진 주제는 친구들과 SNS상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고, 15장의 사진 자료가 수집되었다. 3회차에는 자신에게 SNS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사진 주제로 하여, 9장의 사진 자료를 수집하였다. 2차 자료에서 수집된 총 43장의 사진은 중학생의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친구관계에서의 경험과 인식으로 정리하고, 3차 자료 수집에서 활용되었다.
3차 자료 수집은 연구참여자가 2차 자료 수집에서 제출한 사진을 활용하여 PEI 그룹 인터뷰를 1시간~1시간 30분에 걸쳐 2회 진행하였다. PEI 개별인터뷰는 연구참여자별로 30분 이내로 하여 각 1회 이상 진행하였다. 녹음된 면담은 전사하고 텍스트 파일로 자료화하여 의미 단위별로 구조화한 후, 연구자 간의 반복 검토를 통해 분석을 진행하고 상호 점검하면서 최종적으로 모든 자료를 분석하였다. 이상의 자료 수집 과정과 절차는 연구자가 소속된 대학교의 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KNUE-202409-SB-0534-01)을 받아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
1. 중학생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친구관계 인식
청소년의 친구관계 그룹은 던바의 수(Dunbar, 2022)에 기초하여 설문지를 만들었고, 연구참여자들이 제출한 그림을 활용하여 개별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중학교 1학년의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주변 환경과 관계를 인식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관계망을 구분하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3~4개 정도로 관계를 분류하여 유형화하고, 그 유형을 잘 표현하는 적합한 이름을 명명하게 한 후, 각 유형에 해당한다고 인식하는 친구의 수를 제시하였다(Table 3). 던바의 수에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타인과의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는 150명 정도까지로 인지적 한계가 있다고 하였는데, 중학생 연구참여자들은 온라인상의 친구는 더 많은 수로 확장시키고 있었으나, 가장 가까운 친구는 5명 이내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한 친밀한 정도에 따라 친구의 범위를 유형화하는 데에 있어서도 가족 같은 사이에서 얼굴, 이름만 아는 정도로 유형화하는 것은 매우 유사하였다.
중학생 연구참여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친구관계에 대해 매우 유사하다고 보는 입장과 차이가 있다고 보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친구관계가 유사하다고 응답한 중학생들은(승우, 시영, 나윤, 유리)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 친구 간의 친밀도가 유사하다고 하였다. 연구참여자는 학교나 학원과 같은 오프라인에서 친구와의 교류가 온라인 관계망으로까지 확장되기 때문에 관계의 범위나 친밀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유사한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온라인 친구와 오프라인 친구는 숫자는 조금 다르고, 친한 건 비슷한 것 같아요.” (시영, 2차)
“저는 온라인 친구와 오프라인 친구가 같다고 생각해요. 대화하는 정도에 따라서. 온라인에서 자주 대화하는 친구, 오프라인에서는 자주 노는 친구가 친한 거고” (승우, 2차)
“가족 같은 친구는 비밀을 말할 수 있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 친구 같은 사이는 인사하거나 생일을 챙겨주고, 가끔 따로 불러서 노는 사이, 얼굴만 아는 사이는 얼굴과 이름 정도만 아는 사이에요.” (시영, 2차)
자신의 친구관계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누어 자신만의 친구 유형을 분류하여 명명하고 각 유형의 규모를 표현한 결과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친구관계의 유사성이 확인된다. 연구참여자(시영)는 자신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친구관계를 동일하게 ‘가족 같은 관계’, ‘친구 같은 사이’, ‘얼굴만 아는 사이’로 친구 범위를 유형화하였고, 가장 가까운 ‘가족 같은 관계’의 친구도 4명 정도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동일하였다(Figure 1). 디지털 의사소통으로 친구관계가 넓어졌다고 하면서도 학교, 학원이라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친구들 간의 교류가 특히 두드러지는 사회관계로 나타났다. 또한 조금이라도 연결고리가 있으면 바로 인스타 계정을 교환하며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지역에 상관없이 매우 개방적인 쉬운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형성, 유지하려는 관계가 어느 것으로든 연결되어 있는 친구들이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서 활발히 교류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대상자 중 준민, 민재, 채영, 소은 4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관계가 다르다고 응답하였다. 온라인 친구의 수가 오프라인 친구의 수보다 훨씬 많지만, 온라인 친구들은 얼굴이나 이름만 아는 사이가 많아 관계의 깊이가 얕고, 오프라인 친구들은 훨씬 깊은 관계를 갖는다고 하였다.
“온라인이 (친구 수가) 훨씬 많아요. 게임사이트 말고 카카오톡에서 게임 계정 단톡방 거기에요(친구가 많아요). 온라인은 (게임) 계정 거래 때문에 그냥 잠깐 만났다가 그냥 헤어지고 그래서, 친한 정도는 오프라인이 훨씬 더 친한 것 같아요.” (민재, 2차)
“저는 오프라인이랑 온라인이랑 친구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제가 온라인으로 대화를 별로 안 하거든요. 얘들 인스타 릴스 보는 정도. 그래서 오프라인이 더 친근해요. 친구 숫자는 저는 온라인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준민, 2차)
“‘저금통 같은 친구’는 비밀을 저장해 줄 수 있고 나중에 이것에 관해 이야기가 나올 때는 다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친구관계, ‘돈 같은 친구’는 나에게 정말 소중하고 항상 나를 감싸주는 친구, ‘좋은 친구’는 그냥 친구, ‘그림자 같은 친구’는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인터넷으로 만난 친구예요.” (민재, 2차)
연구참여자(민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친구관계를 ‘저금통 같은 친구’, ‘돈 같은 친구’, ‘좋은 친구’, ‘그림자 같은 친구’ 4가지 유형으로 관계를 표현하였다(Figure 2). 온라인에서의 그림자 같은 친구는 단톡방에 있는 최대 숫자로 14,110명까지 많은 수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실제 친한 친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동일하였고, 비밀을 공유하는 ‘저금통 같은 친구’로 인식하였다. 이와 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친구가 다르다고 인식한 연구참여자들은 실제 친밀함을 느끼는 관계는 오프라인상의 친구이고, 온라인상의 친구는 오프라인에 비해 친밀도가 낮다고 인식하였다.
중학생 연구참여자들의 친구관계는 오프라인 인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친한 친구 대상은 모두 동일하여 디지털 의사소통이 관계를 유지하고 지속하는 데 촉진제 역할이 되고 있었다.
2. 중학생의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친구관계에서의 경험
중학생들이친구관계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경험하는 것을 7가지 소셜미디어 기능 블록 프레임워크를 기준으로 분류하여 분석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구참여자들은 소셜미디어의 7가지 기능을 모두 사용하면서 친구관계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1) 공유를 통한 놀이문화 형성
소셜미디어의 7가지 기능 중 ‘공유’라는 기능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참여자 대부분은 2회차 사진 주제인 ‘친구들과 SNS상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에 대한 응답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대화창에서 공유하는 사진을 캡쳐하여 제출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콘텐츠를 교환, 배포, 수신하는 소셜미디어의 ‘공유’ 기능을 통해 친구 간의 대화를 촉진하고 관계를 구축하는 경험을 하였다. 오프라인 환경에서 대화하고 함께 활동하는 관계적인 측면이 공유 활동을 통해 확장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학생 연구참여자들은 Figure 3과 같이 온라인상에서 친구들끼리 오락적인 기능을 가진 동영상, 음악, 사진 외에도 쿠폰, 링크, 위치, 돈, 게임 계정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하였고, 이러한 공유 활동이 친구관계에서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유’라는 기능은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쌍방향 활동으로 친구관계의 친밀한 정도가 잘 반영되는 기능으로, 친밀한 친구관계일수록 다양한 콘텐츠를 활발하게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스위치를 끌 수 있는 관계
소셜미디어의 7가지 기능 블록 중 사용자가 접근 가능한지 알 수 있게 하는 ‘현재성’ 기능은 중학생들의 친구관계에서 맺고 끊음의 문제가 보다 수월해진다는 특징으로 나타났다. 현활(현재 활동 표시)은 이용 가능 또는 숨김과 같은 상태를 표현하는데 연구참여자들은 친구관계에서 이 기능을 실시간으로 즉각적인 상호작용하려는 상황을 원하는 경우와 반대로, 몰입하는 활동에 방해받지 않고 싶은 경우 선택적으로 활용하였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디지털매체인 인스타그램에서는 ‘현재성’의 기능을 통해 잠깐 관계를 끊었다가 연결하는 등 관계의 맺고 끊음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스위치를 온·오프 하는 것과 같이 간단하다. 즉, 소셜미디어의 기능 블록 중 ‘현재성’은 중학생들에게 친구관계의 시작과 종결이 맥락이나 과정이 생략된 채, 쌍방향적인 활동보다는 개인의 일 방향의 선택에 의해 한순간에도 단절이 가능할 수 있게 한다.
“저는 일단 (활동상태를) 안 보이게 해놓고 있어요. 뭔가 안 읽고 싶은 DM 같은 게 있을 때 제가 현활(현재 활동 중)이라고 뜨면 ‘얘 왜 날 읽씹(메시지를 읽고 답장하지 않는 것)하지’ 이렇게 생각하고 기분이 더 나빠지거나, 친구한테 자고 있다고 했는데 인스타 몰래 보고 있다가 들킬까 봐.”(소은, 3차)
소셜미디어의 ‘현재성’ 기능은 중학생 연구참여자가 온라인상에서 친구관계를 경험하는 데에 있어서 가족들을 배제하고 온전히 친구들과만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에도 기여한다.
“친한 친구하고는 (현재 활동상태를 어떻게 해놓든) 아무 상관 없어요. (하지만) 언니가 새벽에 몰폰(몰래 핸드폰 사용)할 때 제가 활동하는 걸 (언니가)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 활동 표시를 꺼놓고, 엄마는 (아예) 언팔해놨어요.” (시영, 3차)
“가끔 피시방 엄마 몰래 갔을 때 형을 살짝 차단하고 다음 날 다시 취소하고 그래요.” (승우, 3차))
3) 팔로워는 많게, 팔로잉은 적게
소셜미디어 기능 중 디지털 의사소통에서 자신을 포함한 다른 사람의 입지를 파악할 수 있는 ‘평판’에 있어서 연구참여자들은 이러한 평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팔로워 수가 많아지는 것을 선호했다. 동시에 팔로잉 수는 적게 유지하고자 했는데, 맞팔 후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음으로써 팔로워 수를 늘려 선택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친구관계에서 유리한 모습으로 조작하는 전략적인 행동을 통해 인기 있는 사람으로서의 평판을 얻고자 하였다. SNS 디지털 의사소통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학생으로 한정한 이 연구의 연구참여자들도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팔로워 수가 팔로잉 수보다 많았다(Table 1 참조).
“얘들 일부러 팔로우 많이 해놓고 취소하기도 해요.” (준민, 3차)
“내가 아는 친구가 나를 팔로우 취소하면 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였을지 불안하기도 해요.” (채영, 3차)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게 얘들 사이에서 자부심 같은 게 있거든요. 그래서 팔로워가 많고 팔로잉이 적게 해요.” (소은, 3차)
또한 하트 수, 공유수가 많은 재미있는 게시물을 올리는 친구들은 인기 있는 사람으로 지칭하며, 연구참여자들은 사람뿐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평판으로도 친구관계에서의 선호도를 구분하며 디지털 의사소통에 의한 피드백이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공유수가 많은 사람은 보통 웃긴 사람이고, 게시물 댓글에 조금 욕이 있거나 하면 별로인 사람이에요.” (시영, 3차)
4) 좋으면 바로 맞팔, 싫으면 바로 언팔
소셜미디어 7가지 기능 중 ’대화’와 ‘관계망’ 블록은 중학생 연구참여자의 친구관계에서 의사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관계의 범위가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연구참여자들은 친구관계에서 오프라인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쉽고 빠른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예 안 친할 때는 말도 안 섞고 인사만 하는데 이게 좀 친해졌다하면 그냥 바로 선DM(선제적 다이렉트 메시지)이나 맞팔해요.” (승우, 3차)
“먼저 친해지려면 인스타 맞팔을 해요. 처음에 학교에서 보고, 학교 끝나면 무조건 맞팔을 하거든요. 근데 그날 저녁에 그 애가 (맞팔을) 안 받아준다 그러면 저랑 친해질 생각이 없는 거예요. 오프라인에서는 안 친하고 온라인에서만 친한 친구는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소은, 3차)
관계의 친밀도가 높을수록 대화 양이 많아지고 디엠에서 전화로, 스토리 반응으로 다양한 대화 기능을 사용하였다. 기능적으로는 대화할 때 기분 나쁜 단어, 문자, 방식들을 언급하며, 온라인상에서만 발생하는 대화 매체상에서의 한계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으로) o 하나는 너무너무 성의 없어 보여요. o o부터는 괜찮아요. 그리고 읽씹, 안읽씹(메시지를 읽지 않고 답장도 안하는 것)은 제일 기분 나빠요.” (나윤, 3차)
“온라인은 그냥 귀찮아서 짧게 대답해요. 줄임말 많이 사용하고” (준민, 3차)
또한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으로 오프라인에서 간식을 나눠 먹는 표현이 온라인에서는 공유량이 증가하고 대화하면서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친할 때는 스토리나 게시물 올리면 하트 누르고 거기에 답장해요. 읽었으면 공감을 눌러줘야 하고” (나윤, 3차)
“엄청 DM을 많이 하다가 다음에는 계속 인스타로 전화하고 4시간을 채우고 끊어서 스토리에 올리자 이렇게 해요.” (소은, 3차)
친구관계를 끊음에 있어서 일시적인 차단을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완전한 종결로 팔로우를 끊고 관계를 쉽게 종결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관계가 상대에 의해 일방적으로 종결되었을 때는 내가 상대보다 먼저 관계를 끝내고 싶다는 표현에서 친구관계에서 갈등 상황의 맥락이나 갈등 해결과 관계 개선을 위한 과정의 건너뜀 현상이 관계 방식에서도 보여지고 있었다.
“제가 오프에서 엄청 싫어하는 얘라서 그냥 아예 차단했어요.” (유리, 3차)
“싫으면 그냥 인스타 언팔(언팔로우)해요.” (나윤, 3차)
“언팔 당하면 내가 먼저 할 걸 그런 느낌 있어요. 친한 친구가 언팔해서 그냥 저도 화나서 팔취(팔로우 취소)했어요. 저는 말하기 싫으면 살짝 무시하거나 차단해요.” (승우, 3차)
5) 위험하지 않게, 누가 볼지는 내가 결정
소셜미디어의 7가지 기능 블록 중에서 ‘개인정보’의 공개 정도와 ‘그룹 형성’은 중학생 연구참여자의 친구관계 경험에 있어서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연구참여자들은 모두 SNS 계정을 2개 이상 가지고 있으며, 계정의 ‘개인정보’ 공개의 범위를 상황에 따라, 관계의 대상에 따라, 다르게 설정하였다.
“저는 계정 다 공개인데 최근에 (일부 계정은) 비공개로 바꿨어요. (일부 계정은) 팔로우하면 다 보이게 해놓고, (게시물은 지정공개해서) 엄마는 그 스토리 못 보게 차단해 놓았어요.” (준민, 3차)
“특정 사람만 설정해서 내 게시물을 공유하고, 특정 사람만 볼 수 있게 비공개하는 게 친목이 명확하고 안심할 수 있어요.” (채영, 3차)
“저는 아예 공개를 해놔요. 친한 정도에 따라 구분하는 건 없어요. (완전) 공개해 두고 (팔로우는) 제가 받을 건 받고 걸을 건 걸으면 돼요.” (시영, 3차)
본인의 계정을 비공개 설정하는 경우는 없었고, 개인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예방적인 비공개를 설정하였다. 그러나 타인의 비공개 계정은 오프라인 인맥을 바탕으로 하는 온라인 관계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나, 모르는 사람이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경우 비공개 계정에 대한 경계심, 불쾌감을 표현하였다.
“모르는 사람인데 비공개 계정은 위험해 보일 것 같아요.” (시영, 3차)
“(제 계정은)그냥 아예 다 공개였는데 어떤 아저씨들이 와서 하트를 누르더라고요. 그게 약간 불쾌해서 (이제는) 팔로워한테만 공개해요.” (소은, 3차)
또한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대화 매체의 딥페이크(Deepfake) 영상과 관련하여 SNS 기능의 두려움을 표현하며, 자신의 계정에서 ‘개인정보’ 공개의 범위를 상황에 따라 관리하였다. 자신의 계정을 여러 번 해킹하고자 시도한 사진을 제시하며 불안함을 말하기도 하였다(Figure 4).
‘그룹 형성’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하위그룹을 만들기도 하고, 많은 그룹에 속해있었다. ‘그룹 형성’ 기능은 친구관계에서 친밀감의 표시라기보다는 목적을 가지고 수단으로써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는 제가 만든 단톡방이 정말 많아요. 우리 반 친구들, 수련회 연습하려고 만들고, 수다방 만들고.” (승우, 3차)
“게임하려고 그냥 하는 사람들끼리 만들었어요.” (민재, 3차)
“얘들이랑 같이 워터파크 갈 때 얘기할 단톡 만들었었고.” (소은, 3차)
‘개인정보’와 ‘그룹 형성’ 블록에서 보면, 중학생들은 이미 스스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비공개 계정을 안전과 연결하여 선택적으로 공개 범위를 설정하고 비밀 그룹화하고 있었다.
6) 없으면 안되는, 없으면 허전한
연구참여자들은 Figure 5와 같이 ‘나에게 디지털 의사소통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에 관한 3회차 사진 주제에서 자신만의 디지털 의사소통의 의미를 탐색하며 직접 찍은 사진과 설명을 제출하였다. 물, 립밤, 게임, 축구 등의 사진을 제시하면서 디지털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늘 일상에서 존재하는, 없으면 안 되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과 좋아하는 놀이와 유사하게 표현하였다.
또한 Figure 6과 같이 SNS의 의미를 구름, 스티커, 놀이터 등의 사진으로 제출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SNS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인지하고 경험하고 있지만, 늘 있는 구름처럼, 친구들과 노는 놀이터처럼, 잘 떼어지지 않는 스티커처럼, 친구관계에서 계속해서 존재해야 하는 꼭 필요한 대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교사, 부모는 친구관계에서 소외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폭력 등을 우려하여 디지털 의사소통 자체를 규제, 제한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참여자들은 보호자의 관리 안에서 친구들 간의 SNS 제한 설정이 익숙하였지만, 친구관계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을 스스로 제한하지는 않았고, 이러한 제한 방법이 미봉책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내년에는 다 페이스북으로 넘어갈 것 같아요. 인스타에서 청소년들 계정이랑 시간 제한한다고 해서. 근데 친구들 많이 하는 걸로 어차피 다 (SNS)하니까….”(준민, 3차)
“선생님이 단톡방 못 만들게 했는데 우리 반 인스타 단톡방 3월에 제가 만들었어요. 근데 다 초대가 되지는 않아요.” (승우, 3차)
교사와 부모의 SNS 제한 의도와는 달리 또 다른 방법으로 계속해서 SNS 이용 상태를 유지하며 친구관계에서의 긍정적인 경험을 표현하였다.
“저는 인스타 금지하면 (어른들을) 차단하고 계속해요. 아예 못하게 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스타를 보는 게 뉴스도 재밌어서 보지만 사실 릴스나 쇼츠는 유튜브로 더 많이 보거든요. 애들이 스토리 올리는 거나 게시물 올리는 거 보려고 인스타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만약에 셀카(셀프카메라) 올렸는데 잘 나왔으면 (하트) 누르고 또 스토리 재밌으면 누르고. 친구들 사이에서 소통도 하고 같이 메시지를 하면서 더욱 친해지니까 꼭 필요해요” (소은, 3차)
“SNS 안 하면 불편할 것 같아요. 저는 친구들이랑 대화하면서 스트레스 같은 게 풀어지는 면도 있어서….”(승우, 3차)
중학생들은 자신들의 일상에서 SNS의 순기능을 표현하면서 친구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SNS가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어른들은 SNS를 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말하지만, 나쁜 것은 아니에요. 요즘 청소년들은 SNS를 하면서 지식을 얻기도 하고, 돈도 벌고, 공부도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해요.” (민재, 3차)
“SNS는 사회성도 기르고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유리, 3차)
결론 및 제언
이 연구는 알파 세대 중학생의 디지털 의사소통에 대한 인식과 친구관계에서의 경험을 탐색해 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중학교 1학년 남녀학생 8명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학생들이 작성하고 제출한 그림과 설문지, 사진들을 활용한 사진유도면담을 통해 청소년들의 디지털 의사소통과 친구관계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분석하였다.
중학생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친구관계에 대한 인식은 친밀도에 따라 관계를 3~4개 범위로 분류하고 유형화하였다. 디지털 의사소통에 따라 친구의 숫자는 증가하더라도 가장 절친한 친구관계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5명 이하로 표현하여 기존의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Adams, 2012; Dunbar, 2022; Lee, 2016).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관계가 같다 또는 다르다고 인식하는 학생들이 각각 4명씩 나타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친구관계가 같다고 표현한 연구참여자들은 오프라인에서의 친구들 간의 교류를 기반으로 온라인 관계망이 형성되어 관계에 대한 대상, 친밀도의 경우가 모두 유사하다고 하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친구관계가 다르다고 표현한 연구참여자들은 온라인 친구의 양적 숫자는 오프라인 친구보다 훨씬 많으나 관계의 깊이가 얕고, 대면하는 관계가 훨씬 깊다고 하였다. 결과적으로 중학생의 친구관계는 오프라인 관계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친한 친구 대상은 모두 동일하였고, 가장 친밀한 친구관계는 오프라인 관계의 연장선이 되어 디지털 의사소통이 친구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이전의 연구에서 10대 그룹에서 SNS를 통해 사회관계가 넓어졌지만, 기존의 오프라인 관계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친구 간 교류가 두드러진다는 점과 청소년이 SNS를 활용하면서 온라인 관계에 대한 친밀감 인식이 더 강화되고 관계가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Cho & Han, 2013; Kim et al., 2015). 청소년에게 있어서 디지털 의사소통은 친구들과 함께 놀이가 이루어지는 장(場)이 되고, 디지털 의사소통이 관계를 유지하고 지속하는 촉진제 역할과 청소년 시기의 관계형성능력 발달의 매개체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중학생들은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친구관계에서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경험을 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었다. ‘개인정보’, ‘대화’, ‘공유’, ‘현재성’, ‘관계’, ‘평판’, ‘그룹 형성’의 소셜미디어 7가지 기능 블록 프레임워크를 통해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경험을 살펴본 결과 ‘개인정보’는 상황에 따라, 관계의 대상에 따라 신원을 공개하는 정도를 바꾸고 비공개 계정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관계의 대상에 따라 프로필 구성의 공개 정도를 다르게 설정하는 것은 이전 연구에서 SNS 공개 설정으로 부모, 교사에게서 사생활의 경계를 만들거나, 친구들과 약간의 공통점을 느끼는 수준에서는 적극적으로 공개 설정을 변경하는 연구 결과와 유사하였다(Boyd, 2014; Cho & Han, 2013). ‘대화’ 기능에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에서 의사소통 방법의 차이점을 말하며 오프라인과 달리 디지털 의사소통에서만 허용되는 소통방식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공유’는 오락적인 기능을 가진 동영상, 음악, 사진 외에도 쿠폰, 링크, 위치, 돈, 계정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하였다. ‘현재성’의 기능은 다른 사람이 현재 접근이 가능한지를 나타내는 기능으로, 부모, 형, 언니 등 가족에게는 비공개하는 모습을 보였고, 친구관계에서 부모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은 부분에서 선택적인 공개 설정을 보이기도 하였다. ‘관계망’은 오프라인의 관계가 기반이 되어 온라인에서 관계로 더욱 발전되는 모습을 보였고, 차단, 무시, 언팔과 같은 관계 종결은 오프라인과 다르게 간헐적으로,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평판’ 기능은 친구들에게 보여지는 인기 있는 측면에서 팔로워 수, 하트 수, 공유 수를 관심 있게 표현하였다. ‘그룹 형성’의 기능은 그룹의 크기보다는 자신의 목적에 의해 하위그룹을 자유롭게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모두가 접근이 가능한 개방적 그룹부터 비밀 그룹까지 자신의 목적에 의해 형성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중학생은 친구들과 디지털 의사소통에서 7가지 기능을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나타났고, 이 중 ‘공유’, ‘현재성’, ‘평판’ 등의 기능에서 알파 세대만의 소통방식, 관계 형성 방식이 나타나 기성세대가 디지털 의사소통에서 청소년의 관점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친구관계의 경험에 관하여 일상과 놀이로 표현한 연구 결과는 중학생들에게 SNS는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지속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발달 과정에서 친구들과의 놀이는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지만, 온라인에서의 놀이는 오프라인의 놀이와는 다를 수 있다. Haidt(2024)는 스마트폰 기반과 현실 세계 놀이 기반 발달은 다르고 오히려 SNS가 청소년기의 중요한 경험을 차단한다고 말한다. 사회성 발달을 위해 놀이 과정에서 미소와 악수 등의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관계 회복 기술을 발달시키나, 온라인 세계에서의 놀이는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과 갈등 해결, 의견 조율 등의 경험 부족으로 오히려 사회성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학생들이 SNS를 자신들의 목소리로 표현한 ‘놀이’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돌보고 갈등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안전한 관계 맺기를 통해 건강한 발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중학생들의 디지털 의사소통에 관한 접근이 요구된다.
중학생들은 소셜미디어 7가지 기능 중 ‘개인정보’, ‘현재성’ 등의 기능을 가족, 어른들을 차단하며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연구 결과에서 SNS가 가족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하는 기회 마련에 있어서 부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SNS가 청소년의 미시체계 간의 상호작용을 막는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청소년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의 선택에 의해 부모의 모니터링이 부재하기 쉬운 온라인 환경에서 가족관계와 친구관계의 미시체계들이 함께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디지털 의사소통 사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중등학교에서는 2022 고등학교 기술·가정 교육과정의 가정 영역 중 디지털 시대의 관계 형성의 내용 요소를 추가하여 디지털 공간까지 확장된 관계에서 건강한 관계 맺기와 디지털상에서의 관계 맺기에서의 존중과 보호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청소년기는 긴 사회화 기간으로 친구관계에서 많은 것을 학습하게 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관계교육에서 중요한 점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의 생각, 행동에 대하여 수용하고, 이해하는 정도를 학습하는 것일 것이다.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관계는 즉각적으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면서 소통의 양은 증가시키지만, 관계 맺음과 단절의 쉬움, 갈등 해결의 건너뜀 등이 친구관계에서 행동양식으로 학습되기도 한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해 친구관계에서 학습된 부정적 행동양식이 다른 미시체계의 관계에도 전이되지 않도록 타인과의 쌍방향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수용, 이해, 배려와 관련된 가치를 중심으로 관계교육 내용 선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중학생의 디지털 의사소통과 친구관계에서의 경험과 인식을 다양한 질적 자료를 통해 분석함으로써 디지털 의사소통이 일상인 청소년의 관계 형성 방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중학생들의 자아와 친구관계 발달을 지원할 수 있는 관계교육의 내용 체계 구성에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여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알파 세대의 시작인 중학교 1학년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제한점이 존재하므로, 추후 아동기 후반의 초등학생과 청소년기 중후반에 해당하는 고등학생까지 연령대를 다양화하여 디지털 의사소통을 통한 친구 관계에서의 경험을 연계하여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모의 관리와 제제하에 이루어지는 초기 청소년의 온라인 친구관계 특성상 지역적 특색이 존재하므로, 다양한 사례연구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관계 형성 방식이 오프라인이나 다른 영역의 관계에서도 긍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청소년 스스로 다양한 관계 경험 속에서 사회적 관계 전략을 탐색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의사소통에 관한 관계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추후 연구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