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understand the daily lives of adolescent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nd to provide educational implications for enhancing the competencies of adolescents living in rapidly-changing environments. To this end, the photovoice method, consisting of orientation, documentation, discussion, and analysis, was employed to study nine adolescent participants, who were interested in sharing aspects of their daily lives. The results yielded four themes and nine sub-themes. The first theme is “home life”, which is composed of two sub-themes: most comfortable to be alone and EA (eating alone) for lunch. The second theme is “leisure life”, which consists of two sub-themes: the virtual world of playing with friends and exercise is the only way out to breathe. The third theme is “school life”, which consists of three sub-themes: time for inner exploration and reflection, cracks in daily life due to excessive autonomy, and pros and cons of virtual classes. The fourth theme is “the voice of adolescents”, which consists of two sub-themes: requiring adults to set a golden example and anxious voices due to an uncertain future. This photovoice method of study is meaningful in that it explores the daily lives of adolescent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nd provides valuable educational implications.
서론2020년 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파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모든 사람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초래하였다. 특히 청소년들은 사상 초유의 초·중·고등학교의 개학 연기와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인해 일상에서 큰 변화를 경험해야 했다. 여성가족부가 만 9~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생활 영역’이 가장 부정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고(48.4%), 2017년 조사에 비해 부모님과 함께 한 활동이 모든 영역에서 증가했음이 드러났다(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 2021).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청소년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다방면의 변화를 경험하였는데, 청소년을 둘러싼 가장 일차적인 환경에서의 큰 변화는 성인기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Bronfenbrenner, 1979; Jung, 2015)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자아정체감 형성과 전인적 성장을 도모할 청소년 시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므로, 청소년의 관점에서 코로나 시대를 겪고 있는 그들의 일상생활을 바라볼 필요성이 제기된다(Kang & Choi, 2021).
일상생활은 모든 사람들이 ‘거기에 있는 것(out there)’으로 당연히 여기는(take for granted) 경험적 세계를 일컬으며, 과거에 지나쳤고 현재에 존재하며 미래에 살게 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세계이다(Boss & Doherty, 2003). 일상생활은 누구나 영위하는 것으로서 진부하고 자명한 속성이 있어 특별히 과학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치부되어왔다(Kim, 1995). 그러나 일상생활의 현실이야말로 사회적 실재를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Schutz, 1967). 일상생활은 그저 습관이거나 개인적으로만 누리는 생활이 아니라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제도와 신념, 가치 등이 반영된 것이므로 사회를 유지하고 존속시켜주는 기능도 한다(Park & Daily life research association, 2008). 사회 구조가 만들어 놓은 거기 있는 것(out there) 전체와 그 사회에 속한 개인의 변증법적인 관계를 통해 일상생활이 구현되는 것이므로 일상생활을 학술적으로 조망할 필요가 있다(Lee & Kim, 1997).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예상하지 못한 외부환경의 변화로 인해 일상생활의 재조정과 적응이 불가피한 현시점에서 일상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가장 본질적인 사회적 실재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청소년의 일상생활과 관련한 선행연구로는 경험표집법(ESM, Experience Sampling Method)이나 시간일지법(Time Diary)을 이용하여 청소년들이 평소에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며 어떠한 정서를 느끼는지에 대한 일상연구가 이루어져 왔다(Choi et al., 2003; Lee, 2009b, 2010; Lee et al., 2012; Lee & Chung, 2020; Lee & Lee, 2015). 이러한 방법은 일상생활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지만, 비용적 부담과 연구참여자가 매시간 응답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연구참여자가 청소년일 경우 이러한 부담은 연구 수행에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청소년의 관점에서 그려진 일상에 대한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 포토보이스 연구방법은 연구주제에 대한 연구참여자의 생각과 감정이 잘 담기도록 일상의 장면을 연구참여자가 직접 촬영하고, 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연구방법이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청소년의 관점에서 일상생활의 인식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파악하는 데에 유용하다.
본 연구의 목적은 코로나 시대 청소년의 일상생활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상의 연구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정한 구체적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 시대에 다양한 생활환경에서 청소년이 경험한 일상은 어떠한가?
둘째, 코로나 시대에 청소년들은 사회를 향해 어떠한 목소리를 내는가?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고찰
1. 일상생활일상생활은 그 개념이 비명시적이고 복합적인 의미로 사용된다는 되고 있음을 지적한 Elias (1978)는 일상이라는 개념이 하나의 통일된 이론적 틀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배적인 이론적 기획들에 대한 반기를 들고 형성된 것이라고 하였다(Kang, 1998). 일상생활은 학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큰 관심을 받아 온 영역이 아니다. 일상생활의 특성에는 사소함과 진부함이 내재되어 있고, 일상생활이 주로 사적인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다(Yoon, 1996). 그러나 일상생활을 통해 습관화된 인간의 활동은 사회문화적 제도와 신념 및 가치 등이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므로 오히려 한 개인의 생활에 사회적 모습이 가장 잘 반영된 측면이 있다(Kim, 2003). 즉, 일상생활은 사회의 각 수준을 잘 반영하고 있는 축소판과 같아서 일상생활을 통해 사회 전체의 구조까지 확대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이점이 있다(Yoon, 1996). 따라서 사소하고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매일의 활동에 주목하여 청소년의 일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청소년의 삶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다.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 증대는 근대의 성립과 함께 이루어졌다. 계몽주의가 등장하고 근대 시민 사회가 성립되면서 대중의 일상생활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자본주의 산업화의 초기 단계였던 당시 서구 사회에서 대중이라 일컬어진 평범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이 학문적 대상으로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다. 단지 무산대중이 궁핍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원인에 대한 도덕적이고 실천적인 관심이 존재했을 뿐이었고, 평범한 대중의 일상생활에 대한 담론은 주요한 논의 대상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하였다(Kang, 1998). 일상생활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학문의 연구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반부터로 그 배경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20세기 전반에 세계대전과 전체주의 체제로 인해 일상생활이 총체적으로 파괴된 것에서 기인한다. Husserl은 그동안 서구의 합리주의를 지적하며 일상적 생활세계에 대한 철저한 재인식을 강조하였고, 일상생활세계야 말로 모든 논리와 모든 학문의 의미 토대이므로 일상생활 문제가 학문적 토론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고 지적하였다(Kang, 1998). 이러한 훗설의 생활세계 철학은 사회학자 Schutz에 의해 계승되어 일상생활에 관한 연구가 발전하였다. 일상생활 연구가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대두된 배경의 다른 하나는 서구 산업사회의 발달로 인해 노동시간의 감소, 소비능력의 향상, 대중 매체의 발달 등의 사회문화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Kang, 1998). Lefebvre는 산업사회의 이러한 변화에 큰 관심을 나타냈고,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삶에 집중한 마르크스주의적 전통이론에 의거하여 일상생활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두어 일상생활 문제에 접근했다(Kim, 2006).
현대사회에서 일상생활은 진부하거나 의미 없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고 오히려 중요한 동향으로서 그 위상이 높아졌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삶과 경험을 연관시키며 친숙하고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Lee, 2019). 그러므로 일상생활은 현대 삶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거창하고 무거운 주제를 지닌 역사보다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맞닿은 일상이나 생활과 관련된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쟁점을 다루고 있는 경향이 있다(Park & Daily life research association, 2008).
우리나라에서도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이 환경, 주택, 소비, 인권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증가해왔으며(Kim, 1995),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들이 이론적 논의(Kim, 2001; Lee & Kim, 1997; Park, 1999; Sul, 1998)에만 머물었던 것에서 최근에는 개인과 가족의 일상생활 실태를 보고(Chang & Han, 2011; Kim, 2003; Kwon & Ju, 2016; Sung et al., 2020)하거나 삶의 질을 계량적으로 측정한 연구(Chang & Han, 2015; Lee, 2010; Lee & Chung, 2020) 및 일상의 경험을 실증적으로 탐구한 연구(Choi et al., 2020; Kang & Choi, 2021; Lee & Choi, 2021; Lee & Kim, 2016)에까지 나아갔다. 가정학에서는 일상생활을 주제로 한 연구의 중요성(Kim, 2006; Yang, 2006)을 제시하며 가정학내 일상생활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이루어진 바가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이루어진 만큼 뉴노멀을 찾아가기 위한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2. 청소년의 일상생활 관련 선행연구국내에서 청소년의 일상생활 연구는 학교생활 분야(Shin & Son, 2016; Kim & Kim, 2013), 여가생활 관련 분야(Bai & Lee, 2016; Lee & Ahn, 2010), 정서 관련 분야(Park et al., 2012; Song & Jo, 2018)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청소년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연구 중에서 실제 생활 경험 분석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Lee (2010), Lee와 Lee (2015), Lee와 Chung (2020)의 3편의 연구가 있다.
먼저 청소년의 일상생활에서 자발적 혼자시간의 사용을 탐색한 Lee(2010)의 연구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연구대상자로 경험표집법을 사용하여 주중 2일과 주말 2일을 포함한 총 4일의 일상생활에서 하루 중 본인이 원하여 혼자서 시간을 얼마나 보내는지, 자발적 혼자시간을 언제, 어디에서 가지며, 자발적 혼자시간에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와 자발적 혼자시간과 가족 및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비교하는 내용을 알아보았다. 연구결과를 통해 초기 청소년들은 자발적 혼자시간에 학업에 열중하거나 적극적 여가활동을 영위하기보다는 하루 일과를 유지하기 위한 준비와 기본적 휴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일상생활시간 사용 패턴을 분석한 Lee와 Lee (2015)의 연구는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의 중1 패널 4차년도 자료를 활용하여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등교일과 비등교일의 일상생활 시간 사용 실태를 비교하고, 연구대상자들의 생활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학적 요인과 부모양육태도를 제시하였다. 청소년의 일상생활은 생활유지활동, 학업활동, 여가활동으로 구성된다는(Lee, 2002, 2009a, 2009b, 2012a, 2012b) 선행연구의 분류기준을 바탕으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소년의 성별과 환경적 특성에 따라 차이가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또한, 청소년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고등학생이라 할지라도 일상생활의 균형 잡힌 시간 사용을 도모하려면 특히 부모의 관리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청소년의 일상생활과 행복 간의 관계성을 살펴본 Lee와 Chung (2020)의 연구는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시간일지법을 실시하여 청소년의 방과 후 생활시간 활동패턴을 유형화하고, 방과 후 생활패턴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과 빈곤여부에 따른 차이를 알아보았다. 그 결과 청소년의 방과 후 생활시간 활동패턴은 5가지로 유형화하였고, 방과 후 일상에서 생활패턴 유형은 빈곤과 비빈곤 청소년에게서 행복감 양상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청소년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각자가 느끼는 결핍을 파악하고, 개별적으로 개선사항을 지원해주어야 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3. 포토보이스 연구포토보이스(photovoice research)는 연구참여자가 연구주제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과 감정 및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직접 촬영하고, 이 사진을 매개로 연구자를 비롯한 타인에게 의견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연구주제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질적 연구방법이다(Kang & Choi, 2021; Latz, 2018; Wang & Burris, 1997).
포토보이스 연구의 특징은 세 가지이다. 첫째, 참여자 주도형 연구방법(PAR, participatory action research)이라는 점이다. 연구참여자는 자신이 속한 환경과 맥락에서 발생한 연구주제에 대하여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사진으로 표현한다(Wang, 1999). 포토보이스를 통해 얻어진 이 사진들은 포토보이스 연구주제와 깊이 관련되는 정책결정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포토보이스의 마무리로서 연구결과를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유하는 전시단계를 거친다. 둘째, 실천 연구의 성격을 갖는다. 포토보이스 연구는 사회 내 문제를 담고 있는 연구주제를 해결하고 개선하여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다(Latz, 2018; Latz et al., 2016; Wilson et al., 2007). 셋째, 포토보이스 연구는 사진과 언어가 결합된 개념예술(conceptual art)이다. Wang (1999)은 연구참여자가 직접 찍은 사진 속에 담긴 메시지의 의미가 명백하게 겉으로 표출될 수도 있고, 혹은 감추어져 있기도 하다고 주장한다(Lim et al., 2017). 따라서 연구자와 연구참여자 모두가 사진에 대해 지속적인 토론을 하며(Yoo, 2015), 사진에 담긴 이미지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메시지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Kang & Choi, 2021). 종합하면, 포토보이스를 통한 사진은 참여자만의 고유한 경험을 담고 있지만, 이 사진에 언어적 의미가 부여될 때 참여자의 경험은 다른 사람과 사회에 가치 있는 의미로 다가가서 정책 개선 및 사회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Kang & Choi, 2021) 청소년들의 일상생활을 탐색하는 데에 있어서 유용한 연구방법이다. 기존의 일상생활 연구에서는 주로 시간일지법이나 경험표집법을 사용하였는데, 포토보이스 연구방법은 연구참여자가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일상 속의 경험을 직접 포착하고 표현하게 하므로, 연구참여자가 표현한 일상생활의 모습에 명시적으로 혹은 암시적으로 담겨있는 생각과 가정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방법1. 연구참여자본 연구의 연구참여자는 코로나 시대 청소년의 일상생활이라는 연구주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하므로 정체성과 대표성이 뚜렷한 집단으로 추출하기 위해 의도적 표집(purposive sampling)을 실시하였다(Latz, 2018). 연구참여자는 교사인 연구자가 이 연구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학생들에게 본 연구의 목적과 취지 및 연구방법 등을 설명하고 본인 및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선정하거나, 주변 교사에게 연구주제에 적합한 참여자 모집을 협조요청하여 선정하였다. 특히 포토보이스 연구방법은 참여자주도형 연구의 특징을 가지므로, 자신의 일상생활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에 많은 관심과 흥미가 있고 연구참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청소년 총 9명을 선정하였다. 또한 포토보이스 연구는 연구참여자 간의 토론이 중요하므로 급간과 성별을 고려하여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3명으로 구성된 두 팀과 충청남도 소재 중학교 2학년 여학생 3명으로 구성된 한 팀, 총 3팀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되었다.
2. 자료수집 및 연구절차본 연구를 위한 연구자료는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수집되었고, 세 명씩 구성된 세 개의 팀에 각각 연구가 진행되었다. 팀별 포토보이스 연구는 총 8일에 걸쳐 실시되었는데, 첫날은 오리엔테이션, 다음날부터 6일 동안은 포토보이스와 개별 면담, 그리고 마지막 날은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참여자들로부터 포토보이스를 통해 수집한 원자료는 사진 및 개별 면담과 토론의 전사본이다. 연구참여자는 각자의 휴대폰 카메라로 연구주제에 관한 2∼3장의 사진을 매일 촬영한 후 연구자와 사진 파일을 공유하고, 이 사진들을 바탕으로 매일 약 15∼20분 정도 ZOOM으로 개별 면담했다. 또한, 각 팀의 포토보이스 실행에서 마지막 날에는 연구참여자 전체와 연구자가 ZOOM을 통해 토론하였다. 연구기간 동안 개별 면담과 토론의 모든 내용은 전사되어 본 연구의 원자료로 활용되었다.
포토보이스 연구 설계와 세부 절차는 오리엔테이션, 기록, 토론, 분석의 4단계로 진행되었다. 오리엔테이션 단계에서 연구자는 연구참여에 동의한 연구참여자에게 연구주제 및 포토보이스 연구방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을 ZOOM으로 실시하였다. 구체적인 교육 내용으로 포토보이스의 개요, 연구 소개 및 연구목적과 진행방법 설명, 연구참여자 본인과 법적대리인의 동의서, 연구참여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 및 앞으로의 일정, 윤리교육과 안전교육 등을 안내하였다. 포토보이스는 사진촬영을 수반하기에 연구윤리교육이 특히 중요하다. 인물 혹은 타인의 소유물이나 관리물을 촬영할 필요가 있을 때는 사진 촬영의 목적과 상대방의 권리를 충분히 설명한 후 동의서에 서명받을 것을 안내하였다. 또한, 연구참여자가 사진 촬영하는 과정에서 외출, 이동, 방문 등을 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특별히 안전교육을 강조하였다.
기록 단계에서 연구참여자에게 매일 새로운 사진 촬영 주제가 안내되었다. 사진 촬영 주제는 관계, 시간 관리, 공간 사용, 학습, 식생활 등을 포함하며,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코로나 시대 청소년의 일상생활을 잘 나타내어 줄 수 있도록 요일별로 다르게 구성되었다. 구체적으로 월요일에는 ‘나의 여가(힐링) 활동은?’, 화요일에는 ‘나의 하루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하는 활동은? 그때의 기분은?’, 수요일에는 ‘집이나 학교에서 편안한 혹은 불편한 공간은?’, 목요일에는 ‘비대면 수업은 나에게 ____이다’, 금요일에는 ‘최근 6개월 나의 전형적 점심식사는?’, 토요일에는 ‘코로나 시대에 어른에게 요청하고 싶은 것은?’ 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연구참여자는 날마다 주어진 주제에 맞게 직접 2~3개의 사진을 찍고 연구자에게 촬영한 사진을 메시지를 통해 공유하여 총 82장의 원자료 사진을 수집하였다. 또한 연구자와 연구참여자는 매일 ZOOM을 통해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은 의미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개별 면담을 하였다. 이때 연구자는 연구참여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의 맥락과 주제를 있는 그대로 설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므로(Yi et al., 2012), 개별 면담에서 연구참여자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였다. 연구자가 연구참여자의 응답을 분석할 때에 이해되지 않거나 추가적인 질문이 필요한 경우에 연구참여자에게 추가적으로 개별 면담을 요청하였다. 또한, 연구참여자 역시 연구주제에 대해 요일을 가리지 않고 응답하고 싶은 답변이 생각나면 언제든 연구자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음을 안내하였다. 개별 면담의 전 과정은 연구참여자의 동의를 얻은 후 녹취하였고, 개별 면담 종료 후 전사하였다.
토론 단계에서는 각 팀의 포토보이스 연구 마지막 날 ZOOM에서 연구자와 연구참여자들이 연구기간 동안 수집된 모든 사진 자료를 공유하며, 토론 주제에 관해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었다. 토론 주제는 두 개로, 하나는 토요일 사진 촬영 주제였던 ‘코로나 시대에 어른들에게 요청하고 싶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가 나에게 남긴 것’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구참여자 자신들이 직접 촬영했던 사진 중에서 가장 적절한 사진을 2∼3장 골라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 등을 나누는 것이다. 토론의 질문은 포토보이스 연구방법론에서 토론에서 활용하는 SHOWeD 질문을 사용하였다(Wang & Pies, 2004). 구체적으로 사진에서 보이는 것(See), 사진 속의 상황(Happening), 그 상황과 연구참여자들의 삶과의 관련성(Our lives),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Why exist), 그에 대해 연구참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Do)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하였다. 토론 내용은 이전 단계와 마찬가지로 연구참여자의 동의를 얻은 후 녹취와 전사를 실시하였다.
분석 단계에서는 사진과 개별면담 및 토론의 총 104장 분량의 전사자료에 대해 6단계의 주제분석법(Thematic Analysis)에 따라(Braun & Clarke, 2006) 분석을 실시하였다. 1단계 자료와 친숙해지기(familiarizing yourself with your data)에서 연구자는 분석할 자료에 대해 깊이 있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반복적으로 원자료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여 나머지 분석 단계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자 하였다. 또한, 연구자가 직접 녹취자료를 전사함으로써 수집된 정보의 본래 의미와 의도를 잘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2단계 초기 코딩하기(generating initial codes)는 원자료 중에서 연구주제와 관련하여 의미 있다고 평가되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나 요소를 자료에 기반한 방식(datadriven)으로 컴퓨터 프로그램 대신에 직접 수기로 수행하였다. 시간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한 많은 잠재적 주제 및 패턴을 도출하였으며, 추후 현재의 초기 코딩화된 자료들이 여러 주제에 포함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둔 채 포괄적으로 코딩하였다. 3단계 주제 찾기(searching for themes)에서는 초기 코딩자료를 마인드맵을 통해 시각화하며 잠재적 주제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때, 잠재적 주제들 간의 중심주제 혹은 하위주제와 같은 층위 관계를 염두에 두며 분류하였다. 4단계 주제 재확인하기(reviewing themes)는 하나의 잠재적 주제 안에서 코딩자료들이 성격이 비슷한지 확인하는 내부 동질성과, 서로 다른 잠재적 주제들의 특징이 구별되는지 확인하는 외부 이질성을 검토하였다. 또한, 각각의 잠재적 주제가 원자료의 의미를 정확하게 대변하는지 타당성을 점검하였다. 5단계 주제 정교화 및 명명하기(defining and naming themes)에서는 잠재적 주제들 중에서 실제 상위주제 및 하위주제를 최종 결정하였고, 선정된 각각의 상위주제와 하위주제에 이름을 붙였다. 6단계 보고서 작성하기(producing the report)에서는 연구참여자들이 제시한 사진과 응답 내용을 바탕으로 상위주제와 하위주제에 부합하는 흥미로운 부분을 중점적으로 서술하였다.
3. 자료의 진실성과 연구 윤리본 연구는 자료의 정당성 및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를 실시하였다. 첫째, 연구기간 동안 연구참여자와의 개별 면담을 매일 진행하며 연구참여자의 실제 경험이 그가 직접 촬영하여 연구자에게 공유한 사진에 잘 드러나는지 진실성과 사실적 가치 등을 확인하며 연구의 신뢰도를 제고하였다. 둘째, 청소년 대상의 연구 혹은 질적 연구방법으로 연구 수행 경험이 있는 연구자 3인에게 동료검증을 실시하여 자료 분석에서의 오류나 편견을 줄이고 연구의 엄격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셋째, 연구참여자들에게 분석한 자료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하였고, 당사자 평가를 실시하여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청소년을 연구참여자로 진행한 연구이기 때문에 참여자 본인과 보호자의 동의가 이루어지고, 연구자의 소속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은 후에 진행되었다. 연구참여자 모집 과정에서 연구참여자와 그의 보호자에게 연구참여자용 설명문과 프로젝트 안내서의 참여자 모집 문건을 배부하여 포토보이스 및 개별 면담과 토론의 진행절차, 자료수집과 분석 및 처리에 관한 설명, 연구 참여 중도탈락, 연구참여자에게 예상되는 위험 및 이득에 대한 상세히 안내하였고, 이후 자발적 참여 의사에 따라 연구 참여동의서를 작성하였다. 이 밖에도 연구절차 중 기록 단계에서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떠한 내용도 모두 익명 처리하였으며, 연구 과정에서 알게 된 참여자에 대한 사적인 정보는 연구기간 이후에도 함구할 것을 안내하였다. 또한 참여자가 공유한 사진, 개별 면담과 토론의 전사본의 원자료는 본 연구 목적 이외에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설명하였다.
연구결과1. 코로나 시대 청소년이 경험한 일상1) 가정생활청소년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개별면담, 토론을 통해 상위주제로 도출된 가정생활에 대해서 ‘가장 좋은 건 아무도 없는 집’ 과 ‘점심은 간단하게 혼밥’이라는 두 개의 하위주제가 도출되었다.
(1) 가장 좋은 건 아무도 없는 집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학생들은 학교에서의 공부 대신 집에서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실시하게 되었고, 성인들은 직장에서의 근무 대신 재택근무가 권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발적 혹은 강제적으로 가족 구성원들은 집에 묶여있게 되자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청소년들은 기존의 가정생활과는 다른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가장 편한 공간’을 표현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나의 방’이나 ‘내 침대’를 꼽았다(Figure 1).
집에서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가족이 모이는 거실보다는 자신의 ‘방 밖을 잘 안 나가’며, ‘아무도 없는 시간대의 집’을 가장 좋아하였다. 영화나 TV를 보며 쉴 때도 주로 자기 방에 있는 개인 컴퓨터나 휴대폰을 통해 혼자 보는 것을 즐겼다.
“제가 방 밖을 잘 안 나가서... (거실에 있는) 티비도 잘 안 보고 그래요. (중략) 제 방에서 침대에 누워서 기지개를 펴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제일 편해요.”
(연구참여자 B-3)
“(가족들이 다 모인) 저녁 시간에는 (함께 생활하기에 집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학교 끝나고 아니면 학원가기 전에 잠깐 집에 들를 때나 온라인 수업을 할 때는 집에 아무도 없거든요. 그 시간대의 집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C-2)
온 가족이 함께 오랜 시간 지내야 하는 코로나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선호하지만, 이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존재하였다. 그래서 연구참여자들은 가족의 자원을 공유하면서도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구획화하여 ‘제일 편안하고 제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하였다. 거실과 이어지는 자신의 방에 ‘가림막’을 설치하여, 에어컨 바람이 이어져서 거실만큼 시원함을 이룬 동시에 공간이 분리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연구참여자도 있었다(Figure 2).
반면 다른 가족원들과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을 위한 공간 분리를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과 함께 비대면 수업과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며 컴퓨터나 태블릿 등의 디지털 기기 사용이 필수가 되었지만, 가족의 물질적·공간적 자원은 제한되어 가족의 욕구 간의 충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 연구참여자의 경우 ‘컴퓨터 거실에서 가족들과 컴퓨터를 공유해야 했으므로 자신의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하며 ‘가족들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제 방이 저희 집에서 제일 편안하고, 제일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요. (중략) 여름에 더우니까 (거실에 있는) 에어컨을 켜면 시원해지도록 제 방문을 열어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저의 생활이 다 보이니까... 가림막을 둬서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요.”
(연구참여자 A-1)
“저뿐만 아니라 누나들도 가끔 컴퓨터를 사용해서 저희 집은 컴퓨터가 거실 한 가운데에 있어요. 제가 밤에 숙제나 할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면 빛이 나오니까 부모님께서 밤에 (컴퓨터 사용을) 하지 말라고 하세요. 그래서 저는 집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누나들이나 부모님이 컴퓨터가 있는 거실을 같이 사용하기라도 하면 잘 집중도 안 되고, 가족들 눈치도 보이고...”
(연구참여자 B-2)
(2) 점심은 간편하게 혼밥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년들의 일상생활에서 크게 달라진 것 중의 하나는 점심 풍경이다. 학교의 단체급식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점심이 아니라 각 가정 내에서 개인적으로 점심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점심식사로 집밥, 포장·배달음식, 간편식 등을 먹었다. 식사 준비는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낮 시간에 부모님이 계신다면 주로 어머니께서 식사를 챙겨주셨고, 청소년 혼자 집에 머무는 경우 스스로 밑반찬을 꺼내어 집밥으로 식사를 하거나 배달음식을 이용하였다. 누군가가 챙겨주든 스스로 먹든 연구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간편하게 점심식사를 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간편하게 해결하기 위해 식사준비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포장 및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콘플레이크와 같은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Figure 3).
“점심식사는 보통 시켜 먹는데, 돈까스처럼 바삭하게 튀긴 음식을 좋아해서 자주 먹어요. 배달음식은 일단 손가락 까딱해서 시킬 수 있고,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바로 앞에서 (편리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좋아요. (중략) 코로나가 되면서 확실히 배달음식을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B-3)
“그냥 요 몇 달은 거의 점심으로 콘푸라이트를 먹은 것 같아요. 간편하게. 그냥 간편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우유에 말아서 먹는 게 너무 편해서 이렇게 먹었어요. 집에 혼자 있을 때나 아니면 엄마가 집에 계시더라도 점심은 간단하게 콘푸라이트 그냥 먹어요.”
(연구참여자 A-1)
그리고 이렇게 간단한 점심식사는 청소년 혼자 하는 ‘혼밥’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낮에 부모님께서 직장에서 근무를 하시거나 혹은 집에 다른 가족원이 있더라도 생활시간이 각자 달라서 따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기존의 평일 점심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이 아니었던 만큼 코로나19 상황으로 가정에서 온 가족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어도 청소년들은 혼자 점심식사를 하였으며, 휴대폰으로 영상을 시청하거나 친구와 통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점심시간을 보냈고, 이를 더 편하게 생각하였다.
“점심식사는 보통 혼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마라탕이나 떡볶이 같은 메뉴들로... 그런데 배달음식은 먹고 나서 소화는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중략) 혼자 밥 먹는 것이 더 편한 것 같아요. 혼자 먹으면 유튜브나 다른 것을 보면서 먹을 수 있으니까 더 편해요.”
(연구참여자 C-2)
“보통 엄마가 점심식사를 챙겨주세요. 엄마도 점심시간에 집에 계시지만 엄마나 동생이랑 생활패턴이 달라서 제가 늦게 일어나거나 하면 제 방에서 혼자 먹어요.”
(연구참여자 A-2)
2) 여가생활청소년들의 사진과 이에 대한 설명, 그리고 토론을 통해 상위 주제로 도출된 코로나시대의 청소년들의 여가생활에서는 ‘친구들과 만나는 온라인 세상’ 과 ‘코로나 시대의 돌파구, 운동’이라는 두 개의 하위주제가 도출되었다.
(1) 친구들을 만나는 온라인 세상
코로나19는 모든 사람들의 대면 만남을 제한하였고, 이는 청소년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학교에 가면 만날 수 있었던 친구들과 더 이상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놀 수 없게 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많았으나, 청소년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대로 온라인 세상에서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놀이를 즐기며 교우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나갔다. 기존에도 청소년들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거나 카톡을 통해 교우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코로나19 이후로 직접적인 교류와 소통이 어려워지게 되자 온라인 세상에서의 교류가 대안으로 등장함을 알 수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마치 등교해서 교 실이라는 공간 안에 친구나 선생님과 직접적인 교류 없이도 함께 있는 것이 당연했던 것처럼 온라인 공간을 사용하였다. 통화앱을 통해 ‘아침에 일어나면 다 들어와 있’는 곳이고 ‘아무 말을 안 해도’ 그곳으로 일컬어지는 온라인 공간에 함께 있는 의미가 있었다(Figure 4).
게임과 같은 여가생활을 할 때도 통화하면서 노는 것이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온라인 세상을 통한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짐을 알 수 있었다(Figure 5).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보통 친구들이 (통화앱에) 다 들어와 있어요. 잘 때 빼고, 보통 일이 없으면 다 저기 (통화앱에 접속해) 있죠... ”
(연구참여자 B-1)
“친구랑 통화하면서 게임을 해요. 통화하면서 게임을 하면 친구랑 면대면으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또 지루하지 않고, 합을 맞추면서 게임 할 수 있어서 재밌어요.”
(연구참여자 A-1)
“코로나 이후에는 친구들이랑 직접 만나서 놀지 못하니까 매일 보이스 채팅을 하면서 게임을 해요. 코로나 이전에는 친구들이랑 밖에 나가서 많이 놀았어요. 노래방을 자주 갔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그러기 힘들어졌죠. 그렇지만 매일같이 게임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있어요.”
(연구참여자 A-3)
(2) 코로나 시대의 돌파구, 운동
연구참여자 중 특히 남자 청소년들은 코로나 시대에 여가 활동으로 운동을 더욱 많이 하는 모습을 보였다(Figure 6). 코로나19 이후 청소년들이 운동을 시작하고 지속하게 된 계기는 활동반경이 좁아져서 생긴 답답한 정서를 풀어내기 위해서였고,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 놀이터 등지에서 소수의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하기도 하였다. ‘몸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것이 연구참여자에게는 큰 동기 부여가 되었는데, 운동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을 경험하며 ‘여유로워지고 긍정적’으로 바뀌는 자신들을 발견하였다.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어딜 가는 것도 제약적이고 그렇다 보니까 뭘로 (이 답답함을) 풀지 생각하다가 운동을 찾게 된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에 운동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은데... (중략) 맨몸운동을 주로 많이 해요. 제 체중을 드는 것이라서 봉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할 수 있어요. 사람 많은 곳에서 운동할 수 없으니 사람이 별로 없는 조용한 놀이터 같은 곳에서 집 근처에 사는 친구들 몇 명이랑 운동을 했어요. (중략) 운동을 하게 되면서 심신이 건강해진 것 같아요. 뭔가 안정감이 생긴 것을 저도 느껴요. 자신감이나 자존감도 많이 올라가고, 덩달아 여유로워지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바뀌고... 역시 운동을 해야 돼요, 사람은. 이제는 운동 없이 못살지 않을까 싶어요.”
(연구참여자 A-2)
“저녁 9~10시 즈음에 친구 3명 정도랑 같이 동네 놀이터에서 철봉 운동을 해요. 마스크 쓰고 운동해야 해서 숨이 좀 차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운동하는 것이 재미있고, 살 빠지는 것이 눈에 보이면서 좀 더 몸을 만들고 싶은 그런 욕구가 생겨서... 가끔 운동하기 귀찮을 때는 집에서 간단하게 맨몸운동을 해요.”
한편, 연구참여자 중 여자 청소년들은 코로나 시대에 체중이 늘어난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으며, 체중조절을 위해 ‘가족들이랑 헬스장을 다니’거나 ‘집에서 할 거 없’을 때 ‘홈트레이닝(home-training)’같은 가벼운 운동을 한다고 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살이 찐 걸 느꼈어요. (코로나 때문에 밖을 못 나가서) 집에만 있다 보니 살이 찐 것 같아요. 그래서 (체중조절을하기 위해) 한동안은 배달음식을 안 먹고, 집밥을 먹었어요. 그런데 살은 빠지진 않았어요. 작년 여름에는 가족들이랑 헬스장을 다녔어요.”
(연구참여자 C-2)
“(요즘 코로나 시대에) 살이 찌는 것이 느껴지긴 했어요. 가끔씩 그냥 집에서 할 거 없거나 할 때 유튜브 보면서 홈트레이닝 하는 편이에요. 일주일에 1~2번 정도, 15~30분 정도씩 해요. 집에서 운동하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 밖에서 운동하는 건 귀찮기도 하고 또 코로나 때문에 밖에 못 나가니까...”
(연구참여자 C-3)
3) 학교생활상위주제로 도출된 코로나 시대의 청소년들의 학교생활에서는 갑자기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내면 탐구와 성찰의 시간’ 과 ‘지나친 자율권으로 인한 학교 일상의 균열’을 경험하는 상반된 하위주제에 더해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됨에 따라 ‘일장일단이 존재하는 비대면 수업 방식’이라는 총 세 개의 하위주제가 도출되었다.
(1) 내면 탐구와 성찰의 시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방식은 학생들에게 시간의 틈 혹은 여유시간을 제공하였다. 이처럼 덤으로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여 청소년들은 ‘자격증 공부나 취미 생활처럼 하고 싶었던 것들에 마음껏 도전’할 수 있게 되었고, 코로나 시대를 ‘우연한 행운’으로 평가한 참여자도 있었다(Figure 7). 코로나19 이전에는 이미 정해진 일정에 따라 학교와 학원 등에 다니기 바빠서 자신의 적성과 흥미, 성격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뜻하지 않게 가용 시간이 늘어나자 ‘공부뿐만 아니라 자신이 알고 싶던 분야에 대해 알아갈 수 있’게 되어 자신의 꿈을 탐색해나가고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한 시도와 도전까지가 가능해졌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어서 생겨난 시간을 제가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니까 다른 자격증 공부나, 취미생활인 운동이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저는 코로나 시대를) 어쩌면 ‘운이 좋았다’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행운이라고 느꼈거든요. 코로나19 이전에는 학교가고, 학원가고 저의 시간이 많이 없는 느낌인데... 코로나 시기에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아침 일찍 학교에 안 가도 되고, 수업은 내가 듣고 싶은 때에 들으면 되고, 나의 시간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이 시간에 공부가 아니라, 제가 알고 싶던 분야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B-2)
(2) 지나친 자율권으로 인한 학교 일상의 균열
코로나19로 인해 자율 시간이 많아져서 내면을 탐구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인식한 경우와는 달리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자율권이 부여되자 학교의 일상에 균열이 생겨 기본적인 생활 패턴이 망가졌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이전의 청소년들은 아침에 등교하여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일과표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영위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하게 되면서 청소년들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커졌고 결과적으로 ‘새벽 늦게까지 자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는 식으로 규칙적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Figure 8). 불규칙하게 바뀐 청소년들의 취침과 기상 시간은 ‘다음 날 온라인 비대면 수업에서 출석체크만 시간에 맞춰 하고 다시 잠들어버리게’ 만들었고, 공부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미치며 생활 패턴이 흐트러지는 악순환을 이어나가게 하였다.
“비대면 수업을 할 때는 학교를 안 가니까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래서 전날에 늦게 자도 괜찮으니까 (새벽이 되도록) 더욱 안 자게 되는 것 같아요. 새벽 늦게까지 자지 않는 시간에 (휴대)폰도 할 수 있고, (휴대)폰 하는 시간이 길어져요. 영상을 많이 보고 그러니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 다음날에는 (늦게 자고 잠이 부족해서 피곤하니까) 출석체크만 하고 다시 자요.”
(연구참여자 C-3)
갑자기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생 스스로에게 높은 자율권을 부여되었는데, 학생들이 가정에서 집중력 있게 공부를 이어나가기에는 여러 가지 방해 요소들이 있었다. 집이라는 곳은 공부만을 위한 공간사용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기 에 청소년들은 집 안에 공부에 방해가 되는 ‘유혹들’이 있다고 하였다. 학교와 달리 집에는 공부와 생활을 관리해주는 교사가 없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비대면 수업 중에‘휴대폰을 하거나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하는 등의 딴짓’을 종종 하였다. 이에 몇몇 청소년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지나친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고, 스스로에게 자율권을 주기보다는 ‘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하’며 학교에서 공부 및 전반적인 생활에 대한 지도받는 방법을 선호했다.
“(코로나 시대에 학교생활을 하면서) 아쉬운 부분은 자율성이 너무 높다는 거예요. 저에게 주어진 자유가 너무 많아요. (집에서 수업받을 때는) 제가 딴짓을 해도 모르잖아요. 학교 가면 어차피 핸드폰도 못하고 친구들도 수업을 들으니까 저도 덩달아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데... (비대면 수업을 하는 주에는) 다른 학교 친구도 저랑 똑같이 비대면 수업을 해서 등교하지 않으면 같이 놀고, 유혹도 좀 많고... .”
(연구참여자 B-1)
“그냥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으면 앞에 선생님이 계시고 공부하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어서 집중하고 선생님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온클(온라인 클래스)로 들으면 그런 것도 없고...”
(연구참여자 A-2)
(3) 일장일단이 존재하는 비대면 수업 방식
등교수업이 아닌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비대면 수업을 경험한 연구참여자들은 전례 없던 비대면 수업이 3학기째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수업 방식에 대한 장단점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대면 수업 방식의 장점으로 언급된 것은 수업의 반복 재생 가능, 발표 참여도 향상의 두 가지였다. 비대면 수업 중 녹화 수업은 ‘학생이 원할 때 언제든 수업을 반복적으로 수강’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인식하였다. 코로나 시대 학교 현장에서 비대면 수업은 크게 녹화수업과 실시간 수업으로 이루어졌다. 코로나 19 발생 초기에는 EBS에 탑재된 강의를 개별 학교에서 활용하였으나, 점점 온라인 비대면 수업에 대한 적응이 이루어지고 틀이 마련되자 개별 학교의 과목별 교사가 직접 수업 영상을 제작하여 온라인 클래스 혹은 e-학습터와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 수업을 올렸다. 특히, 학생들은 자신이 ‘어려워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의 수업을 반복적으로 수강’하며 학습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였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수업의 반복 재생 가능이라는 특징은 등교해서 수업하는 대면 수업보다 오히려 더 나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녹화하신 강의를 올려주시는데 3일 내라면 언제든 볼 수 있고, 또 시험 기간에 한 번 더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언제든 수업을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에요. 저도 그래서 여러 번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수학 수업에서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반복해서 들었고, 도움이 되었어요.”
(연구참여자 B-2)
비대면 수업 중 화상회의 앱 등을 통한 실시간 수업과 등교했을 때의 대면 수업을 비교했을 때, 학생들의 질문과 발표 참여도가 향상된 점이 장점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비대면 실시간 수업에서 학생들의 수업과 발표 참여도가 높아진 이유로 실시간 수업 중 학생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하면서 온라인 상에서의 질문이나 발표를 더욱 편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었다.
“친구들이 대면 수업에서는 부끄러워서 잘 말을 안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비대면 (실시간) 수업에서는 (학생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카메라를 꺼두기 때문에 자신들의) 얼굴이 안 보이고 하니까 발표나 질문을 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비대면 (실시간) 수업도 좀 좋은 부분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구참여자 A-1)
이에 반하여 비대면 수업 방식은 지루한 수업 진행, 온라인 학습 환경 조성 미비, 학습 격차 초래의 단점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비대면 수업 방식은 교사와 학생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어려운 환경적 제약이 존재함으로 인해 이론 위주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토의나 토론 및 실습 등의 다양한 학생중심활동이 실천되지 못하였고, 학생들은 이에 지루함을 느꼈다(Figure 9).
“비대면 수업은 대면 수업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중략) 비대면 수업에서는 토의나 토론 같은 활동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이 설명하는 이론 위주의 수업밖에 없어서 더 지루함을 느낀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C-2)
특히 체험과 실습이 필요한 수업의 경우에는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가지는 제약이 컸기 때문에 ‘도움이 안 되고’ 아쉬움이 더 컸다.
“저는 특성화고에 다니는데, 컴퓨터로 자격증 연습을 하든 아니면 커피를 만들어보든 (이론만 배울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해 봐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해 볼 수 없었어요)... 비대면 수업에서는 그냥 대뜸 영상만 보고 끝! 이런 느낌이니까 (학업적으로) 도움이 안 됐어요. (중략)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아쉽고 불만이에요)...”
(연구참여자 A-2)
사상 초유의 비대면 수업이 이루어진 만큼 온라인 환경에서의 수업에 크고 작은 시행착오와 기술적 문제들도 불가피하게 발생하였다. 교사와 학생 모두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수업에 적응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코로나19 시기 초반의 비대면 수업은 ‘교과서를 기반으로 한’ 녹화 강의와 과제 제출 등의 형식으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대면 수업과 같이 교사와 학생의 쌍방향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한 수업을 구현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대면 수업에서 ‘교사가 학생의 반응을 살펴서 추가로 부연 설명을 제공’하는 만큼의 상호작용을 비대면 수업에서 실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생님들도 온클(온라인 클래스)에 익숙하시지 않다 보니까 좀 루즈해지고, (저도 비대면 수업에) 집중도 잘 안 되고, 게다가 온클로 할 수 있는 수업은 교과서 지문을 따라 읽는 정도의 수업 밖에 없어요. 실제 수업은 학생들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을 할 수 있고, 아니면 선생님께서 수업하시다가 저희의 반응을 보고 저희가 잘 이해한 것 같지 않다 생각하시면 좀 더 설명을 해주실 수 있는데, 온클은 이런 게 아예 없어요. 그래서 제가 봤을 때 앞으로 로봇이 생겨도 선생님은 대체를 못 하지 않을까...”
(연구참여자 A-2)
한편, 온라인 비대면 수업은 진행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서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도중에 끊기는 적이 있어서 학생들은 ‘답답함’을 경험하였다. 또한,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컴퓨터나 휴대폰 등의 화면을 오랫동안 응시해야 하는데 이때 학생들은 눈의 피로도가 쌓여서 힘들었다’라고 하였다.
“일단은 인터넷 환경(에서 문제가 많았어요)... 줌(ZOOM)이 원활하지 않을 때는 수업이 제대로 안 되거든요. 우리 집만 인터넷이 안 좋을 때도 있고 아니면 줌이 한 번씩 에러가 뜰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답답했어요. (중략)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하면 화면을 오래 봐야 해서 힘들어요. 그래서 눈이 피로한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A-1)
비대면 수업 방식은 또한 학생들에게 소속감보다는 ‘방치된’ 느낌을 받게 하였고, 학습 결손으로 인해 격차를 키울 것이라는 불안감을 주었다. 연구참여자들 대부분은 비대면 수업이 학업적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았다. 비대면 수업의 경우 정해진 기한 안에 수업을 들은 기록이 존재하면 출석 인정 처리가 되는데, ‘학생들이 수업을 제때에 듣지 않고 하루에 몰아서 며칠치의 수업을 한꺼번에 수강’하기도 하였다. 이에 몇몇 연구참여자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철저하게 관리해주길 바’라고 있음을 표현하였다.
“온라인 녹화 수업은 언제든 기간 안에만 들으면 돼요. 그런데 계속 놀다가 수강 기간 마지막 날에 몰아서 수업을 한꺼번에 다 듣는 친구들도 있어요. 아마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잘 듣지는 않았을 거예요. 선생님들께서 미리미리 수업이 있을 때마다 들으라고 말씀하시지만... 어쨌든 기간 내에만 들으면 돼요.”
(연구참여자 B-2)
“줌(실시간 수업)을 좀 철저하게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냥 ~해라’라고만 하시고 (우리 학생들을) 방치하는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어 저희(학생들)가 비대면 수업을 듣고 나서 (수업을 들었다는 표시로서) 댓글만 달고 (선생님들은 실제로 학생들이 수업을 들었는지 확인하기보다는 댓글 확인만 하시니까 학생들은) 영상을 보지 않거든요. 그래서 철저하게 (실시간 수업을 관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구참여자 B-1)
비대면 수업에서 방치된 느낌을 받은 학생들 몇몇은 학원 등의 과외 활동을 통해서라도 학습 결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였고, 학부모 역시 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으로 부족하게 다루어졌던 학업 성취를 학원에서 보충하길 바라는 마음이 연구참여자들에게 전해졌다(Figure 10). 학습 결손을 메꾸기 위해 사교육을 실시하는 학생들은 학원에서 많은 양의 공부에 치여서 힘들어하며 ‘학원도 집합금지 대상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하였다.
이와 달리,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는 시기에 학원을 다니지 않는 학생들은 ‘공부를 따라가기 어려워하고, 낮은 시험 성적을 받는 등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과의 학습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비대면 수업에서 기인한 여러 측면의 단점들이 쌓여서 결국 사교육을 필수적으로 해야만 학습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지불식간에 심게 되었다.
“학원에서 나가는 진도는 학교보다 빠르고, 또 숙제도 많아서 힘들어요. 학원도 집합금지대상이 되어서 좀 (학업 측면에서) 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중략) 학원 다니는 친구와 안 다니는 친구 사이에서 격차가 일어나요. 학원 안 다니는 애들은 좀 (공부 따라가는 것을) 힘들어하고, 시험 성적도 잘 안 나와요. 제가 다니는 학원은 공부를 엄청 시켜서 힘들긴 하지만 성적은 잘 나와요. (학원 다니는지에 따라 학습 정도에) 격자가 있는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A-1)
“(부모님께서) 학교의 온라인 비대면 수업에 대해 안 좋은 부분도 알고 계시는 것 같고... 다 알고 계시는 것 같아요. 학원은 비대면 수업보다는 ‘ 직접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들어라’라고 하시죠.”
(연구참여자 B-1)
2. 코로나 시대에 청소년의 목소리연구참여자는 각자가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자신의 사진들을 다른 청소년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공명하는 경험을 가졌다. 연구기간 동안 참여자들은 먼저 개별면담에서 연구자에게 코로나 시대 자신의 일상생활 이야기를 하였고, 연구의 마지막 날에는 참여자 모두가 코로나 시대에 어른들에게 요청하고 싶은 것과 코로나가 나에게 남긴 것에 대해 토론하였다. 그 결과로써 코로나 시대 청소년들이 표출하고자 한 목소리는 ‘어른들의 솔선수범 기대’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라는 두 가지의 하위주제로 귀결되었다.
1) 어른들의 솔선수범 기대청소년들은 코로나 시대에 하고 싶은 이야기, 내고 싶은 목소리를 만드는 토론 과정에서 어른들이 솔선수범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며, 올바른 마스크 착용(Figure 11)과 사적 모임(Figure 12) 및 여행 자제 등을 요청하였다. 한 연구참여자는 자신의 활동 반경 안에서 ‘직접 목격한 어른들의 개인 방역 수칙 위반 사례’를 통해 어른들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코스크나 턱스크를 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중략) 주변에도 가끔씩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고 코스크나 턱스크를 하기도 하는데 막상 ‘마스크 잘 착용해야 돼.’라고 말하기는 어려웠거든요. 각자가 잘 지켜주면 좋을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C-1)
“해외가 아니더라도 (국내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여행은 잠시 미뤄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다른 지역 사람이 여행을 가거나 이동을 해서 확진자가 나오는 사례가 많잖아요.”
(연구참여자 C-1)
“어른들에게 ‘술만 마시지 말자!’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모든 것이 술에서부터 시작이 되는 것 같아요. 00역을 가면 광장이 있는데 밤 9~10시 즈음 넘어가면 사람들이 한두 명씩 모여요. 광장 위에서 돗자리 깔고 술을 마시고 있더라구요. 깜짝 놀랐어요!”
(연구참여자 A-2)
토론 결과로서 모두가 힘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일상생활을 조금씩 회복해나갈 수 있는 이유를 ‘의료진분들의 노력’이라고 연구참여자 모두가 공감하였고, 어른들이 솔선수범한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적 거리두기 및 개인 방역 수칙을 준수해나가고, 학생들 역시 잘 실천해나가야 할 것에 동의하였다.
“(코로나 시대 어른들에게 요청하고 싶었던 것으로 우리가 토론했었던 내용들에 올바른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잘 실천하기 등의 내용이 결국) 의료진분들의 노력과 다 관련된 것이잖아요. 의료진분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지킬 수 있는 것을 잘 지키면 좋겠어요.”
(연구참여자 C-1)
2)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연구참여자들이 어른들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찾을 때에는 어른들의 솔선수범을 요구하였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계도나 홍보의 목소리처럼 단호하고 분명한 목소리였다. 이와 달리 연구참여자들이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에는 불안과 걱정이 담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전인적인 성장과 발달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청소년 시기에 여러 경험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없는 채 ‘청소년의 활동 범위가 좁아진 것과 여러 가지 체험의 기회로부터 배제된 상황’에 대해 걱정과 아쉬움을 나타내며, ‘새가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가듯이 코로나 시대라고 하더라도 지킬 것은 지키며 자신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Figure 13).
“새는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잖아요. 코로나 상황이더라도 무언가가 배제되고 이런 현재 상황이 싫어서... 저도 새처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로나19 감염을 낮추기 위해서 청소년의 활동 범위가 좁아지게 되었는데, 청소년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경험해보는 것들, 활동하는 것들에서 배제가 된 느낌이에요. 제가 이번에 자격증 시험을 봤는데 혼자 준비해야 했어요. 원래는 학교 방과후에 개설된 자격증반을 신청했었지만, 코로나가 심해지는 바람에 결국 대면 수업이 아닌 온라인 클래스로 진행되었고, 거의 혼자 자격증 공부를 했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대면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없어지는 것이 좀 아쉬워요.”
(연구참여자 B-2)
청소년들은 자신의 장래에 대해 염려하기도 하였다. 코로나19의 좋지 않은 상황에서 ‘괜찮다’라고만 말씀하시고, 자신이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고 독려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양면 테이프에 비유하며 어른들의 ‘양면성’을 꼬집었다. ‘한편으로 안심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부모나 교사와 같은 주변 어른을 믿고 의지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불안해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드러났다(Figure 14).
“선생님들께 말하고 싶어요. 코로나 시대인 지금 현재에 코로나 상황이더라도 ‘괜찮다, 괜찮다.’라고만 말씀하시는데, 속으로는 안 괜찮은 것을 알면서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이면성 혹은 양면성이 떠올랐어요. (중략) (선생님들께서 괜찮다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되게 걱정이 되었어요. 코로나가 끝나고 제가 고3에 맞닥뜨렸을 때, 고1, 고2 때 선생님께서 하라고 한 대로 했는데 막상 고3이 되어보니 잘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싶고...”
(연구참여자 B-2)
결론 및 논의본 연구는 코로나 시대 청소년의 일상생활이 영위되는 주요 무대인 가정과 학교에서의 전반적인 생활 변화에 주목하였고, 청소년의 관점에서 그들이 코로나 시대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청소년 9명에 대해 포토보이스 연구방법을 실시한 결과 다음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코로나19 이후 청소년들이 경험한 가정생활에서는 ‘가장 좋은 건 아무도 없는 집’이라는 주제하에 청소년들은 가족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여 집 안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고, 이에 실패하여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다른 가족원과 공간이나 시간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서는 부정적 정서를 경험함이 드러났다. 또한 ‘점심은 간편하게 혼밥’이라는 하위 주제를 통해 청소년들은 대부분 점심식사를 혼자서 배달음식을 먹으면서 영상을 시청하고 간편하게 해결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코로나19 이후 청소년들의 여가생활에서는 ‘친구들을 만나는 온라인 세상’과 ‘코로나 시대 돌파구, 운동’이라는 두 가지 주제가 도출되었다. 교우관계 측면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년들 역시 친구들과의 대면 만남이 어려워진 상황이었으나 사회적 관계 자체의 감소를 유발한 것은 아니라는 선행연구(Kim, 2021)와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놀이를 즐기는 등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교우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취미활동 측면에서 활동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 특히 남자 청소년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한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심신수양의 효과를 얻었다고 하였다. 이에 비해 연구에 참여한 여자 청소년들은 남학생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시대에 운동의 필요성은 느꼈지만 그 활동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셋째, 코로나19 이후 청소년들의 학교생활에서는 ‘내면 탐구와 성찰의 시간’, ‘지나친 자율권으로 인한 학교 일상의 균열’, ‘일장 일단이 존재하는 비대면 수업’이라는 세 가지 주제가 도출되었다. 코로나 시대가 청소년들에게 덤으로 제공한 여유시간 덕분에 청소년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자신의 꿈을 탐색하는 기회가 생겼으나, 자기관리를 잘 해나가기 힘든 학생은 학습 및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비대면 수업 방식과 관련하여 청소년들은 수업의 반복 재생 가능, 발표 참여도 향상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지루한 수업 진행, 온라인 학습 환경 조성 미비, 학습 격차 초래라는 단점도 제기하였다.
넷째, 코로나 시대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어른들의 솔선수범 기대’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라는 하위 주제로 수렴되었다. 어른들을 향해 청소년들은 올바른 마스크 착용, 사적 모임 및 여행 자제 등을 요청하며 솔선수범한 모습을 기대하였고, ‘의료진 분들의 노력’이 있어서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상의 모습을 되찾아갈 수 있기에 더욱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인 방역 수칙 준수를 잘 지켜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동시에 청소년들은 자신의 장래를 위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컸다. 다양한 활동에 제약이 발생한 코로나 시대이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예시로 들며, 청소년들이 ‘지킬 것은 지키면서 활동의 범위를 늘려’나가며 유익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하였다.
코로나19를 겪은 청소년들의 일상을 살펴본 본 연구를 통해 논의할 점으로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청소년들의 일상생활에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적 시사점은 다음의 네 가지와 같다.
첫째, 코로나 시대에 변화된 일상생활과 관련하여 청소년이 재난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그들의 균형 있는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교육이 가정 교과에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주생활 측면에서 코로나19 이후 집의 공간적 활용과 의미가 다양해졌으므로(Park & Lee, 2021),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청소년들이 가족들과 효과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주거 교육이 필요하다. 청소년은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것과 동시에 독립하려는 욕구가 존재하는 발달 시기에 놓여있는데(Lee, 2010), 자아정체감과 독립심을 형성해나가는 이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주거환경을 제공해주어 신체적·정신적으로 고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Lee, 2012). 본 연구결과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으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가정에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사용해야 했던 상황에 놓였다. 이로 인해 한정된 자원 사용으로 인한 가족 구성원과의 갈등을 경험하였고 프라이버시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스트레스를 받은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주거공간의 연구와 방향에 대해 논한 Choi (2020)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세상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이 앞으로도 온라인 기반의 만남을 이어나갈 것을 예상하며 주거공간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가정교과 내 주생활 교육에서 개별 가정의 주거공간에서 온라인 수업이나 회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개별 공간 확보의 물리적인 방안을 가르치는 것이 필수적이다. 청소년의 개별 공간 확보를 위해 구조적 변화 없이도 Lee (2012)의 연구결과에서 제시된 것과 같이 디자인 원리를 간단히 활용하여 기존의 집 구조에서도 충분히 청소년들이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식생활 측면에서 코로나 시대에 청소년들이 혼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혼밥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장려하여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가정 교과에서 생활자립능력을 키워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결과에서 청소년들은 혼밥을 하면서 간편식과 배달음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영양적으로 편식의 위험 및 고른 영양소 섭취가 어렵다는 혼밥의 단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혼밥은 독립성을 이루어야 할 발달 시기에 놓인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의 식사를 계획하고 준비하며 정리하는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기회로서 자신을 돌보며 생활자립능력을 함양할 수 있기에(Cha & Lee, 2018), 가정 교과에서 건강한 혼밥을 구성할 수 있는 수업내용을 추가하여 혼밥의 단점을 극복하며 청소년의 독립성 성취 및 자기주도적인 삶을 영위가 가능하도록 보완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코로나 시대 청소년의 일상생활 중 많은 시간과 비중을 차지하는 가정생활에서 청소년들은 자신의 방에서 혼자만의 여가생활을 영위하는 것과, 점심시간에 가족 구성원과 함께 집에 있더라도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1인 생활을 익숙하고 편하게 느끼는 청소년들이 가족 구성원과 건강한 상호작용을 통해 배려와 돌봄을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정과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온라인 공간에서 올바른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관계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대부분의 청소년에게 SNS나 채팅앱은 친구들과의 면대면 만남만큼이나 중요한 소통과 교류의 창구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친구들과의 면대면 교류를 제한하게 되면서 온라인 공간에서의 관계형성능력은 더욱 중요성이 커졌다.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Ministry of Education, 2021)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차 조사와 비교하여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에 사이버폭력의 비중은 증가(3.4%p)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교육부에서 사이버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청소년들의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올바른 사용 교육을 강화하고, 사이버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활동과 캠페인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Ministry of Education, 2021). 교과 내 올바른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사용이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가정교과 내 ‘인간발달과 가족’ 영역에서 친구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분석 및 건강한 친구 관계유지를 위한 방안에 온라인 공간에서의 교우관계라는 내용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청소년들이 자기관리 및 자립적 생활 태도를 내면화 할 수 있도록 시간 관리를 비롯한 자기관리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가정과 교육과정에서는 청소년들이 자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교육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Ministry of Education, 2015), 이에 따라 제한된 생활자원을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우는 ‘청소년의 자기 관리’라는 내용 요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본 연구결과를 통해 청소년의 실제 삶에서 특히 생활자원에 속하는 시간이 잘 관리되지 않은 채 허비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코로나 시대에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온라인 사용 시간의 증가를 우려점으로 지적하는 연구들(Chung et al., 2020; Lee & Lee, 2020)에 비추어 보아 현재 청소년의 시간관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자기관리 부분이 개선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넷째,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학습하고 있는 현재 코로나 시대의 학생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이 필요하다. 요즘 청소년들은 미디어를 통해 일상생활을 공유하고 나아가 사회문화를 이해하는 세대로서 학업에서도 미디어의 역할은 지대하다(Shim, 2020). 코로나19 이전에도 학교에서 교사들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수업을 실시했으나(Kim & Hong, 2014; Kim, 2011; Lee & Yoon, 1992; Park & Cho, 2006; You & Cho, 2011),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으로 비대면 수업을 실시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학생들은 더욱 다양한 유형의 미디어에 오랜 시간 동안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에서 교사는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개별 학생에게 일일이 매체를 수업자료로써 잘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Bragging about ‘K-edu’”, 2021). 이에 기존의 가정교과 수업 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 수업을 활발히 전개하여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업에 필요한 다양한 매체를 선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 연구는 코로나 시대를 겪은 청소년들의 변화한 일상생활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청소년의 관점에서 밝힘으로써, 코로나19가 청소년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미를 탐색하고 현재 청소년에게 필요한 교육적 시사점을 제공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특히 본 연구는 포토보이스 연구방법을 활용하였는데, 다른 질적 연구방법에 비해 유년기 때부터 스마트폰과 각종 모바일 기기를 접해 디지털 매체 활용에 능숙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 강점이 존재하였다. 왜냐하면 MZ세대인 연구참여자들은 일상생활에서 느낀 생각과 감정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공유하는 것이 익숙한 만큼(Kim & Jang, 2020), 자신의 일상생활이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보다 사진을 통해 순간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익숙해하였기 때문이다. 포토보이스 방법을 통해 연구참여자인 청소년들이 자신의 일상생활을 숙고하며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코로나 시대에 어른들과 사회에 목소리 내어 요청사항을 전달한 점에서 이 연구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다음 세 가지 점에서 제한점을 가지고 있으며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을 덧붙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경기도와 충청남도의 일부 지역에서 여자 중학생과 남자 고등학생 총 9명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 청소년의 일상생활에 대한 해석을 하는 데에 있어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성별, 급간별, 학교특성별 청소년들의 일상을 보다 심도 있게 탐색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특히 취약할 수 있는 계층의 연구대상자에 대한 관심도 필요할 것이다. 둘째, 포토보이스라는 연구 방법이 연구참여자의 표현 능력이 많이 의존하는 만큼 사진에 관심이 있거나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에 따라 연구참여자별 제공하는 자료의 격차가 크다는 제한점이 있다.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표현한 참여자가 있는 반면 개별면담시간과 추가질문 등을 통해 연구참여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는 있었으나 사진만으로는 충분히 그 의미나 의도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포토보이스를 활용한 후속 연구에서는 연구참여자 선정이 보다 정교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1차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사진촬영과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다루는 것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본 연구는 코로나 시대 중 특정한 기준 시점에서만 연구참여자의 생각과 행동을 탐색하였기에 연구 후속 연구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시간적 흐름에 따른 변화와 맥락을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루어지던 시기에 진행되었기에 연구참여자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일반인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전하는 전시 단계를 실시하지 못하였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에 차선책으로서 본 연구결과를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며 학계나 정책관련자 등에게 코로나 시대 청소년의 일상생활 변화 모습과 그들이 표출하는 목소리를 공유하였다. 그러나 포토보이스 연구방법의 본질적 취지인 마지막 절차의 전시까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므로 후속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목소리가 담긴 전시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청소년의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의 기대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Declaration of Conflicting InterestsThe author declares no conflict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e authorship or publication of this article. ReferencesBai, S. Y., & Lee, C. H. (2016). A qualitative study on the impact of social media on youth leisure culture and fandom culture: Focusing on the results of the youth collective intelligence discussion group using Facebook. Studies on Korean Youth, 27(3), 189-218. http://dx.doi.org/10.14816/sky.2016.27.3.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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