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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 Environ. Res > Volume 57(3); 2019 > Article
중학생의 정서적 공감과 죄책감 경향성이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학급분위기의 조절효과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influences of middle school students' affective empathy and guilt-proneness on defending behavior against bullying and investigated if class climate (teacher support and student support) had moderating effects. The participants consisted of 163 second to third grade students (77 boys and 86 girls) in Seoul and Gyeonggi-do. The data were analyzed with descriptive statistics, Pearson’s correlation, and hierarchical regression. Moderating effects were examined using multiple regression analysis. The results of this study indicated that guilt-proneness, teacher support, and student support had significant effects on the defending behavior of middle school students. The higher the level of guilt-proneness, the higher the level of defending behavior. Defending behavior was also higher when students perceived a belongingness to a classroom where their teacher and students provided support. However, affective empathy had no effect on defending behavior. Second, teacher support moderated the relation between guilt-proneness and defending behavior. The effects of guilt-proneness on defending behavior against bullying were greater when teacher support was high compared to low. The results suggested that guilt-proneness and classroom climate play important roles in increasing defending behavior in middle school students. Some implications for future research were also discussed.

서론

또래괴롭힘은 침묵 속에 유지된다. 만약 누군가가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시도하는 방어자가 존재한다면 괴롭힘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괴롭힘 장면을 목격하고도 모른 척하였다는 방관자의 비율이 30.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가해자와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학생 전반을 대상으로 한 또래괴롭힘 예방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중학생들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또래관계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여 초등학교나 고등학교보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밝혀져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괴롭힘 예방교육 실시가 시급한 실정임을 알 수 있다(Ministry of Education, 2018).
또래괴롭힘은 상대적으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학생이 권력이 약한 학생에게 의도적이고 반복적으로 심리적, 신체적 상해나 불편함을 주는 행동이다(Olweus, 1993). Lagerspetz 등(1982)은 학교에서의 괴롭힘이 여타의 반사회적 행동과는 달리 다수의 목격자를 동반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였고, 그 이후 다수의 연구자들은 괴롭힘을 하나의 집단역동적 과정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Salmivalli et al., 1996). 이 관점은 또래괴롭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주변인(bystander)의 역할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서 그 중에서도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어자의 역할에 주목하였다. 그 이유는 방어자의 존재가 괴롭힘 가해의 발생 가능성을 줄여줄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학교 적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가정하였기 때문이다(Juvonen et al., 2016). 또한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현상이 언어폭력과 같이 부모나 교사가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고려해 보았을 때(Ministry of Education, 2018), 또래집단 내에서 괴롭힘 상황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방어자의 비율을 늘리는 것은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효과적인 개입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방어행동이 일어나는 기제를 파악하고 관련 예측변인을 규명하는 것은 집단 내 다수가 방어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Salmivalli et al., 1996).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의 예측 요인과 관련하여 다수의 연구자들은 개인의 도덕적 정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왔다(Gini et al., 2007; Mazzone, Camodeca, & Salmivalli, 2016). 이는 도덕적으로 권장되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도덕적 정서의 경험이 실제 친사회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핵심 동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Bandura, 1999; Eisenberg, 2000). 그런데 최근 연구자들은 이러한 친사회적 행동의 동기가 이타적 동기(altruistic motivation)와 이기적 동기(egoistic motivation)로 구분될 수 있다는 Batson 등(1987)의 주장을 토대로 괴롭힘 상황에서 경험하는 도덕적 정서의 종류에 따라서도 방어행동을 수행하는 동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Shin, 2014).
우선 이타적 동기란 타인의 안녕을 도움행동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는 것으로서 괴롭힘 방어행동과 관련해서는 공감이 이러한 동기를 유발하는 주요 정서로서 연구되어왔다(Caravita, Blasio, & Salmivalli, 2009; Oh, 2010). 즉, 선행연구자들은 Batson (1990)의 공감-이타성 모델(Empathy-altruism model)에 근거하여 괴롭힘 상황에서 방어행동을 보이는 이들이 피해자에 대한 정서적 공감으로 인해 그러한 도움행동을 수행하게 된다는 가정을 검증해왔다(Caravita et al., 2010; Oh, 2010). 그러나 그동안 정서적 공감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정적인 영향력을 검증한 대다수의 연구들은 정서적 공감을 측정하기 위해 Davis (1980)의 대인관계 반응척도(Interpersonal Reactivity Index)를 사용해왔는데, 해당 척도의 문항들을 살펴보면 동정심이나 온정성, 감수성 등을 측정하는 것에 가까워 타인의 정서를 동일시하여 경험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정서적 공감을 타당하게 측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곧 도움행동의 이타적 동기를 유발하는 정서로 대표되었던 정서적 공감이 그 정의와 측정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방어행동과의 관계가 실제보다 과대평가 되어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정서적 공감에 있어서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검증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공감에 대한 측정방법을 재고하여 그 영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이타적 동기뿐 아니라 이기적 동기 역시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의 예측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Cialdini 등(1976)의 부정적 정서 해소 모델(Negative state relief model)에 따르면, 인간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목격했을 때 스스로 경험하는 부정적인 정서를 제거하고자 하는 이기적 동기에 의해서도 타인을 위한 도움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기적 동기가 도움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되어왔는데, 이는 개인은 자신이 경험하는 부정적인 정서를 보다 빠르게 제거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어 문제 상황에서 타인을 돕기보다는 상황을 회피해버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Batson 등(1987)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또래괴롭힘은 집단 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회피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이기적 동기에 의해서도 피해자를 위한 방어행동의 수행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Batson et al., 1987).
또한, 이기적 동기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 역시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그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도록 유도했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도움행동의 이기적 동기를 유발하는 정서인 죄책감 경향성은 부정적인 상황과 관련한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느끼고 괴로워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정서를 느낀 후에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되는 성향을 의미한다(Tangney & Dearing, 2002). 그러나 대부분의 선행연구에서는 부정적 정서를 빠르게 회피하고자 하는 이기적 동기의 주된 특성에만 초점을 두어왔고,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고자 하는 동기를 포함하는 죄책감 경향성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연구는 소수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험적 증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위의 내용을 종합하여 타인을 위한 도움행동에 대한 각기 다른 동기를 유발하는 두 도덕적 정서가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밝히는 것은 중학생의 방어행동 증진을 위한 동기적 차원의 개입방안을 보다 다양하게 계획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적 정서가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학급의 분위기가 얼마나 지지적이라고 지각하는지의 수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방어행동은 상대적으로 많은 권력을 가진 가해자의 뜻에 맞서는 것과 같아 선뜻 방어행동을 시도하였다가 자신이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회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Pozzoli, Ang, & Gini, 2012). 따라서 도덕적 정서로 인해 유발된 친사회적 동기로 피해자를 방어하고자 하더라도 학급 내 지지수준이 낮아 방어행동을 수행하였을 때 그에 뒤따를 사회적 위험이 높다고 지각할 경우 그러한 친사회적 동기가 실제 방어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Sandstrom & Bartini, 2010). 반대로 자신이 속한 학급의 지지수준이 높다고 지각할 경우, 자신이 방어행동을 했을 때 감수해야 할 사회적 위험으로 인해 위축되지 않기 때문에 도덕적 정서로 인해 촉발된 방어행동의 동기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처럼 도덕적 정서가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학급분위기가 조절할 가능성은 인간의 도움행동을 설명하는 Dovidio 등(1991)의 각성: 비용-보상 모델(Arousal: costreward model)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개인은 타인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마주했을 때 자신이 도움행동을 수행할 시 얻게 될 보상이 손실보다 크다고 예상할 경우 실제 타인을 도울 가능성이 높아진다(Dovidio et al., 1991). 이를 또래괴롭힘 상황에 적용해보면, 학급구성원 간에 지지적인 환경이 조성되어있을 경우 개인은 괴롭힘 상황에서 방어행동을 함으로써 경험하게 될 사회적 위험도가 낮다고 지각할 것이다. 더 나아가 방어행동이 오히려 학급구성원으로부터 기대되는 행동으로 간주된다면, 개인은 피해자를 도움으로써 학급구성원에게 존경이나 애정과 같은 보상을 얻게 될 것을 기대하여 방어행동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의 도덕적 정서가 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학급의 지지적인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시사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제로 검증한 연구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도덕적 정서가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지지적인 학급분위기 수준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을 밝힌다면,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일괄적인 개입을 통해 방어행동 수준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학급분위기는 도덕적 정서가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어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학급분위기(classroom climate)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한다면 학급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조성되는 학급 고유의 문화나 풍토로서 학급의 주요 주체인 교사와 개개 학생들이 학급의 구성원에게 얼마나 지지적인 태도를 보이는지를 포함한다(Gong & Lee, 2017; Kim, 1994; Thornberg et al., 2018). 그러나 교사가 학생에게 제공하는 지지와 학생들 간에 형성되는 지지는 그 내용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학생 간 지지는 서로를 존중하고 돌보는 정서적 지지에 초점이 맞춰지는 반면, 교사의 지지는 정서적 지지 뿐만 아니라 학급의 규칙을 설정하고 이를 따르도록 하는 정보적 지지를 포함한다(Thornberg et al., 2018). 따라서 두 하위요인 모두 학급분위기의 구성요소이지만 지지를 제공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실제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교사의 지지가 중학생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Taylor (1982)가 주장하였던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의 개념과 관련지어 설명해볼 수 있다. 다원적 무지란 개인적으로는 전혀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근거로 다수의 행동에 동조하는 것을 의미한다(Song, 2017). 예컨대 괴롭힘 상황에서라면, 누군가가 먼저 방어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모두가 괴롭힘에 동의하고 있다고 받아들여 괴롭힘에 동조하거나 방관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교사가 학생들에게 명확한 학급 규칙을 제시하고 이를 따르도록 지도한다면, 괴롭힘에 대한 학생들의 다원적 무지를 깨뜨려 방어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 또한 학생에 대한 정서적 지지 수준이 높은 교사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경험하는 부정적인 정서를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그에 대한 적절한 개입을 시도하고자 한다(Kennedy & Kennedy, 2004). 따라서 교사의 지지 수준이 높은 학급의 학생들은 교사가 괴롭힘 문제에 대해 신속한 조치를 취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기 때문에 학생 자신도 방어행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한편 학생 간 지지가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Dovidio 등(1991)이 주장하였던 우리 의식(we-ness)의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 의식이란 개인이 타인을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고 유대감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는데, Dovidio 등(1991)은 개인이 우리 의식을 강하게 느낄수록 집단구성원의 복지에 대한 책임감이 증가하여 그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할 경우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고자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우리 의식은 집단구성원들 간에 긴밀한 정서적인 교류가 이루어질 때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학급 내 학생 간 지지가 높다고 지각하는 학생의 경우 학급의 구성원에 대한 우리 의식 또한 강하게 느껴 괴롭힘 피해를 경험하는 학생에 대한 도움행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이상의 근거와 필요성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도덕적 정서의 하위요인인 정서적 공감과 죄책감 경향성, 학급분위기가 중학생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두 도덕적 정서가 중학생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학급분위기(교사의 지지, 학생 간 지지)가 조절하는지를 검증하고자 한다. 이때, 청소년의 경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괴롭힘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끼는 도덕적 민감성 수준은 높고, 괴롭힘 상황에 대한 도덕적 이탈 수준은 낮은 경향이 있어 방어행동을 더 많이 수행한다는 선행연구 결과(Thornberg & Jungert, 2013)와 방어행동을 실제 수행하였던 학생들 중 자신이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던 학생들이 있었다는 Shon과 Lee (2015)의 질적연구결과를 토대로 성별과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을 통제변인에 포함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중학생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요인과 학급 요인에 대한 이해를 밝힘으로써 집단 내 방어자의 비율을 높이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개입방안 계획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의 연구 목적을 위해 본 연구에서 설정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 문제 1. 중학생의 정서적 공감과 죄책감 경향성, 학급분위기(교사의 지지, 학생 간 지지)는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 문제 2. 중학생이 지각한 교사의 지지와 학생 간 지지는 도덕적 정서(정서적 공감, 죄책감 경향성)가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가?
2-1. 중학생이 지각한 교사의 지지와 학생 간 지지는 정서적 공감이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가?
2-2. 중학생이 지각한 교사의 지지와 학생 간 지지는 죄책감 경향성이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가?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는 서울시와 경기도에 위치한 다섯 개 중학교에 재학중인 2∼3학년 학생 중 편의표집에 의해 선정된 163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대상 중 여학생이 86명(52.7%)으로 남학생보다 다소 많았고, 학년별 구성에 있어서는 2학년(58.3%), 3학년(41.7%) 순으로 2학년이 3학년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성별과 학년에 따른 연구대상의 수와 백분율은 Table 1에 제시된 바와 같다.

2. 연구도구

1) 또래괴롭힘 방어행동

중학생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을 측정하기 위해 Salmivalli 등(1996)이 개발하고 Seo (2008)가 번안한 참여자 역할 질문지(Participant Role Questionaire)를 사용하였다. 원척도는 총 6가지 참여자 역할을 묻는 문항들로 구성되어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방어자 역할에 대한 6개 문항만을 제시하였다. 문항의 예로는 ‘나는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와 잘 놀아주었다’, ‘나는 괴롭히는 아이에게 괴롭히는 것을 그만하라고 말했다’ 등이 있다. 응답자는 지난 학기동안 자신이 또래 괴롭힘 상황에서 피해자를 방어하기 위한 행동을 얼마나 자주 수행하였는지를 ‘전혀 그렇지 않았다(1점)’부터 ‘항상 그랬다(5점)’까지 5점 척도로 평정할 수 있다. 가능한 총점 범위는 6점∼30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방어행동을 자주 하였음 의미한다. 6개 문항에 대해 산출한 내적 합치도 계수 Cronbach’s α는 .91이었다.

2) 정서적 공감

중학생의 정서적 공감을 측정하기 위해 Song (2010)이 번안한 Jolliffe & Farrington (2006)의 기본 공감 척도(Basic Empathy Scale) 중 정서적 공감을 측정하는 11개 문항을 사용하였다. 문항의 예로는 ‘나는 보통 친구의 감정에 빠져든다’,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으로 인해 쉽게 흔들린다’ 등이 있다. 응답자는 각 문항이 평소 자신의 모습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5점)’까지 5점 척도로 평정하며, 전체 문항 중 다섯개의 문항(1, 5, 6, 8, 11번)은 역채점하도록 되어 있다. 가능한 총점의 범위는 11점∼55점까지로 점수가 높을수록 타인의 정서를 동일시하여 느끼거나 타인의 정서로 인한 감정적 동요를 경험하는 정서적 공감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한 정서적 공감 척도의 내적합치도 계수 Cronbach’s α는 .83이었다.

3) 죄책감 경향성

중학생의 죄책감 경향성을 측정하기 위해 Tangney 등(1992)이 개발하고 Ryu (1999)가 우리나라 청소년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번안한 자의식적 정서 척도-청소년용(Test of Self-Conscious Affect-Adolescents) 중 죄책감을 묻는 12개 문항을 사용하였다. 이는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묘사된 12개의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러한 상황을 상상했을 때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그러한 행동을 수정하고자 하는 성향인 죄책감을 나타내는 반응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1점)’부터 ‘매우 그럴 것이다(5점)’까지 5점 척도로 평정하도록 되어 있다. 가능한 총점 범위는 12점∼60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이를 수정하고자 하는 죄책감 경향성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된 죄책감 경향성을 묻는 12개 문항에 대한 내적합치도계수 Cronbach’s α는 .86이었다.

4) 학급분위기

중학생이 지각한 학급분위기를 측정하기 위해 Thornberg 등(2018)이 개발한 권위 있는 학급분위기 척도(Authoritative Classroom Climate)를 본 연구자와 이중 언어 사용자가 이중 역번역을 실시하여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학생들에 대한 담임교사의 지지 수준을 묻는 8개 문항과 학급 내 학생들 간의 지지 수준을 묻는 7개 문항의 총 15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위요인별 문항의 예로는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셨다’와 ‘우리 반 학생들은 서로를 존중해주었다’ 등이 있다. 응답자는 지난 학기동안 학급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을 고려하여, 제시된 문항이 자신의 학급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의 정도를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1점)’부터 ‘매우 동의한다(4점)’까지 4점 척도로 평정할 수 있다. 각 하위요인의 점수 범위는 교사의 지지는 8점∼32점, 학생 간 지지는 7점∼28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응답자가 해당 학급분위기 특성을 높다고 지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산출된 내적 합치도 계수 Cronbach’s α는 교사의 지지의 경우 .94, 학생 간 지지의 경우 .92이었다.

3. 연구절차

자료는 연구자가 임의로 선정한 서울시와 경기도 소재의 다섯개 중학교에서 수집되었다. 본 조사에 앞서 연구자가 학급별 교사들에게 설문의 목적, 예상 소요시간, 응답 시 유의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거쳤다. 교사들이 참여에 동의한 중학생에게 질문지를 배부하고 중학생들이 자기보고식으로 직접 응답한 질문지를 회수하였다. 총 435부의 질문지를 배부하였으며, 그 중 412부를 회수하였고, 회수율은 약 94%였다. 회수된 질문지 가운데 지난 학기(2018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동안 실제 괴롭힘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78부를 골라내었고, 그 중 두 개 이상의 척도에서 동일한 번호에 일괄적으로 응답한 자료 혹은 한 척도 이상 응답이 누락된 자료, 결측치가 발생한 자료를 불성실한 답변이라고 판단하여, 이에 해당하는 15부를 제외한 후에 총 163부의 자료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4. 자료 분석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SPSS ver. 24.0 (IBM Co., Armonk, NY, USA) 프로그램과 Mplus ver. 8.0 (Muthén & Muthén, 1998~2017)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절차로 분석하였다. 첫째, 중학생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과 정서적 공감, 죄책감 경향성, 학급분위기 하위요인의 일반적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각 측정 변인 별로 평균과 표준편차를 산출하였다. 둘째, 중학생의 정서적 공감과 죄책감 경향성, 학급분위기의 두 하위요인이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변인들 간의 Pearson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하였으며, 이를 기초로 Mplus ver. 8.0을 사용하여 성별과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을 통제변인으로 투입한 중다회귀분석을 검증하였다. 셋째, 중학생의 죄책감 경향성이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교사의 지지의 조절효과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Aiken & West (1991)가 제안한 단순기울기검증(simple slope analysis)을 추가로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1. 기술적 결과

본 연구에서 측정한 중학생의 또래괴롭힘 피해경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 정서적 공감, 죄책감 경향성, 학급분위기의 가능한 점수 범위와 평균, 표준편차는 Table 2에 제시된 바와 같다. 먼저 중학생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의 총점 평균은 15.80점이었고 이를 5점 척도의 문항 평균 점수로 환산할 경우 2.63점이었다. 이는 2점의 ‘가끔 그랬다’와 3점의 ‘보통 그랬다’의 중간에 해당하는 값으로 본 연구에 참여한 중학생의 또래 괴롭힘 방어행동 수준은 다소 낮았다.
다음으로 중학생의 정서적 공감의 총점 평균은 37.67점으로, 5점 척도의 문항 평균 환산 점수는 3.42점이었다. 이 수치는 ‘보통이다(3점)’와 ‘대체로 그렇다(4점)’의 사이에 해당되는 점수로서 본 연구에 참여한 중학생의 정서적 공감 수준이 다소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중학생의 죄책감 경향성의 총점 평균은 44.70점으로, 5점 척도의 문항 평균 환산 점수는 3.73점이었다. 이 수치는 ‘보통이다(3점)’와 ‘그럴 것 같다(4점)’의 사이에 해당되는 점수로서 본 연구에 참여한 중학생들의 죄책감 경향성 또한 다소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학생이 지각한 학급분위기(교사의 지지, 학생 간 지지)를 각 하위요인별로 살펴보면 교사의 지지의 총점 평균은 25.93점, 학생 간 지지의 총점 평균은 22.30점이었고 각각을 4점 척도의 문항 평균 점수로 환산할 경우 3.24점, 3.18점이었다. 이는 모두 ‘조금 동의한다(3점)’와 ‘매우 동의한다(4점)’의 사이에 해당되는 점수로서 본 연구에 참여한 중학생들이 각 하위요인별 학급분위기 특성을 다소 높다고 지각하고 있는 편임을 알 수 있다.

2. 정서적 공감과 죄책감 경향성, 학급분위기가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조절효과

본 연구는 중학생의 정서적 공감과 죄책감 경향성, 학급분위기가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였다. 이를 위해 측정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고자 Pearson의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하였고 그 결과 변수 간 상관계수가 모두 .60 이하로 나타나 다중공선성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분석결과는 Table 3과 같다.
중학생의 정서적 공감과 죄책감 경향성, 학급분위기의 하위요인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Mplus 8.0을 통해 중다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먼저 중학생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을 종속변인으로 하여 Model 1에서 성별과 또래괴롭힘 피해경험을 통제변인으로 투입하였고, Model 2에서 정서적 공감과 죄책감 경향성, 학급분위기 하위요인을 독립변인으로 투입하였으며 마지막 Model 3에서는 정서적 공감과 학급분위기 하위요인을 각기 곱한 상호작용항, 죄책감 경향성과 학급분위기 하위요인을 각기 곱한 상호작용항을 추가로 투입하였다. 분석결과는 Table 4에 제시하였다.
통계분석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Model 1에 투입된 통제변인인 성별(β=-.17, p <.05)과 또래괴롭힘 피해경험(β=.17, p <.01)은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이, 그리고 또래괴롭힘 피해 경험이 많을 때 또래괴롭힘 방어행동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Model 2에서 투입된 변인들 중에는 죄책감 경향성(β=.45, p<.001)과 교사의 지지(β=.19, p <.05), 학생 간 지지(β=.20, p<.05)가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체적으로 죄책감 경향성이 높을수록, 그리고 중학생이 지각한 교사의 지지와 학생 간 지지 수준이 높을수록 또래괴롭힘 방어행동 수준이 더욱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중학생의 정서적 공감의 영향력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Model 3에서는 죄책감 경향성과 교사의 지지의 상호작용항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β=.22, p <.05). 이는 죄책감 경향성이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중학생이 지각한 교사의 지지 수준에 따라 다름을 의미한다. 전체 회귀방정식에 포함된 변인들은 중학생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 변량의 총 48%를 설명하였다.
위와 같은 분석결과에서 더 나아가 교사의 지지 수준에 따른 죄책감 경향성과 방어행동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검증하였다. 연속변인인 독립변인과 조절변인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상하 집단으로 구분하고, 각 집단의 종속변인인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의 평균값을 산출하였다. 또한 Aiken & West (1991)의 제안대로 교사의 지지 수준의 총점 분포에 따라 전체를 상, 하 집단으로 나누어 집단별로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대한 회귀계수를 산출하였다. 이를 비교한 결과는 각각 Figure 1Table 5와 같다.
그래프로 표현한 상호작용 효과를 살펴보면, 교사의 지지 수준이 높다고 지각한 집단은 낮은 집단에 비해 죄책감 경향성이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컸다. 구체적으로 교사의 지지 수준이 높은 집단의 회귀계수는 .65, 낮은 집단의 회귀계수는 .27로 나타났다. 이는 죄책감 경향성이 높은 중학생들이 방어행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더 높은데, 죄책감 경향성이 방어행동에 주는 영향이 교사의 지지 수준이 낮다고 지각하는 집단보다 높다고 지각하는 집단에서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중학생이 담임교사의 지지 수준을 더욱 긍정적으로 보고할수록 죄책감 경향성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정적인 영향력이 강화됨을 의미한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정서적 공감과 죄책감 경향성, 학급분위기(교사의 지지, 학생 간 지지)가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정서적 공감, 죄책감 경향성과 방어행동의 관계에서 학급분위기의 조절효과를 검증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나타난 주요 결과와 그에 따른 시사점을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중학생의 정서적 공감과 죄책감 경향성, 그리고 학급분위기의 두 하위요인인 교사의 지지와 학생 간 지지가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결과, 중학생의 죄책감 경향성과 교사의 지지, 학생간 지지는 방어행동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정서적 공감은 방어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방어행동에 대한 각기 다른 동기를 유발하는 두 도덕적 정서 중 죄책감 경향성만이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정적인 상황과 관련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이를 수정하고자 하는 성향인 죄책감 경향성이 클수록 괴롭힘 상황에서 피해자를 위한 방어행동을 할 가능성이 더 높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죄책감 경향성이 방어행동을 정적으로 예측한다는 선행연구의 결과를 지지하는 결과이다(Choi, 2012; Kang, 2018). 이는 죄책감 경향성이 개인으로 하여금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발현된 부정적 정서를 해소하고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고자 하는 이기적 동기를 유발하여 괴롭힘 피해자를 돕는 방어행동을 수행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타인의 정서를 동일시하여 경험하는 정도인 정서적 공감은 방어행동 수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정서적 공감 수준이 높을수록 방어행동을 많이 한다고 주장하였던 선행연구들과 일치하지 않는 결과를 보여주었다(Oh, 2010; Yang, 2015). 이와 같은 상반된 연구결과는 정서적 공감을 측정하는 척도와 관련지어 해석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정서적 공감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정적인 영향력을 검증한 대다수의 선행연구들은 정서적 공감을 측정하는 데 있어 Davis (1980)의 대인관계 반응 척도(Interpersonal Reactivity Index)를 사용해왔다(Oh, 2010; Yang, 2015). 그러나 이 척도는 정서적 공감의 하위요인으로 공감적 관심과 개인적 고통을 포함하고 있으며 문항의 내용 면에서도 타인의 정서를 동일시하여 경험하는 수준보다는 동정심이나 온정성, 감수성 등을 측정하는 것에 가까웠다. 반면 본 연구에서 사용한 척도는 타인의 정서에 대한 개인의 감정적 동요와 동일시에 초점을 두고 있는 Jolliffe & Farrington (2006)의 기본 공감 척도(Basic Empathy Scale)였다. 이와 같은 차이점을 고려해볼 때 타인의 정서에 대한 개인의 감정적 동요와 동일시 수준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방어행동 수행을 증진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정서적 공감 수준은 방어행동을 유의미하게 예측하지 못한 반면, 죄책감 경향성 수준은 방어행동을 정적으로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난 본 연구의 결과는 기존의 또래괴롭힘 예방 프로그램의 내용을 재검토하고 보다 효과적인 방향을 제안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써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또래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 공감, 의사소통, 갈등해결, 자기존중감, 감정조절, 학교폭력 인식과 대처의 총 여섯 가지 모듈로 구성된 어울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Park, Han & Kim, 2016). Lee (2016)는 구조모형 분석을 통해 위의 여섯 모듈 중 공감 모듈이 학교폭력 인식과 대처에 가장 큰 직접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를 도출하였고, 이에 따라 학교에서 가장 단기간에 학생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공감 모듈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장한 바 있다. 이는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아 학교폭력에 허용적이었던 학생들이 공감증진 프로그램 시행으로 인해 타인의 감정을 돌아볼 수 있었고 그 결과 학교폭력에 대해 비허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는 Choi와 Lee(2015)의 연구결과를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 어울림 프로그램 중 공감 모듈의 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그것이 타인의 감정을 돌아보게 하여 주변인들의 방어행동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울림 프로그램 중 공감 모듈은 이모티콘의 표정을 보고 감정 맞추기, 책 속 주인공의 감정 추측하기, 괴롭힘 상황 역할극을 통해 피해자의 감정 경험해보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School Violence Prevention Research Support Center, 2014).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타인의 감정을 추측하거나 타인이 느꼈을 감정에 대한 동일시를 시도해보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실제 방어행동 수행 증진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토대로 또래괴롭힘 예방 프로그램에 실제 괴롭힘 상황에서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방어행동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즉, 중학생의 방어행동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재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괴롭힘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데에 있어 가해자뿐만 아니라 동조자나 방관자 또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확하게 일러주고, 실제 주변에 발생하고 있는 괴롭힘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 돌아보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면 방어행동 증진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개인이 괴롭힘 상황의 주변인으로서 피해자를 돕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이를 연습해볼 수 있도록 한다면, 단순히 괴롭힘 피해자의 감정을 대리 경험해보는 것보다 방어행동 증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중학생이 지각한 학급분위기가 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학급분위기의 두 하위요인인 교사의 지지와 학생 간 지지는 모두 방어행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지지는 괴롭힘 상황에 대한 집단의 암묵적 동의 상태를 깨뜨려줄 수 있고, 교사의 신속한 개입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방어행동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Kennedy & Kennedy, 2004; Taylor, 1982). 이러한 결과를 활용한 중재방안을 고안하는 것은 담임교사에게 적절한 학급관리매뉴얼을 제공함으로써 단기간에 환경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고, 궁극적으로 학급 내 모든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위 결과를 바탕으로 교사의 지지 수준에 대한 개입을 통해 방어행동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학생들과 함께 괴롭힘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대처방안을 알려주는 방법을 고안해볼 수 있다. 또한 학기 초에 학생들과 함께 한 해동안 만들어가고 싶은 이상적인 학급의 모습을 그려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권장되는 행동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는 것도 학생들로 하여금 학급 운영에 대한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다(Park, 2013). 이를 통해 설정된 규칙을 학급 내에 명시해두고 주기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거친다면 보다 질서 있는 학급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교사는 학생들이 크고 작은 도움을 요청할 때 민감하게 반응하고, 애정적으로 지도함으로써 정서적인 지지 수준 또한 높일 수 있다.
이어서 학생 간 지지 역시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중학생이 자신이 속한 학급의 학생들이 서로를 친절하고 예의있게 대하며 상호 존중해주는 등 정서적으로 지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다고 지각할수록 괴롭힘 상황에서 방어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결과는 학급구성원들이 원활히 상호작용하고 하나로 통합되었다고 지각하는 정도인 학급응집력이 높게 형성된 학급에서는 방어행동수준이 높게 나타났다는 Ha (2014)의 연구와도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학생 간 지지 수준을 높임으로써 방어행동 수행을 증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개입으로 학급 내에 또래 지지집단을 운영하여 괴롭힘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지지적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해볼 수 있다.
괴롭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개입으로 가해자와 가해동조자를 직접 처벌하는 방법도 있으나, 해결중심적 전략을 기반으로 한 비처벌적 개입 방안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Young, 1998). 특히 피해 학생의 주변인 5∼8명으로 소규모 지지집단을 구성한 뒤 피해 학생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는 또래 지지집단 운영은 네덜란드와 독일의 KiVa 또래괴롭힘 예방 프로그램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Veenstra et al., 2013). 이는 또래괴롭힘 역동을 바꾸는 주체를 학생으로 두고 그들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인데, 학생들은 교사나 상담사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것에 대해 자신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인정받았다고 느끼고 이에 책임감을 갖게 된다(Ploeg, Steglich, & Veenstra, 2017). 또한 이러한 소규모 지지 집단의 노력이 학급 전체로 확산되어 학급의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 잡을 경우, 그러한 규범이 긍정적인 또래 압력으로 작용하여 피해 학생에 대한 학급 전체의 방어행동 수준이 증진될 수 있다(Ploeg et al., 2017).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또래괴롭힘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해왔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소집과 같은 문제 중심적 대처방안을 고수하기보다는 또래 지지집단활동과 같은 해결 중심적 대처방안을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마지막으로 중학생의 정서적 공감과 죄책감 경향성이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학급분위기 하위요인의 조절효과를 검증한 결과, 죄책감 경향성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교사의 지지 수준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으나 나머지 상호작용항은 모두 유의하지 않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서술하자면, 먼저 죄책감 경향성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교사의 지지 수준은 조절효과를 보인 반면 학생 간 지지는 조절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즉, 중학생이 괴롭힘을 목격하였을 때 그러한 상황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이기적 동기로 방어행동을 수행하고자 할 경우, 학급 내의 또래들보다는 담임교사가 지지적인 태도를 보일수록 그러한 동기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이기적 동기에 의해 방어행동을 수행하고자 할 때, 자신이 겪게 될 사회적 손실에 대한 염려가 상쇄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또래괴롭힘의 가해자가 대부분 또래 집단 내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라는 점과 관련지어 설명이 가능하다. 주변인이 또래괴롭힘 상황을 목격하여 이에 개입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졌을 때, 학급 내에서 가해자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진 교사가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개인은 방어행동을 직접 수행할 용기를 얻게 될 수 있다. 그와 달리 학급 내 또래들의 지지는 그러한 사회적 위험을 상쇄시켜주는 정도가 덜해 실제방어행동 수행을 이끌어낼 만큼의 영향은 미치지 않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또래괴롭힘의 유지와 심화에 있어 교사의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따라서 학급의 교사는 또래괴롭힘 역동이 단지 학생들 간의 관계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교사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에 의해서도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평소 학생들에 대해 지지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 대한 제한점을 밝히면서 후속 연구를 위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의 측정시기와 관련된 제한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를 위한 설문이 진행된 4월은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응답자들이 새 학급의 분위기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방어행동을 수행한 경험이나 학급의 분위기에 대한 응답의 기준을 지난 학기로 설정하였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기억 왜곡으로 응답 내용 또한 다소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예비 조사에 참여하였던 학생들이 학교에서 담임교사의 주도로 현 학급에 대한 학급분위기 설문을 진행할 경우, 담임교사가 자신의 답변 내용을 확인할 것이 염려되어 오히려 설문에 솔직하게 응답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학급분위기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는 것은 지난 학년을 기준으로 하는 것과 현재 학년을 기준으로 하는 것 모두 응답의 왜곡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후속 연구에서는 이러한 왜곡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설문을 한 학년을 마치는 2학기 말에 시행하되 설문대상자들의 응답지를 연구자가 교실에서 직접 배부하고 수거하여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응답을 확인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 또래괴롭힘 목격 경험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연구 대상자가 과도하게 탈락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질문지에 지난 학기동안 실제 또래괴롭힘을 목격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문항이 포함되어 있어 ‘전혀 없음’이라고 응답한 학생들의 응답을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전혀 없음’이라고 응답한 학생들이 실제로 괴롭힘을 목격한 경험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괴롭힘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아 그러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응답 대상자들에게 질문지를 배부하였을 때 질문지 하단에 괴롭힘의 정의와 구체적인 유형을 명시하였으나, 학생들이 자신의 주변에 일어났던 괴롭힘을 단순한 장난으로 받아들였을 경우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방관자의 태도를 취했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실제 또래괴롭힘 목격 경험이 있으나 방어행동을 취한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자신은 괴롭힘을 목격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하여 연구대상에서 탈락되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설문을 진행하기 전에 응답 대상자들을 상대로 괴롭힘의 정의와 실제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괴롭힘의 사례와 같은 추가적인 설명을 제공하여 유의미한 연구대상의 탈락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가 지니는 시사점과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타인을 위한 도움행동에 대해 각기 다른 동기를 유발하는 두 도덕적 정서가 실제로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을 예측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특히 개인으로 하여금 타인이 처한 부정적 상황에 관련된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고 수정하도록 만드는 정서인 죄책감 경향성이 방어행동을 설명하는 주된 예측요인임을 밝혔고, 이를 통해 중학생들의 또래괴롭힘 방어행동을 증진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있어 타인의 정서를 동일시하여 경험하는 수준을 증진시키는 방안만으로는 실제 방어행동 수행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였다. 그러므로 중학생들이 실제 방어행동을 더 많이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괴롭힘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데에 있어 스스로의 책임이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돌아보고, 괴롭힘을 멈추기 위해서 개인이 수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처행동을 떠올려보도록 하는 경험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죄책감 경향성이 방어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교사의 지지의 조절효과를 확인함으로써 또래괴롭힘의 유지와 심화에 있어 교사의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학급의 교사는 또래괴롭힘 역동이 단지 학생들 간의 관계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교사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에 의해서도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평소 학생들에 대해 지지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Declaration of Conflicting Interests

The authors declare no conflict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eir authorship or the publication of this article.

Figure 1.
Moderating effect of teacher support on the relation between guilt-proneness and defending behavior of middle school students.
fer-57-3-419f1.jpg
Table 1.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N= 163)
Boys Girls Total
Grade Sophomore 41 (25.2%) 54 (33.1%) 95 (58.3%)
Senior 36 (22.1%) 32 (19.6%) 68 (41.7%)
Total 77 (47.3%) 86 (52.7%) 163 (100.0%)
Table 2.
Mean and Standard Deviations of Variables (N= 163)
Variable Possible score range M (SD) Item score range Mean of item score (SD)
Defending behavior 6~30 15.80 (6.14) 1~5 2.63 (1.02)
Affective empathy 11~55 37.67 (7.19) 1~5 3.42 (.65)
Guilt-proneness 12~60 44.70 (7.60) 1~5 3.73 (.63)
Classroom climate
 Teacher support 8~32 25.93 (5.68) 1~4 3.24 (.71)
 Student support 7~28 22.30 (4.59) 1~4 3.18 (.65)
Table 3.
Correlations between Measured Variables (N= 163)
1 2 3 4 5 6-1 6-2
1. Gender -
2. Bullying victimization .05 -
3. Defending behavior -.21** -.06 -
4. Affective empathy .40** .04 .07 -
5. Guilt-proneness -.05 -.19* .56** .26** -
6. Classroom climate
 6-1. Teacher support -.04 -.28** .37** .07 .31** -
 6-2. Student support -.09 -.38** .40** .12 .28** .57** -

* p<.05,

** p<.01.

Table 4.
Hierarchical Regression Analysis: Influence of Affective Empathy and Guilt-proneness on Defending Behavior and Moderation Roles of Class Climate (N= 163)
Model Model 1
Model 2
Model 3
Variable β β β
Gendera -.22* -.16* -.17*
Bullying victimization -.06 .17* .17**
Affective empathy (A) -.05 -.04
Guilt-proneness (B) .49*** .45***
Classroom Climate
 Teacher support (C) .11 .19*
 Student support (D) .26** .20*
(A) × (C) -.09
(A) × (D) .05
(B) × (C) .22*
(B) × (D) -.01
R2 .05* .44*** .48***

a) Gender: male as 0, female as 1.

* p<.05,

** p<.01,

*** p<.001.

Table 5.
The Relationship of Guilt-proneness and Defending Behavior of Middle School Students Depending on Teacher Support (N= 163)
Teacher support Simple slope analysis
b S.E. β
High group (n=92) 0.52 .06 .65***
Low group (n=71) 0.21 .0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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