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노동통계조사 자료에 의하면 만 15세에서 6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으며,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또한 2013년에 50.2%, 2014년 51.3%, 2015년 51.8%로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의 증가는 생산가능 노동력의 제고로 인한 경제성장률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28]. 그러나 우리나라 30대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이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현상으로 진단되고 있다[28]. 이에 기혼취업여성들에 대한 건강과 복지에 대한 관심의 요구가 증가하면서 일과 가족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적 직장문화 조성, 모성보호, 보육지원 등의 정책적인 노력들이 확대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일은 경제적인 측면의 의미뿐만 아니라 자아실현의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직업을 가지는 것이 여성의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39]. 그러나 우리나라 기혼취업여성들은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치관에 근거한 어머니 역할의 수행과 함께 직장에서는 남성보다 불리한 지위를 가지는 경우가 많아 다중역할로 말미암은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쉬우며,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우울증 유발과 재발에 영향을 미친다[38].
일과 가족이라는 삶의 영역은 서로 전이(spillover)를 통해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데, 초기의 여성의 일과 가족의 관계에 관한 연구들은 주로 두 영역사이의 갈등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졌다[3]. 즉, 개인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일과 가족의 영역에 할당하는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의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필연적인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일과 가족 사이의 갈등에 대한 연구는 직장 일에서 비롯된 갈등이 가정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과 가정에서의 갈등이 직장 일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으로 세분화되어 연구되었다. 그러나 근래의 연구들은 일과 가족의 갈등관계에만 초점을 맞춘 시각에서 벗어나 일과 가족에서의 다중역할이 시너지 작용을 일으켜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시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직장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가정에서 구성원들의 지지를 통해 극복할 수 있고, 가정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를 직장에서 업무수행에서의 만족을 통해 극복하는 등 상호보완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일과 가족과의 관계는 일에서 가정으로, 가정에서 일로 가는 부정적인 전이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전이 또한 존재하므로 이러한 전이의 방향성과 긍·부정적인 영향력을 모두 고려한 통합적인 연구가 요청되었다[49].
이에, 일과 가족의 긍·부정적 전이를 고려한 연구들이 이루어졌는데, 주로 각각의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탐색하는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으며[3, 18, 23, 29], 일과 가족의 긍·부정적 전이가 여성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들도 일부 이루어졌다[16, 46]. 그러나 실제 여성들의 일과 가족의 전이 양상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및 전이 양상에 따른 효과를 통합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여성가족패널 자료를 활용하여 여성의 일과 가족의 긍·부정적 전이정도에 따른 잠재집단을 도출하는 인간중심적인(person-oriented)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변수중심적(variable-oriented) 방법을 활용한 분석에서 살펴보기 어려웠던 실제 기혼취업여성들의 일과 가족에서의 실제 전이 양상에 따른 유형을 탐구하고, 각각의 잠재집단 구분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가족, 직장 측면에서의 변수들을 탐구하고자 한다. 나아가 일과 가족의 긍·부정적 전이 양상에 따른 잠재집단별 정신건강에 차이가 나타나는지 스트레스와 우울의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려 한다.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기혼취업여성의 일-가족 전이에 따른 잠재집단은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가?
연구문제 2. 기혼취업여성의 일-가족 전이에 따른 잠재집단별 전이 양상은 어떠한가?
연구문제 3. 기혼취업여성의 일-가족 전이에 따른 잠재집단의 분류에 생태학적 체계변수(개인, 가정, 직장)들이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문제 4. 기혼취업여성의 일-가족 전이에 따른 잠재집단별 정신건강(스트레스, 우울) 수준에 차이가 있는가?
이론적 배경
1. 일-가족전이
일-가족의 관계와 관련한 초기의 연구들은 역할긴장 이론에 기반, 직업과 가족 역할에 대한 갈등(work-family conflict)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과 직업에서의 역할을 양립할 때 자원을 적절히 할당하지 않으면 고갈된 자원과 역할 과중으로 인한 필연적인 갈등이 수반된다고 본 것이다[10, 14, 46]. 일과 가족 갈등은 일에서 가족으로 향하는 일-가족 갈등(work-to-family conflict)과 가족에서 일로 향하는 가족-일 갈등(family-to-work conflict)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가족 갈등은 일에 대한 요구로 인해서 가족 책임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며, 가족-일 갈등은 가족에 대한 요구로 인한 업무 수행에의 문제를 의미한다[49].
그러나 전이이론에서는 일과 가족 간의 관계가 갈등에 의한 부정적인 전이만이 아니라 일과 가족에서의 다중역할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인 전이를 포괄한다. 긍정적인 전이는 역할강화(work-family enrichment), 역할촉진(work-family facilitation)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며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관련 실증연구들이 이루어졌다[16, 46]. 즉, 다양한 역할에의 참여가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을 통한 풍요로운 삶과 개인의 성장기회를 제공하고, 일과 가족의 한쪽에서 오는 역할 상의 어려움을 완화함으로써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의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11, 31].
단순구조의 역할이론들은 현대의 복잡한 일과 가족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반성적인 시각이 일어나면서 일과 가족 간 상호관계에 초점을 둔 다차원적이고 양방향적인 관계로서 직업과 가족을 살펴보는 것이 적합하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46]. 즉, 일에서 가정으로 영향을 미치는 매커니즘과 가정에서 일로 영향을 미치는 매커니즘이 상이하며, 일-가족 간 부정적인 영향과 긍정적인 영향 역시 하나의 차원의 양극단이 아닌 독립된 차원으로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12]. 이에 일에서 가족으로 가는 긍정적 전이, 일에서 가족으로 가는 부정적 전이, 가족에서 일로 가는 긍정적 전이, 가족에서 일로 향하는 부정적 전이의 네 차원으로서 일-가족 전이를 설명하게 된다.
한편, 일-가족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살펴본 선행연구물들의 결과를 종합하면, 일-가족 전이에의 영향요인을 크게 개인요인, 가족요인, 직장요인으로 구별하여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일-가족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요인으로는 연령, 교육연한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 등을 들 수 있다. 연령이 일과 가족 전이에 미치는 유의한 영향력이 없음을 보고하는 연구들도 존재하지만[20, 33], Ryu [45]가 여성가족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기혼취업여성의 연령별 일-가족 전이의 차이를 살펴본 연구에 의하면, 연령이 어릴수록 일이 가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Park [43]의 연구와 Lee와 Lee [34]의 연구에서 연령에 따른 집단을 구분하여 연구한 결과에서도 연령집단별 일과 가족 갈등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보고하고 있다. 2003년 전국가족조사 결과에 의하면 연령이 낮고, 학력이 높을수록 일이 가정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22]. Jeong [19]의 연구에서도 교육수준이 높아질수록 전반적인 역할 갈등이 줄어든다고 하였으나, Kim과 Han [27]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전문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여성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성보다 가족에서 일로의 긍정적 전이에 부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가족에 대한 가치관 또한 일과 가족에의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가치관은 유교적인 가치관에 근거한 개인의 이익보다 가족의 영속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이며, 비전통적인 가치관은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과 함께 남녀 간의 평등한 관계와 자율성 및 독립성을 강조하는 가치관이다[6]. Kim과 Kim [24]의 연구에서 가족가치관이 일과 가족 전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비전통적인 가족가치관은 일에서 가정으로, 가정에서 일로의 전이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Jang과 Jeong [18]의 연구에 의하면 가족역할에 대한 전통적 인식을 가진 경우 일에서 가족으로의 부정적 전이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일-가족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가족요인으로는 자녀수, 가사노동시간, 가구소득 등을 들 수 있다[34, 43, 45]. 선행연구에 의하면, 자녀의 수가 많을수록, 본인의 가사노동 시간이 길수록 일과 가족생활을 병행하기 어렵고, 이에 가족에서 일로의 부정적 전이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8, 29]. 국내 여성 근로자들의 일과 가족 전이 영향요인에 관한 선행연구들에 대한 문헌고찰 연구를 실시한 Choi와 Jeong [5]에 따르면, 자녀수와 배우자 소득은 일과 가족의 긍·부정적 전이에 모두 유의한 영향을 미치며, 가사노동시간은 부정적 전이에 유이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
끝으로, 일-가족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직장요인 중 선행연구들의 결과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드러난 변수로 노동시간을 들 수 있다[26, 34, 43]. 즉, 총 근무시간이 높을수록 부정적 전이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Kim과 Yoo [25]의 연구에 의하면 비자율적인 퇴근문화가 일과 가족 갈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금만족도가 낮을수록 일-가족 갈등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34]. 이 외에도 가족친화적인 조직분위기, 일-가족지원적인 조직분위기가 갈등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26, 35, 37]. 전문직, 관리직, 사무직일수록, 근속연수가 길수록, 직무통제력이 높을수록 긍정적 영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출산휴가와 같은 복지제도의 유무 또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8, 20, 27, 33].
2. 일-가족 전이와 정신건강
건강이란 좁은 의미로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넓은 의미로는 개인이 자신의 능력과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육체적인 건강이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를 넘어 최선의 신체적 기능을 유지하고 질병에 저항을 갖춘 상태를 의미하는 것과 같이 정신건강은 정신의 장애가 없다는 의미를 넘어 주관적인 안녕감과 행복감 가운데 최선의 심리적 기능과 잠재능력을 발휘하는 상태, 심리적·정서적 장애를 예방하고 개인적·사회적으로 적응하여 속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웰빙(well-being)의 상태를 의미한다[1].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스트레스와 우울을 들 수 있다. 우울(depression)은 병리학적으로 의기를 상실한 기분과 정신운동 저하의 증후군으로, 프로이트(Freud)에 의하면 개인의 분노가 내면으로 향한 상태이며, 칼 융(Carl Gustav Jung)에 의하면 정신에너지의 고갈 상태를 의미한다. 우울은 우울하고 슬픈 감정과 불안의 감정을 수반하고, 일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줄어드는 증상을 보인다. 흥미와 의욕의 저하로 일상생활, 가정생활이나 직업 활동에 부진해지며 대인관계도 위축된다. 우울증은 여러 정신질환 중 현대인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는 정신장애로,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우울증을 앓을 위험이 높다. 이는 여성의 생애 동안 월경, 출산, 폐경과 같은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결혼, 자녀양육, 가사노동의 전담과 이 과정에서의 노동시장의 강압적 퇴출 등의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되고 있다[42].
스트레스(stress)는 개인이 가진 욕구와 자원 활용 능력의 불균형에서 기인한 걱정스러운 감정 및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스트레스의 수준은 스트레스 상황의 절대적인 양과 수준보다 개인이 이를 어떻게 인지하고 반응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30, 48]. 즉, 스트레스 상황에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내외적인 자원을 활용하여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인지와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개인의 스트레스 대처전략에 따라 동일한 상황에서도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
우울증 환자가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특성을 연구한 Lee 등[38]에 따르면 개인이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유형(빈도와 위협도)에 따라 우울증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맥락적 평정법을 활용하여 스트레스를 최근 6개월 이내에 일어난, 시작과 끝이 분명한, 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삽화적 생활사건과 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일어나며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만성적 스트레스로 구분하여 스트레스와 우울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이때, 삽화적 생활사건과 만성적 스트레스의 빈도와 각 스트레스의 위협도를 측정하였으며, 만성적 스트레스의 경우 생활의 어떤 영역(남편, 친구, 가족, 자녀, 직업, 재정, 건강, 가족건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인지도 세분화하였다. 연구 결과, 삽화적 생활사건의 빈도와 위협도는 우울증 발생과 재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만성적 스트레스의 빈도도 우울증 발생과 재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발생과 재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만성적 스트레스의 실질적인 위협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가족 영역에서 발생한 만성적 스트레스가 우울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며 남편 영역에서 발생한 만성적 스트레스는 우울의 발생과 재발 모두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가족 간의 갈등은 정신적인 불안과 스트레스,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과 관상동맥, 심장질환과 같은 신체적 건강에 위험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7, 9, 47, 49]. 일과 가족 간의 갈등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정신건강 수준이 낮고, 일과 가족 사이의 균형이 잘 이루어진 사람은 높은 정신건강 수준을 보인다[44]. 직업과 가족역할은 성인기 자아형성의 축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며, 이러한 역할을 얻는 것과 역할을 수행해 가는 과정은 성인기의 건강과 발달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 직업과 가족 각각에서의 역할 수행은 상호 간에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는 성인의 정신건강과 신체건강과 관련될 수 있다[46]. 일과 가족에의 전이 경험은 직장과 가정 각각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일상과는 독립적으로 개인의 심리적 반응을 유발하고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12, 15].
직장생활은 개개인의 기본적인 경제적,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어 삶에 대한 만족도와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직무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여성이 직장생활을 통해서 얻는 만족과 성취감이 행복과 건강에 중요한 요소로 나타나고 있지만, 직장생활과 가사, 양육을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는 기혼직장여성들 중에는 우울감, 스트레스 인지 등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보이는 경향이 잦다. 이러한 정신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은 직장환경, 부부관계, 그리고 주변의 지지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 적절한 사회적 지지가 이루어진다면 부정적인 영향력은 감소할 수 있다[1].
한편, 전 생애과정 동안 정신건강의 수준은 남녀 간 큰 차이를 보이는데, 초기 연구들은 다중 역할 수행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남녀 간의 취업률 차이에서 말미암은 다중역할수행의 차이가 이러한 정신건강의 차이를 가져온다고 보았다. 즉, 일과 가족에서의 다중역할의 수행이 다중정체감으로 연결되어 개인의 자존감과 통제력을 높이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가정에의 역할수행으로 한정이 되는 경우가 많아 여성 정신건강의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여성의 취업률이 증가하면서 여성도 다중역할을 수행하는 수가 증가하였고, 다중역할 수행과 정신건강과 관련한 연구물들이 축적됨에 따라 다중역할의 수행여부만으로 남녀 간의 정신건강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었다. 취업 여부로 인한 다중역할 수행여부 만으로 남녀 간 정신건강을 예측하기 어렵게 됨에 따라 다중역할 수행에 따른 개인의 주관적 해석의 영향력과 정신건강과의 관련성에 주목하게 되었다[15].
그런데 일-가족 전이와 정신건강과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살펴본 국내 취업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많지 않은 편이다. Han과 Cha [15]의 연구에서 중년기 취업남녀를 대상으로 일-가족 전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일과 가족 간의 부정적인 전이는 우울감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Song 등[46]의 연구에서 한국과 미국의 만 30-59세 취업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일반적으로 일에서 가족으로의 긍정적 전이 수준이 높을수록 정신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한국취업여성의 경우에는 일에서 가족으로의 긍정적 전이를 경험할수록 우울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에서 일로의 긍정적 전이가 높을수록 정신건강이 양호하며, 가족에서 일로의 부정적 전이를 많이 경험할수록 정신건강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
이 연구에서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가족패널(Korean Longitudinal Survey of Women & Families) 자료를 활용하였다. 여성가족패널조사는 여성 개인과 가족의 변화에 대한 종단적 자료를 구축함을 통하여 여성노동과 일상생활 변화실태와 관련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여성과 가족, 관계와 가치관 및 여성노동과 일상의 변화와 같은 여성의 전반적인 삶을 가시화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조사이다[32]. 여성가족패널조사는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의 표본조사구를 표집틀로 하여 거주지역에 따른 다단계 층화확률추출법을 활용하였으며, 19-64세 여성 9,068명을 대상으로 2007년 첫 조사가 시행된 이후 2년 간격으로 추적조사가 이루어졌다. 이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 2012년 실시된 4차 조사 자료 중 직업이 있는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최종분석에 사용된 사례 수는 3,670명이다.
2. 연구변수
이 연구에서 일-가족 전이 양상에 따른 잠재집단을 도출하고, 잠재집단 분류에 영향을 미치는 여성 개인, 가정, 직장 변수들의 효과와 잠재집단별 정신건강 수준의 차이를 검토하기 위하여 여성가족패널 연구팀이 개발·조사한 문항의 척도를 그대로 활용하였다.
일-가족 전이와 관련해서는 일에서 가족으로의 긍정적 전이에 관한 4개 문항(일을 하는 것은 내게 삶의 보람과 활력을 준다, 일을 함으로써 식구들한테 더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함으로써 가정생활도 더욱 만족스러워진다, 일을 하는 것은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과 부정적 전이에 관한 2개 문항(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가정생활에 지장을 준다, 일하는 시간이 불규칙해서 가정생활에 지장을 준다)을 활용하였다. 또한, 가족에서 일로의 긍정적 전이에 대한 2개 문항(가족부양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 식구들이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주어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과 부정적 전이에 대한 3개 문항(자녀양육 부담으로 인해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 때가 많다, 집안일이 많아서 직장일을 할 때도 힘들 때가 많다, 식구 중 환자가 생겨서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을 활용하였다.
정신건강과 관련해서는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귀찮게 느껴졌다,’ ‘상당히 우울했다,’ ‘모든 일들이 힘들게 느껴졌다’와 같은 우울과 관련한 10개 문항들과, ‘직장이나 가정 또는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와 같은 스트레스와 관련한 8개 문항들을 활용하였다. 연구에 사용한 변수들의 구성과 신뢰도는 Table 1에 제시하였다.
연구에 사용된 주요변수들에 대한 기술통계는 Table 2에 제시된 바와 같다.
3. 연구모형
이 연구에서는 일과 가족의 전이유형에 따른 잠재집단을 도출한 후, 하위 집단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의 영향력을 검증하고, 하위 집단별 정신건강 수준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혼합모형(mixture model)을 적용하였다.
혼합모형은 관찰변수에 근거하여 잠재된 잠재집단을 도출하기 위한 확률적 군집방법으로, 전통적인 군집방법에 비해 사후집단소속확률에 근거한 모형을 활용하여 집단을 분류하고 군집 도출의 기준이 되는 다양한 적합도 지수를 제공한다는 장점을 가진다[2].
혼합모형을 적용한 분석단계는 첫째, 가족 긍·부정적 전이와 관련한 문항들에 대한 응답양상에 따라 적합한 잠재집단의 수를 도출하였다. 둘째, 잠재집단 분류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가족, 직장 수준 변수들의 영향력을 혼합회귀모형을 통해 검토한다. 셋째, 잠재집단별 정신건강수준에 차이가 있는지 스트레스와 우울 두 측면에서 살펴본다. 분석에는 SPSS ver. 18.0 (SPSS Inc., Chicago, IL, USA)과 Mplus 5 프로그램(Muthen & Muthen, Los Angeles, CA, USA)이 사용되었으며, 연구에 사용한 모형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Figure 1에 제시된 바와 같다.
연구결과
이 연구에서는 일과 가족의 전이유형에 따른 잠재집단을 도출하고, 이러한 잠재집단 분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의 영향력을 살펴보았다. 또한, 일과 가족 전이유형의 잠재집단별 스트레스와 우울정도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1. 일과 가족의 전이유형에 따른 잠재집단 구성
일과 가족의 전이유형에 따라 적절한 잠재집단의 수를 결정하기 위하여 Table 3에 제시된 것과 같은 정보지수, 분류의 질, 모형비교검증결과를 비교하였다. 정보지수(Akaike information criteria [AIC], Bayesian information criteria [BIC], adjusted BIC [ABIC])는 작은 값을 가질수록 적합한 모형으로 판단하며, entropy는 1에 가까울수록 분류의 질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모형비교검증결과(Lo-Mendell-Rubin likelihood ratio test, LMR)는 이전 모형과의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먼저 잠재집단의 수를 증가시켜가며 정보지수의 증감을 살펴보았다. AIC, BIC, ABIC 지수는 Figure 2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2개에서 4개 집단으로까지 잠재집단의 수가 증가할 때는 계속 감소하다가 5개 집단인 경우 다시 상승하여 4개 집단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류의 질 또한 잠재집단의 수를 4개로 한 모형의 entropy가 .906으로 가장 높은 분류의 질을 보였다.
모형비교검증결과에서 집단의 수가 4개인 경우까지는 집단의 수가 하나 적은 이전 모형과 비교하여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집단의 수가 5개인 경우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였을 때, 하위 집단을 4개로 한 모형이 가장 적합한 모형으로 결정되었다.
최종모형으로 확정된 네 개의 잠재집단의 구성은 Table 4에 제시한 바와 같다. 첫 번째 집단은 전체의 55.7%를 차지하는 집단으로 직장 일에서 가정으로, 가정에서 일로의 긍정적 전이와 부정적인 전이가 전체 집단 중 가장 평균적인 수준에 가까운 중간 수준 전이 집단이다. 두 번째 집단은 전체의 10.0%를 차지하는 집단으로 일에서 가정으로, 직장 일과 가족사이의 긍정적 전이와 부정적 전이가 전반적으로 모두 높은 고수준 전이 집단이다. 세 번째 집단은 전체의 26.2%를 차지하는 집단으로 직장과 가정 사이의 긍정적 전이와 부정적 전이 수준이 전반적으로 가장 낮은 저수준 전이 집단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집단은 전체의 8.1%인 297명이 소속된 집단으로 일과 가족 사이의 부정적 전이는 네 집단 중 가장 높고, 긍정적 전이는 네 집단 중에서 가장 낮은 고부정, 저긍정 전이 집단이다. 이를 그래프로 제시하면 Figure 3과 같다.
2. 잠재집단 분류의 영향요인과 정신건강의 차이 검증
최종모형인 네 개의 잠재집단 모형에 독립변수를 추가하여 각 잠재변수에로의 분류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과 가정 및 직장 관련 변수를 살펴본 결과는 Table 5에 제시된 바와 같다.
먼저 일과 가족 간 부정적 전이 수준이 가장 높고, 긍정적 전이 수준은 가장 낮은 네 번째 집단을 기준집단으로 놓아 네 번째 집단에 비하여 남은 세 집단에의 소속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연령이 낮은 경우 기준집단(집단4)보다 중간수준 전이집단(집단1)과 저수준 전이집단(집단3)에 소속될 확률이 높았으며, 교육수준이 높으면 기준집단보다 고수준 전이집단(집단2)에 소속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통적 가치관을 가진 경우 중간 수준 전이 집단(집단1)이나 고수준 전이집단(집단2)보다 고부정, 저긍정 전이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높았다.
자녀 수는 모든 집단분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변수로 자녀 수가 적을수록 고부정, 저긍정 전이집단에 비해서 남은 세 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높았다. 업무시간이 적을수록 기준집단(집단4)보다 중간 수준(집단1) 및 고수준(집단2) 전이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높았다. 여성 본인의 소득이 높은 경우 부정적 전이는 높고 긍정적 전이는 낮은 집단4보다 긍정적 전이와 부정적 전이가 모두 높은 집단2에 소속될 확률이 높았다.
다음으로 긍정적 전이와 부정적 전이 수준이 네 집단 중 가장 낮은 집단(집단3)을 기준집단으로 한 경우 연령이 높을수록 저수준 전이집단(집단3)보다 고수준 전이집단(집단2)에 소속될 확률이 높았다. 저수준 전이집단(집단3)과 고수준 전이집단(집단2)의 분류에는 근무하는 직장수준 변수들이 모두 영향을 미쳤는데, 업무시간이 길고, 소득이 낮은 경우, 출산휴가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 저수준 전이집단보다 고수준 전이집단에 속할 확률이 높았다.
마지막으로 일과 가족 간 긍정적 전이 및 부정적 전이 수준이 모두 높은 고수준 전이집단(집단2)을 기준집단으로 하였을 때, 중간수준 전이집단(집단1)에 속할 확률은 연령이 낮을수록, 비전통적 가치관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수가 많을수록 높아졌다. 직장수준 변수들도 모두 두 집단 간 분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시간이 적고 소득이 높을 때 중간 수준 전이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높았으며 출산휴가를 이용할 수 있을 때 고수준 전이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높아졌다.
끝으로, 잠재집단들의 최종결과변수(distal outcome)로 스트레스와 우울 두 가지 측면의 정신건강 정도를 살펴본 결과는 Table 6에 제시된 바와 같다. 스트레스 정도는 전이 수준이 가장 높은 집단에서 가장 낮았으며 전이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높았다. 집단1과 집단3 간, 집단2와 집단4 간에는 유의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은 긍정적 전이 수준과 부정적 전이 수준이 모두 낮은 저수준 전이집단에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전이 수준이 평균수준인 집단에서 높았다. 집단2와 집단4의 우울정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 및 논의
이 연구에서는 여성가족패널자료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취업기혼여성들의 일과 직장에서의 긍·부정적 전이의 실제 양상에 따른 잠재집단을 도출하였다. 또한, 각 집단분류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가족, 직장 변수들의 영향력을 살펴본 후, 하위 집단별 정신건강의 차이를 우울과 스트레스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의 의의와 시사점을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취업기혼여성들의 일과 가족의 전이유형의 평균적인 양상은 일에서 가정으로 가는 긍정적인 전이 수준이 가장 낮았고(2.02), 다음으로 가정에서 일로 가는 긍정적인 전이 수준이 낮았으며(2.13), 가정에서 일로 가는 부정적 전이(2.84), 일에서 가정으로 가는 부정정적 전이(2.85)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기혼취업여성들은 긍정적인 전이에 비해 부정적인 전이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원인진단과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 우리나라 취업기혼여성들의 일과 가족의 긍·부정적 전이 양상에 따라 실제 어떠한 잠재집단들로 분류할 수 있는지 분석하였을 때, 네 가지 하위 유형을 가진 집단이 도출되었다. 첫 번째 집단은 전체의 55.7%에 해당하는 전체의 평균적인 전이 양상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중간 수준 전이집단이다. 두 번째 집단은 전체의 10.0%를 차지하는 집단으로 일과 가족의 긍정적 전이와 부정적 전이 수준이 모두 높은 고수준 전이집단이었다. 세 번째 집단은 전체의 26.2%에 해당하는 집단으로 일과 가족의 긍정적 전이 수준과 부정적 전이 수준이 모두 낮은 저수준 전이집단이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집단은 전체의 8.1%에 해당하는 집단으로 일과 가족 사이의 부정적 전이 수준이 가장 높고, 긍정적 전이 수준은 가장 낮은 고부정, 저긍정 전이집단이었다.
일반적으로 일과 가족 간 부정적 전이 수준이 높으면 긍정적 전이 수준이 낮고, 긍정적 전이 수준이 높으면 부정적 전이 수준이 낮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국 기혼취업여성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 삶에서의 양상은 이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전이 수준과 긍정적 전이 수준이 서로 다른 집단(부정적 전이 수준은 높고, 긍정적 전이 수준은 낮은 집단)은 전체 집단의 8.1%를 차지하였으며 대부분의 잠재집단들이 부정적 전이와 긍정적 전이가 모두 높은 수준을 보이거나 모두 낮은 수준을 보이는 집단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과 가족의 이상적인 관계는 긍정적인 전이 수준이 높고, 부정적인 전이 수준이 낮은 양상이지만 실제 우리나라 기혼취업여성의 전이 양상에서 이와 같은 경향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술통계 결과에서 나타난 전반적인 경향성인, 상대적으로 높은 부정적 전이 수준과 낮은 긍정적 전이 수준과 완전히 상반된 양상을 보인 기혼취업여성들은 유의미한 하위 집단으로 나타날 만큼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일과 가족의 긍·부정적 전이 양상에 따라 분류한 잠재 집단에 소속될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가정, 직장 변수들의 영향을 살펴보았다. 먼저, 개인수준에서 연령이 낮으면 고부정, 저긍정 전이집단보다 중간수준 전이집단이나 저수준 전이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부정적 전이 수준은 낮고 긍정적 전이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높아져 낮은 연령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한 선행연구들과 전반적으로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5]. 교육수준이 높을 때 고부정, 저긍정 전이집단보다 긍·부정적 전이 수준이 모두 높은 고수준 전이 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높았다. 또한, 비전통적 가치관이 높은 경우 고수준 전이집단보다 중간수준 전이집단이나 저수준 전이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높았다. 이는 비전통적 가치관이 일과 가족사이의 전이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결과이다[24].
다음으로, 가정수준에서는 자녀 수가 많을 때 고부정, 저긍정 전이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다른 모든 집단에 비해서 가장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소득이나 남편의 가사시간은 유의한 결과를 보이지 않은 반면 자녀 수는 모든 집단 분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변수로 나타나 선행연구의 결과와 일치되는 양상을 보였다[24].
마지막으로 직장수준에서는 업무시간이 많을수록 고부정, 저긍정 전이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중간수준 전이집단이나 고수준 전이집단에 비해서 높게 나타나 업무시간이 부정적인 전이를 높이고 긍정적인 전이를 낮추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근무시간이 증가하면 부정적인 전이가 증가한다는 선행연구들 의 결과와 일치된다[26, 34, 40, 43]. 또한, 직장에서 여성 본인의 소득이 높을 때 고부정, 저긍정 전이집단보다 고수준 전이집단에, 고수준 전이집단보다는 중간수준 전이집단이나 저수준 전이 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높았으며,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의 경우 고수준 전이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중간수준 전이집단이나 저수준 전이집단에 소속될 확률이 높았다.
잠재집단 중 가장 부정적인 전이 양상이 나타난 고부정, 저긍정 전이집단에 소속될 확률을 높이는 데는 자녀수의 증가가 가장 핵심적인 변수이며, 긴 업무시간과 낮은 소득, 높은 연령과 전통적 가치관 또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실제 기혼취업여성들의 일-가족 전이 양상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이 가장 중요하며 직장에서의 탄력근무제의 적용 또한 도움이 될 것으로 진단되었다.
정부에서는 일·가족 양립정책의 일환으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하였으나 국회입법조사처의 현안보고서[41]에 의하면 실제 이를 활용하는 근로자는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근로현장에서 관련 정책의 사용이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에서 실시된 일·가족 양립정책은 성차별적 기업문화와 가부장적인 문화로 말미암아, 이탈리아에서도 여성의 가족 내 역할을 중시하는 전통적 가치관으로 말미암아 일·가족 양립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였다[21]. 일과 가족 양립정책이 실효성을 가지고 기혼직장여성의 직장과 가정생활에 실질적인 지지를 하기 위해서는 이를 시행하는 실제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하며, 기관에 속한 정책의 수혜자들의 인식제고를 위한 방안 또한 필요할 것이다.
넷째, 일-가족 전이 양상에 따른 잠재집단별 정신건강 수준에 차이가 있는지 스트레스와 우울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먼저 스트레스의 경우 저수준 전이집단이 고수준 전이집단에 비해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우울수준은 저수준 전이집단이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중간수준 전이집단의 우울수준이 높았다. 고수준 전이집단과 고부정, 저긍정 전이집단의 우울수준은 네 집단 중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취업여성들은 직장인으로서의 역할, 가정에서 어머니와 아내로서의 역할 등 다중역할을 수행하며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여성의 우울증 발생은 남성의 두 배에 이르며 이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경험하는 생물학적인 변화와 다양한 역할 수행에서 오는 심리, 사회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특히,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우울증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지지되어 왔고, 대인관계 중에서도 특히 개인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영역은 가족이다[38]. 또한, 스트레스는 그 절대적인 크기뿐만 아니라 개인이 스트레스를 인지하는 방식, 스트레스 상황에서 주위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 합리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39].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이 어떠한 대처전략을 사용하는지, 가족이 어떠한 지지를 하는지에 따라서 정신건강상의 문제의 발생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선행연구들에서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과 건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당면한 스트레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제중심 대처전략을 사용하는 경우가 스트레스를 회피하고 통제하려는 정서중심 대처전략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행복감이나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36]. 이 연구에서는 일과 가족의 전이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 가장 높은 스트레스와 우울정도를 보고하였는데, 이는 직장과 가정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활발한 전이가 일어나는 것이 기혼취업여성의 정신건강에 유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일-가족의 갈등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물들이 다수 이루어졌으나[4, 13, 17], 일-가족의 긍·부정적 전이와 정신건강과의 상관을 살펴본 연구는 미미한 편이었다. 이 연구는 전국규모의 대표성 있는 여성가족패널 자료를 활용하여 기혼취업여성들의 일과 가족 사이의 실제 전이 양상에 근거하여 잠재집단층을 분류하고 이에 대한 영향요인 및 정신건강에의 차이를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즉, 지금까지 이루어진 연구 성과로 일에서 가정, 가정에서 일로의 긍·부정적 전이를 분류하여 각각의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및 각각의 전이에 따른 효과를 변수중심적 접근(variable-oriented approach)으로 살펴보았다면, 이 연구에서는 실제 기혼취업여성들의 일과 가족 사이의 전이 양상에 관심을 둔 인간중심적 접근(person-oriented approach)을 시도함으로써 현실에서 발생되고 있는 전이 양상을 진단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각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prequel)과 잠재집단별 정신건강(distal outcome)을 동시에 살펴보는 통합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끝으로 이 연구의 제한점과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연구에서는 전체 기혼취업여성 집단의 일과 가족 사이의 긍·부정적 전이 정도에 따라서 잠재집단을 구분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가족, 직장 수준 변수들의 영향력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선행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변수들의 영향력이 하위 연령집단별, 직장의 유형별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3, 45]. 이에 후속연구에서는 이러한 연령집단별, 직장 유형별로 잠재집단을 도출함으로써 집단별로 보다 세부적인 분석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 연구는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대규모 자료를 활용하여 연구하였으므로, 연구에 사용된 변수들의 제약이 있다. 특히, 스트레스와 우울과 같은 정신건강관련 변수들을 단일시점에 자기보고식으로 조사된 자료를 활용하였다는 측면에서 한계를 가진다. 후속연구에서는 전문가의 객관적인 평정을 통한 스트레스와 우울정도를 측정한 자료를 활용하여 연구를 수행하며, 일과 가족의 종단적인 전이 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혼동변수들을 통제한 분석을 수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 연구에서는 여성집단만을 대상으로 연구하였으나, 직장과 가정생활의 관계에 대한 최근 연구물들은 전이 연구에 이어 교차전이(crossover)의 개념을 적용, 한 가족 구성원의 일과 가족 간 전이 경험이 다른 가족 구성원의 일과 가족 간 전이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50]. 이에, 후속연구에서는 부부집단을 대상으로 남성과 여성 각각의 전이 경험과 상호간 교차전이의 실제 양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