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청소년기에 학교생활에 원만히 적응하는 것은, 청소년의 인지, 정서, 사회적 발달뿐만 아니라, 성인기의 사회생활 적응과도 관련이 깊어 그 중요성이 크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학교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 속에 적응하는 힘을 배우며[8, 38], 인지적인 학습을 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행동양식과 올바른 사회규범 및 태도를 습득하고 사회적 능력을 함양한다[33]. 그러나, 우리나라 청소년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지내고 있지만, 주입식,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스트레스가 높으며, 학교부적응이 원인이 되어 학교를 중단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31].
학교에서의 모든 생활과 환경을 수용하며 교사, 친구들과 조화로운 관계로 만족스러운 상태를 유지하고, 교과나 교내활동에서 자기욕구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여 만족감을 느끼고 유지해 나가는 것을 뜻하는 학교적응[50]은, 그 적응 여부에 따라 청소년들의 내재화 및 외현화 문제와도 관련이 깊어[30, 32], 교육적,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요구된다. 실제로 청소년이 학교에 부적응할 경우 정신질환, 자살, 가출, 등교거부, 학교 중도탈락 등의 문제를 야기했으며[27], 배회, 은둔형 청소년으로 전략하는 비율이 높았다[29]. 청소년기 학교적응의 어려움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매스컴에서 관련 기사가 빈번히 보도되고 있으나, 청소년의 학교적응을 향상시킬 정책이나 대책 마련이 아직 미약한 단계로, 사회적, 제도적 차원의 지원과 더불어 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관련 변인을 탐색하는 지속적인 학문적 연구가 요구된다.
청소년의 학교적응을 주제로 한 연구들은 주로, 청소년 개인의 특성요인이나 가정 및 학교 환경적 요인들을 중심으로 조사되어 왔다. 가정 환경적 요인 중 대표적인 부모의 양육행동 요인 가운데, 통제적 양육은 개념적으로 다른 요인들을 포함한 혼합된 개념이지만, 같은 개념으로 측정되어 오다가 최근에는 행동, 심리 통제를 구분하여 연구되고 있다[5]. 행동통제는 확고하고 일관된 규칙에 따른 자녀의 행동에 대한 규제를 의미하며[6], 자녀의 활동, 규칙준수 등을 감독(monitering), 관리하는 것이다[7]. 반면에 심리통제는 부모가 자녀의 사고, 자기표현, 감정 등에 대해 수용적이지 않으며 애정을 철회하거나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등 자녀의 심리적, 정서적 경험 및 표현을 무시하여 자녀의 심리적 영역에 대해 통제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5]. 이러한 부모의 통제방식은 자녀의 발달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실제로 자녀의 행동에 대해 적절한 규제를 하고 감독을 하는 행동통제는 자녀의 행동문제를 예방하고 학업 성취와 친구 간 갈등해결 전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2, 10, 11], 부모의 감독수준은 남자청소년의 친구관계의 질을 가장 잘 예측하는 요인이었다[3]. 또한, 부모의 행동적 감독과 통제는 청소년이 학교의 수업 등 학교생활에 보다 잘 적응하도록 하는 요인이 되었고[16], 청소년기 부모의 적절한 통제나 성취에 대한 압력이 청소년에게는 오히려 관심, 애정으로 여겨져[41, 44], 성취동기를 높였다[12]. 반면, 부모의 심리통제는 그 정도가 클수록 자녀의 우울, 외로움[30, 42], 불안[17, 42] 등 정서적 문제와 더 많은 관련을 나타냈다. 이와 같이 청소년기의 부모가 자녀의 생활태도, 행동반경을 알고 적절한 규제를 하는 행동적 통제는 자녀의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부모의 요구를 듣지 않을 때 애정을 철회하는 것과 같은 부모의 심리적 통제는 학교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부모의 심리통제에 비해 행동통제와 청소년 발달을 다룬 연구는 상대적으로 소수이며, 아버지와 어머니 각각의 행동통제와 학교 적응간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버지의 양육행동도 자녀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13, 47], 가정 내에서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통제가 더 높았다는 연구[36]도 보고되므로, 이를 보다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아버지, 어머니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학교적응간의 관계를 조사하였다.
다음으로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청소년 개인의 심리적 특성 변인들 가운데, 행동문제와 관련이 깊은 불안(anxiety)을 고려해볼 수 있다. 급격한 신체적 성장과 더불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은 심리적인 불안을 경험하기 쉬우며[45],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업 부담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 우울 등의 심리적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27]. 부정적인 사건이나 불행이 장차 닥칠 것을 예측하면서 부정적인 정서나 신체적 긴장을 느끼는 기분상태를 뜻하는 불안은, 대개 긴장감, 염려, 그리고 과도한 자율신경계의 활동으로 특징 지워지는 일시적인 정서 상태인 상태불안(state anxiety)과 비교적 안정적인 개인차가 있으며 상황을 위협적으로 지각하는 비교적 영속적인 성격적 경향성인 특성불안(trait anxiety)으로 구분된다[48]. 청소년의 심리적 특성이 학교생활의 적응여부와 관련이 크다는 것은 경험적 연구에서 이미 입증되고 있으며, 실제로 불안은 학교적응이 힘든 학생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심리현상으로[24], 학교에서 과제에 대한 집중력과 과제 완수를 방해했으며[37], 학업성취도를 낮추었다[14]. 또한, 사회불안이 높은 청소년이 학교적응에 어려움을 표출했고, 특성불안은 친구적응과 수업적응에 영향을 주었으며[46], 불안한 청소년은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어려워하여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고, 사회적 기술의 부적절함과 더불어 낮은 사회적 유능감을 나타냈다[21]. 이는 발달적인 변화가 큰 청소년이 심리적 압력과 함께 불안감을 갖게 되면, 학업성취도 등과 같은 학교적응을 약화시킬 수 있다[25]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Wee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청소년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교육, 상담적 지원을 시작하고 있으나, 그 운영상의 어려움에 관해 보고되는 등 한계가 지적된 바 있다[21]. 따라서, 청소년의 정신건강 향상과 학교적응을 위해 제도적 차원의 지원과 더불어 보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관련변인을 심도 있게 조사한 연구가 요구된다.
한편, 청소년의 심리적 특성인 불안과 관련된 가정환경 변인들 가운데, 부모의 양육행동의 하나로 최근 주목되는 부모의 통제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즉, 이 시기 청소년들은 많은 시간을 학교나 학원에서 지내지만 학업, 진로 등의 문제를 의논하는 중요한 대상은 부모로 여기며[35], 가정환경 변인들 가운데 부모는 청소년의 내재화 문제인 우울이나 불안과 관련이 큰 것으로 나타나는[31] 등, 부모의 통제방식과 청소년의 심리적 특성과의 관련성이 주목된다. 실제로, 부모의 통제방식이 자녀의 심리적 발달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대개 부모의 행동통제는 자녀의 심리적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심리통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모의 행동통제는 자녀의 불안을 낮추었으며[9], 자아존중감을 향상시킨 반면, 부모의 심리통제는 자녀의 우울, 외로움[42], 불안[9, 18, 42] 등 정서적 문제와 보다 더 밀접한 관련을 나타냈다. 그러나, 부모의 통제방식과 자녀의 발달적 영향을 조사한 연구들 가운데 대다수는 부모의 통제를 하나의 혼합된 개념으로 살펴본 연구와 부모의 심리통제와 그 부정적인 영향을 다룬 연구가 대부분이며, 상대적으로 부모의 행동적 통제방식은 주목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일관된 규칙에 따른 자녀의 행동에 대한 규제를 의미하는 행동적 통제는 청소년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부모가 적당한 수준으로 자녀의 행동을 통제할수록 자녀의 우울이 낮았으며[40], 청소년의 심리적 부적응을 낮추었다[9]. 반면, 어머니의 행동적 통제가 낮을수록 자녀가 자신의 행동규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지 못하였으며[49], 정서 지능이 낮고[26], 학업적 자기효능감도 낮은 것[39]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지금까지 부모의 통제에 대해서는 주로 어머니의 통제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이었으나, 아버지의 양육태도도 자녀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13, 47], 아버지, 어머니의 양육태도가 자녀의 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연구[23]도 보고되는 등, 그 결과가 일치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아버지, 어머니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불안과의 관계를 조사하였다.
이와 같이,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불안은 각각 청소년의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11, 24],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불안 간에도 서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16]. 이러한 세 변인들 간의 관계에 근거할 때, 부모의 행동통제는 청소년의 학교적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불안을 통해 학교적응에 간접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선행 연구들 가운데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학교적응간의 관계에 있어, 청소년 불안의 매개적 역할을 직접적으로 살펴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부모가 자녀를 행동적으로 통제할 때 자녀의 불안감이 감소하며[9], 불안과 같이 심리적 불안정감이 낮은 청소년이 보다 학교에 잘 적응하였다는 연구[25]를 통해 이해해볼 수 있다. 또한, 부모의 행동통제 대신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서 부모의 양육행동, 청소년의 학교적응 대신 청소년의 사회적 능력을 고려한 연구들을 통해 이해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동의 정서지능은 부모의 의사소통 방식과 사회적 유능성의 관계에서 매개적 역할을 하였고[18], 부모와의 의사소통은 청소년의 교사 및 교우관계, 학교 수업 및 규칙 등의 학교적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자아존중감을 매개변인으로 한 간접효과도 크게 나타났다[4]. 즉, 부모의 양육행동 방식은 청소년의 발달에 직접적으로 뿐만 아니라, 자녀의 개인적 심리내적 특성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약해 보면,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불안은 청소년의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면서 동시에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다. 즉, 부모의 행동통제가 청소년의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청소년의 불안 수준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불안이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탐색해 봄으로써, 부모의 행동통제가 청소년의 학교적응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비롯하여 청소년의 불안을 통한 간접적 영향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 선정한 연구문제와 연구모형은 다음과 같다(Figure 1).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서울시 소재의 S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319명의 남녀 청소년(남자: 154, 여자: 165)이었다. 본 연구의 대상을 고등학생으로 선정한 것은, 청소년기는 발달적으로 급변하는 시기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불안을 경험하기 쉬우며[1], 친구의 영향력도 크지만 학업이나 진로 등에 관해 부모의 영향력이 여전히 큰 시기이기 때문이다[35]. 나아가, 이 시기의 청소년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전 단계로, 이 시기에 익힌 올바른 사회규범 및 태도와 사회적 능력은 이후 성인기의 사회생활 적응과도 관련이 크기 때문이다[34]. 본 연구대상자의 대략적인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부모의 교육수준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고등학교 중퇴 또는 졸업이 각각 127명(39.8%)과 169명(53.0%)으로 가장 많았으며, 월소득은 200-300만원 미만이 36.1%, 400만원 이상이 21.7%의 순으로 나타났다. 직업은 아버지의 경우 회사원, 은행원 및 공무원과 자영업, 일반 판매 종사자가 각각 89명(27.9%), 어머니의 경우 전업주부가 112명(35.1%)으로 가장 많았다.
2.조사도구
본 연구의 조사도구는 부모의 행동통제 및 청소년의 불안과 학교적응 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척도는 청소년 자신의 지각을 측정하기 위해 청소년들에 의해 평가되었다.
1) 부모의 행동통제
부모의 행동통제를 청소년이 어떻게 지각하는 지를 측정하기 위해 Lee [28]의 척도를 사용하여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통제로 나누어 조사하였다. Lee [28]는 행동적 통제의 척도로 Barber 등[7]이 사용한 척도를 역번역 하였다. 행동적 통제 요인은 5문항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이에 속한 문항의 예를 살펴보면, ‘나의 아버지(어머니)는 내가 밤에 어디 가는지 알고 계신다.’, ‘나의 아버지(어머니)는 내 친구가 누구인지 알고 계신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각 문항은 ‘그렇지 않다(1점),’ ‘그렇지 않은 편이다(2점),’ ‘그런 편이다(3점),’ ‘매우 그렇다(4점)’로 평가하는 4점 Likert식 척도로 측정되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각 하위요인의 특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내적합치도에 의한 신뢰도(Cronbach’s α)를 산출한 결과,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적 통제는 각각 .87, .80이었다.
3) 학교적응
학교적응 척도는 Kim [22]이 작성한 ‘학교적응 척도’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학교교사적응(10문항), 학교생활적응(6문항), 학교수업적응(8문항), 학교친구적응(7문항), 그리고 학교환경적응(10문항)의 5개 하위 영역의 총 41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요인별 문항의 예로는, 학교교사적응 요인은, ‘나는 학교에서 맡기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나는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등이, 학교생활적응 요인은 ‘나는 학교의 모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는 학교에 있는 물건이나 시설을 아껴 쓴다.’ 등이, 학교수업적응 요인은 ‘나는 학교 수업시간 중에는 한눈을 팔지 않는다.’, ‘나는 학교 수업시간 중 선생님의 질문에 편안하게 대답한다.’ 등이, 학교친구적응 요인은 ‘나는 학교에서 어떤 학생이든 친절하고 겸손하게 대한다.’, ‘학교에서 나를 이해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리고 학교환경적응 요인은 ‘나는 학교에서의 생활이 즐겁고 재미있다.’, ‘나는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을 만족한다.’ 등의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각 문항은 ‘거의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그렇다(4점)’의 Likert식 4점 척도로 측정되었다. 본 분석에서는 부정적 문항을 역코딩 하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학교적응을 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각 요인의 Cronbach’s α는 학교교사적응 .93, 학교생활적응 .76, 학교수업적응 .90, 학교친구적응 .86, 그리고 학교환경적응 .83이었다.
3. 조사절차 및 자료분석
본 조사는 2011년 6월에 서울시 G구에 위치한 S 고등학교 1학년 상담 교사의 협조로 실시되었다. 상담교사에게 질문지 조사 방법 및 응답 시 유의사항을 전달하였으며, 상담교사가 1학년 각 학급의 진로지도 수업시간에 들어가서 질문지 조사방법 및 응답 시 유의사항을 전달하였으며, 응답을 마친 학생들의 질문지를 그 자리에서 회수하였다. 총 330부의 설문지를 배부하여 총 325부가 회수되었으나(회수율: 98.5%) 이 중에 불성실하게 응답하거나 이중으로 응답한 16부를 제외하고, 총 319부를 본 분석에 사용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IBM SPSS ver. 19.0 (IBM Co., Armonk, NY, USA)을 사용하여 요인분석을 실시하였고,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해 Cronbach’s α값을 산출하였으며, 전체 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또한 AMOS 21.0 (IBM Co.)을 사용하여 구조방정식 모형(structural equation modeling)을 분석하였는데, 이 때 모형의 적합도를 평가하기 위해 χ2와 함께 적합도 지수 RMSEA, TLI 및 CFI를 고려하였다. RMSEA와 TLI는 표본의 크기에 비교적 덜 민감하고 모형의 간명성을 반영하는 적합도 지수이고, CFI는 모형의 간명성은 고려하지 않지만 표본의 크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적합도 지수로서, 이러한 적합도 지수는 모형의 적합도를 평가할 때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18].
연구결과
1. 측정변인들 간의 상관관계 분석
본 분석에 앞서 측정변인들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측정변인들 대부분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Table 1). 즉,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불안은 부적 상관관계를 나타냈으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학교적응의 하위변인인 수업, 교사, 친구, 생활, 환경적응 등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에 더해, 독립변인들 간의 독립성을 확인하기 위해 상관관계와 다중공선성을 살펴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불안간의 상관관계는 .20-.23 (p<.01)이었으며, 분산팽창계수(VIF) 및 공차한계(tolerance) 값은 각각 10 이하(1.034)와 .1 이상(0.968)의 수치를 보여 다중공선성의 문제는 우려되지 않았다.
2.측정모형 분석
측정변수가 잠재변수를 적절히 설명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을 통해 측정모형을 분석하였다(Table 2, Figure 2). 확인적 요인분석은 이론적 배경을 근거로 잠재변수와 관측변수와의 관계를 파악하는 분석방법으로 요인부하량(factor loading: β)이 낮은 변수는 제거 한다. 요인부하량은 잠재변수와 관측변수와의 상관관계 정도를 나타내며, 0.4이상이면 바람직하다[15, 19]. 본 연구의 종속변인인 학교적응의 하위요인들 가운데 학교생활적응은 측정모형 분석결과 요인부하량이 낮아 적합하지 않은 변수로 파악되어 제거하였다(Table 2). 또한, 자료의 공분산 값과 모형의 공분산값의 적합도를 보여주는 χ2/17= 1.86 으로 2이하이므로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적합도를 나타내는 측정모형의 적합도 지수는 RMSEA=.052, TLI=.954, CFI=.970로 나타나 적합도 지수들이 기준을 충족시켜 모형의 적합성을 증명하였다(Table 3).
측정모형의 집단별 동질성을 검토하고자 성별에 따라 다중집단 분석을 실시하여 남녀집단의 측정모형에 대해 비제약모형(A)과 측정제약모형(B), 구조공분산 제약모형(C)의 χ2차이 검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측정모형에서 비제약모형의 회귀계수가 동일하다는 제약 후에도 모형의 적합도는 악화되지 않았으며(A:B→Δχ=1.09; Δdf=3; p=.851), 또한, 측정제약 뿐만 아니라 구조 공분산이 동일하다는 구조공분산 제약모형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제약모형은 제약 이후에도 모형의 적합도는 악화되지 않았다(A:C→ Δχ=1.305; Δdf=6; p=.95). 이것은 측정모형의 자료가 서로 동질적인 것임을 의미하므로, 이후 측정모형을 포함한 인과모형의 구조방정식 모형분석을 통한 매개모형의 검증은, 성별에 따라 집단을 구분하지 않고 실시하였다.
3. 구조모형 분석
측정모형을 통해 측정변수가 잠재변수를 적합하게 측정하고 있음을 확인한 후,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불안이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알아보기 위해 구조모형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구조모형의 적합도 지수는 χ2/df=20.17/17=1.19, GFI=.970로 만족하였다. 중분적합지수 CFI, TLI, CFI 등도 0.9를 상회하여 구조모형은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Table 4).
각 변인들 간의 경로를 제시하면 Table 5와 같다. 첫째, 부모의 행동통제가 청소년의 학교적응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과 관련하여, 부모의 행동통제는 청소년의 학교적응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β=.346, p<.01). 즉, 부모의 행동통제가 클수록 청소년이 학교에 잘 적응할 가능성이 높았다. 둘째, 부모의 행동통제가 청소년의 불안을 통해 학교적응으로 이어지는 경로의 경우, 부모의 행동통제는 청소년의 불안(β=-.260, p<.01)에, 청소년의 불안은 학교적응(β=-.518, p<.001)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내생변수가 그 내생변인을 설명하는 다중상관치(squared multiple correlation, SMC)를 살펴보면, 부모의 행동통제의 청소년 불안에 대한 설명력은 17%이었고,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 불안은 학교적응 변인의 각각 48%, 48%를 설명하였다. 즉, 부모의 행동통제가 클수록 청소년의 불안 수준은 감소했으며, 이는 학교적응을 보다 잘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모형으로 그려보면 Figure 3과 같다. 또한,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불안이 학교적응에 미치는 직·간접효과 및 총 효과를 살펴본 결과,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은 청소년의 불안(β=-.089)과 부모의 행동통제(β=.079) 순이었다. 부모의 행동통제는 청소년의 불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β=-.248, p<.01), 학교적응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β=.057, p<.01) (Table 6).
논의 및 결론
청소년기의 학교생활 적응은 청소년의 발달 뿐 만 아니라, 성인기의 사회생활 적응과도 관련이 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시기의 학교적응여부와 관련된 변인을 조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부모의 행동통제 및 청소년의 불안이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탐색함으로써, 부모의 행동통제가 학교적응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과 부모의 행동통제가 청소년의 불안을 통해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 영향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를 중심으로 그 결과를 요약하고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부모의 행동통제는 청소년의 학교 수업 및 교사, 친구, 그리고 환경적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청소년이 지각하는 부모의 행동통제가 클수록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수업에 보다 잘 참여하였으며, 교사 및 친구들과 잘 지냈고, 학교의 환경에도 적응을 잘하였다. 이는 자녀의 행동에 대해 적절한 규제와 감독을 하는 행동통제가 자녀의 행동문제를 예방하고 학업 성취를 높였으며, 친구 간 갈등해결 전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들[2, 10, 11, 16, 43]과 유사하다. 또한, 부모가 청소년의 생활이나 행동 등을 감독하는 정도는 남자청소년의 친구관계의 질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3]와도 유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부모가 자녀에게 합리적이고 적절한 행동적 규제를 하는 것이, 자녀가 학교생활을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양육태도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시기 청소년기 자녀를 둔 우리나라 부모는 자녀가 많은 시간을 학교나 학원에서 지내므로 자녀의 행동이나 규율준수 등에 관해 자세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는 자녀의 학교 안, 밖의 행동 등에 관해 자녀에게 맡기거나 방관하기 쉽다. 또한, 자칫 행동통제를 부정적 개념 혹은 자녀에 대한 간섭으로 여겨 바람직하지 않은 양육태도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결과는 부모가 청소년기 자녀의 생활 전반에 관심을 갖고 알고 있으며, 이를 기초로 학교 안, 밖의 행동이나 일상 활동 등에 대해 적절한 행동적인 규제를 하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경험한 학교생활이 성인기 사회생활 및 경제적 사정에까지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력[7]을 감안할 때, 부모가 청소년의 발달 특성을 이해하고 신뢰로운 부모-자녀관계를 토대로 자녀의 일상생활의 행동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부모의 행동통제는 또한 청소년의 불안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쳤다. 즉, 청소년의 불안은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학교적응 간 관계를 부분 매개하여, 부모가 청소년기 자녀에게 적절한 행동적 규제를 할수록 청소년의 불안은 감소했으며, 이는 학교적응력을 향상시켰다. 이러한 결과는 부모의 행동통제 및 청소년의 불안과 학교적응과의 관련성을 직접적으로 살펴본 연구가 없어서 해석하는데 무리가 있지만, 부모-자녀간의 의사소통방식이 청소년 자녀의 자아존중감과 관련되며, 이것은 다시 학교적응에 영향을 미친 연구[4] 및 부모가 행동적으로 자녀를 통제할 때 자녀의 불안감이 감소하며[9], 불안감이 낮은 청소년이 보다 학교에 잘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25]를 통해 이해해볼 수 있다. 즉, 부모가 청소년 자녀의 행동에 적절히 가하는 규제와 학교적응 간의 밀접한 관계를 보고한 선행 연구결과[2, 10, 11, 16]에서와 같이, 부모가 청소년 자녀의 일상생활 및 학교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합리적인 행동통제를 할 경우, 이러한 행동통제는 자녀에게 오히려 관심으로 여겨지거나 안정감을 증가시켜, 자녀의 불안을 감소시키며, 정서적으로 보다 편안한 청소년은 학교에서 교사나 친구와 더 잘 지내고 수업 등 학교생활 전반에 보다 적응을 잘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부모의 행동통제, 청소년의 내면화 문제행동, 그리고 학교적응 간의 관련성을 살펴본 선행 연구가 매우 드물어, 이와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후속연구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 발견한,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학교적응 간의 관계에서 청소년의 불안이 갖는 부분 매개적 역할은 청소년기 부모-자녀 간의 관계에서 청소년의 심리적 상태에 대한 고려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부모의 행동통제, 청소년의 불안, 그리고 학교적응 등 세 가지 변인들 간의 관계를 종합해 보면, 청소년의 불안은 청소년의 학교적응에 직접적으로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부모의 행동통제가 학교적응에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보다 잘 적응하며 생활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 청소년기 바람직한 부모-자녀관계 형성을 돕는다는 보다 적극적 의미에서 우선적으로 긍정적인 청소년기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 등의 바람직한 양육행동을 돕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히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와 동시에, 청소년의 불안이 학교적응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면, 급격한 성장을 하는 청소년들이 발달적으로 경험하는 불안 외에, 입시 등의 학교 환경 안에서 경험하는 시험, 성적 관련 불안감, 가정 안에서 경험하는 불안을 적절히 표현하며, 이를 다루어 불안감을 완화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청소년의 불안이 학교의 부적응으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경로를 차단해 나가야할 것이다.
본 연구의 제한점과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부모의 통제를 포함한 모든 연구변인을 청소년의 자기보고용 질문지를 통해 측정하였다. 부모의 양육행동 측정 시 자녀의 보고가 부모의 보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다 높은 타당도를 지닌다는 연구결과가[33] 보고되었지만, 동일한 보고자로 인해 발견된 결과는 다소 과장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청소년이 지각한 양육행동뿐만 아니라, 부모가 직접 평가한 양육행동도 포함하여 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청소년의 학교적응에 관련된 다양한 요인들 중에서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불안에 초점을 두었다. 청소년의 학교적응에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의 불안이 유의한 영향력을 미쳤으나, 그 설명력은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본 연구에서 활용한 학교적응 척도 하위요인이 주로 수업, 교사, 친구 등 전반적으로 교내에서의 학업, 생활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주로 교외, 일상 활동 등의 행동적 감독을 내용으로 포함한 부모의 행동적 통제의 영향력이 다소 낮게 나타났을 수도 있다. 또한, 최근 청소년의 학교생활적응과 관련된 보다 다양한 변인, 즉, 인터넷 및 SNS 중독 등이 청소년의 학교생활적응과 관련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추후의 연구에서는 학교적응과 관련된 다양한 변인을 포함해야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다른 연령대의 청소년들의 부모의 행동통제 및 불안과 학교적응을 조사하는 데에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초등학생 및 중학생을 포함하여 부모행동통제 및 불안이 학교적응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청소년의 학교적응 척도의 하위요인 가운데 학교생활적응 척도의 신뢰도가 다른 하위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추후 연구에서는 학교생활적응 문항을 청소년이 평가하기에 적합한지를 고려하여 문항내용 수정 등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결과는 청소년기 학교적응에 관해 몇 가지 함의를 갖는다. 청소년들의 학교적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청소년 자신의 심리적 건강함과 더 나아가 부모가 자녀에게 행동규칙을 정하고 이를 일관되게 지켜나가려는 관심과 실천이 중요해 보인다. 다시 말해서, 청소년들의 효과적인 지도를 위해서 청소년의 심리상담, 아버지 및 어머니 교육과 상담을 포함하는 다각적 접근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관심과 합리적이며 일관된 행동통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모-자녀간의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 기술의 증진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 발달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녀의 행동을 평가할 때 발생하기 쉬운 부모의 왜곡된 시각을 교정함으로써, 자녀의 의견을 반영한 행동적 규칙을 정해야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과정은 청소년의 학교 부적응 문제의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학교부적응의 예방적 차원에서 볼 때,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의 발달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행동적 규칙과 통제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시기의 자녀에 대한 부모의 통제방식과 청소년의 심리적 상태는 모두 학교적응과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발달적 상태를 이해하고 적절하고 합리적인 행동통제를 하는 균형 잡힌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즉, 부모가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서 부모-자녀간의 신뢰와 효과적인 대화의 시간을 가질 뿐만 아니라, 부모 모두 자녀의 일상 활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양육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부모관련 요인과 자녀의 학교적응 간의 관련성에 관한 선행 연구들은 주로,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부모의 양육행동과 자녀의 학교적응을 조사한 연구가 대부분인 시점에서, 본 연구는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의 행동통제가 클수록 청소년의 불안이 감소하여 학교에 보다 적응을 잘 하였음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본 연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간과되어온 부모의 행동적 통제와 청소년의 학교적응 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청소년의 불안에 주목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본 연구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청소년의 학교부적응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부모의 관심, 특히 부모의 행동통제와 청소년 정서의 중요성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