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휴대전화는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생활도구이며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과 다양한 기능으로 인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지낸다. 이러한 이유로 휴대전화는 빠른 속도로 이용률과 보급률이 증가되고 있으며 더불어 휴대전화 소유연령도 점차 하향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여성가족부가 2011년도에 11세–19세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24] 청소년 10명 가운데 9명이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6학년을 전후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소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응답자 가운데 11%는 휴대전화가 울린다는 착각을 자주 하는 편이며, 24%는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하다고 응답하여 적지 않은 수의 청소년들이 휴대전화에 의존하는 경향성을 보여주었다. 휴대전화 의존이란 과도하게 휴대전화 사용에 의존하는 것을 뜻하며, 특히 사회적 관계 유지를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지나치게 사용하고 휴대전화의 역할에 의지하는 것을 말한다[23]. 지나친 휴대전화 사용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의 문제, 경제적 부담 및 학업방해 등의 여러 문제를 유발한다. 더욱이 아동의 경우 성인에 비해 휴대전화 과다사용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8]. 휴대전화는 앞으로도 우리의 삶에 지금보다 더 밀접하게 연결될 것이기에 휴대전화의 유용성 및 편리성과 같은 이로운 점 외에 휴대전화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점차 증가추세에 있는 아동의 휴대전화 의존현상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 의존에 관한 연구[3]에 비해, 휴대전화를 처음 보유하게 되고 점차 휴대전화 사용이 본격적으로 빈번해지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 의존에 관련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의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가 지닌 여러 기능 가운데 대인 간 의사소통이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라는 전제하에 학령기 아동의 주요 대인관계는 부모 및 또래와의 관계라는 점에서, 학령기 아동의 휴대전화 의존과 관련된 주요 변인으로 부모와의 관계와 또래관계를 들 수 있다. 학령기 아동은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서 이전보다 독립적이기를 바라면서도 아직까지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이며 부모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또한 이 시기 아동에게 있어 또래관계는 아동의 발달에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부모-자녀 간의 관계형성에 있어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부모의 양육과 또래와의 관계의 질을 나타내는 또래애착이 학령기 아동의 휴대전화 의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부모의 바람직한 양육태도는 청소년의 비행을 예방할 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과 더불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안내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발달의 결과를 가져온다[7]. 반면 부모로부터 바람직한 양육을 경험하지 못한 아동은 부정적인 발달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최근 들어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2조 제4호에 의하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하여 아동의 건강,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폭력,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동방임은 아동학대의 범주에 속하는 소극적인 아동학대로 다루어져 왔다. 하지만 아동방임의 원인 및 영향이 학대와는 또다른 측면을 지닌다는 점에서 이들을 구분지어 살펴보는 것이 구체적인 개입을 위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아동학대는 부모의 적대적이고 계획적이며 공격적인 가해행위이며, 아동방임의 경우 부모가 아동의 욕구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관심이 없는 태만행동이라 할 수 있다[11].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학대와 방임을 나누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피해아동의 연령은 초등학교 고학년인 만10–12세 아동의 비율이 23.8%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대행위는 83.1%가 부모에 의해 발생하였다[25]. 학대와 방임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을 한 아동들은 발달의 모든 측면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며 그 영향이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학대를 받은 아동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공격적이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적절한 대응방법이 아닌 학습된 부정적인 대응방식을 적용하게 된다. 방임을 경험한 아동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외당하는 데 익숙해지고 다른 사람에 대해 별다른 기대를 갖지 않으며 관계를 쉽게 끊거나 공격적인 방법으로 관계를 형성하려는 경향을 지니게 된다[16]. 이에 부모의 학대와 방임이 아동의 또래관계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부모로부터 학대와 방임을 경험한 아동은 친밀한 또래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9, 29]. 즉 학대 및 방임을 경험한 아동은 부모와의 부정적인 관계 경험으로 인해 부적절한 관계대응방식을 습득하게 되고 이로 인해 또래와 같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형성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의 학대와 방임과 같은 부적절한 양육행동이 학령기 아동의 휴대전화 의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휴대전화와 더불어 가장 대표적이며 영향력 있는 매체이면서 대부분의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인터넷의 경우를 살펴보면, 통제적이고 거부적인 양육행동이나 과도하게 허용적이고 방임적인 양육행동의 경우 자녀의 과도한 인터넷 사용과 관련이 있었다[28]. 이를 통해 학대 및 방임적 양육행동이 학령기 아동의 휴대전화 의존과 관련성을 지닐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겠다. 부적절한 양육행동과 휴대전화 의존에 관련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부모의 양육과 휴대폰 중독에 관련된 연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You와 Kwon [34]의 연구에서는 어머니의 양육이 부정적이고 통제적일수록 중학생 자녀의 휴대전화 중독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휴대전화를 중독적으로 사용하는 청소년들은 부모와 친구에 대한 의존성 및 불안은 높은 반면 친밀감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14]. 초등학생의 경우 어머니의 거부, 제재적 또는 허용, 방임적 양육행동이 아동의 중독적인 휴대전화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18]. 또한 초등학생의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은 부모–자녀간의 문제중심적 의사소통과도 연관이 있었다[36]. 휴대전화 중독은 병리적 증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되는 일반적인 학령기 아동의 경우 병리적이라기보다는 습관적이며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휴대전화 의존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서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더불어 부모에 의해 가장 높은 비율로 학대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난 학령기 아동이 경험하는 부모의 학대 및 방임적 양육행동과 휴대전화 의존 간의 관련성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학령기 아동의 경우 유아기에 비해 보다 빈번하게 또래와 접촉하게 되고 더 밀접한 또래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아동의 친밀한 또래관계 형성을 통한 또래애착은 아동의 심리·정서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더불어 친밀한 또래관계를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생활에 대한 적응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2]. 특히 학업 위주로 계획된 생활을 영위하는 학령기 아동이 또래와의 친밀한 상호작용을 하는데 있어서 휴대전화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26]. 이처럼 생활전반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휴대전화는 또래관계에 있어서도 또래 간의 통화 및 문자 메세지 교환을 통한 또래관계 유지와 강화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경우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동기 가운데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은 또래관계 유지 및 강화인 것으로 나타났다[31]. 이처럼 청소년의 또래애착은 또래와의 관계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인해 휴대폰 의존과의 관련성이 높았다[30]. 학령기 아동의 경우에서도 또래와의 친밀도가 높을수록 중독적인 휴대전화 사용이 증가하였으며[18], 또래애착과 휴대전화 의존도 간의 정적상관을 나타내었다[4, 30]. 하지만, 또래관계가 원만할수록 휴대전화 중독에 이르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20]. 이는 또래관계가 친밀할수록 휴대전화에 의존하기보다는 실제적으로 만나며 대화가 더 빈번히 이루어지는 것을 나타낸다. 이처럼 또래관계의 질에 따른 휴대전화 의존 간 관련성에 대한 일관되지 않은 연구결과들이 존재하기에 친밀한 또래관계와 휴대전화 의존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또래관계와 휴대전화 간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임을 감안해 볼 때, 휴대전화를 처음으로 소유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시기인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한 또래애착과 휴대전화 의존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부모와 또래의 영향력이 큰 시기인 학령기아동의 발달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학대 및 방임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또래애착 형성의 어려움과 휴대전화 의존이라는 부적응적 심리적 의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부모의 바람직한 양육행동의 중요성과 더불어 휴대전화의 올바른 사용의 필요성에 대한 부모 및 교사들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 또한 부모교육 및 아동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 사용관련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는데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이와 같은 연구의 필요성에 따른 연구모형(Figure 1)과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부모의 학대 및 방임과 아동의 또래애착이 휴대전화의존에 미치는 영향의 경로는 어떠한가?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에서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한국 아동·청소년패널조사(KCYPS)중에서 초등학교 4학년 패널 2차년도(2011년) 자료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2,378명 가운데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았거나 설문지를 작성하지 않은 아동을 제외한 1,892명(남 909명, 여 983명)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연구대상 아동들의 아버지 교육수준은 대졸(40.9%), 고졸(35.5%), 전문대졸(10.1%) 순이었으며 어머니의 경우 고졸(45.1%), 대졸(32.7%), 전문대졸(12.6%) 순이었다. 아버지의 91.1%, 어머니의 60%가 직장을 가지고 있었다. 가구소득은 연 평균 4,581.7만원이었다.
2. 측정도구
1) 휴대전화 의존
Lee 등[21]의 휴대전화 의존에 대한 연구를 참고하여 패널에서 7문항으로 구성한 것을 사용하였다. 휴대전화 의존은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의존, 휴대전화에 대한 심리적 의존, 사용 중단 시 불안감 등에 관련된 문항으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보내게 된다’,‘ 휴대전화로 한참동안 아무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불안하다’,‘ 휴대전화가 없으면 고립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등의 7문항이며 4점 척도로 아동이 평정하였다. 신뢰도는 .88이었다.
3. 자료분석
수집된 자료는 SPSS ver. 18.0 (IBM Co., Armonk, NY, USA)과 AMOS 7.0 (IBM Co., Armonk, NY, USA)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대상의 일반적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 빈도와 백분율을 구하였다. 변인들 간의 관계는 상관분석을 통해 살펴보았으며, 연구문제를 검증하기 위해 구조방정식 모형분석을 실시하였다. 모형의 적합도 평가를 위해 표집크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χ2대신 적합도 지수인 잔차제곱평균제곱근(root mean square error of approximation, RMSEA), 비표준부합치(Tucker-Lewis index, TLI), 그리고 비교부합치(comparative fit index, CFI)를 사용하였다.
연구결과
1. 측정변인들 간의 상관관계
연구모형 검증에 앞서 부모의 학대 및 방임, 아동의 또래애착 및 휴대폰 의존도 간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는 Table 1과 같다.
부모의 학대 및 방임과 아동의 또래애착 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학대와 또래애착 중 의사소통(r =–.147, p<.001), 학대와 또래애착 중 신뢰(r =–.168, p<.001)에서 부적상관을 나타냈다. 방임과 또래애착 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방임과 또래애착 중 의사소통(r =–.379, p<.001), 방임과 또래애착 중 신뢰(r =–.366, p<.001)에서 부적상관을 보였다. 이는 부모가 학대 및 방임적 양육행동을 보일수록 아동의 또래 간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또래와 신뢰로운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부모의 학대 및 방임과 휴대전화 의존도의 관계에 있어서는 학대와 휴대전화 의존도 간 정적상관을 나타냈으며(r =.239, p<.001), 방임과 휴대전화 의존도 간에는 정적상관이 있었다(r =.106, p<.001). 이는 부모가 학대 및 방임적 양육행동을 나타낼수록 아동의 휴대전화 의존이 높게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또래애착과 휴대전화 의존도 간의 관계에서는 또래애착 중 의사소통과 휴대전화 의존도, 또래애착 중 신뢰와 휴대전화 의존도 간의 유의한 상관이 나타나지 않았다.
2. 부모의 학대 및 방임, 아동의 또래애착과 휴대전화 의존도 간의 구조모형분석
부모의 학대 및 방임과 아동의 또래애착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휴대전화 의존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구조모형분석을 통해 살펴보았다. Figure 1의 연구모형에 대한 적합도 검정 결과는 Table 2와 같다.
Table 2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적합도 지수 TLI=.994, CFI=.999, RMSEA=.022로서 우수한 적합도를 보이고 있었다.
다음으로 구조방정식 모형분석 결과 나타난 부모의 학대와 방임, 아동의 또래애착과 휴대전화 의존도 간의 관계에 대한 표준화된 직접경로 계수들은 Figure 2에 제시된 바와 같다.
Figure 2에 나타난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의 학대와 방임은 아동의 또래애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β=–.057, p<.05, β=–.406, p<.001). 즉, 부모가 학대 및 방임적 양육태도를 보일수록 아동의 또래관계에서의 의사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또래애착은 잘 형성되지 못했다.
둘째, 아동의 또래애착은 휴대전화 의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셋째, 부모의 학대와 방임은 아동의 휴대전화 의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β=.245, p<.001, β=.062, p<.05). 즉 부모가 학대 및 방임적 양육태도를 보일수록 아동은 휴대전화 의존 경향을 더 나타냈다.
넷째, 부모의 학대와 방임은 아동의 또래애착을 매개로 하여 휴대전화 의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부모의 학대 및 방임과 학령기 아동의 또래애착이 휴대전화 의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본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논의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의 학대 및 방임적 양육행동은 아동의 또래애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모가 학대 및 방임적 양육행동을 보일수록 아동은 또래와의 관계에서 의사소통과 신뢰 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으며 이로 인해 또래애착이 잘 형성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대를 경험한 아동의 경우 이후 또래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29]와 초등학교 5–6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한 Lee [19]의 연구에서 부모의 방임이 높을수록 또래수용도는 낮아졌다는 연구결과를 지지한다. 또한 부모의 양육이 온정적일수록 긍정적인 또래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연구결과[6]와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다른 사람에 대해 공격적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한 경향성을 보이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아동의 사회적 기술은 최초의 사회적 관계인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습득되어지는 것이기에 부모와의 적절하지 못한 관계 형성의 영향은 또래와의 친밀한 관계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부모의 양육행동이 또래관계 향상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여 행해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는 부모와의 관계가 또래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33]. 대부분의 아동학대사례가 실제로 신고, 접수되고 있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실제적으로는 학대 및 방임이 더 많이 행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서 결과를 해석해 본다면 학대와 방임의 부정적 영향력은 보다 더 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학대와 방임이 아동으로 하여금 또래관계에서의 애착형성에 어려움을 준다는 본 연구결과를 통해서 부모로 하여금 부정적인 양육행동을 나타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우리사회가 체벌에 보다 허용적인 문화적 분위기를 지닌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아울러 강압적인 양육행동이 행해지는 동안 부모자신도 모르는 사이 학대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학대 및 방임적 양육태도가 이후 대인관계를 비롯하여 아동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학대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모의 방임의 경우 부모가 아동의 발달적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무책임하면서 안일한 양육으로부터 비롯되기도 한다[27]. 이에 부모로서의 바람직한 양육태도를 길러주기 위한 체계적인 자녀양육에 대한 부모교육이 시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부모들은 대체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사회적 지원체계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동학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가족기능전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적 차원에서 아동학대와 방임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성장기 아동의 바람직한 발달을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 가족과 사회전체의 학대 및 방임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아동의 또래애착은 휴대전화 의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대부분의 연구들의 연구대상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또래애착과 휴대전화 의존 간의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4, 5, 30]와 또래애착이 휴대전화 의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결과[15]와 같이 일관되지 않은 연구결과들로 인하여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더욱이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드문 실정에서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살펴 본 아동의 또래애착과 휴대전화 의존 간 관계에서, 또래애착이 휴대전화 의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본 연구결과는 Kim [15]의 또래애착이 휴대전화 의존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지지하였다. 아동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청소년들은 또래들의 평가에 더욱 민감해지며[10], 이로 인해 또래관계에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함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32]. 이러한 중·고등학생과는 달리 학령기 아동의 경우 또래관계 유지 및 강화에 있어서 아직까지는 휴대전화의 역할이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것일 수도 있음을 본 연구결과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즉 학령기 아동의 또래애착이 휴대전화 의존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은 또래관계의 질에 있어서 휴대전화가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시기로 아직 진입하기 전임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또래애착이란 또래와의 친밀한 의사소통이나 신뢰를 형성해 나가는 관계의 질적인 면을 나타내는 애착관계라는 점에서, 또래애착이 휴대전화 의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본 연구결과는 또래로부터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형성된 피상적인 또래관계가 아닌 또래관계의 질적인 면과 휴대전화 의존의 관계를 보았기에 결과가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친밀한 또래관계 형성에 있어서 휴대전화의 올바른 활용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기에 학령기 아동기가 가장 적합한 시기임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대상인 초등학교 5학년 아동은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기인 만큼 점차 자율성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자율성 형성 격려를 통해 휴대전화 의존성향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부모의 학대 및 방임은 아동의 휴대전화 의존에 영향을 주었다. 즉 부모가 학대 및 방임적 양육행동을 보일수록 아동의 휴대전화 의존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부모의 양육태도가 휴대전화 의존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5, 18] 및 Chang 등[4]의 부모의 긍정적 양육행동이 나타날수록 중학생들의 휴대전화 의존도가 낮았다는 연구결과와 연관지어 살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부모의 부정적 양육행동이 나타날수록 아동의 휴대전화 의존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다. Furman과 Buhrmester [9]의 연구에서 5–6학년 아동들이 부모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보고한 것처럼 학령기 아동의 경우 아직까지는 청소년에 비해 도움과 지원을 제공받는 일차적인 자원으로 부모를 비롯한 가족구성원을 지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2]. 이처럼 아직까지는 휴대전화 의존에 있어서 또래관계에 따른 영향보다는 부모와의 관계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학대와 방임과 같은 부정적인 부모와의 관계에서의 휴대전화 의존이라는 결과는 부모와의 부정적 관계에 대한 부적절한 적응방식으로 의존성이 표출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일수록 매체에 중독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35]에서 보여지듯이 학대와 방임을 경험하는 아동들은 부정적인 부모–자녀관계에 대한 도피처로서 휴대전화에 의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휴대전화는 통제력을 잃고 부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해가 되지만,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과 더불어 대인관계를 보다 강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익한 기능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올바르게 휴대전화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아동기부터 휴대전화의 적절한 사용에 대한 지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부모 및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또래관계의 질보다는 부모와의 관계가 학령기 아동의 휴대전화 의존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모의 학대 및 방임은 학령기 아동의 또래애착 형성에 어려움을 주었으며 또한 휴대전화에 대해 더 의존적이 되도록 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제한점과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부모의 가해행동으로서의 학대와 무관심한 태만행동으로서의 방임으로 아동학대를 크게 구분지어 살펴보았다. 후속연구에서는 아동학대를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및 방임으로 보다 세분화하여 살펴봄으로써 이에 대해 더욱 전문적이며 구체적인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추후 패널자료를 이용한 종단연구를 통해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진입하면서 변화될 수 있는 또래관계의 질과 휴대전화 의존도 간의 연관성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닌다.
첫째, 본 연구에 사용된 패널조사자료는 전국에서 표집된 대규모 표본이라는 점에서 표본의 대표성을 지니며 이에 따른 연구결과의 일반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둘째, 본 연구를 통해 학령기 아동 자녀를 둔 부모들의 학대와 방임이 아동의 또래관계와 휴대전화 의존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부모들이 의도하였거나 또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행해진 부적절한 학대 및 방임에 따른 아동성장 및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 결과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였다. 더불어 부모로 하여금 보다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양육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제공함과 동시에 예방적 차원에서 사회전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셋째, 휴대전화 의존을 예방하기 위해 올바른 휴대전화 이용에 대한 지도와 개입이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였으며, 이러한 개입에는 부모의 바람직한 양육행동에 대한 교육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였다.